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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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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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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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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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 제주도로 떠납니다.

DUMMY

호진을 위해 후원자를 자처하신 할아버지들. 그런 할아버지들의 배려에 보답해야 했다.


‘수석 입학 정도는 돼야겠지?’


재벌고의 입학시험은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했지만, 호진은 자신 있었다.


‘회귀에 암기의 업까지 있는데, 수석 입학 못 하면 그건 내가 문제 있는 거지.’


호진은 평소에도 착실하게 공부를 해왔다. 간파의 업 덕에 잠시 내려놓긴 했지만, 그건 지금부터 보충하면 될 일이었다.


‘제대로 한번 해보자.’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분식집 일과 다방 일을 그만둔 건 아니었다. 카르마를 수급할 수 있는데, 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벌고에 입학하는 게 점점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윤호진 학생 집 맞습니까? 미리 짐을 옮기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재벌고에서 보낸 사람이 집에 방문해 짐을 가져가기도 했고.


“윤호진 학생. 제주도 티켓이 발급됐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입학원서에 작성한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제주도행 항공권이 발급됐다.


“아들. 저번에 짐 옮기는 것도 그렇고 비행기 표도 그렇고 돈 안 줘도 돼?”

“예. 학교에서 전부 지원해주는 거예요.”

“부자 학교라 다르긴 다르구나.”


엄마 말대로였다.

이건 재벌고라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신입생에게 이런 지원을 해준다는 건 다른 학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그렇게 재벌고의 연락이 하나씩 오고, 입학식을 참여한 모든 준비를 끝냈을 때쯤.

어느새 입학식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


청주 공항 국내선 로비.

무슨 날이라도 되는지 청주 공항이 북적였다. 게다가 방문객들의 행동도 대부분 비슷했다.

하나같이 부모와 아이가 작별을 나누고 있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 모자(母子)가 있었다.

주위에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내듯 고고히 서 있는 한 청년. 그는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모자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작별을 나누고 있었다.


“아들. 전화 자주 해.”

“네. 특별한 일 없으면 매일 할게요.”

“음식도 잘 챙겨 먹고.”

“밥 잘 나온대요. 걱정하지 마세요.”

“부잣집 애들한테 기죽지 말고, 우리 아들이 훨씬 잘났어.”

“그럼요. 누구 아들인데. 걔들이 기죽을걸?”


엄마의 조언은 공항이 오기 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귀찮거나 잔소리같이 느낄 만도 한데, 호진은 미소를 지은 채 엄마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들. 엄마는 항상 아들 편인 거 알지? 힘들거나 못 견디겠으면 다 때려치우고 나와. 엄마가 책임질게.”


엄마의 표정엔 애정과 염려가 가득했다.


“알겠어. 엄마. 일단, 할아버지들께 일러보고 그래도 안 되면 도망칠게.”

“그래. 꼭 말씀드리렴.”


졸업식 이후로 할아버지들은 분식집으로 식사도 자주 하러 오시고, 엄마와 함께 이야기꽃도 피우셨다.

그 결과 엄마와 할아버지들은 빠르게 친해지셨고, 엄마도 할아버지들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걱정 안 하라고 해도, 계속하실 테니까. 걱정 안 하시게 전화 자주 할게요.”

“그래. 우리 아들.”

“여름 방학 금방이야 엄마. 방학 때는 집에 올 거니까 걱정마시구요.”


아들이 걱정하지 말란다고 부모가 걱정을 거두는 법은 없다. 호진의 말에도 엄마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알겠어. 걱정 그만할게. 우리 아들 멀리 가는데 괜히 심란하겠다.”


그저, 걱정하지 않는 척하실 뿐이었다.


“아들 잘 갔다 와.”

“알겠어요. 잘 갔다 올게요.”


엄마는 걱정을 숨긴 채 아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고 호진이도 모른 척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슬슬 들어가 볼게요.”

“벌써?”


엄마는 그렇게 되물으시며 주위를 둘러보셨다.


