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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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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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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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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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대대는 어디로 2

DUMMY

5대대는 어디로






‘열둘.’

멈췄던 호흡이 풀리고. 난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담배 연기 뱉듯이 후~, 이빨을 오드득, 간다. 가늠쇠를 지우고 초점 넓힌다.


내가 찍어 가늠쇠와 일치시킨, 사지 달린 물체는 땅으로 꺼졌다. 고함, 부산하고 뛰는 소리. 아무 데나 마구 갈기는 총소리. 뭐 보고 갈기냐. 난 간다. 천천히 일어나 천천히 발소리 줄여 걸어, 뛴다고 월급 더 주냐.


‘동~포~ 요오로분, 형제 요오로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스읍니다...‘


한복 입고 빨강 노랑 조화를 하늘 높이 존나 흔들어! 열광적으로!!!


기본적인 충고는, 멈추면 죽는다는 것이다. 딱 1.2초? 2초도 길다. 2초면 정확히 맞는다.


맞으면 바로 쓰러지는데, 영화처럼 푹썩 쓰러지기도 하는데, 그건 아마 반반? 푹석 쓰러져서 그대로 멈추는 게 가장 좋은데, 그대로 반반 – 조금 움직이다가 간다. 하지만 영화처럼 길진 않다. 잠시, 아주 잠시 움직이다 멈춘다. 그 외에 영화에서 안 나오는 것은 – 넘어갈 때와 쓰러졌을 때나 혹은 연속으로 팔다리가 굳는다. 굳으면서 끝난다. UFC에서 보면 제대로 맞고 기절하면서 쓰러질 때와 비슷한데, 이게 꼭 머리를 맞춘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몸을 맞춰도 그런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아마도 맞는 순간 어떤 의지? 뭘 하려는 의지? 의도? 그런 게 본능적으로 나오는 현상 같기도 하다.


그런 경직과 함께 끝나는 것 중에 그림이 별로 안 좋은 것은 – 아마도 두세 번 봤던 것 같은데, 맞는 순간 입을 벌리면서 턱이 들리며 정말 영화처럼 넘어갈 때인데, 그 입이 벌어지는 표정이 억울? 아니면 신을 향해 이럴 수 있냐 절규하는 느낌이 들어 보기 안 좋다. 어쩌면 저 맞는 것이 나인데, 어쩌면 나도 저렇게 될 확률이 많은데 측은지심이 안 들겠는가. 하지만 자꾸 쏘다 보면 인간극장 감동도 줄어든다. 그냥 보는 느낌이 단순해지는 기분이다.


하나는 머리였는데, 그대로 통으로 넘어가긴 했는데, 그렇게 끝나긴 했는데, 맞는 순간 – 내 느낌으로 – 한 주먹만 한 게 공중으로 하나 튀면서 갔다. 뭔지 모르겠다. 머리뼈가 터진 건가? 내가 의사도 아니고 어찌 알겠나. 그때 느낌은 ‘야, 이거 영화감독한테 얘기해줘야겠다!’ 뭐 그런?


하여간 머리를 때리면 뭐가 여러 개 퍽 터지고, 공중으로 숯불을 발로 찬 것처럼 공중에 날리면서도 쓰러진다. 머리는 특히 그렇다. 뇌가 거의 물과 비슷한 상태라고 하는데, 틀린 말 아닌 것 같다. 의사가 하는 말을 들은 거니까 뭐. [머리에서 분수가 난다?] 그런 비슷한?


하여간 이건 짧다. 잔상처럼 보인다. 난 관측수가 없으니까. 2인조였다면 옆의 서포터가 그걸 여실히 보는 것이겠지. 일단 나는 총과 몸이 흔들리니까. 그래도, 당기면서 총과 몸이 흔들려도 표적으로 ‘끝까지 바라본다!’ 생각해야 조준점이 안 흐트러지니까.


그 외에 특이한 것은 맞을 때 튀는 피로, 어딜 맞추냐에 달렸다. 혈관을 때리면 당연히 그 짧은 순간에도 공중에 뿜으면서 쓰러진다. 특히, 거리가 가까워서 머리를 조준했을 때, 대게는 멈추지 않는데, 뭔가 정황을 보려고 정지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 내 검지가 감사하게 당긴다. 그건 당기기 전에 맞은 것이나 진배없다.


