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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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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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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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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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좀비오의 부활-1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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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지옥도가 펼쳐진 센트럴파크, 점점 다가오는 무자비한 공포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된 북문. 그 한가운데서 센은 30년 전의 추억에 잠겨 다가오는 지옥을 외면하고, 머나먼 낙원에 머물고 있었다.


센의 얼굴에 쏟아진 뜨거운 액체가 그를 현실로 불러들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떠올린 그는 상황을 살폈다. 그것들은 멀지 않은 곳까지 다가 와 있었다.

찝찔한 액체가 입술을 타고 들어왔다. 피였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도 센의 옆으로 작은 빈터가 생겨있었다. 빈터에 누운 시체는 한쪽 눈이 터져있었고, 그 손엔 총이 걸려있었다.


그들에게 당하느니 자살하는 것이 낫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살할 도구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센은 천천히 총을 집어 들었다.


‘충격총이라도 구한 게 다행일까?’


호신용 총이라 살상력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옆에 쓰러진 남자처럼 눈에 대고 쏜다면 뇌에 가해진 충격으로 죽을 가능성도 높았다.


‘문제는 확률이 반반이라는 거지.’


센은 머뭇거렸다. 지옥은 다가오고 있지만, 피할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충격총을 사용했다가 기절만 한다면, 무방비 상태로 지옥을 맞이하게 된다.


‘제길, 반반의 확률이라도 얻은 걸 기뻐해야 하나?’


센은 천천히 충격총을 눈앞으로 가져갔다.


‘나와 다시 결혼해 줄지 모르겠군.’


그녀와의 결혼생활이 이렇게 끝난다는 게 억울했다.

센은 방아쇠를 당겼다.


-틱!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역시 발사되지 않았다.


“으아!”


괴성을 지른 센은 탄창이 빈 충격총을 멀리 집어던졌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센은 에어볼로 사람들을 밀어버릴까 고민했다. 에어볼에 밀린 사람들은 기절하거나 부상을 당할 테고, 그 후엔 지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옥이 다가올수록 센의 갈등도 점점 깊어갔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수십 명이 날아가며 비명을 질렀다.

무너진 담장 아래로 수십 명이 깔렸고, 그 위를 치안유지군이 밟고 들어섰다. 치안유지군은 환호하는 피난민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센을 지나 뒤쪽으로 갔다.

센으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것들과 함께 피난민의 끝자락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아마 90%는 시민이었을 그곳을 철저하게 박멸하고 있는 그들은 무자비해 보였으나, 죽는 자 중 누구도 원망의 눈빛을 띄운 자는 없었다.


한참의 총격이 끝나자 피난민과 그것들 사이에 공간이 생겼고, 그 사이로 치안유지군이 자리 잡았다. 비로소 안정을 되찾은 피난민들은 질서를 지켜 빠져나가는 사람들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이미 공원에 들어와 있던 상당수의 시민이 피해를 입었다. 다시 깨어난 피해자만도 500은 족히 넘을 것처럼 보였다.


숫자로는 밀렸지만, 화력에서는 앞서고 있는 치안 유지군이 적들을 향해 일제히 발포했다. 날뛰며 다가오던 그것들의 공세는 차츰 무뎌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것들은 인간 같지 않은 힘과 날렵함을 갖고 있었고, 몸통이나 머리를 통으로 날려버리기 전에는 죽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것들을 상대하는 치안유지군은 비싼 폭렬탄환을 사용했고, 그 때문에 전장은 언제나 살과 피, 그리고 파편으로 가득한 폐허가 되어버렸다. 위대한 Dr.센을 기념하는 이 공원도 같은 운명을 겪고 있었다.


탁 트인 공원에서의 싸움은 일방적으로 전개되었다. 팽팽하던 대치상태는 어느새 치안유지군의 일방적인 공세로 바뀌었다. 그것들은 후퇴하려 했지만, 기회를 잡기는 여의치 않았다.

치안유지군은 서서히 이동하며 그것들을 몰아붙였다.


“으악! 아, 안돼!”


치안유지군 중간에서 갑작스러운 비명이 울렸다.

시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들이 있었다. 죽음으로 깨어났으나 시체들을 덮고 숨어있던 것들, 그것들이 치안유지군의 대열 중간에서 병사의 등을 급습했다.

병사들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다급한 치안유지군은 서로를 향해 발포했다. 폭렬탄에 전우들이 터져갔다. 살아남은 전우들은 죽은 전우들을 향해서도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총격은 사람의 형태를 갖춘 시체가 없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사태가 수습되었을 때, 그것들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동료를 잃은 슬픔이 치안유지군을 잠시 감쌌으나, 금방 안정되었다. 치안유지군은 조심스레 시체와 파편들을 모아 쌓고, 주위에 소각용 소이탄을 둘렀다. 곧 모든 시체는 검은 연기와 끔찍한 냄새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



그것들은 약 60년 전, 신인류의 조상 ‘좀비오’의 죽음과 함께 출현했다.

첫 번째 신인류였던 좀비오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의 출현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신인류에게 죽음은 극복되었다.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었고, 육체는 갈아입을 옷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러니 좀비오가 죽었다는 것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그래서 어쩌라고?” 아니면 “좀비오께서 다시 젊어지시겠군.”하는 정도였다.

뉴스가 ‘죽음’의 의미를 밝혔지만, 누구도 그것을 믿지 않았다. 죽음은 친숙한 것이었고, 이빨 빠진 강아지에 불과했다. 죽음은 정복자의 호령에 굴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비오의 장례 일정이 잡히고, 모든 매스컴이 좀비오의 부활이 불가능함을 거듭 전하자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당황했다.

