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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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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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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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DUMMY

외전. 용병왕의 탄생


캐내딘 공화 민국.

전 세계의 나라들 중 유일하게 국민들의 선거권을 통해 투표로 국가 원수를 선출하는 민주적인 나라이다.

북쪽으로는 마의 숲 베툰이 자리하고 있고 서쪽으로는 프란칠라 제국의 비호를 받는 캐스탄 왕국, 동쪽으로는 루시아 신성 제국의 대공이 통치하는 브리딜 공국, 거기다 남쪽으로는 온갖 수생 마물들이 가득한 나이가 레이크와 끔찍한 모래지옥 샤라 데저트가 자리하니, 한 사람의 독재로는 나라를 유지 할 수 가 없어 생긴, 캐내딘만의 독특한 시스템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용병들의 활용도도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이 캐내딘 공화 민국이었다.

캐내딘의 수도인 타오에는 전 세계 용병단들의 정보와 의뢰가 밀집되는 통합 용병 길드 센터가 존재했는데 오늘도 센터로 한 남자가 터덜터덜 걸어들어왔다.

남자는 크지 않은 짜리몽땅한 키에 거친 수염이 가득했는데, 체격이 다부졌고 옹골찬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센터를 들락거리는 다른 용병들처럼 검과 창이 아닌 긴 대나무를 사선으로 등에 메고 있는 것도 독특한 점이었다.


“여~ 다델, 오늘도 출근 도장이구만?”


센터의 입구에서 안내역을 맡고 있는 노인 초리스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초리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대나무인가? 내가 누누이 얘기하지 않았나? 첫 의뢰를 수주할 생각이라면 금속으로 된 무기를 채비하고 오라고 말이야.”


초리스는 반쯤 내려온 안경으로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이 놈은 저의 다짐과도 같은 놈이라······. 신경써주시는 건 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대나무를 두드리며 다델이 멋쩍게 웃었다.


“에잉, 쯧쯧. 아! 그래도 다행이구만. 오늘 첫 의뢰를 수주 할 수도 있겠네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차던 초리스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직 공식 공고가 나진 않았네만, 오늘 오후 중으로 캐내딘에서 공식 의뢰서를 캐내딘 내에 있는 전 용병단에게 공표할 거라네. 참여를 원하는 용병단은 자진 참여를 하면 된다고 하더군.”


대답을 들은 다델은 난처한 듯 머리를 긁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아시다시피 전 개인 용병이지, 용병단 소속이 아닙니다. 초리스. 좋은 정보를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이보게, 다델.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융통성이 없나? 어차피 오후에 의뢰 신청이 시작 되니 오전 중으로 자네가 용병단을 개설하면 될 것이 아닌가?”

“네? 하하하, 저 혼자 무슨 용병단을 개설한단 말입니까? 그리고 안타깝지만 전 개설 등록 비용도 없습니다. 초리스. 마음은 감사합니다.”


다델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자 초리스는 아무 말 없이 품속을 뒤적이더니 종이 한 장과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다델. 늙은이가 이런 거대한 기관의 입구에서 안내역을 맡고 있다 보면 정말 많은 무시를 당한다네. 이 나라는 귀족이 없는 평등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이런 나를 대우해주고 깍듯하게 대해주었던 건 오직 다델 자네뿐이었네. 난 자네가 무슨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르고 그 빌어먹을 대나무에 무슨 다짐을 새겨 넣었는지도 모른다네. 하지만 지금껏 봐온 자네의 품성을 보건대 자넨 무조건 크게 될 수 있는 역량을 품고 있을걸세. 내 거기에 이제 길어야 십년 남짓 한 내 삶을 걸어보려고 해.”

“아······. 초리스.”


다델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하고 앞에 놓인 종이를 주워들었다.

종이엔 투박한 글씨로 여러 글귀가 적혀있었으나 가장 상단에 적힌 글씨에 다델은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린빈 용병단 출범 신청서’

‘소속 단장 : 다델’

‘소속 단원 : 초리스’

“그린빈······.”

“아, 그건. 마음대로 정해서 미안하네. 사실 자네를 보면 그런 이미지가 많이 떠올라서 말이야. 허허”


초리스는 민망한 듯 웃었다.


