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172,713
추천수 :
7,117
글자수 :
428,485

작성
07.05.12 20:43
조회
26,216
추천
151
글자
10쪽

강호풍운록(좌천 2)

DUMMY

척살대의 복장을 한 사내가 옆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1조의 조장인 손기진이다. 그의 앞에는 연휘를 취조하던 사내가 앉아 있었다.

“흑방 작전시 정찰을 나갔다 왔습니까?”

이미 취조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지 초췌해 보이는 손기진 이었다.

“예, 임무를 맡고 수하 둘을 데리고 정찰을 했습니다.”

“정찰시 흑방 연무장도 확인했습니까?”

“연무장에 흑기당으로 보이는 적들 일백 명 가량이 연무중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무장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누구에게 보고했습니까?”


취조관의 앞에 다소 왜소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얼굴에 표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심계가 깊어 보였다. 척살1대 부대주(副隊主) 제갈윤 이었다. 그도 취조실에 불려온 것이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분명히 보고했소.”

“사실이라면 연휘 대주가 잘못 될 수도 있습니다.”

“나 제갈윤이오, 제갈가의 사람이란 말입니다. 비록 직계는 아니지만 가문의 명예를 걸고 하는 말이오.”


취조실에서 나온 연휘는 자신의 방에 연금되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직위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취조를 받으면서 내내 제갈윤의 보고를 생각해 보았지만, 그는 분명 우려할 만한 것은 없다고 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흑방 따위의 무리에게 위험을 당할 만큼 척살대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공격을 감행했던 것이다.

‘부대주가 허위보고를 했을까? 아니면 손기진이?’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연금 당한 까닭인 것이다.


무맹(武盟) 장로원(長老院)의 회의실이다. 열아홉 명의 장로들이 하나같이 지친 모습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안건은 공과에 따른 심사다.

그들 앞에는 꽤나 두꺼운 서류가 쌓여져 있는데, 한 장의 서류만이 따로 놓여있었다. 한 건만 남겨두고 이미 모든 공적을 평가한 상황인 것이다.

상석에 앉은 장로원주가 피곤한 모습으로 마지막 서류를 읽고 있었다.

- 척살 1대주 연휘.

- 공적 : 녹림 72채중 맹호채, 진무채, 백골채 토벌. 오행마문, 혈마문

독곡, 사림, 흑방 토벌.

- 과오 : 흑방 토벌당시 사망자 일곱, 중상자 열셋 발생

- 원인 : 정찰조의 보고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공격결정

- 증인 : 부대주 제갈윤, 1조장 손기진, 1조원 두 명

연휘에 관련된 안건이 회의실을 시장바닥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지막 안건에 대해 의견들을 말씀해 주시오"

장로원주의 말에 곳곳에서 쑥덕거리는 가운데, 비대한 체구의 노인이 손을 들었다. 얼굴엔 기름기가 흘러넘치고 볼 살은 늘어져 턱까지 내려와 있었는데, 마치 광대뼈에 매달린 것처럼 보였다. 신산(神算)이라는 명호를 갖고 있는 제갈세가의 원로다.

"제갈장로 말씀해 보시오"

"공적으로만 놓고 본다면, 누구도 따를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단주(團主)로 승급 시켜도 문제가 없을 것이지요. 하지만, 과오 또한 쉽게 넘길 수는 없겠습니다. 과오만으로 본다면 직위를 박탈하고, 뇌옥 칠년에 처해져야 하는 것이지요. 공과를 비교하여, 척살 1대주의 직위를 박탈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갈장로의 말에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한다는 표현인 것이다.

그 옆에 앉아있던 모용숭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청하자 장로원주가 승낙했다.

"직위를 박탈하는 것만으로는 과오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지요, 최소한 1년의 참회동 근신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척살 1대주의 직위는 순차적으로 2대주에게 맡기고, 9대주의 직위에는 1대의 부대주인 제갈윤을 임명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모용숭의 발언으로 장내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제갈 파벌(派閥)에서 대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급히 회의를 마치려는 듯 장로원주의 고함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모용장로의 의견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는 분은 안 계십니까?"

장로원주의 말에 제갈학과 모용숭이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다른 의견이 없으면 연휘의 안건은 모용장로의 말씀대로 결정합니다."

장로원주가 의사봉을 집어 들었다. 이때, 모용숭의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던 장로가 손을 들면서 일어서고 있었다.

두 장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창궁일검(蒼穹一劒) 남궁벽이다. 그들과는 파벌이 다른 것이다.

"연휘의 직위박탈은 찬성합니다. 그러나 참회동 근신은 공적을 너무 폄하한 것입니다. 운남(雲南)에 자리가 비었다고 하니, 그리로 보내는 것이 적당하겠지요. 9대주 인선에 있어서는 2대 부대주인 무당의 현진을 추천합니다. 경력과 무위 모든 면에서 부대주중 가장 출중할 것입니다."

회의는 끝날 수 없었다. 연휘에 대한 처벌은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9대주의 인선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서로 자신의 파벌에서 대주가 나오길 원하는 것이다.


장로원은 다섯 개의 파벌로 나뉘어져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제갈가, 모용가, 공동파, 아미파, 개방의 파벌과 남궁가, 팽가, 언가, 무당파, 종남파의 파벌이 다섯 개의 세력이 뭉침으로 가장 컸다. 맹주를 제갈가에서 배출하는 바람에 가장 강력한 파벌은 제갈 파벌이었다.

