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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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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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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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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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거기 판문점

DUMMY

”우리가 가야 할 저세상은 천국과 지옥, 현실에서는 천사와 악마를 꿈꿔.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대체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지. 다른 종교도 뭐가 달라. 명칭만 다르지.“


”본인들은 아니라 하겠지만. 창조적이다? 새롭다? 그 바탕 안에서 고정관념의 포로야. 그러니 이 세상에서 가장 상 바보는 악마주의 사탄숭배야. 천사를 바라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으니까 자기에게 기회가 없어 그런가?. 그런 애들이 차마 못 할 짓을 하고 악마가 쓰였다 그러지. 문신도 하고, 예술가라고 사탄 퍼포먼스도 하고, 그걸 진지하게 따라 하는 놈들은 상 바보들의 추종 좀비들이야.“


많이 먹고

근육과 호흡이 한계점을 넘고

많이 싸고

그게 군인이다


이제 적게 먹고 적게 싼다

싸나 안 싸나 별 차이 없게 싼다

긴장이 이어지는 시점이 오면

창자와 항문이 열릴 기억도 사라진다

한 식판이었던 먹음이

통조림 하나 크기 먹음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많이 안 나온다

풀을 먹고 풀냄새 나는 걸 산다

긴장이 이어지면 나오는 것도 까먹는다

긴장이 이어지면 내보내는 것도 까먹는다

먹음과 배설이 최소한으로...

가볍다

게릴라다

수염과 총구는 빛난다




거기 판문점




비슷한 부류 두 개가

중간에 선을 긋고 노려본다.

가끔은 둘이 아니라 혼자서...

양발이 각각 다른 정신세계를 걸친다.


I Dreamed A Dream

My dream is, is...


”고작 찾은 게 그거야? 고작? 상상력이 그 밖에 안 되나? 그러니 사탄숭배로 의심을 받는 일루미 나이트나 프리메이슨이나, 있는지도 모르지만, 고작 인간의 상상력이야. 그거 보고 무서워하고 충격받는 놈들이나 모두 성경을 읽지도 않고 성경의 포로들이지. 차라리 사이언톨로지처럼 우주를 숭배하든지. 사탄숭배 메탈을 듣는 애들이나, 그런 분장과 문신을 하는 애들이나 좀처럼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 나처럼 선과 악을 넘어선 사람은 말이야.“


”성경에 십계명도 있고 얼마나 좋아! 뭘 숭배해. 뭘. 숭배하고 싶으면, 선은 자기가 천사여야 하고, 악은 자기가 죽어야 사탄숭배의 완성이야. 안 그래? 아 참, 넌 ”


“사람이 시간을 낭비하는 데는 각자 취향대로 일가견이 있겠으나, 그중 나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악마 숭배 같은 거야. 자랑스레 나 사실 악마 숭배자야, 그렇게 말해서 뭔 시선을 끌진 모르겠으나, 나로선 없는 것을 창조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에 ‘전통적인 악마’는 무엇이냔 말야. (더 작은 목소리로) 악마는 수입산이야. 알겠어?”


“악마란 것은 성경이 아니면 창조의 아이디어나 근거가 부족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악령 비슷한 개념이 있고, 그 이름 모를 나쁜 것이 세계 어디나 지역마다 뭣이 있긴 있을 거야. 다만, 구체화 된 형상이나 이미지는 성경이 아니고선 힘들지. 결국, 수입산 맞는 거다 이거야!”


“서양에서 세대별로 악마 숭배가 젊거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었고 지금도 숫자만 다르지, 없지 않다. 항상 그래왔어. 그 뒤에 사춘기의 자기 불완전을 숨기는 거지. 그래서, 한국에서는 사탄 정령 등등으로 만든 그룹 속에서 비참한 살인사건도 일어났지. 그게 신촌이었나? 무슨 산인가 공원에서. 하하. 없는 것을 창조해서 맹신이 생기고, 그 없을 것으로 흥분해 사람을 죽여. 기억에 약간 치정이 얽힌 것도 같고.”


“서양은 누구나 성경을 접하니까. 성경에서 예수님에게 다가와 말까지 거는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 있다고. 산에서 혼자 기도할 때 나타나 대사까지 치지.”