생각보다 심하게 공중에 진흙 찰떡이 날아가듯이 튀는 경우가 있었다. 그건 머리 중에서도 혈관과 뇌를 정확히 때린 것 같은데, 항상 그렇지만, 불쌍하다. 맞아서 불쌍한 것이 아니라 뭐, 그냥, 불쌍한 거지 뭐. 어쩌라고.


하나는 그랬다. 맞고 쓰러져서 저대로 끝나는구나 했는데, 갑자기 머리를 들더니 입으로 걸죽하게 오바이트 쏘듯이 뿌리고 머리가 떨어져 멈췄다. 종종 몸을 부르르 떠는 때도 있는데, 많이는 안 나타나고 어쩌다 그런다.


이런 것들이 어떤 표본은 안 된다. 어떤 %로 규정할 순 없다. 쏘면서 적중하는 실루엣을 보면서 총을 거두고 위치 변환/전환을 한 경우도 많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대상 본인) 왼쪽 가슴을 정확히 말끔하게 끝내주고 싶은데, 이게 뭐 먹을 떡이 보기 좋게 대주는 건 아니니까. 몸이 옆으로 섰을 때는 어지간해선 안 쏜다. 좌우 오자차 조금만 나면 스치고 지나갈 수 있다. 옆으로 서면 정말로 몸통 중간에 넣어야 하니까. 왼쪽 가슴을 노출한 상태로 1초라도 정지해주지 않으면 오차가 날 수 있어서 총알이 아깝다. 총알 하나가 내가 쏜 진지(거점) 하나니까.


맞았는데, 큰 거 안 건드리고 스쳐 맞았나 싶을 때가 있다. 맞자마자 쓰러진 건지 엎드린 건지 모르게 출렁이며 움직이는데, ‘아, miss?’ 하는 찰나에 멈췄다. 멈춘다. 이건 답처럼 말할 수는 없는데, 내가 보고 느낀 것으로는 맞고 나서 급격하게 움직이면 급격하게 멈춘다. 도망치려는 액션을 취한 것도 있는데, 생각보다 포복하려는 것처럼 급격하게 움직이다 이내 순간적으로 멈췄다. 너무 머리만 쐈나? 근데 내가 전선의 저격수도 아니고, 부상 입혀서 조력자를 늘리고 조력자를 2차 저격할 것도 아니고. 나는 보내는(?) 게 올바른 전술이지. 이건 저지작전도 거부작전도 아니다. 그냥 너희들에게 영면의 숫자를 장부상으로 충격을 주는 거다.


가슴에서도 분수가 종종 터진다. 확실히 굵은 핏줄이 집중된 장소가 가슴이다. 남의 대학병원 외상센터로 급송해도 안 될 거다. 나는 직후에 부르르 떨리거나 팔다리가 허우적거리는 것이 보기 싫어 머리를 조준한다. 그러므로 가장 확실하게 안정적인 거리를 – 위험하더라도 최대한 가까이 붙여서 시도한다. 200 너머에서 쏘면 내가 안전하지만 효과가 적다. 어디 맞았는지도 모른다. 순간적으로 전부 엎드리니까 2번 표적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내 안전과 효과는 병립하지 않는다. 카드는 하나다.


손 정도는 있었는데, 그분께서 가시면서 팔이나 다리가 공중에 들린 채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팔은 하나 있었던 것 같다. 들린 채로 멈춘 거.


대체로 굳는 액션이 많은 것 같다. 마지막 동작으로 굳는 느낌도 있고, 본능적으로 급격하게 뭘 하려고 굳는 것도 있다. 하여간 대체로 굳는다. 푹썩 쓰러져서 물렁물렁 편하게 가는 건 별로 못 본 듯싶다. 흔히 말하는 탄두가 살/뼈에 때리는 강력한 운동에너지, 분명히 적지 않다. 크다. 내가 보는 반대 방향으로 벌러덩 이 기본이다.


하나 신기한 건 : 어떤 대열이나 무리에서 첫 번째 쏠 때 그런데, 대상이 갑자기 천천히 – 마치 나를 바라보듯이 – 나와 정면으로 얼굴을 돌려 멈춘 것이 몇 번 있다. 정말 나와 얼굴 대 얼굴 마주 보는 느낌이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멈추면 내가 안 쏠 수가 있나. 그렇게 좋은 상태 멈춘 상태를 어찌 안 쏠 수가 있나. 하여간 뭘 느꼈나? 무의식적으로 공기를 읽었나? 무슨 생각을 하면서 날 바라보는 게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내 쪽을 바라봤단 거다. 한두 번이 아니다. 다섯 번은 그런 것 같다. 물론 모두 갔지. 물론, 첫 사람 이후 소리를 듣고 내 쪽을 보는 건 많았다. 내가 말하는 건 아직 첫발을 안 쐈을 때 (물론 2탄은 희소하지만) 고요한 가운데 나를 향해 돌리는 얼굴 말이다.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알 것 같다. 알 것 같다.