“어르신들 안 만나고 가게?”

“할아버지들?”


그러고 보니 엄마에겐 호진이가 아직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 벌써 인사드렸어요. 괜히 와 봐야 엄마만 방해한다고 안 오신다고 하셨어요.”

“그랬어?”


아들과 마지막 시간을 온전히 보내라는 할아버지들의 배려였다. 엄마는 말은 안 했지만, 내심 고마워하시는 거 같았다.


“진짜 들어가 볼게요. 엄마.”

“그래 아들. 잘 다녀와.”


엄마와 아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


재벌고에서 보낸 항공권이 일반적인 항공권일까? 전혀 아니었다.

비행기 내부에는 일반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전부 재벌고를 입학하는 신입생들뿐이었다.

놀랍게도 입학생들을 위해 특별 편성된 항공기였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재벌 중에는 항공 재벌들도 포함되니까.’


한국항공과 동아시아항공.

두 항공사에서 신입생들을 위해 항공기를 특별 편성해 준 것이다.

승무원들은 이 사실을 신입생들에게 알려 준다.


“본 항공기는 아카데미 신입생들을 위해 특별 편성된 항공기입니다.”


그 말에 신입생들이 웅성거린다.


“학교에서?”

“미쳤다. 진짜.”

“와. 괜히 재벌고로 불리는 게 아니네.”

“재벌고 입학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네.”


아이들은 재벌고에 감탄하고, 재벌들의 힘에 감탄한다. 하지만 호진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는 나도 저랬지.’


호진은 저 신입생들처럼 재벌고와 재벌들의 힘에 깜짝 놀랐었다.


‘재벌을 동경하게 만드는 거야.’


재벌을 동경하게 만들고,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새인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재벌가의 종놈을 자처하게 된다.


‘재벌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니야.’


재벌고는 사업가들이 재능있는 아이들을 지원해주기 위해 만든 학교가 아니었다.

재능있는 인재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서 학교를 만든 것이다.

그런 호진의 생각을 증명하듯 재벌고로 향하는 길에는 놀랄만한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아카데미 입학생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학교 버스에 탑승하시면 됩니다.”


비행기에 내린 뒤에는 학교 마크가 찍힌 수십 대의 버스들이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


“기숙형 학교에 스쿨 버스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재벌고 재벌고 이야기만 들었지. 괜히 재벌고로 불리는 게 아니네.”

“야! 내부는 더 미쳤어. 우등버스보다 더 좋은데?”

“화장실이 있는데? 와. 이런 버스가 다 있네···.”


그렇게 버스를 타고 학교로 오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기숙사에 가기 전에, 학교를 한 바퀴 돌겠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생활하실 학교입니다. 잘 봐두시길 바랍니다.”


굳이 버스를 타고 학교를 도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가 너무 커다래서 도보로는 한참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야외 수영장? 저런 게 있어?”

“실내 수영장도 있을걸?”

“지금 수영장이 문제야 저쪽 봐라. 난 뭔가 했더니 저거 골프장이란다.”

“미친. 골프장?”

“승마장도 있는데 골프로 놀래기는.”

“야야! 저거 봐. 잔디 구장이 몇 개야? 풋살장도 있는 거 같은데?”


스포츠와 관련된 시설은 고작해야 시작일 뿐이었다.


“야. 학교 건물 봐봐. 저거 뭐야? 대학건물 같은데?”

“저거 본관 아닐걸? 맞네. 저기 동아리 건물일걸? TV에서 본 거 같아.”

“미친. 진짜? 무슨 동아리 건물이 저만해!?”

“건물 진짜 장난 아니다. 이런대서 공부하는 거야? 3년 내내?”

“저기 과학실험실 아니야?”

“저쪽은 음악 같은데?”

.

.

.

.

각종 건물과 시설들이 학생들을 계속해서 놀라게 했다.

