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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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9.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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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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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8화 분노한 4세계 괴물들의 왕.

DUMMY

‘어떻게 해야 하지!!!’


파괴의 주신 제우스는 가슴에 치명상을 입은 후. 지면에서 꿈틀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재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상처에는 녹색의 빛이 재생하려는 제우스의 살을 불태우고 있었고 흑표범의 야수정령인 칸다자는 이빨을 드러내며 빈틈이라도 찾는 듯이 지즈의 주위를 돌고 있었지만 람히르와 지즈의 전투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었다.

흑표범의 야수정령인 칸다자의 감각에 저 둘 사이에 끼어들어봤자. 자신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 상태로 그대로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반면에 벨라스트라즈 자신은...


‘마나가 없어...!’


그녀의 몸속에서 생산되는 양보다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으로 들어오는 왜곡된 마나에 파괴되는 것이 더 많았다.

아까 전의 창조 마법만 사용하지 않았으면 자신도 람히르를 도울 수가 있었겠지...


‘차라니 마법을 쓰지 않았으면...’


당장 눈앞에서 생명들이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해버린 마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자.

벨라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내가 그들을 구한 것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야... 하지만...’


벨라는 자신이 구한 인간들이 세레나를 비롯한 일행들에게 소리친 욕설들을 생각하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인간들은 모르겠지... 우리가... 구해줬다는 것을...’


로키(지즈)와 플로의 선동으로 벨라가 자신의 모든 마나를 희생하여 퍼져나간 흑사병을 억제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고,

오히려 로키와 플로가 마녀의 저주(흑사병)에서 자신들을 구원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이 사실에 벨라는 이가 갈렸지만, 현재 눈앞의 상황이 우선이므로 생각을 전환했다.


‘잉여주신 제우스는 뻗어있고, 람히르는 계속해서 지즈의 육체를 베지만,

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시 나타나고 있어. 그리고 칸다자는 기회를 노리지만 그것 뿐.

저 둘의 전투에 끼어들면.. 칸다자는 확실히 죽음을 맞이하겠지... 그럼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벨라는 지즈가 자신을 신경을 쓰지 않자. 상황을 분석해나갔다.


‘지즈의 재생을 막는 방법이나, 혹은 람히르에게 기회를 마련하는 것!... 음?’


파아아앗...!


벨라는 자신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언가가 대기 중으로 자신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익숙하지만 이질적인 것. 이에 벨라는 그 감각이 소름끼치는 것을 느꼈지만 곧 익숙하기도 한 것을 몸으로 깨달았다.


‘.......마나? 아니야.. 이건...’


“니드호그의... 마나....”


머리를 잃고, 주인을 잃은 니드호그의 내부에 있던 마나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 자신에게 흘려들어오고 있었다.

본래는 대기 중으로 퍼져나가야 하는 마나.

하지만... 그것들은 자신들을 대신할 주인으로 주위에 있던 드래곤인 벨라스트라즈를 선택하여 그녀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래... 난.... 용의 여왕의 직계 딸이니까... 너희들을 만든 어머니와 흡사한 나에게 오는 거구나...”


세상의 모든 마나는 근원적으로 마나의 주신. 이세리아로부터 나오며 그것은 그녀의 혈족인 드래곤들을 통해 모든 ‘세계’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면 ‘세계의 지원’이란 이름으로 힘을 빌려주었고,

평소에는 대기 중에 떠돌다가 사용되지 않으면 그녀에게 천천히 되돌아왔으며 이는 해당하는 속성을 사용하는 주인이 죽어도 마찬가지였다.

드래곤들의 마나는 드래곤 하트라는 결정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분해되어 이세리아나 2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수 천, 수 만 년의 시간이 걸리며 보통은 다른 존재가 그것을 주워 사용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드래곤이면서도 야수정령이기도 한 니드호그는 달랐다.

야수정령은 4세계 괴물들과 비슷하게 영혼이 육체가 되어버린 존재들... 그들의 육체는 물질이지만,

동시에 아니기도 하기에 그의 드래곤 하트의 분해속도는 너무나 빨랐고 그 결과...

주위에 가장 이세리아와 닮은 벨라를 향해 모두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조화 속성과 접촉되어있기에 이질적인 마나. 하지만.. 벨라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드래곤 출신인 니드호그가 이것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나도 사용할 수 있어!!!’


텅 빈 마나의 공간에 그녀의 마나를 대신하여 니드호그의 마나를 채워 넣는다. 이에 마나가 없는 무력한 드래곤을 흉내 내며 지즈가 눈치 못 채게 니드호그의 마나를 운용하는 벨라였지만 곧 속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니드호그의 마나는 너무 이곳 환경에 노출된 탓인지. 마나이면서도 마나가 아닌 낯선 감각이었다.

마치 비행기에 비행기 전용 등유가 아닌 경유를 대신 넣어버린 느낌이랄까?

불순물이 내부에 많아. 그녀가 고위 마법으로 사용하기에는....


‘현재의 나로는 힘들어. 저위마법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세계수의 영역에선 마법이 크게 약화되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니 자신의 육체로 직접 싸우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이라면.. 이것들이 들어온 후.

이것과 유사한 형태의 마나가 대신해서 그녀의 몸속에서 차오른다는 점이라서 이 덕에 저위 마법이라도 이곳에서 사용이 자유로워졌다는 점이겠지...


‘....아니! 방법이 있어!! 이것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이!!!’


벨라는 자신의 두 손을 모와. 그 내부에 니드호그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하였고,

곧 갑자기 들려온 비명소리에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치이이잇!!!


“윽!!!”


람히르가 황급히 뒤로 물러서자. 그녀의 순백의 날개 하나에 깊은 혈선이 보였고 이에 지즈는 능글거리며 그녀의 앞에 걸어갔다.


