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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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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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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제9화 : 소집령

DUMMY

제 9화. 소집령


대도시.

수많은 저택들과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바토르는 거대한 성벽이 그 큰 도시를 전부 둘러싸고 있었는데 도시 가운데에 위치한 웅장한 왕궁은 모골린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모드시정도의 규모에도 눈을 빛내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루안과 희아는 모드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의 바토르에는 왠지 모르게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아직까지 노야와의 대화에서 받은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루카는 성심껏 도시를 소개해 주고 있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바로 바토르 대로야. 성문 입구부터 왕궁의 입구까지 직선으로 난 길이지. 왕궁까지 가려면 아마 여기서부터 마차타고 30분은 족히 가야될 테니까, 엄청나게 큰 거리지. 아! 저기 길드가 보인다. 잠시 들리자고.”


루카가 가르킨 방향에는 ‘그린빈 용병단’이라고 적힌 큰 현판이 달린 길드 건물이 있었는데, 모드시에서 본 건물과는 사이즈 자체가 달랐다.


“어서 오십시오. 바토르 그린빈 길드 센터입니다. 의뢰하실 일이라도 있나요?”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단정히 입은 숙녀가 인사를 하며 방문 목적을 물었다.

모드시에 있던 센터는 돌리스가 모든 걸 처리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훨씬 거대한 규모다 보니 안내원 또한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아, 반갑습니다. 소대장급 소집 명령으로 오늘 도착한 루카입니다. 길드마스터 계십니까?”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루카 소대장님. 마스터께서는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대기석에 앉아계시면 마스터께 기별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멀리 가진 않으셨으니 금방 오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자, 너흰 잠시 앉아 있어. 바토르의 아주 유명한 먹거리를 사가지고 올 테니까 먹으면서 기다리자고.”

“고마워요, 루카.”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 주고 싶어 하는 것이 눈에 보여 희아는 루카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괜히 쑥스러워진 루카는 머리를 긁적였다.


“고맙긴, 무슨······.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루카는 루안과 희아가 대기석에 앉는 것을 보고는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갔다.


“누이, 노야가 했던 말이 모두 사실일까?”

“그냥 거짓말이라고 치부하기엔 이야기가 너무 상세해. 그리고 우리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잖아.”

“그럼 왜 사일라 출신인 나에게 아무도 그런 말씀을 안 하셨지?”

“글쎄······. 일단 장사님들은 몰랐을 가능성이 클 것 같아. 후야 오라비도 그런 말은 전혀 한 적이 없으니······.”

“왕검님은 알고 계셨을까?”

“내 생각엔 알고 계셨을 것 같아. 이미 셀 수도 없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살아오신 왕검님이 모르는 고려의 역사란 있을 수가 없지. 거기다 보라매로 이 사실을 전달했을 때도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으셨잖아?”

“왜 나에게 말을 해주시지 않은 걸까?”

“솔직히 전혀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으실 거야. 언제나처럼 우리는 왕검님을 믿고 따르면 돼. 그리고 막상 생각해보면, 나쁜 얘기는 아니잖아? 루안 너와 우리가 정말 한 가족이라는 거니까. 난 그거 하나면 돼. 이런저런 진실들을 세세하게 알고 싶지도 않아. 머리만 아프지, 뭐.”


희아의 너무도 따뜻한 말에 루안은 눈물이 핑 돌았다.


“누이······.”


사실 희아의 말에 틀린 구석이라곤 없었다.

자신과 관련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뭐가 문제겠는가? 중요한 것은 바로 루안은 언제나 마음 깊숙이 고려인이란 것이다.

둘의 대화가 마무리 되어가자 딱 맞추어 루카가 돌아왔는데 손에는 빵처럼 생긴 덩어리 세 개가 들려있었다.


“자, 하나씩 받아. 한 번 먹어봐. 이것이 바로 바토르의 명물 호쇼르라는 거다, 요것들아.”


호쇼르라고 불린 것에서는 튀김에서나 날 법한 고소한 향이 나고 있었는데 제법 군침을 돌게 하였다.

