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속삭임
이런 이야기를 하긴 미안하지만, 당신은 그다지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운이 나쁘다고도 할 수 없죠. 일장춘몽으로 끝날 꿈이라고 해도, 당신의 인생과 그다지 다를 바는 없거든요.
아아, 미안. 시비를 걸려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당신 반응이 조금 의외라서요.
네, 당신 말도 맞아요. 어쩌면 나 역시 다를 바 없을 수도 있죠.
우리는 모두 꿈을 꿔요. 나도, 당신도, 저기 들판에 잠들어 있는 이름 모를 동물들도. 세상 모든 생명은 의식 속에서 무의식을 빚어내죠.
그거 아나요, 꿈이란 생명에게 허락된 유일한 창조 행위라는 거?
음, 미안해요. 괜히 말이 길어졌군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에요. 당신의 앞에 놓여진 길은 두 갈래라는 거.
당신은 새로운 꿈을 꾸고 싶나요? 아니면 이 꿈의 끝을 향해 걷고 싶나요?
두 가지 모두 정답일 수도, 오답일 수 있어요.
이유요?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나요. 이미 당신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는데.
푸른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여명에 키스하는 것도, 그림자 속에 달의 미소를 머금으며 세상을 색칠하는 황혼과 동행하는 것도 당신 자유에요.
이런, 고민하고 있군요. 선택의 고민이 아니라 해석의 고민 같네요. 내가 지금 문제를 낸다고 생각하는 거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 새로운 답도 없어요. 나는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는 거에요.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그리고 선택해야만 하는 길은 오직 하나에요.
자, 그럼 이제 선택하세요.
아니면, 조금 더 걸어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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