[나의 형제자매는 모두 재생력이 있는데... 너는 왜 이렇게 재생이 느리니? 나의 새로운 동생아?]


온 몸에 피멍이 들어 다소 지친 듯한 람히르의 모습. 하지만 지즈는 람히르의 검에 아무리 몸이 토막 나도 새롭게 만들어진 몸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죽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였다.


[이제 슬슬 지치는 것 같은데.. 포기하는 것은 어떻겠니?]


“닥쳐요!!!”


상처 입은 짐승처럼... 람히르는 지친 듯이 숨을 헐떡이면서도 검을 아래로 내리지 않은 채. 지즈를 겨루고 있었다.

벌써 그녀가 잘라낸 지즈의 육체들의 파편 수 십 개가 지면에 널려있었고, 그러한 육체의 파편들은 그녀가 얼마나 분투를 하고 있었는지를 눈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파지지직!!!


“....칫!!”


람히르가 일정 힘 이상을 끌어내려고 하면. 네메시스가 걸어둔 금제에 막혀 그것이 차단되었다.

마치 거대한 장벽이 막고 있는 느낌이랄까? 람히르는 그 금제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 장벽만 넘어서면... 이전에 13위 퀸과 싸웠을 때의 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람히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메시스님의 믿음을.... 내가 깨뜨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를 믿어주시는 분인데..!!’


네메시스가 걸어둔 금제는 람히르가 언제라도 부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는 돌이킬 수 없겠지. 금제를 깨는 순간.

람히르는 ‘시공간의 대천사 람히르’란 이름의 네메시스의 자식이 되어버릴 것이고,

막대한 힘을 얻는 대신. 빛의 주신 켈렌트와는 영원한 결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돌아온 네메시스가 변해버린 람히르를 보고는 크게 슬퍼하고 말겠지..

그런 상황만은... 원치 않았다...


‘네메시스님이... 나 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상당히 흥미로군... 아버지가 걸어둔 금제인가? 그런데도 그 정도의 힘이라니..]


지즈는 람히르에게서 반짝이는 스파크를 보고는 이를 드러냈다.


[대단한 걸...? 아버지는 대체 어떤 동생을 만들었기에 아버지가 이런 금제까지 걸어두고 곁에서 관리하는 거지?! 응?! 말해봐!!!!]


람히르에게 돌진하여 손톱을 휘두른다. 이에 람히르는 급히 고개를 뒤로 빼며 피하면서도 그의 턱을 발끝으로 걷어차며 공중제비를 하였고 그 반격에 지즈는 자신의 머리가 박살나면서도 외쳤다.


[너는 얼마나 강한 힘을 숨기고 있는 거냐?!! 응?!!!!]


“모르는 것이 나을 걸요? 만약 당신이 그것을 눈으로 보게 되면....”


람히르의 미간이 좁혀진다.


“당신은 확실히 제 손에 죽을 테니까.”


그것은 결코 람히르의 허세나 위협이 아니었다. 실질적인 진실. 람히르가 원하기만 하면...

주위 현실을 왜곡하고, 주신으로서의 권한까지 넘볼 수 있는 힘. 그 자체였다.

물론 이곳의 환경이 최악이다 보니, 당시의 힘 그대로를 재현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지면에 퍼져있는 마물들의 시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제 얼마나 더 재생이 가능하죠?”


지즈가 자신의 몸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는 마물들의 시체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조질 수는 있겠지. 하지만 지즈는 쿡쿡거리며 그녀의 말을 비웃었다.


[지금 너와 싸우면서 내가 조화 속성과 검은 피를 사용한 적이 있던가? 응?]


그랬다. 지즈는 오직 육체로만 싸웠을 뿐. 주특기인 생명 속성이나 조화 속성과 검은 피를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람히르를 서서히 상처 입혀 지쳐가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사냥감을 지쳐 죽게 하는 늑대들의 사냥방식처럼...


“그것들로 네메시스님을 상대하기 위해서겠죠!”


상식적으로 ‘네메시스의 자식’인 지즈가 네메시스를 상대할 만한 수단은 그것 뿐. 람히르의 대답에 지즈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과연 그럴까? 응?]


“.......”


불길한 미소. 지즈는 까마귀 날개를 퍼덕이며 자신의 손톱을 혀로 핥았다.


[내가 흉내 내기에 불과한 이것들로 모든 타락과 불결함의 아버지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머저리로 보이나? 어리석은 나의 동생아?]


“....모든 타락과 불결함의 아버지?”


지즈와 람히르의 대치 상태가 이어진다. 이에 지즈는 키득거리면서 먹이를 노리는 듯이 람히르와 칸다자를 비웃었다.


[너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구나? 우리들의 아버지에 대해서.... 그 심연에 있는 진정한 ‘괴물’을.... 너희는 아무것도 몰라... 천 년 전 전쟁을 겪은 야수정령도... 그분의 피를 이어받은 동생도... 으흐흐흐....]


지즈는 자신이 만든 인공 검은 피를 두 손에 담아 아름답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현재 두 갈래로 벌려진 턱을 하나로 합쳤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타락한 자! 그 분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모든 것들이 그 분의 색깔로 물들어! 걷는 것만으로도!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그의 검은 피에 물들여 녹아내리지... 거기에 예외는 없어... 그의 8번째 날개를 봐! 역겨운 조화 속성으로 이루어진 조화의 날개... 그 역겨운 속성조차 굴복해버린 것이 그 분의 타락이야...

우리들의 아버지에게 왜 ‘탐식’이란 이명이 있을 것 같아? 그는 먹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아...