마침, 출출하던 차에 루안은 깊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호쇼르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


크런치한 사운드와 함께 안에서 육즙이 쭉 흘러나왔는데, 고려의 음식으로 치면 만두와 흡사한 음식이었다.

따지자면, 튀긴 고기왕만두 정도랄까?


“오! 맛있다! 좋은데요, 루카?”


루안이 감탄사를 뱉었다.


“먹을 만하지? 고려 음식도 좋지만, 가끔은 숲 바깥의 음식들에도 맛을 들여 봐. 이건 양고기를 양념한 다음 반죽에 싸서 지진 음식인데, 기름에 튀겼어도 담백한 맛이 아주 좋다고.”


루카가 또 촉새본능을 발휘했다.


“음~ 이건, 인정!”


희아도 꽤나 맘에 들었나 보다.


“바토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느 분이 루카 소대장이시죠?”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왠 남자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아, 마스터십니까? 제가 루카입니다.”

“반갑습니다. 제 집무실로 가시죠.”


간단하게 인사를 건넨 남자는 자신의 집무실로 일행을 이끌었다.


“여기, 앉으시지요.”


일행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푹신해 보이는 마스터는 푹신해 보이는 쇼파를 권했다.


“소집령 때문에 오신 것이 맞으시죠? 그런데 이번 소집령은 소대장 급들에게만 전파가 되었을 텐데······. 옆의 두 청년은······?”

“아 이 친구들은 루안과, 희라고 합니다. 소집령 말고도 추가적으로 보고할 내용이 있는데 그 건에 대해 증인이 되어 줄 수 있는 친구들입니다.”


루안과 희아는 간단히 목례를 하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아! 죄송합니다. 실례가 될 것 같긴 합니다만 어디서 오시는 길이십니까? 묘한 향이 나는군요.”


루카는 멋쩍게 웃었다.


“모드시에서 바로 오는 길입니다. 계속 노숙을 하며 씻지도 못하고 바로 길드에 왔더니······. 냄새가 많이 납니까?”


마스터는 손사레쳤다.


“아, 아닙니다. 절대 악취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에게서 묘하게 마늘의 풍미? 같은 그런 향이 나는군요. 그래서 어떠한 야생에서 오래 있다 오신 듯 하여 여쭌 겁니다.”


일주일 내내 김치를 필두로 한 마늘을 쏟아 넣은 음식들을 먹었더니 몸에 마늘 향이 가득 뱄나보다.


“자,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지요. 어떤 보고 사항이 있으십니까?”

“아시겠지만, 쿠빌린 백작자제가 이번에 모드시에서 부패관리들을 대량 숙청을 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이틀 전에 죄인들이 모두 수도로 압송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 모든 것에 깊이 관련되어 있는 사람이 모드시 길드마스터였던 돌리스라는 자였습니다. 아마 용병단원 중에서도 돌리스와 함께 움직인 자들이 있을 겁니다.”


길드마스터는 얼굴을 찡그렸다.


“맙소사, 협과 의의 그린빈에 그런 일이 발생하다니요. 그 모든 것을 직접 보신겁니까?”

“네, 말씀드렸다시피 이 두 친구도 그 내용들을 직접 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예전에 그린빈에 몸담았었다고 하는 위스키라는 자도 있었으니 현재 그린빈 내에도 관련자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봅니다.”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본부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대대적인 수사와 징계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다른 보고 사항 있으십니까?”

“이상입니다. 이제 소집령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 전에······. 용병단 내에서 진행되는 일이기에, 두 분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겠습니까?”


길드마스터가 루안과 희아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마침 별로 할 말도 없고 자리도 지루했기에 둘은 별다른 대꾸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대기석에서 약 10분 정도 기다리자 집무실 문이 열리고 루카와 길드마스터가 인사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조금은 굳은 표정의 루카가 루안과 희아를 보더니 말했다.


“따라와라. 해야 할 말이 있다.”


루안과 희아는 루카를 따라 나섰다.