“아닙니다, 초리스. 너무, 너무 마음에 듭니다.”


이어 다델은 주머니를 주워들었다.

주머니엔 영롱하게 빛나는 금화 세 닢이 들어 있었다.


“하······. 이렇게 큰 돈을······.”

“내 전 재산이야, 이 놈아. 그러니까 나 안 굶기려면 당장 뛰어가서 용병단 개설하고 의뢰 수주해. 앞으로 자네의 재정 및 행정은 내가 책임지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하자고 말씀드리겠습니까? 저는 그런 가치가 없는 놈입니다, 초리스.”

“이제 이렇게 된 거, 자네 의견은 중요치 않아, 내가 그리 하기로 했어. 알겠나? 알겠으면 어서 움직이게.”


초리스는 곧은 표정으로 다델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흔들림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것을 느낀 다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초리스, 아니 총관님.”


다델은 허리가 부러져라 크게 인사하고 센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델의 뒷모습을 보며 초리스는 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캐스탄의 파렴치한 망나니가 자국의 여성을 강제로 범하려다 피해자의 가족이 나타나 미수에 그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바라는 피해자를 무시하고 매도하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캐스탄에 강력하게 항의하였으나 돌아온 것은 우리 국경에 대한 군사 도발이었습니다. 저 트루도는 캐내딘의 국군 원수로써 저 오만한 캐스탄에 캐내딘 국법의 지엄함을 보여야 하나 공교롭게도 현재 마의 숲이 불안정하여 캐스탄을 향할 수 없습니다. 이에 캐내딘에 존재하는 용병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참전하시는 모든 용병단에게 그에 맞는 보수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출전은 현시간부로 일주일 후입니다.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캐내딘 공화 민국 국군 원수 트루도로부터. ]


초리스의 말대로 그린빈 용병단이 발대한 그 날 오후, 통합 용병 길드 센터에 거대한 공고가 나왔다.

초리스와 다델은 근처 주점에서 낮부터 맥주를 기울이고 있었다.


“수십 년간 지켜 온 자리를 박차고 나오니 조금 섭섭하긴 하다만, 시원하기도 하구만.”

초리스는 그린빈 용병단 입단을 이유로 상사에게 사표를 집어던지고 오는 길이었다.

“크, 내 언젠가 그 빌어먹을 놈에 낯짝에 사표를 꽂아버리는 날이 올 거라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일세. 하하하하하하”

“기분 좋아 보이십니다, 총관.”

“좋다마다. 앞으로 잘 해보세, 단장.”


다델은 웃으며 맥주잔을 비웠다.

초리스도 따라 맥주잔을 비운 다음 두 잔을 더 주문하며 물었다.


“여기, 두 잔 더 주시게. 그나저나, 시작부터 최전방 전선은 무리하는 것 아닌가? 후방 지원도 가능 한 것 같던데.”

“하하하하, 걱정되십니까?”

“내 물론 자네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야. 자네가 그 바보 같은 대나무를 휘두르는 건 본 적이 없으나 그래도 이십년 넘게 용병들을 봐 온 사람이야. 외관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실력은 눈에 보인다 이 말일세. 분명 단장이 스스로의 실력이 어떻다 말은 안 하지만 어디 가서 절대 쉽게 죽지 않을 거라고는 내 확신한다네.”

“호, 그렇습니까? 그런데 무어가 그리 불안하십니까?”

“아, 이 사람아! 그래도 전쟁터 아닌가? 전쟁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절대 알 수 없는 그러한 전장.”

“그렇긴 하군요.”


별 말 없이 다델은 새로 받아든 맥주잔을 기울였다.


“에잉, 속이 편한 건지 자포자기 한 건지 알 수가 없구먼.”


말은 그렇게 해도 초리스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별다른 말은 안 하지만 이 남자에게선 알 수 없는 믿음과 끌림이 있었다.

다델은 그런 남자였다.


##


캐내딘의 서쪽 평야.

