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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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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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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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재구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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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신인류가 탄생한 지 300년이 흘렀다.


Dr.센은 신인류의 창조주로 추앙되고 있었다. 세계정부는 그의 연구소가 있었던 미국 유타주의 중소도시 ‘이모르텔(immortelle)’을 새롭게 정비하여 그에게 봉헌하며, “Dr.센 시티”라 명명했다. 이듬해 Dr.센 시티는 세계정부의 수도가 되었다.

세계정부의 수도가 된 Dr.센 시티의 중앙청사 지하에는 너비만 50,000㎡에 이르는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 영생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시스템 “썬”을 설치하고는 “태양의 신전”이라 불렀다. 신인류는 자신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수여한 Dr.센에게 영원한 생명의 보호까지 맡긴 셈이다.

메인 시스템 “썬”은 확장을 거듭하며 세계 모든 시스템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러한 “썬”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Dr.센이었다. 세계정부와 신인류는 “썬”의 기능이 조금씩 확장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Dr.센에 대한 존경과 믿음으로 방치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썬”의 기능이 너무 과해진다 싶어 세계정부가 통제하려고 나섰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정부의 판단보다 ‘썬’의 기능이 몇 배는 확대된 상태였기에, 정부조차 썬의 통제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Dr.센의 명예와 권세와 부는 끝이 없었고, 모든 이들이 그를 칭송했으며, 모든 권력자가 그의 이름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되었다.

하지만 Dr.센은 행복하지 않았다.

이미 수차례 육체를 바꿔가며 수백 년의 삶을 연명하고 있었지만, 그것조차 행복을 보장하지 못했다. 영원한 생명, 영원한 권력, 영원한 명예, 영원한 부를 소유하고도 오히려 불안과 걱정만 심해지고 있었다.


‘혹시…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수백 년 전, 듣는 순간 잊어버렸던 신학자의 경고가 불현듯 떠올랐다.


“당신은 영혼을 옮길 수 없습니다.”

한번 기억이 떠오르자 충고하던 그의 음성과 억양과 표정까지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기억력을 저주했다.


그 저주 때문이었을까? Dr.센은 번식불능이 신인류의 완전성에 대한 상징이 아니라, 자신의 실패에 대한 증거처럼 여겨졌다. 번식불능이 처음 알려졌을 때, Dr.센은 ‘뇌 이식 수술’을 받았던 사람들의 절반도 불임이었음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침묵했다.

그가 침묵하자 진화론자 아돌프 박사가 ‘최종진화론’을 발표했고, 번식불능은 성공과 축복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게 250년 전이었고, 그동안 Dr.센은 ‘최종진화론’에 대한 열혈신도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300년 전 지워버렸던 ‘신학자의 경고’가 떠오르며 ‘최종진화론’에 대한 저주받을 의심이 생기고 말았다.


센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저주처럼 이미 늦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확인해야 했다. 자신이 성공한 것인지, 실패한 것인지.

Dr.센은 영혼 따위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없었다. 아니 변하기 싫었다. 두려웠다. 그렇기에 더욱 확인해야만 했다.

인간의 존귀함은 영혼 따위에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을 지배할 수 있도록 진화된 승자의 권리로 획득한 것이었다.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만, 인간이 승자의 권리로 자신에게 우선권을 부여했을 뿐이다.

그러나 영혼이 실제로 있다면?


Dr.센은 영혼을 부정했다. 그렇다고 영혼이 진화로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순진한 과학자도 아니었다.

영혼이 있다면 영혼을 만든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인간의 존귀함은 신이 부여한 영혼이라는 특별함에 의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그 저주처럼, 단순히 뇌 속의 정보를 이식한다고 해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인류는…….’

비록 가정이지만, Dr.센은 엄청난 결론에 몸서리쳤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언젠가는 박사님이 저지르고 있는 짓이 얼마나 큰 비극인지 깨닫게 될 겁니다.”

그토록 잊으려 한 목사의 말이 들렸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때의 인류와 박사님이 불쌍하기만 하군요.”

Dr.센은 머리에 붙은 벌레를 떨어버리려는 사람처럼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잡념이라는 벌레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이후겠지요.”

“아냐! 아직 늦지 않았어, 아직 늦지 않았어! 아직이야!”

Dr.센은 발작적으로 소리를 높였다.


“그래, 아직 영혼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아니야!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에는 결코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그때까지 난 결코 실패한 게 아니야!”

혼자 남은 연구실에서 미친 듯이 소리쳤다.


Dr.센은 자신의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복기했다. 실패를 확인하기 위해 본인의 연구를 의심하며 복기해야 하는 심정은 참담했다. 하지만 뭔가에 홀린 것처럼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내가 밝혀내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아낼 수 없어! 나만 잠자코 있으면 돼! 누구도 의심하지 않아!’

속삭임은 강렬했다. 포기하면 편할 텐데, 영원한 행복이 눈앞에 있는데, Dr.센은 어리석게도 검증작업을 포기하지 못했다.

자신까지 속여오던 지난 세월이라면 모를까, 이미 의심하기 시작한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

Dr.센은 모든 것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자신의 업적을, 자신의 실험을, 실험의 전제를…….





“젠장! 젠장! 빌어먹을!”

거만할 정도로 고상했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책상 위의 책과 서류와 실험 도구들이 바닥을 굴렀다. 센은 책상까지 엎어버리려다가 힘이 부족하여 멈출 수밖에 없었다.

책상을 엎을 힘도 없는 자신, 그것이 바로 자신의 현실이라 여겨졌다. 센은 이를 악물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아무리 냉혹한 현실이라도 마주해야 했다.