골목을 굽이굽이 돌던 루카는 손님이 많이 없는 한적한 찻집에 들어갔고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여기, 커피 3잔 줘요.”


종업원은 인사도 없이 커피 3잔을 따라 일행이 앉은 테이블에 놓고는 카운터로 가버렸다.

친절하진 않은 가게였지만 커피의 향은 제법 괜찮았다.

커피를 살짝 홀짝인 루안은 루카에게 물었다.


“루카,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굳은 표정을 하고 있어요?”


루카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내가 소집령에 대해 하달 받은 임무는 이틀 전만 하더라도 너희에게 얘기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루안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고 있는 지금 시점에는 너희들에게 꼭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뭔데 그래요?”

“우리 그린빈은 제이프에서 들어오는 의뢰는 받지 않아. 나도 자세한 이유는 몰랐지만 단장이 사일라 출신이란 소문이 있었지.”

“용병왕이 말인가요?”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물론 나도 소문으로만 들은 거라 자세히는 몰랐어. 그런데 오늘 길드마스터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사일라 출신이 맞는가 보더군. 지금 현재 제이프는 사일라의 정권을 장악했지만 아직 사일라 국민들을 100프로 수복시키진 못했어. 사일라 반도 각지에서 독립군이라 칭하는 게릴라들이 계속 제이프의 관청들과 관료들을 공격하고 있거든.”


루안은 큰 벅차오름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자신은 사일라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는데, 아직 자신의 백성들은 사일라를 잊지 않고 계속 싸워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게, 정말인가요?”

“그래. 그리고 용병왕은 음지에서 그런 독립군들을 계속 지원하고 있었나봐. 그러니까 제이프의 의뢰들은 받을 수가 없었던 거야.”


루카는 목이 탄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고 말을 이었다.


“지금 각 거점별 수도로 소집령이 떨어진 이유는 제이프의 동태가 수상하기 때문이야. 지금 제이프는 암암리에 차인과 교류를 지속 하고 있었나 봐. 그리고 모골린은 그것을 모르고 있고 말이야. 차인은 모골린과 바로 붙어 있으니 제이프가 차인을 이용하게 되면 모골린을 쉽게 공격 할 수 있게 돼. 그렇게 모골린이 무너지게 되면 친나는 순식간에 제이프 손에 떨어지게 될 거고······. 그렇다고 용병의 입장에서 각국의 정권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자신이 현재 자리하고 있는 국가의 수도에서 정보를 계속 수집하고 제이프와 관련된 일이 발견되면 보고를 올리고 그 일을 방해하라고 하는 것이 이번 소집령의 중점이더군.”


루안과 희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루카, 만약 친나가 제이프에게 수복당하면······.”

“그래, 희아야. 바이두 숲은 제이프에 둘러싸이게 돼. 물론 숲 북부가 루시아 영이지만, 굳이 루시아가 마물이 가득한 바이두를 지키려고 하지는 않을 거야.”




루안이 테이블을 내리치는 바람에 커피가 쏟아질 뻔 했다.


“기필코······! 기필코, 막아야 해요.”


루안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되었다.

지금의 가족들조차 제이프에게 유린당하게 할 수 없었고, 독립군의 존재를 안 이상 절대 제이프가 하고자 하는 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린 뭘 하면 되죠, 루카?”


희아가 물었다.


“마침 이 곳은 바토르고, 바토르에는 우리가 아는 사람이 있지.”


희아가 짐작 간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쿠빌린.”

“그래. 우선 그를 만나야 돼. 그를 만나서 우리가 아는 정보를 전해주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는지 물어보도록 하자.”


말이 끝나자 루안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출발하죠.”


루안의 얼굴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


챠키즈 백작가의 저택은 왕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대로 백작가는 모골린 왕국의 카간 왕조를 수호하는 근위대장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해왔기에 늘 왕궁 근처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규모 또한 세계 최강의 검사가 기거하는 것임을 보여주듯 어마어마했는데, 루안 일행은 담장거리를 무려 10분이나 걸어서 겨우 저택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지, 정지하시오. 여기는 챠키즈 백작 저택이오. 미리 약속이 되었거나 허가받은 출입증을 소지한 자만이 출입할 수 있소. 오늘 약속된 방문객들 중에는 용병이 포함되어 있지 않소만, 출입증을 가지고 있소?”