지평선이 보이는 광활한 초원이었지만, 캐스탄의 3만 대군과, 캐내딘의 국군 및 용병 연합군 만 오천이 있으니, 그리 넓어 보이지도 않았다.

각 부대는 서로를 마주하며 진을 쳤고 언제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긴장감이 평야에 가득 퍼져 있었다.

그 가운데 캐내딘의 대형 막사 안에는, 약 서른 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캐내딘의 군 간부는 5명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참가한 용병단의 용병단장들이었다.


“모두 반갑습니다, 저는 이 전투의 총사령관 릭슨 소장입니다. 긴박한 상황이니 인사는 약식으로 드림을 양해바랍니다.”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기사가 자리에 앉은 채 인사했다.


“아시다시피 현재 적군은 우리 군의 두 배 가량 됩니다. 하므로 전면전으로는 큰 승산이 없습니다. 게릴라나 특공을 통해 공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 곳은 황량한 평야다 보니 이렇다 할 전술을 사용하기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릭슨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래도 잔뼈가 굵은 용병들이라 그런지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릭슨이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병을 통한 진법을 이용하여 공격할 생각입니다. 약 2천 명 정도의 정예기병이 진을 유지한 채 하나의 송곳이 되어 적진을 유린한다면 충분히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입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갑자기 한 사람이 손을 들어 릭슨은 질문을 시켰다.

“고맙습니다, 사령관님. 저는 사울 용병단의 사울입니다.”


이 전투에만 1천 명 가량을 동원한 초대형 용병단의 리더였다.


“사령관님이 말씀하신 전술은 상대가 보병 위주일 때 큰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상대 진영에 술사들은 없습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척후병의 보고에 의한바 적군 대부분이 보병임을 이미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전쟁의 사유가 사유인지라 프란칠라 제국이 개입을 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약 100여명 정도 되는 마법사들이 적진에 있긴 합니다만, 술사 전력은 현재 저희가 500명으로 더 많기 때문에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을 것입니다.”


릭슨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사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다른 의견은 없는 걸로 알고 기병 별동대 편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기병 별동대 지휘는 제가 직접 선봉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캐내딘에서는 총 1000명의 기병이 준비될 것입니다. 나머지 1000명은 용병단쪽에서 제공해주셨으면 합니다. 자원하실 용병단 계십니까?”


전투에 큰 공을 세울 수 있는 자리이지만, 그만큼 목숨을 내놓고 뛰어들어야 할 자리이다. 그것을 알기에 릭슨은 직접 선봉에 나선다고 하였지만 용병들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역시 대부분 나서지 않았고 단 둘만 손을 들고 있을 뿐이었다.


“사울 용병단에서 500명 차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사울 단장님.”


감사 인사를 전한 릭슨이 손을 들고 있는 다른 사람을 향해 물었다.


“귀하의 소속은 어떻게 되십니까?”

“그린빈 용병단의 단장, 다델입니다.”

“오, 다델 단장님, 감사합니다. 몇 명이나 차출이 가능하시겠습니까?”

“송구스럽습니다만, 그린빈 용병단의 전투원은 저 하나 뿐입니다. 1명 차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주위에서 비웃음과 실소가 터져 나왔다.

릭슨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다델 단장님의 의중이 궁금하군요. 이 자리가 쉬워 보이십니까? 아니면 병사들을 모으는 저희가 우스우십니까?”


다델은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령관님. 저는 일개 개인 용병일 뿐이었습니다만, 오직 이 전투에 지원하기 위해 용병단을 개설하였습니다. 저는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선봉에 서길 원하는 것입니다,”


대답을 들은 릭슨은 표정을 어느 정도 풀었다.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충분한 대답이 되었습니다. 단장님의 진심은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 곳은 당장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장입니다. 고작 대나무 하나 메고 계신 단장님이 무얼 하실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


다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린빈 용병단은 이 곳에서 다음 전투를 위한 정비를 취해주시면 좋겠군요.”


릭슨이 못을 박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더 없으신 걸로 알고, 강제 동원 명령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울 용병단과 그린빈 용병단을 제외하고 각 용병단에서 스무 명씩 차출하여 명단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보고는 두시간 내로 부탁드립니다. 인원이 꾸려지는 대로 바로 공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말을 마친 후 릭슨은 바로 자리를 떠났고 남아있던 용병단장들도 생각에 잠긴 채 일어났다.