그 분의 검은 피가 곧 아버지의 이빨이오, 위장이니.... 설사 4개의 세계의 모든 것들을 잡아먹어도! 우리 아버지의 배고픔은 사라지지 않겠지... 그래... 네메시스의 자식들이라 칭해지는 우리들도... 그 분이 지니고 있는 악성에 비하면 새하얀 백로의 깃털이나 다름없어!

그리고 아버지의 배고픔을 충족시키기 위해, 검은 피에서 우리와 같은 ‘자식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겠지... 아버지가 원하기만 하면.....”


지즈의 볼에 홍조가 생기더니 즐거운 듯이 웃어 제겼다.


“세상을 먹어치우겠지...! 아아...!! 그 얼마나 아름다운 미래인가!!! 모든 것이 검은 피에 잠겨서..... 위대한 타락과 불결함의 주인인 아버지의 육체로 하나로 합쳐지는 그 모습은....!! 그거야 말로 행복이오! 진정한 구원...!!!!”


미쳐있었다. 아니. 네메시스의 자식들이란 존재들 전부가 저럴지도 몰랐다. 그저 광기에 채워져. 모든 것들이 멸망하길 원하는 최악의 종자들. 이에 람히르는 네메시스가 왜 ‘네메시스의 자식’들이 욕구대로 행동하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었는지를 똑똑히 알 수가 있었다. 그 모습에 람히르는 솔직한 소감을 내뱉었다.


“역겨워요.”


“역겹다? 동생에게 그러한 말을 들으니 이 오빠는 슬프구나... 그럼 생명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하느냐?”


지즈의 손아귀에서 역겨운 액체가 흘러넘쳐 지면에 퍼져나가고 이에 람히르는 뒤로 서서히 물러났다.


“그건 바로 죽기 직전이다! 괴로워하고! 울고! 공포에 휩싸이고! 그러한 순간이야 말로 생명은 아름다운 불꽃으로 불타오른다!

죽음의 문턱에 가까울수록! 그들은 지금까지 재미없게 살아온 삶을 가치가 있다고 깨닫게 되지!!

그 고통이 가중될수록 그들은 스스로의 삶에 대해 후회하게 된다!

나의 귀엽고 앙탈진 동생아.... 넌 극도의 고통에 죽어가는 필멸자의 표정을 본 적이 있는가?

내 손에 정화된 그들은.... 모두가 웃고 있었다. 찌그려진 안구에서 핏물이 흐르고! 살점이 찢겨나가 고름이 흐르는 피부에도!

아래턱이 뽑혀 목구멍이 보여도!! 그들은 모두 죽기 직전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말로 생명이 피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빛!

그리고 그것이 가장 가치 있게 되는 일은 바로 타락과 불결함의 아버지에게 잡아먹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치 있는 생명인가! 아아...!! 그런데도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가? 응? 동생아?”


왜 타락한 생명이라 불러오는지 알 수 있는 삐뚤어진 사고방식이었다. 그 말에 칸다자는 성을 내며 외쳤다.


[잠깐! 그렇다면... 헤임달은 어떻게 했느냐!!!!!!]


“아아! 그 놈?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지즈의 입이 웃다 못해. 양 볼까지 찢어져서까지 웃어진다. 너무나 괴이한 모습. 하지만 칸다자는 그 웃음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너어....너어....너어어어어어!!!!!!]


“고문하다 죽였다. 그 놈도.... 행복한 표정을 짓더군.”


[네 이놈!!!!!! 용서 못해!!!!!!!!!!]


“안 돼요! 칸다자!!!!”


칸다자는 그 말에 몸을 숙이더니, 공포마저 잊고 한 순간에 지즈를 향해 뛰어올랐고 이에 지즈는 즐거운 미소를 짓더니 자신의 손을 펴서 수도 형태로 하였다.


“즐거운... 수박 깨기 시간이네!!!!”


지금까지 간만 보고 근처로 다가오지 않는 귀찮은 야수정령이기에 지즈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멍청한 야수정령은... 이것으로 확실히 머리가 잘려나간다! 하지만..


“개똥철학은 엿이나 먹어! 이 자식아!”


콰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지즈의 몸이 갑자기 옆으로 몰리더니 곧 그 방향으로 당겨져 지면을 구르기 시작하였고 그 틈을 타.

람히르는 흥분한 칸다자의 목을 잡고는 뒤로 빠졌다. 현재 그쪽의 지면이 인공 검은 피로 오염된 이상.

칸다자는 그곳에 닿기만 해도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진정해요! 칸다자!!”


[하지만!!! 하지만!!!!]


“흥분해선 그저 죽을 뿐이에요! 아무것도 못하고 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크윽... 알겠다.]


“근데.....”


람히르는 지즈가 갑자기 당겨진 방향으로 보자. 지즈의 몸이 무언가에 동그랗게 말려 멈추어져 있는 것이 보였고.

이에 람히르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자. 벨라는 자신의 가슴을 탕탕 쳤다.


“중력장 수류탄이야. 오늘 아침에 내가 네메시스에게 던진 거.”


“아... 근데... 당신은 현재 마나가 없잖아요?!”


“방금 생겼어. 뭐. 이건 넘어가자고.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바쁘니까 말이야.”


벨라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다시 지즈가 움직이자. 그곳에 자신이 창조 마법으로 만든 중력장 수류탄을 던져 넣었고,

이에 지즈의 육체가 막대한 중력장에 구겨졌다.


“이곳의 환경은 마법이 크게 약화되잖아? 그래서 내가 생각을 좀 바꿨어. 순수 물리법칙으로 이루어진 과학에 기인한 것이라면...

아무런 방해 없이 제 위력이 나올 테잖아? 다른 것도 설계도만 있으면 만들 수 있겠는데...

