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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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안달래
작품등록일 :
2020.05.14 08:54
최근연재일 :
2020.06.2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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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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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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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계절은 없다

DUMMY

6화 계절은 없다


제임스와 현주, 미란은 저녁 식사를 차려 놓은 식탁 주위에 모여 앉았다.


잘 생긴 남자와 같이 밥을 먹는 것은 같은 과의 관심 1도 없는 남학생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할 때와는 달리 사뭇 긴장되었다.


하지만 현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밥에 낙지볶음을 비벼 평소처럼 게걸스럽고 맛있게 먹고 있었다.


“ 미란이 너 왜 이렇게 안 먹어. 먹고 싶다고 했잖아.”


“ 많이 있으니까 드세요. 집도 가까워서 좋아하면 가끔 만들어서 가져다 드리려고 했는데”


“ 네? 맛있어서 아껴 먹는 거 에요. 맛있네요.”


자주 오세요. 왕자님!


“ 오빠! 저녁에 다른 거 할 일 없으면 한 잔 하고 가요. 낙지볶음 안주해서”


“ 술은 내가 좀...”


나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냉장고로 가서 비축해 놓고 우리가 가끔 먹던 위스키를 꺼내고 있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도 우리는 식탁에 앉아 양주를 마시며 학교, 교수, 한국 얘기 등등 여러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제임스의 목소리는 한 마디 한 마디 남자의 중저음의 울림이 오면서 내 귀를 부드러운 천으로 휘감는 느낌이었다.


“ 벌써 한 병 다 마셨네. 마트 갔다 올까요? 문 닫았을까?”


그러게 이럴 줄 알았으면 넉넉히 사다 놓을 걸.


그나저나 선배가 와서 가을학기 과목 코치인지 뭔지 해 준다고 하지 않았나?


술을 마셔 얼굴이 불덩이처럼 빨개진 현주가 제임스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 아니야. 다음에 또 놀러올게. 아임 플리스드 투 밋 유 제시”


영어발음도 고급지다. 이 남자.


제임스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 방문한 우리 집을 나갔고 우리는 아쉽지만 작별 인사를 했다.


헤어진 후 현주에게 물었다.


“ 니가 좋아하는 선배야?”


“ 명호 선배? 같은 과 사람들 다 좋아하지. 똑똑하고 친절하고 잘생기고. 칼리지 졸업하면 MIT로 편입 한다고 하던데? 그런데 내 스타일은 아니야”


공부도 공부지만 또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요리라고는 한국에서는 아줌마가 해주던 음식과 미국에서는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음식과 코리안 마트에서 파는 김치 밖에 몰랐던 나는 그 때부터 한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다음 주 주말 다시 현주에게 부탁하여 제임스를 초대해서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된장찌개와 비빔밥을 저녁으로 먹으면서 수다를 즐겼고, 그 다음 주 주말은 제임스가 꽃게탕을 만들었다고 먹으러 오라고해서 자기 집에 초대해 주었다.


제임스는 1학년 때는 홈스테이를 하다가 2학년이 되어서 집을 렌트하여 살고 있다고 했는데 집 안이 여자 둘이 사는 집보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요리 솜씨도 좋았다.


대학에 입학하여 봄 학기 때는 공부만하고 살다가 가을 학기가 되고 나니 공부, 수영, 요리연구로 해야 될 것이 늘어났다.


고3 때 벌써 체험해서 알고는 있지만 사람이 공부만 하고는 살 수 없다.


그렇게 가끔 명호 선배와 왕래를 하면서 10월이 접어든 어느 날, 나와 달리 매일 공부와 학교 과제에 매진하던 현주가 갑자기 내 방에 들어와 술 한 잔 하자고 청했다.


“ 무슨 일 있어?”


“ 나 뉴욕으로 가야 될 것 같아.”


우리 샌프란시스코 커뮤니티 컬리지와 자매결연한 뉴욕의 CC가 있는데 교환 학생 프로그램으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 너는 같이 갈 사람들이라도 있지. 나는 혼자서 무서워서 어떡해. 여기 다른 친구도 없고 그나마 가까운 데라고는 명호 선배 한 명 아는데”


“ 야 ! 스무 살 성인이 무섭기는 뭐가 무섭다고. 내가 친한 애 중에 룸메이트 한 명 구해볼까?”


“ 아저씨랑 아줌마한테 다 얘기 된 거야?”


“ 엄마 아빠야 내가 그래야 된다고 하면 그런 거지. 애처럼 굴지 마 미란아.”


“ 하잉”


이별에 익숙하지 못한 그 때의 나는 현주에게 다가가 허그를 했다.


내 등을 토닥이며 현주가 말했다.


“ 그리고 명호 오빠한테 자주 들러봐 달라고 부탁도 해놓을게”


내 마음을 아는 고마운 것.


