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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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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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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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좌천 1)

DUMMY

담장 저 편으로 아담한 정자가 보인다. 세 사내가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거리는 삼십 장(丈) 정도. 딱 좋은 거리다. 저들은 자신을 볼 수 없었다. 수령이 족히 수백 년은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나무그늘에 숨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냥 달려들어서 해치운다고 해도 서너 번 손을 섞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는 상대들이지만, 그러는 동안 수하들이 다치게 될 것이다. 그런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되는 터였다. 경미한 부상 정도는 상관없겠지만, 중상자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꽤나 시달림을 당하는 까닭인 것이다. 단궁을 들어 조준하는 연휘(延輝)의 눈빛이 무심하기만 하다.


작은 화살이 한 사내의 미간에 박혔다. 정면으로 보이던 사내다. 아마도 좌호법(左護法)이라는 자일 것이다. 앉아있던 자세 그대로 의자와 함께 나 뒹구는 사내. 순간 오십 평생을 굳건히 박동하던 심장이 기능을 멈췄다.

함께 둘러 앉아있던 일행들 둘마저도 미쳐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명을 다했다. 하나는 우측 태양혈, 또 다른 사내는 좌측 태양혈을 꿰뚫은 화살에 생을 마감한 것이다.


연휘의 뒤쪽에 잠복해 있던 이십 명의 척살대가, 세발의 화살이 날아감과 동시에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사방에서 다른 조의 척살대원들이 담을 넘고 있었다. 은밀하면서도 날렵하게 움직였던 때문인지 적들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습격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미 수뇌부가 괴멸된 까닭에 적들로서는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휘는 큰 탈 없이 임무를 마칠 것으로 생각했다.


연휘를 중심으로 해서 대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다행히 큰 부상들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점호를 하는데 삼조장이 보이지 않았다. 조원들도 없었다. 합류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조가 진입한 방향에 복병이 있었다는 것 말고는 늦을 이유가 없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모두 연무장으로 간다! 최대한 빨리!”

인상을 있는 대로 구기며 연휘가 명을 내렸다. 척살대(刺殺隊) 사개 조 팔십 명의 인원이, 순식간에 연무장이 위치한 동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뛰어라!”

입술을 짓이기며 연휘에게서 쇳소리가 튀어 나왔다. 적들이 보이는 것이다. 연휘의 손에 작은 비도들이 들려져 있었다. 몇몇의 적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어느새 비도가 그들의 몸에 틀어박히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거리가 있었다. 그 순간에도 삼조 대원들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연휘의 손에 또다시 비도가 잡히는가 싶더니, 여덟 명의 적들이 전투불능이 되었다. 그리고 연휘가 뛰어들었다.


손과 발이 움직임에 따라 주변에서 연휘를 공격하던 자들이 부러지고, 터지며 쓰러져갔다. 공간이 넓어졌다. 다시 몸을 날려 적의 무리 속에서 한바탕 휘젓고 있을 때, 대원들이 장내에 뛰어들고 있었다.

그날 광동성을 중심으로 인신매매를 주업으로 하며, 거칠 것 없이 행패를 부리던 흑방(黑幫)의 삼백여명이 몰살을 당했다. 그들의 근거지가 되었던 건물들은 폐허가 되어 버렸다.


"충! 척살 1대주 연휘, 임무 마치고 귀대했습니다."

마주한 상대방을 절로 위축되게 만드는 중압감을 뿌리며, 장대한 체구의 연휘가 절도 있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연휘로 부터 보고를 받는 사내는 무맹의 별무 3단주로 직속상관인 것이다.

"피해상황은?"

"총원 일백명중 사망자 칠 명, 중상자 십삼 명, 경상 이십 명입니다."

"뭣이라고! 사망자가 일곱씩이나 나오다니! 중상자까지 합하면 일개조가 아닌가!"