“숭배자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모르면 말을 하지 말라는 배타적인 반응은 당연하지. 안 봐도 선해. 마니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거든. 하지만 이 문제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너. 가벼운 것은 아냐. 현상을 이해하기 힘든 사이비에 빠진 것과 안 달라. 너희도 일종의 종교 아니냐. 한 국가에 그 종교 지배력이 거의 100%라면 기네스 감이지.”


“그런 사람들이 왜 빠져나오지 못하냐면 말야. 왜 그런 끔찍한 일까지 저지르냐면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100% 신비체험을 한다. 이건 결코 가짜 환상이 아니야! 난 뭘 분명히 봤어. 느꼈다고! 내 말이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이야. 그럴 거라고.”


“설명해줄게. 그들이 신념처럼 무엇을 맹신하는 이유는, 분명히 그들이 초자연적인? 그 어떤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야. 방법에 따라. 빛을 보거나 신체가 이상하게 반응하는 걸 느끼고, 그것이 실감이 나기에 사이비종교처럼 확신하고 믿는 거야. 현실감각으로 이성적으로 봐도 뭐가 일어난 말이야. 그런 악마 숭배 같은 걸 그냥 믿으면 되지만, 비극적이고 잔인한 살해도 일어난다. 그게 악마 때문이라고? 아니, 그건 자기 자신 때문이야.”


“가벼운 예를 들어주지. 사자 호랑이는 다른 동물을 물어뜯어 죽이고 먹는 걸 배우나? 책으로 읽나? 부모 호랑이 부모 사자가 시범을 보이고 ‘이거 먹어봐’ 할 수는 있겠지. 그럼, 부모에게 버림받은 맹수들은 다른 동물을 물어 죽이고 먹는 것 못 하나? 다 하잖아? 알아서 다한다. 동물원에 있는 맹수들은 조건이 안 되는 거고. 가끔 오랫동안 본 조련사를 공격하기도 하지.”


“사탄숭배란 이름으로 어린이를 살해한 젊은것들도 있지. 딴에는 그 와중에 자기보다 약한 상태는 골라요 또. 그래서? 악마가 나에게 이런 짓을 시켰어요? 환성이 들렸나. 무엇이 와서 시켰다고?”


“지구상 가장 잔인한 동물이 인간임을 기억해. 우린 거대한 동물도 협동해서 죽이고 먹으며 영장류가 되었지만, 유사 인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네안델타르인도 전멸시킨 호모 사피엔스다.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많은 유인원 종류가 존재했었고, 결집력이 없어서 망하거나 호모 사피엔스에게 죽었다.”


“과학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들이 네안델타르인을 죽이고 섭취했다는 결과까지 있다. 그것도 굉장히 다량 섭취. 과학 뉴스에 나온 내용이야. 호모 사피엔스로 추정되는 동굴 불 자리에서 네안델타르인들의 뼈가 다량 발견되었어, 호모 사피엔스 뼈에서 인간과 유사한 유인원들을 먹은 증거도 있고. 같은 인간으로 안 봤기에 죽여서 먹었다고 하기엔, 그때 아직 성경이 없었지?”


“없는 것을 창조해서 두려움에 떨고 숭배란 테마도 건다. 없는 악마를 창조해서 다 그놈이 한 짓이라고 넘겨버려. 잘 들어. 그건 악마가 아니라 본능이다. 타인이 시킨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본능을 건드린 것이야.”


“호랑이 사자 하이에나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죽이고 먹는다. 우리 인간은 예외인가? 명상, 요가, 이상한 사람 만나면 정말 큰일 난다. 옴진리교 아사하라 교주도 요가학원 원장이었어. 그렇지 않더라도 모여서 비슷한 의식을 치르면 효과가 커져. 집단최면처럼. 그러다. 건드려. 본능을 건드리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거야.”


“현대화된 지금 우리에게도 본능이 없나? 높은 곳에서 다리가 저려 추락 위험을 경고하고, 아기가 알아서 뒤집고 기고 걷는 것, 모두 고대 선조들에게 받은 것이야. 선조들이 DNA는 그 부모로부터 받은 것과 자신이 했던 일의 기록이야. 선조들은 무수한 살인을 저질렀다. 난 내재 된 폭력성이 결코, 없을 거라 말하는 것이 이상하다. 그 물려받은 본능이 꼭 ‘살육’이다 말할 순 없지. 문자로 기록이 아니라 반응의 기록이니까.”