저택의 문지기는 이 일을 오래하였는지 앞장 선 루카의 차림만 보고도 용병임을 유추해냈다.


“반갑습니다. 저는 그린빈 용병단의 소대장급 용병 루카입니다. 출입증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는 쿠빌린을 만나야 합니다. 그에게 꼭 전달해야 될 말이 있어요.”


루카가 공손하게 얘기했다.


“도련님을 말이오? 흠······. 미안하지만, 출입증이 없다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소. 꼭 전해야 할 말이면 나에게 말하시오, 전달해 주겠소.”


녹록치 않자 이번엔 희아가 나섰다.


“귀찮게 해서 너무 죄송해요. 하지만 대소사가 걸린 중대한 일이에요. 우리를 들여보내 줄 수 없다면 쿠빌린에게 우리가 왔다고 기별만 넣어주실 순 없나요? 제 이름은 희예요.”


희아가 눈을 빛내며 사정하자 문지기도 마음이 약해졌는지 한숨을 쉬었다.


“에휴~, 알겠소. 이봐,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한 번 다녀와봐.”

“네!”


함께 문을 지키고 있던 부사수가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마 금방 돌아오진 않을 테니 좀 기다려야 할 거요.”


문지기는 무료한 듯 말했다.

그만큼 저택의 크기가 거대했기 때문이다.

삼십여 분쯤 후, 루안이 슬슬 몰려오는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려 할 때, 부사수는 웬 노인과 함께 나타났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백작 저택을 관리하는 가한이라고 합니다. 희님의 일행들이신가요?”

“안녕하세요, 가한! 네, 제가 희구요. 여긴 제 동생 루안, 그리고 루카예요.”


소개받은 루안과 루카가 간단하게 목례를 했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현재 도련님께서는 잠시 왕궁에 가 계십니다. 연락을 취했더니 여러분을 손님으로써 저택에 모시라고 하시더군요. 들어오십시오.”


열린 입구로 가한의 뒤를 따라가자 드넓은 정원이 나왔고, 작은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마차를 타고 5분 정도면 저택에 당도합니다, 오르시지요.”


정원 입구에서 보이는 저택은 제법 까마득해서, 확실히 걸어가기에는 힘에 부칠 것 같긴 했다.


“와······. 고작 집 한 채가 무지하게 크네?”

“루안!”


루안이 자신도 모르게 무례한 언사를 하자 희아가 눈을 부라렸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희님. 사실 루안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세계 최고의 검사가 기거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가한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쿠빌린은 언제쯤 오는 겁니까?”


루카가 물었다.


“글쎄요, 자세히 알 순 없으나, 도련님이 최근에 꽤 많은 업무를 처리하신 뒤라 그 내용을 모두 보고하고 행정처리를 하려면 당장 돌아오시기는 힘들 듯 합니다.”

“오늘은 오는 거죠?”

“물론, 오늘 내로는 오실 겁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따뜻한 차를 내드릴 테니 충분히 휴식을 취하십시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자 어느새 마차는 저택 앞에 도착했다.


“손님들을 객실로 안내해 드리고, 간단한 다과를 가져다 드리게.”


저택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녀에게 가한은 간단한 지시를 하였다.


“이 아이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도련님이 돌아오시면 따로 기별을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챠키즈 백작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럼 이만.”

“고마워요, 가한.”


정중히 인사를 한 가한은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시녀는 일행을 데리고 움직였고 2층으로 올라가 객실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 쉬고 계시면 다과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시녀는 문을 닫고 나갔다.


“와······. 집 진짜 크다.”


어느새 객실에 딸린 발코니로 나간 루안은 감탄하며 말했다.


“그러게······. 신시보다도 세 배는 큰 것 같은데?”


고려에서 가장 큰 건물은 신시이기에 희아와 루안은 그 보다 곱절은 커 보이는 저택의 규모에 감탄했다.