아무래도 내가 아는 설계도는 이것뿐이라서 말이지..

그.래.서.! 네메시스에게 던진 것보다 안전장치를 풀어서 위력을 다소 강화했어.

이 정도라면... 죽일 수는 없어도 발은 묶을 수 있겠지... 저것에 대상 지정 마법을 부여해뒀으니. 우리들은 저 중력에 영향을 안 받을 거야.”


“...고마워요. 그럼.”


“멈춰! 람히르! 놈을 죽이면 안 돼!”


람히르는 다시 검을 들고 지즈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그 전에 벨라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놈을 죽여 봤자. 새로운 육체로 부활하잖아? 그럼 죽이지 않고 저대로 두면 우린 무사히 이곳을 벗어날 수 있어.

그리고... 이대로 두어도 발은 묶을 수 있고...”


“놈에게서... 도망가자는 거군요.”


“그 추측도 틀려. 애초에 저것은 껍데기에 불과하거든.”


“???”


“네메시스를 생각해봐. 네메시스는 인간 육체와 본래의 육체가 따로 있잖아? 저것도 그것에 불과해.

놈을 아무리 죽여도... 본래의 육체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어.”


“....그런 사실을 어떻게?”


람히르의 물음에 벨라는 지즈에게 수류탄을 몇 개 던지더니 손가락으로 V자를 하였다.


“혹시 네메시스의 8개의 날개 순서 기억하고 있어?”


“빛과 어둠, 생명과 마나, 혼돈과 파괴, 시공간과 조화.... 음?”


람히르도 무언가 깨달은 듯이 벨라를 바라보았고 이에 그녀는 자신의 손에 마나를 모왔다.


“네메시스의 날개는 비슷한 속성끼리 쌍을 이루고 있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빛’과 ‘어둠’, 우리가 보는 물체와 생물의 근간이 되는 ‘생명’과 ‘마나’, 흉폭하고 불안정하지만 속성 간의 서열에서 최상위인 ‘혼돈’과 ‘파괴’, 그리고 네메시스에게 조화 속성이 없던 시기에는

‘시간’과 ‘공간’ 속성이 쌍을 이루었겠지.... 너의 시공간의 날개 말이야.

이것 때문에 나도 고민해봤는데...

조화 속성에 영향을 받는 이 환경에서 생명 속성의 활용이 자유롭다면...

이곳에 적응한 니드호그의 마나라면... 생명 속성 정도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그 제약에 자유롭지 않을까?

생명과 마나는 비슷한 속성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지즈의 생명 술식을 마나를 이용한 마법으로서 간파가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봤어. 이 때문에 난 네가 싸우는 동안 지즈가 사용하는 술식에 대해 조사 좀 해보았는데....

그 결과는 빙고!”


“그래서 저것은 가짜다?”


“진짜이기도 한데... 요컨대, 손가락 같은 부위를 생각하면 돼.

다만... 잘라도 바닥에 깔린 마물들의 시체를 이용하여 재생이 될 뿐이고 중요한 머리통은 이곳에 없다는 거지.”


[!!!!!!!!!]


몸이 구겨져 공으로 말린 지즈조차 벨라의 말에 경악하여 눈알만을 대굴대굴 굴릴 뿐이고,

대답은 없었지만 반응으로 보아. 정답임을 알 수가 있었다.


“대단하네요. 당신은...”


“난 머릿속으로 물체구조를 원자단위로 파악해서 구현화 하는 천재잖아? 에헴!”


“.....”


벨라의 말에 람히르는 한숨을 쉬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고 곧 벨라에게 물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죠?”


“놈의 본체와 연결된 생명의 술식을 끊으면... 저것은 소멸할 거야.

머리와 연결이 끊어진 손가락이... 홀로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그러니...”


벨라는 앞장서서 지즈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무력화될 때. 생명 술식을 마법으로 끊으면 돼.”


[누....누가!!!!!!!!!!!!!!!!!!!!!!!!!!]


파직!!!!


“윽!?”


[무력화 되었다는 거지!? 빌어먹을 도마뱀아!!!!!!!!]


막대한 중력장에 살이 찢어지고 뼈가 튀어나올 정도인데도 지즈가 억지로 몸을 빼낸다.

그러면서 억지로 재생하고 있는 그 모습은 흉악하기 이를 때가 없었고 그의 육체에 붉은 기류가 휘몰아쳤다.


“위험해요!!!!”


지즈의 몸이 산산조각난다. 아니. 수 백, 수 천 개로 나뉘어졌다는 것이 옳았다. 지즈의 몸은 머리카락을 연상시키는 얇은 막대 모양으로 흩어지더니 곧 공중을 비상하여 앞에 다가온 벨라를 향하였고 이에 람히르는 그 앞을 막아섰다.


[더 이상 장난은 끝이다! 애송이들아!!!!]


그녀의 검으로 몰려오는 육편들을 쳐냈다. 하지만.... 하나하나가 막대한 힘을 담고 있었고 그것은 마치 검으로 이루어진 파도를 하나의 검으로 막으려는 것과 같았다.

이에 그것들을 막는 람히르의 몸이 서서히 뒤로 밀려나갔고 곧 그것들이 한 차례 지나간 이후. 람히르는 지면에 검을 박아 넣은 채로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커억!!!!”


벨라를 향한 대부분의 공격은 막아냈다. 하지만.....


“람히르... 너.. 눈과 날개가.... 그리고 팔도....”


미처 막아내지 못한 일부의 공격이 람히르의 옆구리와 선혈이 그어졌던 한 쪽 날개, 그리고 그녀의 왼쪽 눈과 왼쪽 팔까지 앗아갔고 이에 왼쪽 눈을 감은 그녀의 눈에서 핏물이 지면을 향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그 광경에 벨라는 안색이 창백해진 모습으로 물었지만 람히르는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한 눈 팔지 말아요! 벨라스트라즈! 아직 지즈가!!!”