흔하게 나타나는 머리 위로 피 분수. 나는 물리적 운동에너지가 강하게 때리고, 혈관 등에 맞아도 잠시 뒤에 피가 분출할 거로 생각했었다. 아니다. 핏줄은 강하고 역동적이다. 정확히 머리에 적중했다는 건 상체 위로 번지는 분수. 또한 나는 그런 것이 총알 사출구에서 터질 걸로 생각했다. 정면 얼굴을 또면 뒤통수에서 터질 걸로 생각했다. 아니다. 사입구에서도 구멍만 뚫는 것이 아니라 퍼진다. 총알이 파쇄되면서 살을 때리면서 근처 핏줄을 대형 하수구가 깨지듯 터지면서 위로도 솟는다. 탄두 운동에너지가 가볍게 구멍만 뚫는다는 건 5.56mm가 거의 수평으로 들어갈 때나 모르겠다. 분수가 후광처럼 머리 위로 퍼진다. 분수를 보면 더 관측할 필요도 없다.


가장 불쌍한 모습은, 두세 번 봤나? 옆으로 넘어가는데 몸이 움츠러들 듯이 어깨가 들리고 손이 몸통으로 모이고 약간 태아 같은 자세로 넘어갈 때다. 애처롭게? 마치 애기 자세로? 이런 거 보고 안 불쌍하면 내가 인간이 아니지. 그런 몸 상태로 고개까지 숙이면서 움츠렀던 걸 본 것 같다. 고개가 먼저 푹썩 꺼지면서 몸이 뒤따라 내려가는 영화 같은 건 있다. 하지만 내가 하도 머리만... 그랬나? 탄두 운동에너지가 고개 푹썩 꺼지게 안 놔둔다. 그냥 통짜로 넘어간다고 보는 게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한번은 표적 옆에 개가 있었다. 개의 주인인 하전사를 쓰러졌다. 그렇다면 개는 안전한 것인가? 영면하지 않아 안전한 것, 행복한 것인가? 내가 뭔 개를 쏘나... 하지만 똑같다. 표적이나 내가 나나 똑같다. 개는 분명히 잡아먹을 것이고, 이 땅에서 그런 개의 운명은 결코 남조선의 방식이 아니다. 유명한 풍산개라고 해도 같다. 여긴 먹는다. 결국 개는 내가 안 쏘아도 비참하게 도륙당해 먹힌다. 나 역시 언젠가는 표적이 된다. 그러니 내가 카드를 쓸 수 있다. 나에겐 지금 죄책감이 있다. 나만 산 것 같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한 것은 기대를 버린 것. 기대는 나의 시나리오다. 그런 건 없다. 나도 팔다리 허우적거리는 돼지가 되리라. 그전까진 내가 돼지를 잡는다. 멧돼지는 안 쏜다. 어차피 회충 십이지장충 덩어리.


저마다 돼지가 된다. 최대한 오래오래 늙어 죽는 돼지가 되려고 안달이지. 그래서 돼지들이 말이 많아. 조지 오웰의 지도자 돼지가 되려면 돈과 권력이 필요하거든. 그 사과와 우유를 차지하기 위해 인간들 말이 많아. 여긴 말이 없어서 마음도 평안해. 떠들던 새끼들은 남쪽에서 우리 집에 대포동 떨어질까 좆이 오무라들었겠지? 13여단은 어차피 대포동 1호 표적이었고, 참수부대라고 보안을 지키지 못한 대가는 군발이가 당하는 거지. 올바른 지휘관이었다면 그런 부대는 관사 아파트부터 부대에서 이격을 고민해야 해. 내가 알 바 아니지만. 알았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대포동의 정확도를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적어도 여단본부를 조준은 하겠지?


글쎄, 걱정이다. 군인이라면 이동표적 관성 사격 정도는 해야지 않나? 내 총이 조준경도 없는 날 것이긴 허나 말이지.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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