현주가 떠나는 전날, 우리는 가볍게 송별회를 하기로 하고 일주일 전부터 제임스를 송별회에 초대했다.


제이콥 삼촌에게 전화를 받은 것은 그 날 점심 무렵 이었다.


“ 제시! 하우 아 유 두잉?”


“ 안녕하셨어요? 삼촌. 미국에 오셨나 봐요. 전화번호가”


제이콥 삼촌은 외할아버지가 경영하시는 MK그룹에 초창기 때 입사하여 지금 재계서열 30위 안에 들만큼 회사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외할아버지 옆에서 보좌 역할을 하였고 엄마와는 젊었을 때부터 친한 사이이고 아빠와 결혼한 후에도 아빠와도 친해진 사이라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자주 왕래하며 나를 귀여워 해주셨고 나도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랐었다.


“ 응 시애틀 지사에 온 김에 샌프란시스코에 제시 만나러 가고 있어. 주소 있으니까 잠깐 들릴게. 괜찮지? 도착할 때까지 세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 네. 삼촌. 공항 도착하시면 연락 주세요.”


삼촌이 작심하고 하필 오늘 시간 할애해서 오는 것 같은데 오늘 파티가 있으니까 그냥 돌아가라고 차마 얘기 못하겠다.


“ 현주야, 오늘 아는 삼촌이 한국에서 오셨다고 해서 집으로 오라고 했는데 괜찮겠어?”


“ 나? 나야 상관없지. 명호 선배 올 건데 여자들 사는 집에 남자가 와 있다고 이상하게 보시는 거 아닐까?”


“ 상관없어. 근처에 사는 선배라고 하면 되지 뭐. 반할지도 모르겠다. 명호 선배한테”


“ 뭐?”


“ 그 삼촌 게이야.”


제임스가 집에 왔고 현주는 내일 아침 7시 반에 출발해야 하는 바쁜 일정이라 송별회는 간단히 하자고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스시를 식당에서 포장해 오고 샴페인을 한 잔씩 마시고 있는 순간 벨이 울렸다.


“ 제시! 반가워. 이렇게 미국에서 볼 줄이야.”


제이콥 삼촌은 손에 비닐 백과 캐리어를 들고 있었는데 현관에서 나를 보자마자 땅에 팽개치고 나를 안았다.


“ 여기 이 친구가 룸메이트 현주에요. 내일 뉴욕으로 이사 가서 오늘 송별회하고 있었어요.”


“ 아, 같이 살고 있는 다는 최 사장님 딸. 아빠 몇 번 만났어요. 반가워요.”


“ 네. 안녕하세요. 들어오셔서 한 잔 하고 가세요. 스시 사왔는데”


현주와 제임스가 삼촌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제이콥 삼촌은 남들이 보기에는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항상 열정이 넘쳐 보이고 패션에도 신경 쓰는 단정하고 멋있는 완벽한 중년 남성이었다.


“ 괜찮아요. 날 거는 못 먹고요. 샴페인이나 한 잔 하고 가지. 내일 아침 비행기라 공항 근처에 호텔 잡아 놓아서... 시애틀에서 일보다가 제시가 어떻게 사나 잠깐 보고 한국으로 가려고 왔어요.”


약간 수다스러운 것 빼고는


“ 그런데 이 잘 생긴 친구는?”


게이인 거랑


“ 줄리아 같은 과 선배고요. 근처에 사는데 내일 줄리아가 뉴욕으로 간다고 해서 들렀습니다. 박명호 라고 합니다.”


“ 네. 반가워요. 그런데 아 현주씨가 줄리아구나.”


“ 네”


“ 집이 아담하니 둘이 살기 딱 좋네. 여기는 임대료가 얼마야?”


정신없이 수다를 늘어놓는 제이콥 삼촌 덕분에 현주와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했던 것 같다.


제이콥 삼촌이 명호 선배를 흘깃흘깃 바라보는 눈빛이 야릇하여 혼자 괜히 신경을 쓰고 마음을 졸이고 있다가 모두가 돌아가고 나니 내일 학교에 갔다 오면 현주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 밤은 처음으로 짐을 모두 싸놓아 휑한 현주 방에서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현주가 떠나고 몇 주 간은 명호 선배가 현주의 부탁으로 일주일에 서 너 번쯤 찾아와 같이 저녁을 먹고 나서 각자 공부를 하기도 했고 다음 봄 학기에 MIT 편입이 확정된 오빠는 가끔 게임기를 가져와 거실 소파에 누워 게임을 하기도 하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주었다.


언젠가 소파에 누워 게임에 집중하는 오빠를 바라보았는데 순수하고 아기 같은 모습에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 눈이 마주쳐 화들짝 놀랬었다.