자신이 확신하던 전제의 오류를 마주했다.

그는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은 ‘없는 것’이라 전제했다. 평생 그것을 진리라 확신했다.


“영혼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기에 없다.”

그러나 반대의 논리도 성립한다는 건 외면했다.

“영혼이 없음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기에 존재한다.”


둘 중 어느 전제를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믿음과 신념에 따른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 선택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제시할 수 없다. 그 자체가 논리와 과학의 영역을 떠난 문제이기 때문이다.

Dr.센은 자신을 열린 과학자라 자부했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리를 탐구하는 구도자라 확신했다. 그럼에도 그는 유물론적 과학자로서 “과학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없으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만 옳다고 확신했고,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Dr.센은 자신의 전제와 반대되는 전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영혼을 찾아낸다면 자신이 틀린 것이고, 찾아내지 못한다면 최소한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어도 될 것이다.





그의 신앙과 같은 전제를 뒤집어보려는 큰 결단을 했음에도, 연구는 시작하자마자 장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영혼을 가진 사람이 없어!’


인간에게 원래 영혼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도, 단 한 번이라도 육체를 이동했다면, 그는 영혼 없이 육체만 소유한 셈이다. 이식에는 영혼을 옮기는 과정이 없었다.

Dr.센은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진정한 과학자로서 자신의 전제마저 뒤집어보고자 애쓰지만, 그런 자신을 방해하는 현실이 고마웠다.

‘그래, 난 할 만큼 했어. 어쩔 수 없잖아? 영혼 따위는 처음부터 없던 거야. 말이 돼? 신이 존재한다는 게?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넌 최선을 다 했어.’

Dr.센은 울었다. 웃었다. 안심했다. 실패를 가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토록 개운할 수 없었다.

거기서 멈출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저주받을 두뇌가 해결책을 생각해내고 말았다.


“후손.”

신인류 사이에서 0.1% 확률로 태어나는 아기는 마치 인형처럼 육체적으로는 완전하지만, 인성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 이유를 찾아낼 수 없었지만, 영혼이 존재한다고 전제하면, 하나의 가능성이 보였다.

“영혼이 없는 신인류는 영혼을 가진 자녀를 낳을 수 없다. 그래서 자녀를 낳지 못하고, 낳는다고 해도 영혼이 없는 껍데기만 낳게 된다?……”

Dr.센은 자신이 세운 전제를 검증할 방법을 고민했다.


“신인류든 그 후손이든 영혼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면, 왜 신인류는 인격이 있고, 후손은 없는 거지? 왜? 무슨 차이로!”

Dr.센은 같은 질문을 계속 던졌다. 입으로 중얼거리고, 손으로 쓰고, 써놓은 것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신인류는 영혼을 소유했던 적이 있어!’

Dr.센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비록 육체를 이전하며 영혼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영혼이 육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면, 그 흔적은 어떤 식으로든 경험과 기억에 남게 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육체로 기억을 옮길 때 영혼 자체는 옮겨지지 않더라도, 흔적은 기억과 함께 옮겨지는 것이다.

반면, 신인류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처음부터 영혼이 없었다. 영혼을 갖고 살아본 경험이나 기억이 없기에 영혼의 흔적조차 없다.

‘이 전제가 옳다면, 신인류에게서 영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야.’


Dr.센은 인형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신인류를 철저히 검사하고 분석하고 비교했다. 뇌파뿐만 아니라 신체 전체의 신호와 파장까지 분석해야 했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영생 프로젝트를 완료한 이후,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썬’을 확장하거나, 정부를 손에 넣거나, 기업을 세우거나, 다른 물건을 개발하는 등의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어려운 연구일수록 그에게 어울리는 일이었다.

Dr.센은 비밀리에 세계 각지에서 태어난 ‘인형’들 300명을 구했고, 영생 프로젝트의 개선이라는 핑계로 실험 지원자 300명을 모았다.


37년의 연구 끝에 희미한 차이를 발견했다.

인형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신인류의 차이는 단 하나였다.

심장박동.

그 두근거림 속에 감춰진 미세한 파장.

그것이 신인류에게는 있지만, 인형에게는 없는 유일한 차이였다.

만약 영혼의 존재를 가정하고 파헤치지 않았다면, 아니 영혼이 없는 인형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면 절대로 발견하지 못했을 은밀한 암호였다.


인간의 영혼은 ‘심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영혼을 가진 자가 사라진 지금에 와서는 영혼이 심장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심장이식 같은 경우 본인과 어떻게 연결을 유지하는 것인지 알아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영혼이 심장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했다.

37년 만에 영혼을 찾아낸 Dr.센은 미친 듯이 웃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인류에게 영생을 주었던 자신의 업적이, 실제로는 인류의 영혼을 빼앗아 죽지 않는 인형, 아니 영원히 죽어있는 인형으로 만든 것이다.





Dr.센은 두 달 동안 미친 듯이 행동했다. 울다 웃고, 웃다가 울었으며, 이유 없이 욕하고, 이유 없이 비웃었다. 그의 광증(狂症)에 주변 사람들이 불안해할수록 더 즐겁게 발광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번민하던 Dr.센은 힘겹게 결심했다.


‘되돌리자. 그것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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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최종진화-2 +4 14.08.08 705 14 12쪽
25 최종진화-1 +6 14.08.06 615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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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의 정원-3 +4 14.08.01 629 17 12쪽
22 신의 정원-2 +2 14.07.31 650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602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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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6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6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10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8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3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802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8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8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5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6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8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81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3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3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9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64 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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