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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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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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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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좌천 6)

DUMMY

조찬은 넓은 연무장이 내려다보이는 단상에서 눈에 핏발을 가득 세운 채, 수련을 하고 있는 대원들을 보고 있었다. 몇 명씩 모여서 같이 수련하는 곳도 있었고 따로 홀로 떨어져서 세기를 가다금고 있는 대원들도 보였다.

그들에게서 진한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앞으로 삼일 후면 연휘에게 향한 증오가 화산처럼 뜨거운 용암을 뱉어낼 것이다.

그들도 알고 조찬도 알고 있는 사실은, 어떤 방법이 되었든지 간에 폐기처리 된 쓰레기처럼 스러져 가던 자신들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표현하기를 모두가 꺼릴 수밖에 없어 묻어두고 있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비록 얼마 전에 연휘에게 손짓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구겨진 대원들이었지만, 그래도 지대원들 일백 명은 최하가 무맹의 조장 출신들이다. 파벌의 경계대상이 되어 더 이상 커나가지 못하고 벽지인 이곳으로 쫓겨났지만, 무력만큼은 무맹 내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실력자들인 것이다.

십대고수는 차치한다 하더라도 무맹에서 백 위까지 꼽는다면, 그 안에 들어가고도 남을 수 있는 자들만 얼추 열 명은 된다. 척살대주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백의 수하들을 거느렸던 백인대주 출신이 열 명은 된다는 말이다.

거기에 더해서 현재 이곳에 있는 자들은 운남지부에서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짧게는 삼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지부를 떠나는 사람들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남아있는 어찌 보면 일천 명 중에 추리고 추린 것과 같은 정예라 할 수 있는 대원들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날을 세우고 있었다. 시커먼 녹으로 겹겹이 둘러 쌓여있던 몸을 온갖 몸부림으로 털어내고는 날카롭게 벼리고 있는 중이었다. 내일부터는 기름칠을 해야 했다. 그래야 최상의 전투상태가 되는 것이다.


연휘에 대한 복수심 따위는 없다. 복수할 만한 명분도 없다. 그렇지만, 보여줘야 했다. 자신들의 원래 모습을.

아직은 대주로 인정 할 수 없었다. 힘이 없는 자신들 일백을 패대기친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삼일 후 최상의 상태로 연휘를 맞이할 대원들의 뜨거운 몸짓에서 연휘가 버텨내기만 한다 해도, 대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도전자는 연휘다. 애초에 이런 정도는 예상하고 일을 벌였을 터였다. 하지만 쉽게 상대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지옥의 경험을 겪고 자신들을 인정하게끔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하고난 다음에는 선택을 강요한다.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연휘는 십 장 앞에서 회전하며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회오리를 보고 있었다. 그 안에 빨려 들어간 것들은 온전한 형체를 간직하지 못한다.

거대한 압력과 날카로운 바람에 찢기고 부서지는 것이다. 어느 순간 회오리가 사라지며 연휘의 안색이 꽤나 창백해졌다. 하지만 표정에는 희열이 가득했다.

연휘의 무공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째는 무림행보 십년간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자연기(自然氣)로, 지금 보았던 회오리와 같은 자연현상을 만들어 상대를 격살하는 것인데 칠기연공(七氣然功)이라 부른다. 오행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무공이다. 이것은 내공이 아니다. 자연의 기운을 가장 강력하게 응집시켜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공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체술(體術)이었다. 자연체술이라 부르는 것인데, 이 또한 내공과 무관하게 자연의 기를 빌어다 쓴다. 다른 점이라면 자연기는 자연 그 상태에서 응집하는 것이고, 체술은 자연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였다가 내뿜는 것인데, 신체를 돌며 회전력을 받은 자연기가 강력한 공격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장거리용 무기술 이었다. 비도술과 단궁이 그것인데, 십장이 넘어가면 마땅히 위력을 발휘할 만한 공격방법이 없는 연휘였다. 지공을 전문적으로 연마한 무인들도 십장 이상의 거리에서 상대를 격살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었고. 연휘 또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비도술과 단궁을 익히게 된 것이다. 비도술은 이십 장까지 가능하고, 단궁은 무려 이백 장 까지도 공격력이 미친다. 천리경으로 시야가 확보되면서 조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척살대에서 가장 많은 사용빈도를 보여준 것이 단궁이었다. 연휘의 척살대가 사망은 물론 중상자도 극히 드물 수밖에 없었던 까닭에는 단궁이 있었던 것이다. 저격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휘였는데 그것이 바로 단궁 때문이었다. 척살대가 전투에 임하기전에 위험인물들을 저격했던 것이다.


그런 연휘가 산을 내려와 운남지부에 들어서고 있었다.

지부주를 볼 것도 없이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연무장을 향하는 연휘다.

눈을 잔뜩 부릅뜬 대원들에게서 적개심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뜨거운 열기와 투기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오늘의 일이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런 대원들의 중앙을 연휘가 걷고 있었다. 사내들의 뜨거운 눈빛을 전신으로 받으며 한 점 위축됨도 없이 거침없는 발걸음이다. 저 앞으로 조찬이 보였다. 수하로 삼기에 꽤나 괜찮아 보이는 사내였다.

조찬은 연휘의 걸음걸음에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자신에게 저런 모습을 보여준 이는 없었던 것이다.

숫자가 많아서도 아니고 대원들의 혈기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당당함. 바로 연휘에게서 나오는 당당함이 자신을 달구고 있는 것이다.

수년전에 십대고수였던 검공(劒公) 이무혁을 보았을 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좀 강하다는 느낌뿐이었다. 이무혁은 저런 당당함을 보이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상대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인간의 본능적인 기운은, 상대가 달라진다 해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 연휘의 모습은 이무혁을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조찬은 당황했다. 자신의 앞으로 다가와서 방식을 논하고 그러고 나서 한 판 붙어야 할 것인데, 느닷없이 무리의 중앙에서 연휘가 멈춰선 것이다. 이런 연휘의 행동에 대원들 모두가 당황하고 있었다.

급작스런 연휘의 멈춤이 작은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조찬은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황망히 멈춰 서고 말았다.

연휘의 일갈이 터져 나온 것이다. 굶주린 사자의 울부짖음처럼 연휘는 그렇게 분노를 표출했다. 모두들 숨을 죽였다. 연휘보다 약한 자들은 몸을 떨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곳에 그보다 강한 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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