“루안 너는 왕궁에서 살았던 녀석이 뭘 이 정도로 놀라냐?”


루카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얘기했다.


“어릴 때에만 있었고, 거기다 방 밖으로는 잘 나가질 않았으니까 사실 왕궁이 얼마나 큰 지 잘 몰라요.”

“그래? 그럼 왕궁에서 기억나는 특별한 것들은 없어?”

“루카, 왜 자꾸 그런 걸 묻는 거예요?”


혹여나 루안이 상처 받을까 희아는 노심초사했다.


“아, 좀, 그런가? 미안하다. 못 들은 걸로 해.”


루카는 민망한 듯 얘기했다.


“아니에요, 이제 그럴 시기는 지났죠. 뭐 여러 가지 기억이 있지만······. 왕궁에서 제일 행복했던 건 언제나 자기 전에 유모인 안나가 읽어 주었던 용마대전에 대한 것이었어요. 늘 따뜻한 목소리로 용마대전의 이종족들을 읽어주었던 안나 덕에 난 동화 속 고려인들을 만나 이렇게 자랐어요. 그게······. 제일 행복한 기억이에요.”

“루안······.”


희아는 별다른 말없이 루안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루카는 너무나 머쓱했다.


똑똑


“다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세요!”


마침 다과를 가져온 시녀가 루카를 구해주었다.


##


어느 덧 시간은 흘러 바토르의 하늘에는 둥그런 달덩이가 떠올랐다.


“와······. 예쁘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저택에서 바라본 바토르 시내의 야경은 불야성으로 그 빛들이 주는 아름다움은 제법 감탄스러웠다.


똑똑


루안이 한참 야경에 빠져있을 때 객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 도련님께서 저택 입구를 지나셨습니다. 접객실로 모시겠습니다.”


가한은 세 사람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앞장 서 걸어갔다.

접객실은 벽난로의 불빛이 은은하게 분위기를 주는 앤틱한 감성이 가득한 곳이었다.


“앉아 계시면 제가 주전부리를 좀 가지고 오겠습니다. 도련님은 정원을 지나셔야 되니 5분 정도 걸리실 겁니다.”


가한은 그렇게 말하고 나가더니 금방 쟁반을 들고 나타나 루안 일행 앞에 두고는 사라졌다.

거기 담긴 빵을 쭉 찢어 즈왑즈왑 씹어대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벌컥 열렸다.


“오! 레이디 희! 그리고 루안. 어서 오십시오. 이렇게 빨리 다시 뵙게 되다니, 너무 반갑군요.”


쿠빌린이 언제나처럼 요란하게 들어왔다.


“쿠빌린!”


희아가 벌떡 일어나더니 쿠빌린을 반겼다.

어째, 너무 과하게 반기는 듯 한 느낌이다.

그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루안이 억지로 희아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히고는 쿠빌린에게 인사했다.


“쿠빌린,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잘 지냈죠?”

“죄송이라뇨, 천만에요. 두 분의 방문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레이디 희는 불과 며칠 사이에 아름다움이 더욱 배가 되신 듯 하군요. 그 찬란한 흑발에 저는 또다시 마음이 녹아드는 걸 느낀답니다.”

“어머, 정말인가요?”

“물론이죠.”


루안은 제발 닥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사는 그 쯤 하고 앉는 게 어떻소? 할 이야기가 많소.”


루카가 찌푸리며 말했다.


“경박스런 당신도 함께 왔다니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일단은 그리 하지요.”


쿠빌린은 희아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그래, 그저 인사만 하러 오시진 않았을 것 같고······. 하실 이야기란 무엇인가요?”

희아도 같이 웃어주다가 표정을 다잡고 말했다.

“제이프가 수상해요.”

“제이프가요? 갑자기 그게 무슨······?”