공중을 돌아. 하늘에서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육편의 파도.

그것은 마치 청어 떼가 부유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그 공격에는 확실히 죽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젠장!!!!”


벨라가 급히 몇 개를 꺼내 던졌지만. 일부만 중력장에 붙잡힐 뿐. 나머지는 양 옆으로 흩어져 그녀들을 노렸고 그 모습에 람히르는 급히 벨라를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지면에서 검을 뽑아. 그 파도의 앞에 앞장섰다.


[어리석구나! 네가 그런다고 결과가 달라질 것 같아?!!!]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을.... 잃게 둘 순 없어요!!!!”


비웃는 지즈의 웃음소리가 허공에 울러퍼지고, 이에 람히르의 앞으로 그녀의 결계가 펼쳐졌지만.

곧 얼마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넌 왜 본래의 모습으로 싸우지 않는 거지? 왜 거짓된 모습으로 싸우는 게냐? 응? 동생아?]


“본래.. 모습?”


[우리 네메시스의 자식들은 검은 피에 감염된 직후. 타락하는 과정에서 처음 우리를 목격한 이가 하여금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변이되지... 검은 피의 영향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껍데기를 쓰는 것이다.

그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오직 우리들의 원본인 아버지뿐!

그럼 네가 말해 보거라! 너는 네 본래 모습이 얼마나 끔찍하기에... 왜 이 상황에서도 껍데기를 고집하는 것이냐!? 응?!!! 죽기 직전에 어디 흉악한 본래 모습을 드러내보아라! 아하하핫!!!]


“검은 피에 감염된 저를... 처음 본 존재....”


그것은 지하유적... 그것도 지금처럼 ‘이름 없는 자’라는 네메시스의 자식을 상대하는 순간이었다. 그곳에서 자신은 치명상을 입었고... 당시의 기억은 없지만. 월검향은 람히르를 치료하기 위해 포션을 사용하였고 그 포션은 네메시스의 검은 피에 오염되어 있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네메시스의 자식이 된 후. 람히르를 본이는... 바로 월검향이었다...

그는 람히르에게서.. 어떤 모습을 보았던 걸까? 아니... 그녀는 이미 그 대답을 알고 있었다.


‘제가... 네메시스의 자식으로서 네메시스님의 곁에 있는 모습... 그것이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이겠지요...’


“미안하지만... 저는 당신과 달라요. 당신은 남에게서 빼앗기 위해 괴물이 되었는지 몰라도! 전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웁니다!”


람히르는 하나만 남은 팔이지만 검에 힘을 집중했다.


“.....알고 싶다고 하셨죠? 원하는 대로 보여드릴게요.”


네메시스가 만들어둔 장벽이 보인다. 그곳에... 조금 손을 담근다...

마치 심연에 빨려들어가는 느낌. 그와 동시에 힘의 충만감이 온 몸으로 퍼져나가자 람히르는 외쳤다.


“시간 속성...<되돌리기>.”


상처의 시간대를 역으로 되돌려 완전히 회복시킨다. 이에 지즈에게서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말도 안 돼! 천족이 티탄도 아닌데! 시간 속성을 다룬다고!?!!]


람히르는 잃어버렸던 눈을 서서히 다시 떴다. 다시 회복된 온전한 눈.

하지만 감겼던 그 눈의 동공에는 시계 형상의 마법진이 끊임없이 시침과 분침이 움직이고 있었고

회복된 그녀의 날개는 반대편의 날개와 달리 은백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웃기지 마라! 아무리 너도 네메시스의 자식이라고 하들. 이곳에서 속성의 행사가...]


“약화된다는 것은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렇게 약화된 힘이라도....”


람히르는 미소 지었다.


“한 점으로.. 집중하면.. 이렇게!!! [가속]! 4000%!!”


다른 술식은 포기. 오직 하나로만 집중한다. 막아야하는 숫자가 많다? 람히르에겐 상관없었다.

시간과 공간이 그녀를 돕고 있는 이상.... 시간 속성에 의해 파편들을 모두 쳐낼 시간은 충분했으며...

그녀가 베어낸 파편들에게서 공간 속성은 람히르가 원하는 것을 빼낼 것이다.


[뭐......?]


모든 파편들이 베어나간다. 이렇게 하면 다시 다른 몸으로 재생하겠지..

하지만 람히르는 파편들 사이로 손을 뻗어. 지즈를 억지로 끄집어냈다.


[커어어억!!!!!]


본질 자체를 손으로 잡아 빼낸다. 그것은 공간의 주신인 말리고스나 가능한 영역. 하지만 람히르도 그것을 해내어 시계형상이 나타난 동공으로 지즈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상태의 저의 시야는 참 이상한 것 같아요... 저희가 존재하는 3차원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이나 모든 빛의 파장도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니까요.

하물며.... 생명의 술식에 숨어 있는 어중간한 당신과 당신에게 연결된 본체까지 말이죠.”


람히르는 한 손으로 지즈의 목을 잡은 상태로, 자신의 검을 위로 치켜들더니, 그대로 내려찍었다.


촤아아아아앗!!!


람히르가 베어낸 곳으로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곳에서 람히르는 아무런 사심 없는 눈동자로 지즈를 노려다보았다.


“당신의 육체를 통해 당신과 연결된.... ‘본체’를 베었어요.”


[□□□□□□□□□□□□□□□□□□□□□□□□□□□□□□□□□□□□□□□□□□□□□□□□□□□□□□□□□□□□□□□□□□□□□□□!!!!!!!!!!!!!!!!!!!!!!!!!!!!!!!!!!!!!!!!!!!]