다델도 자리를 뜨려는 데 사울이 말을 걸었다.


“반갑소, 나는 사울이요. 당신의 기개에 반했소. 그 용기는 높이 평가할 만 하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다델입니다.”

“그런데 그 나무 막대기는 뭐요? 그걸로 싸우나?”


말로는 반했다고 하더니 은근히 다델을 무시하는 투가 느껴졌다.


“제 애병이라고 해두죠.”

“크하하하. 긴 나무 막대기니까 기병으로 차출이 되었으면 꽤 도움이 되었겠는데, 그거 아쉽게 되었소.”


이 정도면 노골적이다.


“그렇군요. 건투를 빌겠습니다. 그럼, 이만.”


다델은 애써 웃으며 돌아섰다.

뒤로 사울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큭큭 대나무 정비 잘 하고 있으시오! 다음 전투 대비를 잘 해야지!”


그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도 크게 웃었다.

웃지 못하는 사람은 오직 다델 뿐이었다.


##


“후퇴! 전부 후퇴해라! 주위를 다지며 계속 후퇴하라!”


아비규환.

캐스탄에 매수된 척후병이 흘린 거짓 정보가 주는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100명뿐이라던 마법사는 어느덧 1000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그들이 동시에 시전 하는 대지 마법은 500명의 술사들이 메우기엔 너무도 큰 격차가 있었다.

푹푹 꺼지는 대지와 날카롭게 튀어오르는 바위는 기병들에겐 최악의 전투 상황을 만들었고 삽시간에 릭스 소장을 포함한 2000가량의 기병 별동대는 전멸하고 만다.

동시에 3만의 캐스탄 대군은 총공격을 감행했고 캐내딘의 진영은 쑥대밭이 되기 직전이었다.

릭스를 대신해 지휘를 하고 있는 기사 카뮨 중령은 여기저기 적을 베어내며 계속 안전한 후퇴를 독려했다.

하지만 이미 전의와 이성을 상실한 캐내딘군과 애초에 충성심을 바랄 수 없는 용병들은 서로 도망치려다 뒤엉켜 함께 죽음을 당하기 일쑤였다.


“젠장, 환장하겠군.”


카뮨은 욕지기를 뱉으며 밀려들어오는 적들을 계속 베어 넘겼다.

그 때 한 사람이 다급히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는 다델이었다.

회의장에서 망신을 당한 것을 본 기억이 난 카뮨은 다델을 향해 소리쳤다.


“주위를 다독여서 천천히 후퇴하시오! 질서를 잡아야만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소!”


하지만 다델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계속 카뮨을 향해 다가왔다.


“뭐하시오! 안들립니까?”


카뮨이 버럭 화를 냈지만 다델은 상관없다는 듯 카뮨 옆에 섰다.


“지금 지휘를 하고 계시니 말씀 드리겠습니다. 병사들을 후퇴시키지 않고 대열 유지만 시켜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뭐? 그게 지금 무슨 말이오?”

“저에게 방도가 있습니다. 저를 믿고 대열 유지만 시켜주십시오.”

“전세를 역전시킬 한 수가 있단 말입니까?”


순간 희망의 불빛이 보이는 듯 했다.

다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나무를 등에서 뽑아들었다.

매끈한 대나무는 끝이 사선으로 잘려 찌르기 용이하게 되어 있었다.


“바로 이겁니다.”


순간 카뮨은 더욱 절망스러웠다.

이런 정신병자와 함께 전쟁을 준비했으니 대패하는 것이 당연했다.

쌍욕을 퍼부으려던 카뮨은 순간 헛것을 본 듯 어버버 거리더니, 바로 뒤돌아 소리쳤다.


“전군 정지! 대열을 유지하고 공격을 받아내라! 후퇴는 없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 우리에겐 마스터가 있다!”


마스터.

단 세 글자가 주는 효과는 엄청났다.

카뮨의 그 한 마디에 순간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멈추었고 다들 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곳엔 카뮨이 본 것과 같은 것이 존재했다.