쿠빌린이 의뭉스럽게 받아들이자 루카가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는 굉장히 중요한 얘기이면서, 보안을 지켜야 할 내용들이요. 사실 그린빈의 용병왕 다델은 과거 사일라의 잔당들인 독립군들을 지원하고 있소. 그렇기에 그린빈이 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력은 제이프쪽을 향해 늘 움직이고 있는 중이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말들에 쿠빌린은 그제야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래서요?”

“그러던 중 제이프와 차인이 예전부터 모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파악했소. 그리고 얼마 전 제이프의 켄퍼가 차인 국왕을 만나고 갔다고 하더이다. 하도 은밀하게 움직여 우리 쪽에서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말이지.”

“켄퍼와, 리·지·황이 만났다? 흠······. 최근 제이프가 친나의 남3국에 바닷길을 열어달라 요구한 적이 있어요. 타빗과 인디스는 허락했지만, 제이프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던 우리는 페르안에 거부하라는 의사를 전달했고 결국 바닷길을 열어 주지 않았죠. 혹시 그 문제 때문에 단순히 차인을 통해 페르안을 압박해 바닷길을 열려고 하는 목적이지 않을까요?”


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문제도 있을 거요. 하지만 제이프가 왜 바닷길을 열어달라고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도 그 이유는 잘 몰랐으나 루안과 희아 덕에 알게 됐소.”

“이유가 뭡니까?”


루안이 말을 받았다.


“사실 누이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외모가 살짝 다르다는 생각 해 본적 있지 않나요?”

“그래요, 루안. 칠흑같은 흑발에 검은 눈동자, 그리고 이런 이지적인 느낌은 흔히 볼 수 있는 외모는 아니죠. 그런 것이 매력적인 이유 아니겠어요?"

“난 고려인에요, 쿠빌린.”

“고려인?! 용마대전의 그 고려인 말인가요?”


쿠빌린은 눈이 커졌다.


“늘 말로만 들었는데······. 고려인의 전설은 사실이었군요······? 세상에······. 그래요, 뭐 좋아요. 레이디 희가 고려인인 걸 알았습니다. 그럼 루안은 역시 친동생이 아니군요.”


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사일라 왕국의 사람이에요.”

“오, 저런······.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자 이제 이야기를 이어나가시죠. 그것과 제이프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이번엔 루카가 이어갔다.


“제이프는 영문을 모르겠으나 과거부터 이종족을 없앨 계획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소. 사일라를 수복시킨 이유도 바이두의 고려인들을 없애기 위함이라 하오. 그리고 바닷길 또한 키이만에 있는 드워프들을 노리고 있는 것 같소. 그 와중에 길이 나지 않는다면 친나를 분명 가만 두지 않을 거요. 게다가 친나를 수복시키면 바이두 숲을 치기에 더욱 더 좋아지는 것이지. 차인의 리·지·황은 야심과 권력욕이 상당한 인물이니 제이프가 모골린을 없애고 맹주국이 되어야 한다고 꾄다면 홀라당 넘어가지 않겠소?”


쿠빌린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사실 챠키즈 백작만 없다면 제이프를 등에 업은 차인이 친나를 손 안에 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겠소?”


루카의 말이 유쾌하게 들리진 않았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쿠빌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며칠 전 젠시 연방 기사단장 챙샹이 휴가계를 모골린에 제출하여 그것이 승인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면 각국의 물자 행단들이 모골린으로 모이게 됩니다. 물론 차인에서도 행단이 올 것이구요.”

“행단으로 위장된 병력이 움직일 수도 있겠군.”


루카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정보군요. 이 내용을 백작님께 알리겠습니다. 두 분에 대한 정보는 밝히지 않도록 하죠. 같이 회포라도 풀고 싶지만 지금은 일어나야겠군요. 가한이 곧 올 겁니다, 그럼 이만.”


등장과는 다르게 쿠빌린은 굳은 얼굴로 빠르게 방을 벗어났다.

곧 큰 사건이 벌어질 듯 하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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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7 16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21 14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14 16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45 15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45 16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21 16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86 17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4 16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21 16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52 15 26쪽
»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74 14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701 17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66 17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60 16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90 18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71 20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8 20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54 22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63 26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80 27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64 38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44 68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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