거대한 울음소리가 사방을 메운다. 그것은 지즈의 입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울려퍼졌으며, 너무나 거대한 소리이기에 세계수의 영역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이에 지즈는 조화 속성을 자신의 손에 담더니 자신의 목을 붙잡고 있는 람히르의 손을 제우스처럼 자르려고 했지만. 람히르는 망설임 없이 다른 손으로 그것을 막았다.


끼이이이이익!!!!!


“....뭐?”


두 속성이 그곳에서 충돌한다. 양 측의 속성은 망설임 없이 서로를 태워갔으며 그 모습에 지즈는 경악했다.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은 분명히 조화 속성인데... 그걸 막는다고?


“확실히 속성 교환비는 대손해지만....”


람히르는 뒷말을 흐리더니 곧 화사하게 웃었다.


“버티는 동안 당신의 본체를 조지면 상관없죠.”


그 말과 함께 람히르의 등 뒤로 시공간의 술식들이 생겨났고 이에 지즈는 급히 뒤로 물러섰다.


“.....?”


람히르는 이 상황에 어리둥절하며 자신의 손을 보았고 그러자 자신의 손아귀에 지즈의 목만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소 목이 짧아진 지즈가 눈앞에 있자. 람히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랑 몸통을 따로 떼서 이동할 수 있다니.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군요. 어리석은 나의 오빠.”


목을 버리고 나머지 부위가 이동해버리더니, 람히르의 손에 있던 부위도 알아서 불타올랐다.

그 모습에 람히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대로 저 껍데기에 검만 박아 넣어도 치명상을 입힐 수가 있는데. 그 기회를 놓치다니...


[네 이놈...!! 본색을 드러냈군!!!!]


지즈도 이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됐는지. 자신의 양 손에 조화 속성과 인공 검은 피를 피어올랐고,

그 모습에 람히르는 쓰레기 보는 눈으로 그것들을 훑어보았다.


“조화 속성은 위험하지만.... 세레나님에 비해선 힘의 규모는 별거 아니군요. 금방 죽여 드리죠. 음?”


람히르의 움직임이 굳는다. 아니. 그곳에 있는 모든 존재가 그랬다. 그들이 있는 숲이... 갑자기 변해가기 시작했다.


“....말라죽고 있어.”


“모든 식물들이.....”


세계수의 양분을 받아. 열매를 맺기 바쁜 숲이... 갑자기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모두가 어리둥절하며 세계수 쪽을 보니...

세계수 주위에 있는 식물들은 이미 겨울이 온 것마냥 고사한지 오래였고 네메시스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서서히 식물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마치.... 세계수가 그들의 양분을 억지로 빼앗은 것처럼...

그 모습에 지즈는 람히르의 검이 들어온 부분을 어루만졌다.


[...위험했어. 그대로 죽어버릴 뻔했잖아? 망할 동생아...?]


지즈에게서 줄어든 힘이 다시 채워진다. 이에 람히르의 두 눈이 좁혀진다. 아무래도... 세계수랑 지즈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 누가 당신의 동생이란 거죠?”


[....네가 나보고 오빠라고 말했잖아!]


그 말에 람히르가 잠시 회상해보니. 확실히 무의식적으로 자신은 그러한 말을 하였다. 이에 람히르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실수라지만 오빠라고 해버리다니... 치욕이 따로 없었다.


‘검은 피의 영향이 저라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것인가요? 그래도... 저는 저 놈처럼 되진 않겠어요.’


“...말실수라고 해두죠.”


람히르는 그 말과 함께 검을 들었고 지즈는 그런 람히르를 경계하였지만... 갑자기 지즈의 움직임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망할.”


섬뜩!


지독한 한기가 주위를 갑자기 채워나간다. 그와 함께.... 지면에 있는 마물들의 시체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듯이 얇아지더니 곧 본래의 풀밭으로 돌아갔고 이에 모두의 시선이 세계수가 있는 방향으로 돌려졌다.


“........”


소름끼치는 감각이 그곳에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에 벨라가 지즈를 처음에 의심했지만 곧 지즈마저도 얼굴이 굳어있는 것을 보고는 그녀도 곧 그가 원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왔네요.”


검은 대지가 서서히 그곳에서 뻗어오고 있었다. 너무나 빠른 속도. 그 앞길을 막는 모든 것들이 사라져간다.

말라있는 나무들도, 지면을 뒤덮는 오염된 초목들도, 길에 있는 바위도, 구불구불한 언덕도....

모두가 그대로 녹아내려 검은 대지에 흡수되었고 그것은 곧 그들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오염이.....”


“정화되고 있네요....”


검은 대지가 지즈가 부활하는 마물들의 시체를 모조리 집어삼킨다. 그러한 검은 대지에 지즈조차도 주춤거리면서 그것들을 피해 물러날 뿐이었고 그가 아까 전에 바닥에 떨어트린 인공 검은 피조차 저항하지 못한 채로 잡아먹혀갔다.

그렇게 삼켜진 곳은 곧... 그곳을 채우는 수목들과 초목들로 재생되어 본래의 숲의 모습을 되살렸다.

추악한 악성이 약한 악성을 잡아먹고 스스로를 희생하여 숲을 복원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모두가 멍하니 지켜보았다.


[으흐흐흐! 드디어 오셨군요! 아버지.....]


검은 대지가 녹색으로 되돌아가자. 그곳으로 걸어오는 이가 보였다.


“네메시스님!!!”


그렇게 외치며 안기고 싶은 람히르였지만. 곧 그녀조차 네메시스의 현재 모습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몸은 피투성이로 붉게 물들여져 있었고 특히 상체의 옷은 대다수가 찢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네메시스의 몸에 상처가 없는 것을 보면 억지로 회복하고 온 탓이겠지...

