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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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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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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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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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의기 義氣 6)

DUMMY

무한전투를 하면서 연휘는 여러 가지를 강조했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싸움을 하는데 있어서,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잘못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데 예의가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상대방이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최대한 방심하도록 만들어 놓고,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무조건 이겨야만 되는 것이며,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면 도망갈 궁리부터 해야 한다고도 했다.

체면이나 명예 따위는 개에게나 줘버리라고도 했다. 죽고 나서 체면이 무슨 소용이고, 죽은 사람에게 무슨 놈의 명예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아량이라는 것은, 절대로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베풀면 안 된다는 말도 했다.

선공을 양보하는 아량을 보였다가 죽어가면서,

“봐주는 바람에 내가 죽는 것이니까, 물리고 다시 한 판 붙자. 이번엔 봐주지 않는다. 그러니 조심해라.”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한 것이다. 옳은 말이었다. 당연한 말들이었는데, 그때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렇게 무한전투를 했다. 무인간의 비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죽음을 놓고 벌이는, 실전 싸움꾼의 자세를 익힌 것이다. 처음엔 체면이라는 것 때문에 많이들 당했다. 그러자 연휘가 중요한 급소에는 보호대를 착용시켰다. 그런데도 터질 것만 같은 아픔은 끔찍하기만 했다. 익숙하지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방비를 못하고 당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온갖 야비하다는 수법들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연휘에게 당하면서 배우게 된 것들이 자연스레 나오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그들끼리 무한전투를 하게 됐다. 그렇게 단련된 진여송 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사타구니 올려 차기는 가장 초보적이며 또한 가장 익숙한 공격방법 이었다. 그것이 쌍둥이들과의 싸움에서 승패를 확연히 갈라놓고 있었다.

강호의 도의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놈에게 막내가 당했다. 회복될 수 없는 중상이었다. 상대가 누구인가는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압하고 나서 천천히 알아보면 되는 일인 것이다. 그들 형제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그래왔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상황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그들 일행 중에는 아무도 없었다. 언운과 언륭의 패배는 그래서 당연히 예견되어 있었다.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상황을 파악해가며 상대의 빈틈을 공략해가는 진여송에게, 이들은 너무도 손쉬운 상대일 뿐인 것이다.


강호인들은 언가 삼형제를 일컬어 언가의 세 마리 호랑이라 불렀다. 언가삼호라는 별호처럼 이들은 용맹했다. 또한 호랑이가 사냥을 하는 것처럼,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싸워왔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렇게 싸울 수가 없었다. 이미 이성을 잃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이성을 잃고 싸움에 임한 쌍둥이들은, 진여송에게 비참하게 패했다. 너무나 치욕스러운 패배를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진여송은 정말 신이 났다. 연휘를 만나고 나서, 이처럼 신나는 일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싸워 본 것이 몇 년 만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무한전투에서는 자신도 많이 당했기 때문에 이렇게 통쾌한 기분을 느끼지는 못했다. 서로가 당한 만큼 상대방도 당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과 광도가 남들보다 좀 덜 당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통쾌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들은 동료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제 전투였다.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뭐랄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연휘를 통해서 배운 싸우는 방법은, 고수라고 불리는 언가 형제와 호위 무사들을 장난감처럼 다룰 수 있게 만들었다. 진여송이 보기에 그들의 몸은 온통 허점투성이였다. 어떻게 이런 자들을 고수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 언철을 쓰러뜨리고 발을 내리는 탄력을 이용해 몸을 띄울 것처럼 행동을 했더니, 언운의 시선이 약간 높아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것이면 족했다. 그대로 상체를 숙이며 무릎을 굽혔다가 힘을 주자, 바로 코앞에 언운의 하체가 보였다. 그냥 손을 내밀고 주먹을 쥐었더니, 물컹한 것이 별다른 저항도 없이 터져 버렸다.

“끄으윽! 흐으으으.”

언운의 비명 따위를 감상할 여유는 물론 없었다. 아직도 언륭과 여섯의 떨거지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신음을 흘리며 자지러지는 언운의 다리사이로 몸을 굴렸다. 언운의 뒤에 서있던 떨거지 하나가, 멍하니 언운을 보고 있다가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러댄다. 한 바퀴 구른 몸을 일으키기 위해 다리를 살짝 뻗은 것뿐이었는데 주저앉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발뒤꿈치에 그것이 걸리며 또 터져 버린 까닭이었다.

“꺄아! 크흐흐.”

비명은 의외로 다채롭게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정말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자신은 결단코 일부러 터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떨거지가 거기 서 있는 것도 몰랐던 것이다. 결국 떨거지의 재수에 옴이 붙었다고 생각해 버렸다.

진여송의 싸움은 그렇게 가볍게 끝나 버렸다. 언운을 비롯해 그의 떨거지들까지 아홉 놈이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뒹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조금은 미안한 감이 들었는지 진여송이 중얼거렸다. 물론 널브러진 언운 일행은 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소피는 볼 수 있겠지...?’


한편, 연휘는 가벼운 마음으로 삼백의 무리 속에 뛰어들었다. 혹시라도 진여송의 상황이 잘못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처음부터 자연기를 사용했다.

그의 사소해 보이는 몸짓 하나에도 자연기가 들어 있었다. 언가의 정예라 하지만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거센 힘이었다. 변변한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연휘의 손과 발이 몸에 닿기도 전에 자연기에 의해 그들의 몸이 무너졌다. 다리뼈가 박살나고 팔뚝이, 어깨가 흐물흐물 대며 흐느적거렸다.

어설픈 몸짓은 하나도 없었다. 쉽게 쳐내는 것 같은 동작들이었지만 급소마다 박혀들면서, 닿는 것은 모두 부숴버리고 있는 것이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없다. 인간이기 때문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연휘에게 당하는 동료들의 모습은, 차라리 죽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너무 비참해 보였다. 저런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해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 했다. 비록 그들의 자긍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고, 그렇게 무너진 자존심이 다시는 회복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동료들의 모습처럼 되기는 싫었다. 연휘에게 당한 떨거지들은 그저 꿈틀거리고만 있는 것이다. 팔과 다리의 뼈가 부서져서 몸에 그냥 매달려 있었다.

그나마 악충보다는 좀 덜한 것으로 보였지만, 그래봐야 혼자 생활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챙그렁, 퉁퉁, 투두둑”

“항, 항복이오! 항복한단 말이오!”

결국, 안간힘을 쓰던 그들은 저항을 포기하고 무기를 던져 버렸다. 자신들이 어찌해 보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상대였던 것이다.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지금까지 싸우다 죽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고 또 죽여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렇게 공포심을 주지는 않았었다. 싸우다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 했었던 것이다.

지금도 몇몇의 동료들만 그렇게 되었다면 그들은 끝까지 저항을 했을 것이다. 삼백의 인원 중에서 성한 몸을 가진 이들은 반수도 남지 않았다. 남은 자들은 그래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항복을 선언한 그들이었지만 연휘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무기까지 내던진 그들이었다.

“항복한다고 했잖소! 그만 멈춰주시오!”

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항복한다는 놈들의 말투가 고작 그거냐! 난 인정할 수 없다. 싫으면 다시 무기를 잡아라!”

“항복합니다! 대협! 제발 공격을 멈춰 주십시오!”

연휘의 말에 그들이 다급히 외치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댄 채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다.

연휘가 동작을 멈추고 호흡을 고를 즈음에, 진여송은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혹시라도 이번 싸움으로 인해서 자신의 별호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엉뚱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까닭모를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었다. 자신의 육감이 불길하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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