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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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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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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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0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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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42)

DUMMY

* * *

란츠베르크 요새는 난공불락의 요건을 갖춘 성이었다. 이 요새는 가파른 절벽 위에 세워졌고, 동쪽으로는 란츠베르크 시를 끼고 있는 란츠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구교 연합군이 란츠베르크 시를 접수하고 신교도들을 몰아내려면 이 요새를 점령하고 성공적인 도하작전을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신교도 군대는 강에 설치된 다리와 도하 예상지점에 주둔하고 있었다. 그들은 요새와 가까운 란츠베르크 시내 앞에 예비대를 편성하여 적이 도하를 하는 즉시 격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만약 벨린 데 란테가 소속된 총사연대와 척탄병연대가 섣불리 도하를 시도한다면, 신교도 예비대와 요새 수비대의 포격에 분쇄되고 말 것이었다. 허나 구교연합군 총사령관 데 피사로 원수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았다. 그는 일주일 내내 성공적인 작전이 이루어지도록 도하를 하는 척 수도 없이 적들을 기만해왔다.

그날 저녁에도 구교연합군의 본진은 중포를 발사하여 신교도들을 기만했다. 기병대를 강가로 움직이는 한편, 강 건너편의 적들을 향해 탄막을 쳐서 대규모의 도하작전이 펼쳐지는 척 적들을 속이는 것이었다.


그 사이 총사연대와 척탄병연대로 이루어진 별동대는 데 피사로 원수의 지시에 따라 강을 향해 은밀하고 신속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척탄병들과 총사들, 그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치지 않는 체력이었다. 그들은 재빠른 행군을 통하여 순식간에 란츠 강의 남쪽 지류를 향해 전속력으로 행군했다. 그 사이 날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고, 곧 있으면 도하에 적합한 야음이 강가 기슭에 깔리게 될 터였다.

벨린 데 란테는 선두에 서서 소대의 앞으로 뛰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그들의 발걸음은 더더욱 빨리했다. 야음을 틈타서 란츠베르크의 강을 건널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이 별동대의 지휘관은 히스파니아 총사대의 다섯 대령 중 중 한명이며, 지금은 펠리페 연대의 연대장인 루이스 호아킨 데 카라카스였다. 그는 대머리에 키가 작고 옹골차게 생긴 50대 초반의 총사로 침착하고 사려 깊은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었다.

강가에 도달자하 카라카스 대령은 모든 장교들을 불러 모았다. 마지막으로 작전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신교도 군대가 파괴하여 뼈대만 남은 다리 근처에 있었다.

카라카스 대령이 등잔의 불빛을 아주 작게 조절하고서는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적들은 란츠 강에 있는 모든 보트를 건너편으로 옮겨 놨다. 척후병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놈들은 이 보트들을 저 란츠베르크 요새 아래 기슭의 보트정박지에 묶어놨다는군.”

스피놀라가 물었다.

“그곳에 놈들이 많이 있습니까?”

“아니, 요새 수비대원들은 수가 적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아군이 북쪽에서 기만작전을 펼친 덕택에 놈들이 병력을 분산시킨 모양이야. 들키지 않고 기습만 잘 한다면 그 보트를 이리로 가지고 와서 우리가 신속히 강을 건널 수 있을 것이다."

대령이 지도를 손가락에 대며 지시를 내렸다.

"강을 건너는 대로 언덕을 올라 적의 바로 앞에서 참호를 파고 들어가는 거다. 스피놀라, 자네 대대가 선봉에 서겠나?”

“물론입니다. 각하.”

스피놀라가 삼각모를 벗으며 대답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카라카스 대령이 단번에 지도를 접고 말했다.

“좋아, 자네 대대가 강을 건너는 동안 우리가 엄호하겠다.”

장교들이 어둑어둑한 강기슬로 돌아갔다. 스피놀라가 벨린을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장교는 자네뿐인 것 같은데. 어떤가. 한번 해보겠나? 이 일에 성공하면 자넨 훈장을 받을 거야.”

“훈장은 필요 없습니다만, 영웅이 된다면 해보지요.”

벨린이 대답했다. 스피놀라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병사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총사연대와 척탄병연대로 구성된 별동대는 은밀히 강기슭으로 접근해나갔다. 마치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처럼, 그들은 강 건너편에 어슴푸레 서 있는 란츠베르크의 요새로 날카로운 눈빛을 뿌렸다.

벨린은 소대원들을 준비시켰다. 문득 알레한드로나 조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들은 지금 란츠베르크가 아닌 홀란드 방면의 다른 전장으로 발령이 났기에 아쉬운 대로 작전을 펼쳐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벨린이 거느린 군인들은 일반 병사들이 아닌 총사들이었다. 총사가 총사를 지휘한다면 누구나 명령을 잘 이해하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벨린의 기대대로 전혀 주저하는 기색 없이 뼈대만 남은 다리의 기둥에 매달려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벨린과 그의 소대원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열심히 다리를 잡고 건넜다. 소대원들의 뒤를 총사대대 전체가 차례대로 따라왔다. 강을 건너는 도중에는 말을 할 틈이 없었다. 다리의 군데군데가 끊어지고 떨어진 터라서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큰일이었다.