거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네메시스도 함정에 빠져다가 온 것으로 생각하면 되니까. 문제는...

네메시스의 현재 표정은 람히르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차가웠으며 그가 걸어온 길로 검은 피로 이루어진 계곡물 같은 물줄기가 졸졸 따라오고 있었고 네메시스의 8개의 날개는 희미하지만 그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서 힘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거군요. 아.버.지.]


“닥쳐라! 널 죽이러 왔다. 실패작.”


일행들이 있는 곳까지 오자. 람히르와 벨라, 그리고 칸다자는 그에게서 진한 피 냄새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학살이라도 하고 온 것 같았다. 이에 칸다자는 경계하며 외쳤다.


[얼마나 많이 죽이고 온 거냐! 네메시스!!!]


상당한 생명을 맨 손으로 찢은 것 같은 피 냄새였다... 이에 네메시스는 흉흉한 모습으로 칸다자는 쓰윽 보고는 차갑게 대답했을 뿐이었다.


“내 앞길을 막는 놈들만 처리했을 뿐이다.”


[아하하하핫! 역시나! 그 놈의 플로라를 구하기 위해 앞길을 막는 모든 것들을 잡아먹고 오다니! 그래야 아버지죠! 아하하하하하!!!]


“잡아먹어....?”


벨라는 어리둥절하며 지즈를 바라보았고 이에 지즈는 네메시스의 뒤를 따라오는 검은 피들을 손가락질 했다.


[오! 어리석은 도마뱀 같으니! 저것들 보여? 저것은 저분께서 머리를 뜯어먹고 남은 육체에 검은 피를 넣어서 산 채로 용해시킨 거야.. 머리도 없으니 검은 피에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무래도 바쁘니까 저렇게 처리한 것 같은데... 지금 주인인 아버지에게 기어가네.. 귀여운 놈들 같으니....

저것들은.... 모두 네메시스가 잡아먹은 거야... 한 300마리 정도 보냈는데...

전부 잡아먹으셨네요. 몸보신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아.버.지.]


서걱!


[커억!!!!]


더 이상 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네메시스의 팔이 지즈의 몸을 관통한다. 이에 지즈가 몸을 빼려고 했지만.

곧 몸이 검게 물들여, 눈사람처럼 녹아내리더니 그대로 사라졌고 그러자 네메시스는 몸을 돌려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이것도 껍데기군. 지근지근한 자식!”


“...네메시스님도 만났나요?”


“저 빌어먹을 곳에서 내려오는 동안 여러 번.”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람히르를 보았다.


“조금 선을 넘었군. 람히르...”


“이 정도는 괜찮아요...”


람히르는 그 말과 함께 금제를 넘었던 손을 뒤로 뺐고 이에 그녀의 동공에 있던 시계 형상의 마법진과 사라지더니, 그녀의 날개도 본래의 순백으로 되돌아갔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는 눈을 마주했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괴물을 볼 수 있겠지만. 괴물 또한 너를 보게 될 거야. 그러니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마. 람히르.”


“저도 알고 있어요. 네메시스님...”


네메시스의 꾸중에 람히르는 기가 죽은 듯이 고개를 숙였고 이에 벨라가 다가왔다.


“당신... 괜찮은 거지?”


“난 괜찮아. 근데... 세레나는?”


처음에 네메시스 일행들을 발견했기에 안심한 네메시스였지만 정작 세레나가 보이지 않자.

주위를 급히 살폈고 이에 벨라는 왔던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로 저쪽이야. 이곳에서 멀지 않아.”


“...바로 가지.”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달려갔고 이에 벨라와 람히르, 그리고 칸다자는 서로 마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자신들은 무사하지만. 세레나는 플로라의 활을 가지고 있는 플로와 1대1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네메시스의 등 뒤를 급히 쫓기 시작한 일행들이었고 그들이 숲을 벗어난 순간...


“...이미 늦었답니다. 네메시스님.”


로키의 형상을 하고 있는 지즈가 의식을 잃은 세레나를 어깨에 메고 있었고 플로는 피투성이인 몸으로 겨우 서있었다.


“......대체 언제?”


람히르는 그 상황에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지만 벨라는 현재 상황을 알겠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말했잖아... 저건 손가락 같은 거라고... 놈은 더 있었던 거야...”


네메시스를 막은 개체와 람히르와 싸우던 개체를 제외하고 더 있다는 소리겠지.. 즉....

지금 로키 행세를 하는 개체가 세레나와 플로가 싸우던 도중에 뒤에서 기습을 가했다는 소리였다.

그 상황에 네메시스를 이를 갈았다.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지. 그녀를 그대로 두고 꺼져라.”


“후후. 저희에게 플로의 활이 있는데. 저희가 그럴 리가요?”


그 말에 플로는 화살을 메겨 네메시스를 향해 겨루었고 그녀의 눈동자는 동요로 흔들리고 있었다.


“오히려 당신들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대로 물러서면.... 여러분을 죽이진 않겠습니다.”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는군!!!”


분노한 네메시스가 달려 나간다. 이에 지즈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손뼉을 쳤고 그러자 그들의 뒤에 있던 드루이드들이 모습을 드러내 네메시스를 향해 달려 나갔다.


[네 이놈 악의 무리들이!!!!!]

[세계수의 영역은 우리가 지킨다!!!]


서로를 향해 달려 나간 그들은 서로에게 금방 근접하였고 그리고....


콰지지지직!!!


네메시스에게 다가간 드루이드들이 형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찢겨나가더니, 곧 허공에서 검은 피로 물들여져 네메시스에게 흡수되었다.