그렇게 학교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신입생 대부분의 얼굴에는 자부심 비슷한 게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재벌고의 놀라움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기숙사는 1인 1실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인실은 1학기마다 신청을 받고 있으니, 그때 신청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학교 기숙사인데도 불구하고 1인 1실을 사용했고 내부는 마치 호텔을 방불케 했다.


“청소와 세탁은 모두 학교에서 해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안내 책자가 있으니 그걸 참고하시면 됩니다.”


학생들이 할 일은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는 일뿐이었다. 청소나 세탁 등 생활에 관련된 일은 할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식당을 안내하겠습니다.”


모든 시설을 둘러보고 마지막에 도착한 곳은 식당이었다. 호진은 둘러보는 순서조차 치밀하게 짰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배고플만한 타이밍이야.’


학생들이 배고플 만할 때.


“모두 뷔폐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드시면 되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천국을 보여줬다.

신입생들은 모두 환하게 웃으며 음식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정말 대단하네.’


삶의 질이 올라가면, 사람은 쉽사리 내려오지 못한다.

아래쪽에서 만족하고 살던 사람들도, 위쪽을 맛보면 내려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재벌고는 아이들에게 위쪽을 맛보여주고 있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도록.


***


‘슬슬 시작할 때가 됐는데.’


호진은 식사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신입생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음식을 흡입하고 있었지만, 곧 시작될 것이다.

그런 호진의 생각처럼 잠시 후, 한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나왔다.


“아-아. 안녕하십니까. 신입생 여러분. 식사는 멈추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안내할 게 있을 뿐이니 그냥 식사하시면서 들어주시면 됩니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잠깐 놀랐던 아이들이 다시금 식사하기 시작했다.


“저는 입학시험을 총괄하고 있는 이영준이란 사람입니다. 잠시 입학시험을 안내해 드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더니, 입학시험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어?”

“입학시험?!”

“갑자기!?”


식사하고 있던 아이들은 깜짝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그렇게 아이들 대부분이 당황하고 있을 때, 호진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이내 호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얼굴에 호기심이란 감정이 떠올랐다.


“자. 오늘 학교를 다들 둘러봤을 겁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3년간 지내실 학교지만, 몇몇 분에겐 아닐 겁니다.”


상위 10명에겐 후원자라는 특권이 있는 것처럼 하위 10명에게도 특별한 게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학교의 전통을 알고 계실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은 자격이 되는 학생들만 누릴 수 있습니다. 하위 10명은 입학식에 참여하지 못하고 퇴교 처리되실 겁니다.”


이제 막 졸업식이 끝난 아이들을 제주도로 불러모은 이유였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퇴교처리 된다고 해도, 고등학교 진학엔 지장 없으실 겁니다.”


최고급을 맛보여주고, 퇴교를 보여주면 사람은 절박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

어느새 주위 아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입학시험은 내일모레입니다. 컨디션 조절 잘하시고 그날 다시 뵙겠습니다.”


그는 그말을 남기고 등장했을 때처럼 조용히 퇴장했다.


“아···.”

“나 먼저 들어간다.”

“나도 들어갈거야!”


식사하던 아이들 또한 동시에 일어나 기숙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재벌고는 이제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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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입학 시험. +24 20.08.31 7,896 267 11쪽
16 016. 제자는 스승을 따라간다. +12 20.08.30 7,956 226 12쪽
» 015. 제주도로 떠납니다. +14 20.08.29 7,982 224 11쪽
14 014. 졸업식 +14 20.08.28 8,009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8,007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78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60 229 11쪽
10 010. ‘소울’의 업? (2) +13 20.08.24 8,296 234 12쪽
9 009. ‘소울’의 업? (1) +13 20.08.23 8,788 222 12쪽
8 008. 커피가 맛있다. +8 20.08.23 8,987 2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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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味 다방 종업원(1) +7 20.08.20 9,758 213 12쪽
4 004. 인사(2) +11 20.08.19 10,111 234 12쪽
3 003. 인사(1) +5 20.08.18 10,917 2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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