“서양인들이 동양을 잘 모를 때는 동양인이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서양인은 살육과 정복의 역사야. 멀리 볼 것도 없이 1~2차 세계대전에서 그들은 서로 천만 명 단위를 죽였어.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민족은 침략보다는 방어만 취한 다소 겸손한 혈통일 수는 있어.”


“악마 숭배 사탄숭배 자전거 숭배든 뭐든, 집중력. 기도. 법문이나 성경 같은 것. 의미도 없는 주문. 그게 잘못하면 무의식을 건드려. 무의식이 텅 빈 상태로 만들고, 거기 뭘 주입하는 전문가들이 있지. 그건 염력도 아니고 기술이야. 최면과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종교든 악마 숭배든 깊이 숨긴 본능을, 자신도 모르는 본능을 건드리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적정한 선에서 내면과 외면이 악수하고 산다. 그래서 술 때문에 사고 자주 일어난다. 그거지. 어때?”


“알아 어? 듣고 있는 거야? 응?”


평상시에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의도가 불투명하다가, 갑자기 언성과 볼륨이 특정 단어에 확 튀어 올라 사람을 긴장시킨다. 그 강조하는 단어는 씹어 먹듯이 발음한다. 표정은 무난하지만, 곧 공격할 것 같은 뇌관 같은 긴장감. 강조점에서 말을 멈추고 갑자기 정적, 눈동자 껌뻑임 없이 상대를 응시한다. 상대는 빨리 이 사람이 말을 재개하길 바란다. 그 조용한 공백이 두렵다. 그는 남의 반응을 기대하며 말하지 않는다.


”넌 어떻게 생각해?“


180 키에 마른 놈. 수염은 사극의 완고한 신하처럼 굵고 옹골지며 콧수염 부분이 활처럼 아래로 휘어진다. 얼굴 반쪽에 아물지 않은 찢어진 상처. 언어에 강조점이 생기기 전에는 수염이 별로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 깔려서 오싹함마저 드는 저음의 목소리. ‘이’ 발음을 할 때 앞니 하나가 부러진 것이 드러나고, 미간과 이마에 단단히 굳어진 주름.


“어느 천년에 오나...”


이 사람을 둘러싼 공기가 지나치게 팽팽하다. 자다 일어난 사람처럼 중얼거려도 눈에, 항상 눈에 광기가 보인다. 그 눈을 한번 보면 정상이 아니란 걸 금방 알아차리고 또한 잊기 힘들다. 한 시간 동안 모욕을 말없이 참은 사람 같다. 눈에 야생이 있다. 그런 눈으로 중얼거릴 때 동료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이 사람과 떨어져 있고 싶다. 대화 상대가 되고 싶지 않다. 정상이 아니다. 정상이 무엇인지 까먹은 지 오래된 사람들이지만.


말이 나열하는 사실들은 정확하다. 거짓말이나 꾸미는 개념이 없다. 자세히 들어보면 문장 구성도 꼼꼼하고 더듬는 토시 하나가 없다. 문장들은 명확한데 핵심이 뭔지 모르겠다. 스피커가 갑자기 튀는 것처럼 사람 놀래키는 언성의 단어는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단어의 강조가 문맥을 이상하게 만든다. 타격 생존 그런 단어라면 강조의 이유는 된다. 헌데 ‘그 더러운’ ‘파운드’ ‘어쨌든 난’ ‘마찬가지로’ 이런 구절에서 언성이 파열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아 말을 계속한다. 오히려 욕설에는 언성이 안 튄다. 더 이상한 건, 별 의미 없는 곳에서 가끔, 씨익 웃음. 예를 들면,

“거긴 낮아. 상당히 낮아. 내 말을 믿어야 돼. 낮아!”


왜 웃는 걸까.


말을 시작하면 상당히 길다. 대체 주제가 뭔가. 듣다가 쉽게 말을 끊거나 자리를 뜰 수 없다. 그 눈이 상대를 못 일어나게 한다. 내가 움직이면 큰 자극을 줄 것 같고, 등을 보이면 안 될 것 같다. 눈은 항상 상대 눈동자에 0.5초도 물리지 않는다. 껌뻑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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