“네메시스!!!!!!”


온화한 네메시스답지 않는 살육에... 람히르와 벨라는 경악하였고 칸다자는 턱이 벌어진 채로 그 장면을 그대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단순히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란 말이다!!! 네메시스!!!]


“닥쳐라!!”


네메시스의 대답은 그것뿐.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모든 드루이드들의 생명을 끊어가면서 질주해나갔다.


“아티펙트 <초가속>!!”


사정거리 내에 도달하자. 네메시스는 아티펙트로 거리를 좁혀 플로와 로키의 위로 이동하였고,

이에 플로는 겨루고 있던 화살을 그들의 위로 돌려 네메시스에게 쏘았다.


“크으으윽!!!!”


막대한 조화가 담긴 화살. 그것은 네메시스에게 미처 흡수되지 못한 검은 피들을 불태우며 그의 가슴에 꽂히려고 하였고 이에 네메시스는 두 팔로 그 화살을 잡았으나,

곧 그의 피부가 녹색으로 불타오르더니 네메시스의 손을 불태워 그의 가슴에 박혔고 그러자 조화의 불꽃이 그 부위로 종양처럼 퍼져나갔다.


“내가 포기할 것 같으냐!!!!!”


지면에 도달하자마자. 네메시스는 자신의 가슴에 박힌 화살을 재생한 손으로 뽑아내더니 곧 개미떼처럼 몰려오는 드루이드들을 망설임 없이 맨 손으로 찢어발긴다. 이에 네메시스의 근육과 뼈에 우드득! 불길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드루이드들을 먹어치워 만들어낸 검은 피로 아까 전의 피해를 순식간에 복구한 네메시스는 자신의 움직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한 네메시스의 분투에 로키는 플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곳은 드루이드들에게 맡기고. 저희는 플로를 부활하는 의식을 시작하죠.”


“하지만... 로키님! 지금 드루이드들이....”


“이 세상을 구원한 플로님의 부활이 우선입니다. 당신도 아실 텐데요? 아니면 제가 당신의 결심을 잘 못 본 것인가요?

진정한 플로님을 부활시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인 그럼! 저들의 희생이 헛된 죽음이 되어버리고 말 겁니다!!”


“알겠습니다... 대드루이드... 로키님...”


그 말과 함께 플로와 로키의 몸이 붉은 빛에 휩싸였고 그 모습을 본 네메시스는 외쳤다.


“감히 어딜 가려는 거냐!!!!!”


20명의 드루이드가 순식간에 육편이 되어 사방에 뿌려진다. 그 폭발 속에서 네메시스는 증오어린 시선으로 로키를 보며 돌진해왔고 그 모습에 로키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안녕히.. 후후....”


“멈춰!!!!! 멈춰!! 멈추란 말이야!!!!!!”


콰아아앙!!!!!


로키와 플로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 직후. 네메시스의 주먹이 텅 빈 그곳에 내려찍어진다.

그러자 그곳에 내려찍어진 충격파만으로도 대드루이드를 지키기 위해 달려오던 드루이드 몇 명이 산 채로 근육들이 모조리 찢겨나가며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으며 피로 물든 그곳에서 네메시스는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세레레레나나나나나나나!!!!!!!!!!!!!!!!!!!!!!!!!!!!!!!!!!!!!!!!!!!”


[■■■■■■■■■■■■■■■■■■■■□□□□□□□□□□□□□□□□□□□□!!!!!!!!!!!!!!!!!!!!!!!!!!!!!!!!!]


인간 모습으로서의 네메시스의 목소리와 괴물 모습으로서의 네메시스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주위를 뒤흔든다. 그것은 네메시스를 바라보는 드루이드들과 네메시스 일행들에게... 공포라는 말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끼게 할 정도였고 5분 후.

그곳에서 네메시스에게 이를 드러낸 모든 드루이드들의 육체는.... 모두 그의 검은 피가 되어, 지면에 검은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드루이드들은 공포에 질려 이곳에서 도망간 일부일 뿐.

천 년 전 전쟁의 구덩이를 작게 재현한 듯한 그 웅덩이에서...

네메시스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으로 일행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네메시스가 제대로 엿을 먹는 화입니다. 제대로 미처있는 네메시스의 자식을 볼 수 있군요!

실제로 자살에 실패했던 자살자가 다시 자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죽기 직전에 뇌에서 생성된 엔드로핀에 중독되어서.

그 쾌감을잊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심하게 고문 받아 죽은 시신이 웃고 있는 이유도 이 엔드로핀이 원인이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22.04.08 19:51
    No. 1

    네메시스가 한번정도는
    전성기시절 힘 사용하는것 보고싶네...
    아니면 뭐....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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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제 352화 전초전. +1 22.04.21 39 2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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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제 349화 최악의 적의 등장. +1 22.04.21 40 2 22쪽
» 제 348화 분노한 4세계 괴물들의 왕. +1 22.04.08 43 3 41쪽
348 제 347화 기습의 묘미. +1 22.04.08 36 3 16쪽
347 제 346화 666의 괴물들이 걸어온 길. +1 22.04.08 34 2 21쪽
346 제 345화 악마는 선인의 탈을 뒤집어 쓴다. +1 22.04.08 34 2 24쪽
345 제 344화 퍼져나가는 역병. +1 22.04.08 32 3 29쪽
344 제 343화 666의 괴물을 만난 드래곤들. +2 22.03.31 57 2 27쪽
343 제 342화 그림자에 숨겨진 악몽. +1 22.03.31 43 2 30쪽
342 제 341화 낚시질에 걸린 물고기. +1 22.03.31 29 2 33쪽
341 제 340화 검은 피를 잇는 존재들. +1 22.03.31 34 3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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