좀비오의 죽음은 구인류의 죽음과 같았다. 첫 번째로 영원한 생명을 얻어 신인류의 조상이 되었던 좀비오는 신인류 중 처음으로 죽음을 맞이한 죽음의 조상이 되었다.




뉴스들은 특별편성을 통해 좀비오의 죽음과 관련된 상황을 전했다.


“좀비오 선생께서는 죽음을 맞이하기 며칠 전, R.C.T.S를 탈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저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개인의 사정으로 R.C.T.S를 해지할 경우 즉각 백업을 실행하게 되어있는 C.B.S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는 좀비오 선생을 부활시키기 위해 이전에 백업 된 기억과 의식이 있는지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좀비오 선생의 육체는 생산된 지 고작 23년밖에 되지 않은 비교적 젊은 육체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신인류의 조상 좀비오 선생의 죽음이 육체적 결함 때문인지 외부적 요인 때문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좀비오 선생의 죽음에 동요하고 있으며, 정부를 향해 원인을 밝혀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며, 선생의 지위와 업적을 기려 Dr.센 시티의 부활센터 앞 광장에서 성대하게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좀비오 선생의 장례식에는 수백만 명의 군중이 몰려 그 죽음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400여 년 만에 치러지는 장례라 몇 가지 혼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으로 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정부 고위인사들이 꽃으로 뒤덮인 좀비오의 관에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입을 맞췄다. 그들의 순서가 끝나자 가드 라인 밖으로 줄을 서 있던 참배객들 차례가 되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사람들은 애써 눈물을 감추며 관이 놓인 단 위로 한 사람씩 올라섰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준비한 편지, 꽃, 작은 선물 등을 관 주위에 올려놓았다. 돌아서는 이들의 눈엔 눈물이 가득했다.


끝내 울음을 참을 수 없었던 한 여성이 좀비오의 목을 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떨어질 줄 모르던 여성은 기절이라도 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 애틋함이 좀비오에게 전해진 것일까? 사람들이 그녀를 떼어냈을 때, 죽은 좀비오가 눈을 떴다.

꽃밭 사이에서 좀비오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 모습에 놀란 사람들은 제자리에 멈췄다. 여자를 떼어내선 사람들도 그 여자를 내려놓고 제자리에 다소곳이 서서 부활한 좀비오를 영접했다.


좀비오는 관에서 일어섰고, 주위로는 꽃잎이 휘날렸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황홀경에 빠졌다. 좀비오의 몸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부활한 좀비오는 고개를 숙이고 은혜를 구하는 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한 명씩 다정하게 안은 후 목에 키스했다. 좀비오에게 안긴 사람들은 경건함에 억눌린, 참을 수 없는 신음을 뱉으며 쓰러졌다.

관이 놓인 단과 이어진 계단 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좀비오의 은혜를 입었고, 은혜를 입은 자들은 참다못한 신음을 발한 후 바닥에 쓰러져 잠시 경련하다가 멈추었다.


놀라운 기적의 현장은 종교심을 유발했다. 스스로 신이 되었다고 자부하던 인간들은 좀비오의 권위에 압도되었다. 어쩌면 이제 좀비오는 Dr.센을 뛰어넘게 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좀비오의 관에 마지막 인사를 남기려고 줄을 섰던 사람들은, 이제 좀비오의 가슴에 안겨 앞선 사람들과 같은 황홀경을 맛보기를 기대했다.




정희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위대한 조상의 마지막을 배웅하러 왔다가, 더 위대한 부활을 목도했다. 정희는 다른 이들처럼 살며시 눈을 감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좀비오의 숨결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수록 심장은 더욱 거세게 뛰었다.

경건함에 압도된 사람들의 비명 같은 신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나도 저들처럼 쓰러질 정도의 황홀경을 맛보고 싶어!’


고양된 종교심은 자신이 선택받은 존재라는 끝없는 자부심을 불러왔고, 좀비오를 더욱 위대한 신으로 받들게 했다.

드디어 좀비오의 손길이 그의 어깨를 감쌌다. 정희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그의 품에 안겼다. 앞선 사람들처럼 목에 좀비오의 입술이 닿는 것을 느꼈다.


‘으헉!’


좀비오의 키스는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다.


‘이건 위대한 의식이야! 새로운 생명으로 진화되는!’


무조건 참아야 했다. 이를 악물고 견디려 했지만, 신인류의 육체로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앙다문 이 사이로 신음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건 신음이 아닌 비명이었어! 아, 안돼.’


심장 어림으로부터 무언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스윙은 자신의 순서가 아직 멀었다는 게 불만이었다.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본다면, 충분히 앞에 서 있었지만, 언제까지 좀비오가 이 거룩한 의식을 거행하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만일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의식이 끝난다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녀는 더 앞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을 감고 의식에 집중하고 있었다. 스윙은 꿈틀거리며 자리를 비집고 앞으로 헤엄쳤다. 비좁고 힘든 길이었으나, 사람들의 반발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모두 종교심을 고양한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느라 새치기에 신경 쓸 겨를도 없는 것 같았다.

스윙은 상당히 앞쪽으로 올 수 있었지만, 아직 여전히 순서가 멀다고 느꼈다.


‘더 앞으로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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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태양의 신전-1 +4 14.08.13 530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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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최종진화-2 +4 14.08.08 705 14 12쪽
25 최종진화-1 +6 14.08.06 615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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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의 정원-3 +4 14.08.01 629 17 12쪽
22 신의 정원-2 +2 14.07.31 650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602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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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10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8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3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802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8 17 11쪽
»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8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5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5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8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81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3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3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9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64 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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