"연무장 쪽으로 진입했던 삼조가 본대와 고립되면서 발생했습니다. 때마침, 흑방의 정예라 일컬어지던 흑기당 일백 명 전원이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삼조가 고립되어 괴멸 당하던 상황에, 다른 곳을 정리한 대원들이 뒤늦게 구원하러 달려갔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놀라며 소리를 지르는 상관의 말에 다급하게 대답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상관에게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연휘는 달리 말 할 수가 없었다. 있는 그대로 보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그것이 최선인 까닭이었다.

연휘의 말에 상관의 눈에서 불길이 이는 것 같았다. 격노한 소리가 상관에게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연무장에서 흑기당이 수련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것도 일반적인 수련이 아니고 잔뜩 무장을 한 채로? 기습작전을 수행한다는 지휘관이 되어서, 무장을 한 일백의 정예가 연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말인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송구 합니다.”

“어떻게 그런 것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기습을 했다는 말이야? 정찰조를 운영하지도 않았나? 미리 정찰을 하고 완전하다 싶을 때 기습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야! 자네의 판단에 따라 얼마나 많은 목숨이 오가는지도 모르나! 그러고도 백인대주의 직을 차지하고 있는가? 사망한 대원들의 목숨은 어찌 할 텐가? 자네의 나태한 판단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그들에게 뭐라고 할 것이냔 말이야!"

"송구합니다. 흑방은 방주와 좌우호법만 경계하면 오합지졸이라 판단하고 가볍게 생각했었습니다."

상관의 호된 질책에 거듭 송구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곱게 비쳐지지는 않을 것이었다. 연휘의 얼굴에 애통함과 분함 그리고 자책 등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었다.

"자네의 지난 공적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번 건은 쉽게 넘어 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나까지도 문책을 당하게 생겼다“

연휘는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자숙하도록"

"충! 척살 1대주 연휘, 이만 물러갑니다."

연휘는 입술을 깨물며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돌이킬 방법은 없는 것이다.

문을 열고 나오는 연휘의 뒤로 의자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연휘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열 명의 사내들이 들어왔다. 잘 벼려진 칼날처럼 날카로운 모습들을 보이고 있었다. 감찰단인 것이다.

질 좋은 옷감으로 만들었는지, 흑색 일색인 그들은 복장에서부터 대단한 기세를 뿌리고 있었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그것에서부터 주눅이 들게 되어있는 복장인 것이다.

“척살 일 대주 연휘. 흑방 작전에 대한 감찰을 실시한다. 호송하라”

조장인 듯 보이는 사내의 명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수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연휘의 뒤로 세 명이 늘어서고 좌우로 또한 셋씩 붙었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인 것이다. 연휘는 감찰단을 따라가기로 작정했다.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감찰단 건물로 들어서자, 좌측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감찰단에는 처음 들어와 보는 연휘였다. 지하는 석조로 되어 있었다. 탈출을 감행할 수 없도록 지어진 것이다.

좌우로 다섯 개의 입구가 보였다. 돌로 된 문이었다. 연휘가 들어간 방은 취조실이라는 명칭이 붙어있는 곳이었다. 검붉은 색으로 쓰인 명칭은 보는 이로 하여금 충분한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이미 한 사내가 앉아있는 상태였다. 앞에 여러 장의 서류를 쌓아 놓고, 연휘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눈매가 날카로운 것으로 보아 취조를 전문으로 하는 자일 것이다.

“척살 일 대주 연휘, 맞습니까?”

맞은편에 앉은 연휘에게 사내는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후로도 한참을 연휘의 신상에 대해 서류와 대조해 가며 확인을 했다.

“흑방 작전에서 정찰조를 운영하지 않고, 기습을 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맞습니까?”

“정찰 나갔던 수하가 돌아와 우려할 만한 것은 없다고 했소.”

“정찰을 보냈다는 말인데 사실입니까? 누구를 보냈습니까?”

사내가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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