현주와 헤어지고 2개월 후인 12월,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현주에게 아침에 전화가 왔다.


“ 잘 지내고 있었는가? 친구”


오랜만에 현주의 씩씩한 목소리를 들으니 반가워 눈물이 날 뻔 했다.


“ 응. 보고 싶었어. 현주야”


“ 김미란씨 또 우는가요?”


“ 아니야”


“ 명호 선배는 가끔 와? 내가 그렇게 부탁을 하고 왔는데 설마 무시한 건 아니겠지?”


“ 응 너 가고 자주 오다가 지금은 내가 편할 때 오라고 했어. 요즘은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와서 같이 저녁 먹고 가”


“ 둘이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냐?”


“ 무슨 일이라는 게 무슨 일인데? 얘가 혼자 있더니 상상력이 늘었구나?”


“ 오늘 나 스탠퍼드에 세미나 때문에 가는데 학교랑 집까지는 못 들릴 것 같아”


“ 오늘? 몇 시에?”


“ 세미나는 오후 네 시인데 몇 시에 끝나게 될지는 모르겠네. 일단 공항 근처에 호텔 잡아놨어. 내일 다시 뉴욕으로 가야 되거든”


“ 만날래? 내가 위치 알려주면 세미나 하는 쪽으로 갈게.”


“ 그래.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는데 만나자. 거기서 택시타면 될 거야”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외출 준비를 했다.


거울을 보며 키가 커서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버버리에서 비싸게 주고 산 롱 트렌치코트가 내 몸처럼 잘 어울려서였다.


조금 추우려나.


패션에 계절은 없다.


현주와 커피숍에 앉아 수다를 떨 상상을 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집에서 나오니 여전히 진눈깨비가 살짝 내리고 있어 우산을 가지러 다시 갈까 하다가 코트 깃을 조금 더 여미고 도로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노란색이나 주황색 택시가 많은데 오늘은 흰 색 택시네.


조수석을 열고 운전자를 보니 주황색 비니를 쓴 흑인 아저씨였다.


“ 헬로우”


자리에 앉아 현주가 문자로 보내온 주소를 아저씨에게 보여 주려고 하는 순간 좌석 옆의 문이 벌컥 열렸다.


“ 빨리 내려”


뛰어온 듯 숨을 헐떡이고 있는 명호 오빠였다.


“ 오빠!”


“ 일단 내려. 제시”


아저씨에게 내리면서 미안하다고 하자 쌍욕을 하며 그냥 가버렸다.


“ 무슨 일이에요? 오빠”


숨을 헉헉대며 나를 바라보던 명호 오빠가 나를 와락 안더니 나의 입술을 덮쳐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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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망각의 여행 (완결) +2 20.06.24 56 2 9쪽
29 29화 미래의 유토피아 +2 20.06.23 32 2 10쪽
28 28화 악마의 눈빛 +3 20.06.22 30 3 10쪽
27 27화 말고문 +2 20.06.19 30 2 9쪽
26 26화 무도인의 따귀 +2 20.06.18 27 2 10쪽
25 25화 어제 만난 인연 +2 20.06.17 31 2 10쪽
24 24화 빈집털이 +1 20.06.16 32 1 10쪽
23 23화 사탄의 인형 +3 20.06.15 33 3 10쪽
22 22화 보디가드 +2 20.06.12 53 3 10쪽
21 21화 병맛 커밍아웃 +2 20.06.11 39 2 10쪽
20 20화 물아일체의 경지 +3 20.06.10 63 4 10쪽
19 19화 원초아와 초자아 +1 20.06.09 37 1 10쪽
18 18화 높은 차원의 절대 권력자 +2 20.06.08 47 2 10쪽
17 17화 이름 없는 포비아 +1 20.06.05 51 1 10쪽
16 16화 처량한 영혼들 +2 20.06.04 44 1 10쪽
15 15화 천진난만했던 그 때 20.06.03 40 0 10쪽
14 14화 나비효과 +2 20.06.02 44 1 10쪽
13 13화 미지의 영혼 20.06.01 51 4 10쪽
12 12화 개똥같은 프로포즈 +2 20.05.29 57 2 10쪽
11 11화 날벼락 20.05.28 45 1 10쪽
10 10화 의미없는 기도 20.05.27 134 1 10쪽
9 9화 악몽의 순간 20.05.26 60 1 10쪽
8 8화 수호자의 운명 20.05.25 58 3 11쪽
7 7화 사랑의 파수꾼 20.05.22 80 1 10쪽
» 6화 계절은 없다 20.05.21 78 0 11쪽
5 5화 룰도 모른다 20.05.20 76 3 11쪽
4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20.05.19 87 5 11쪽
3 3화 꿈을 향한 노력 20.05.18 93 4 11쪽
2 2화 소리없는 눈물 20.05.15 11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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