벨린이 그들의 맨 앞에서 길을 틔워주었다. 그는 정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이 모든 위험을 즐기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문득, 검은 머리 황녀의 얼굴과 갈색 머리 노예의 얼굴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전혀 어울리지 하는 두 여자가 동시에 생각나는 것도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하지만 벨린은 이미 사랑을 하지 않기로 맹세한 터였다.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는 벌써 하고자 하는 것을 동시에 즐겨왔다. 권력을 지닌 황녀와 쾌락을 맛보았고, 그가 배신감을 느끼며 증오 했던 것과 닮은 여인을 사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대리 복수였을까.

벨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단지 기회가 되어 즐긴 것일 뿐이다. 그는 그렇게 굳건히 믿었고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항상 즉흥적으로 행동해왔지 않는가.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10분 동안 다리를 건넌 끝에, 벨린은 강을 건너는데 성공했다. 그가 조심스레 개울가 쪽으로 뛰어내리자, 다른 총사들이 사방을 경계하면서 그를 따라 뛰어나왔다.

사방은 이제 완전히 어두웠지만, 조용하지는 않았다. 포성 때문이었다. 강의 지류를 따라 1킬로미터 떨어진 란츠베르크 요새 위 성벽에서 불꽃이 번쩍했다. 포를 사격하는 모양이다.

이쯤 되면, 총성 정도는 간단히 대포의 포성에 가려질 것이다. 벨린은 이렇게 판단하며 뭍으로 올랐다. 저 멀리 200미터 떨어진 곳에 오두막으로 지어진 보트정박지와 요새로 가는 길이 보였다. 언덕을 따라 난 그 길의 중간에는 10여대의 경포를 배치해둔 포대 진지와 요새관문이 배치되어 있었고, 낭떠러지와 연계된 그 가파른 길 너머에는 바로 란츠베르크 요새와 연결된 분지가 펼쳐져 있었다.

“전진.”

벨린이 작게 말했다. 뭍으로 따라 올라온 총사들이 어깨에 메고 있던 머스킷총을 풀었다. 일부는 검처럼 생긴 긴 총검을 장착했다. 이처럼 어둡고 시야가 나쁜 날씨에는 갑작스런 백병전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포대 근처에 포병들의 숙소가 보였다. 보트 보관소의 오두막 주변에는 적병이 모닥불을 피우고 숙영 중인지 불빛이 무척 환하였다.

벨린은 수신호를 보낸 다음, 몸을 잔뜩 숙인 채 바위로 가려지는 엄폐물까지 걸어갔다. 그곳에서 적들에게 일제사격을 가한 다음 기습을 가할 것이다. 수 십 여명의 총사들이 발걸음을 죽이고 그를 따라 나왔다. 선두를 따라 도착한 제2진의 일부는 포대를 점령하기 위해 언덕을 기어 올라갔다.

모닥불 가까이에 저녁 식사를 하는 요새 수비병들이 보였다. 그들은 태평해보였다. 히스파니아군이 감히 이 막강한 요새 앞까지 올 리가 없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조준.”

벨린이 총을 겨누며 말했다. 총사들이 강선파인 머스킷총을 조준했다. 그는 항상 그랬듯이 모닥불을 쬐며 술을 마시는 적의 장교를 노렸다.

“쏴!”

총성이 울려 퍼졌다. 총사들의 일제사격에 모닥불에 앉아 있던 수비병들이 총격을 맞고 쓰러졌다. 살아남은 이들은 벌떡 일어나서는 엄폐물로 숨었지만 이미 일제사격을 끝낸 총사들은 총검을 장착하고서는 적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우리는 포대 쪽을 지원한다.”

벨린은 소대의 총사들을 이끌고 언덕 위를 기어올랐다. 그러나 항상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는 법, 선두에 있던 총사들이 포대에 둘러싸인 울타리를 넘느라 진군이 늦어진 사이, 깜짝 놀란 적 포병들이 숙소에서 뛰어나왔다.

저들이 포에 손이라도 댄다면 큰일이다.

“돌격!”

포대까지 올라온 벨린이 전속력으로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대포를 장전하기 위해 달려온 적의 포병들이 바로 앞에 있었다.

즉각 백병전이 시작되었다.

벨린이 사브레로 포병의 가슴을 찔러 쓰러뜨렸다. 울타리를 넘어온 총사들이 그를 거들었다. 그들은 질풍노도와 같이 검과 총검을 휘두르며 무기가 빈약한 포병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총사들이 포대의 맨 끝부분까지 뛰어드는 찰나였다. 벨린의 눈앞에 경포를 굴리는 네 명의 포병들이 포착되었다. 총사들이 미처 접근하기도 전에 대포는 다가오는 총사들에게 조준되었고, 벨린이 잠시 멈칫한 사이 옆에 있는 총사가 한마디 했다.

“이런, 우리가 한 방 먹겠는데….”

그 대포가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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