녹색 빛으로 찬란하고 고고히 발광하는 마스터의 상징, 오러 블레이드.

그 오러 블레이드는, 검도, 창도, 그렇다고 도끼도 아닌 긴 대나무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대나무의 주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캐내딘 연합군에는, 그린빈 용병단의 단장, 나 다델이 있다! 모두 싸우자!”


그 말과 함께 캐내딘 진영엔 미친 듯한 함성이 쏟아졌고 그 함성에 올라탄 듯 다델은 쏘아져 나갔다.

다델의 대나무가 움직인 자리는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금속과 달리 유연했던 대나무는 마치 뱀과 같이 움직여 백이면 백 모든 적들을 꿰어버렸고 천 명이 쏟아내는 마법도 대나무가 춤만 추면 바람 앞에 촛불처럼 증발해버렸다.

그야말로 무신.

캐스탄의 병사들은 병장기를 집어던지고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 누가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앞에 두고 전의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었다.


“적들이 후퇴한다! 쫓아라! 모두 도륙해라! 캐스탄의 버러지 같은 파렴치한을 용서하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다. 쫓아라!”


순식간에 정세는 역전 되었다.

카뮨은 상황 판단이 빠른 제법 뛰어난 지휘관이었다.

병사들은 바로 자세를 다잡고 캐스탄의 추격에 나섰고 그 제일 앞에는 창의 정점을 상징하는 스피어 마스터 다델이 있었다.


##


이 전투는 다델을 세상에 알리는 전투가 되었고 새로운 마스터의 등장이라는 뉴스는 순식간에 세계에 퍼져나갔다.

그렇게 되니 곤란해진 것은 캐스탄이었다.

마스터를 앞세워 전쟁을 지속하려는 캐내딘을 막아낼 수 없다는 판단이 선 캐스탄은 사고를 저지른 귀족을 바로 파면하고 캐내딘으로 압송시키며 종전을 요청했고 캐내딘은 이를 수락하였다.

후에 민주적인 절차로 재판을 받은 캐내딘의 전 귀족은 수족 절단과 거세의 형벌을 받고 피해자 가정에 무상 가정부로 보내지게 되었다고 한다.


##


“바로 여깁니까. 총관?”

“그렇다네, 단장.”


두 사람 앞에는 제법 번듯한 건물이 서 있었고 건물 입구에는 ‘그린빈 용병단 본부’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다델에게 돌아간 보수는 상상을 초월했고 그 보수를 수령하자마자 초리스는 용병단 본부 건물부터 매입했다.


“햐, 정말 멋집니다. 이게 다 총관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됐네, 징그러운 사람. 내 강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세상에 마스터라니. 어찌 그렇게 속일 수가 있단 말인가? 뭐 그 덕에 이렇게 멋들어진 건물을 세울 수 있긴 했으니 말이야. 허허.”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하하. 그런데 저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그린빈 본부 옆에는 엄청나게 긴 줄이 도열해 있었는데 하나 같이 눈을 빛내며 다델을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겠는가? 위대한 용병왕과 한솥밥을 먹고 싶어 하는 입단 신청자들이지.”

“네? 용병왕이요?”

“원 사람, 참 어둡기는. 자네를 두고 세상 사람들이 그런 근사한 별명을 붙여주었어. 이제 무게 있게 행동하게나.”

“아이고 참······.”


다델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자 들어가지, 저 사람들도 저리 둘 수 없으니 이제 일을 하자고. 신청서는 오늘 다 수령하고 면접은 내일부터 천천히 진행하면 될 듯 허이..”

“네, 알겠습니다. 총관. 잘 부탁드립니다.”

“나 또한 다시 한 번 잘 부탁하네.”


둘은 웃으면서 본부 건물로 들어갔다.

이렇게 그린빈 용병단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이 작품은 제법 많은 외전이 있을 듯 합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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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7 16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21 14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14 16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45 15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45 16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21 16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86 17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4 16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22 16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52 15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74 14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701 17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66 17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61 16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91 18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71 20 23쪽
»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9 20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54 22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63 26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80 27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64 38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44 68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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