소림, 당가, 화산, 곤륜을 소림 파벌이라 불렀고 해남, 청성, 나부파가 파벌을 이루어 세력다툼을 하고 있었으며, 단목가와 황보가는 파벌의 틈바구니에서 득실에 따라 행동했다.

결국 9대주의 인선을 놓고 벌인 파벌간의 다툼은, 세 번의 정회를 거듭한 끝에 소림 파벌과 황보가를 끌어들인 남궁 파벌의 승리로 끝났다.

당분간은 남궁 파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었다. 제갈 파벌보다 장로의 숫자가 많아진 까닭인 것이다. 황보가의 남궁파벌 합류로 무맹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파벌들이 대주의 인선(人選)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세력 때문이었다. 전력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이상, 수하들이 많을수록 우위에 설 수 있는 까닭인 것이다. 일백의 무인집단을 지휘하는 것이 대주의 직위였다.

본 맹에만 총 120개의 백인대(百人隊)가 있었다. 그리고 강호 전역에 걸쳐있는 13개 지부마다 열개의 백인대가 있었지만 그것은 논외였다. 파벌들이 필요로 하는 대주의 직위는 본 맹에 한해서였는데, 본 맹과 지부의 격이 다른 까닭인 것이다.


연휘가 1대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파벌들이 서로 견제하는 것도 있었지만, 공적이 워낙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당리당략(黨利黨略)을 일삼는 장로원 이었지만, 주변의 눈치를 전혀 안 볼 수는 없었다. 연휘를 지켜보는 눈이 워낙 많았던 것이다. 결국 쓰린 속내를 감추며 대주의 자리를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흑방을 토벌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휘를 내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제갈학의 방이다. 가장 강대한 세력을 자랑하는 파벌의 수장이 머무는 곳이다. 넓은 대청에 다섯 명의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

“허허...”

“기껏 죽을 쒀서 개한테 준 꼴이 아니겠소? 뜨거워도 그냥 먹는 것이 나을 뻔 했소”

모용숭이 헛웃음을 짓고 있는데, 그런 그에게 소면개(笑面丐) 왕일이 핀잔을 주고 있었다. 개방 수석장로의 신분이다.

왕일의 말은, 무당의 현진에게 9대주의 자리가 돌아가면서 남궁파벌에 힘이 쏠리고 말았으니, 그럴 바에는 연휘가 그대로 있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었다. 황보가를 담당하고 있던 모용숭이 황보염의 배신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을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모용장로는 어찌해서 황보가를 놓쳤다는 말이오! 맹주 선출이 채 일 년도 남지 않았는데 황보가가 저들에게 붙어 버렸으니, 어찌해야 되겠냐는 말이오. 대책을 세워 보시오!”

제갈학이 모용숭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모용숭이, 황보염의 사람 좋아 보이는 둥그런 얼굴을 떠올렸다. 그가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모용장로가 책임을 지고 수습을 하도록 하시오. 맹주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 지 난감할 따름이외다.”

“맞아요, 이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예요.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공동파의 청수자(淸水子)와 아미의 혜진사태(慧眞師太) 역시 모용숭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들이 이토록 격렬하게 모용숭을 핍박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 기회에 모용숭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자신이 좀 더 전면으로 나서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파벌이라지만 그것은 대외적으로 힘을 합칠 때 뿐 이었다. 자신들끼리 있을 땐 이처럼 서로 물어뜯고 비난하면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번 일은 모용숭을 제외한 장로들에게는 좀처럼 찾아오기 힘든 기회였다. 모용가에서는 이제 맹주후보를 내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모용숭이 어떻게든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맹주선출이 코앞에 있었다. 세가 내에서 조차도 그를 몰아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편들어 주는 이는 누구도 없었다. 사면초가였다.

결국 모용숭은 책임을 진다며 장로직을 내놓고 낙향했다.

그의 화려했던 시절이 이번일로 인해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풍운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강호풍운록(의기 義氣 6) +8 07.05.17 19,308 120 9쪽
13 강호풍운록(의기 義氣 5) +8 07.05.17 19,468 122 9쪽
12 강호풍운록(의기 義氣 4) +6 07.05.17 19,275 125 7쪽
11 강호풍운록(의기 義氣 3) +6 07.05.16 19,794 117 7쪽
10 강호풍운록 (의기 義氣 2) +11 07.05.16 20,929 130 8쪽
9 강호풍운록(의기 1) +10 07.05.16 21,241 136 8쪽
8 강호풍운록(좌천 8) +7 07.05.15 21,141 143 10쪽
7 강호풍운록(좌천 7) +8 07.05.15 20,817 135 7쪽
6 강호풍운록(좌천 6) +7 07.05.14 21,502 130 7쪽
5 강호풍운록(좌천 5) +7 07.05.14 22,730 136 8쪽
4 강호풍운록(좌천 4) +6 07.05.13 22,349 135 7쪽
3 강호풍운록(좌천 3) +9 07.05.13 23,799 136 10쪽
» 강호풍운록(좌천 2) +11 07.05.12 26,217 151 10쪽
1 강호풍운록(좌천 1) +7 07.05.12 41,896 15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