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 임자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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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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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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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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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참혹한 전쟁의 결과 (2)

DUMMY

말문이 막힌 듯 놀란 가희원에게 형민의 마지막 선고가 내려졌다.


”이제 이 땅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죽고 고통받은 것에 대한 너의 죄를 알겠지.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오는 거야.“



가희원을 둘러싼 시민들을 바라보며 형민이 말했다.



”매국노의 처분은 대구시민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알아서 처분하십시오.“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가희원은 이를 갈며 막말을 쏟아냈다.


“너희들이 오늘 나를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삼각위원회를 결코 이길 수는 없다.

왜 그 재산에 그 학력에 그 외모에 친일파 소리 듣게 일하냐고 너희들 같은 순진한 놈들이 그동안 수없이 나에게 물었지만, 세상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줄 아냐?

미국과 일본이 한국과 북한이 한민족만의 이익을 위한 평화통일을 하겠다는 걸 허락할 것 같나?

한민족에 의한 남한과 북한의 평화통일을 이룬다? 하하. 웃기지 마라!

세상은 약자가 결코 약자들 간의 이익만을 위해서 합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과거 정부부터 시작해서 지난 수십 년간 너희들 같은 순진한 바보들이 한국을 삼각위원회의 지시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이끌어온 것이 지금 같은 전쟁을 이 나라에 불러온 거야.

삼각위원회의 지시대로 일본에 순응하며 한미일 삼각동맹을 맺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강자들의 뜻에 따라 나라를 이끌었으면 전쟁도 너희들 가족도 희생되지 않았겠지.”


​가희원의 표독스러운 저주를 듣던 시민들이 표정이 일그러졌다.



형민과 통제영 사람들은 몰려온 대구시민들 앞에 가희원을 두고 차를 타고 떠났다.



서문시장을 둘러싼 많은 대구시민들 앞에 가희원은 홀로 남겨졌다.



"여기 빨리 끈 좀 풀어주세요."


통제영 사람들이 진짜 사라지나 뒤를 돌아보던 가희원은 차가 시야에서 떠나자, 살길을 찾은 듯이 밝은 표정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뭐 하세요? 빨리 와서 끈 좀 풀어주세요. 팔이 끊어질 듯이 아파요. 저기 학생! 빨리 와서 이것 좀 풀어줘."


가희원에게 지목된 중학생쯤 보이는 소년은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다가 뒤로 돌아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점점 다가오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그제서야 가희원은 뭔가 잘못되어 감을 느꼈다.


"여러분 왜 이러세요? 저 대구의 딸 가희원에요."


"뭐? 대구의 딸? 저년 뚫린 입이라고 말하는 짓거리 보소. 내 오늘 네년 아가리를 찢어 놓겠어!"


사람들 맨 앞에선 서문시장 터줏대감 국밥집 윤 필내 여사의 눈에는 핏기가 가득했다.



서문시장에 터를 잡고 새벽부터 사골을 끓이고 찬을 다듬고 밤늦게까지 고생하며 40년을 살면서 애써 키운 아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윤필내 여사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윤 필내 여사는 폭격으로 땅바닥에 깨진 시장통 보도블록 돌덩이를 들었다.


윤 필내 여사를 필두로 서문시장 시장통 아줌마들이 주변에 돌을 들기 시작했다.


분노와 배신감... 항상 투표 때마다 고향 사람을 지지해줘야 대구가 산다며 보수파들을 지지해주었던 시장의 사람들이 이번 전쟁을 겪으며 진실에 눈을 뜬 것이었다.


"내가 선거 때마다 너희 대구 정치인들을 찍어주라며 시장마다 손님마다 떠들어된게... 내 손에 장을 지질 일이다.

내 아들 죽은 거도 원통하지만, 가슴속에 더 무너지는 게 너희들에게 속아 지지해온 세월이 더 원통하다.

내가 속아서 내 손으로 찍어준 네 놈들에게 내 아들을 빼앗겼다.

내 아들은 이미 죽었지만 대한민국 다른 아이들은 더 이상 네놈들에게 속아서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윤 필내 여사가 힘껏 던진 돌이 가희원의 이마에 맞았다.



“아 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가희원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가희원 주변으로 손에 돌을 든 시장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아니 왜 이러세요? 진짜 나를 죽이려는 거요? 이, 이 이런 무식한 것들이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당장 손에 든 돌들 내려놓지 못해. 경찰! 경찰 어딨어. 경찰!"


"경찰 여깄습니다."


지나가던 경찰이 나섰다.


"오 당신 경찰인가? 나를 보호하시오. 나 대통령 후보 가희원이야. 그리고 저기 돌 던진 저 미친 여자를 당장 체포하시오. 당장 체포해!"



가희원은 경찰을 보자 살길을 찾은 듯이 큰소리로 외쳤다.





"내가 대한민국 경찰인 건 맞지만, 난 대한민국 사람들만 보호합니다. 근데 이번 전쟁을 겪으며 보니, 내가 보기엔 당신은 대구 사람도 대한민국 사람도 아닙니다."


경찰은 냉정한 표정으로 가희원을 쏘아붙인 채 뒤를 돌아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야, 이놈아. 너 어디가? 너 직무 유기야. 네가 나를 버리고 무사할 거 같아? 나 대통령 후보 가희원이야! 네가 이러고도 경찰 짓 해 먹을 거 같아? 내가 네 놈 옷 반드시 벗길 거야!"


사라지는 경찰의 뒤로 가희원의 악에 받친 듯한 고함이 시장통을 울려 퍼졌다.


피 묻은 입술로 눈을 표독스럽게 뜨고 가희원은 절규하듯 외쳤다.


”나를 원망하지 말고 지난 20년간 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너희들 같은 바보들인 홍익당을 원망해라.”



가희원은 마지막 숨을 고통스럽게 쉬며 저주의 말을 남겼다.


“내... 내가 죽더라도 결코 통일은 너희들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커으흑 컥”


분노에 가득 찬 유가족들에게 둘러싸인 가희원는 더 이상 소리치지 못했다.



사람들이 던지는 돌팔매에 쌓이는 먼지 속에 가희원의 목소리도 곧 멈추었다.



서문시장 입구는 대구시민의 마음만큼 뿌연 연무만 자욱하게 남았다.










2032. 4. 23.


P.M. 11 : 19


용산 합동참모본부








합참에도 전세를 역전한 지금 공격을 시작하자는 의견이 빗발쳤다,



“의장님, 일본 공격을 허락해주십시오!“



선현중 해군 참모총장은 일본에 대한 반격을 주장했다.



”사거리 200km까지 접근하면 5t 탄두 SLBM 타격 가능합니다. 호위대군 구축함들이 사라진 지금 일본 해군에는 지방대 전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일본 해군을 전멸시킬 유일한 기회입니다. 잠수함부대가 동해와 대한해협 너머 남쪽으로 진입해 양동작전으로 지방대에 남아있는 군함들을 동시에 공격한다면 임진왜란 때 칠천량에서 우리 해군이 전멸당했던 것을 똑같이 복수를 할 수 있습니다!“



김산창 공군 참모총장도 의견을 같이했다.



”일본 본토에 아직 다수의 F-15J 전투기와 F-35A 전투기가 남아있지만, 우리 공군이 수적 우위를 확보한 지금이 유일한 공격 기회이긴 합니다.“


”그러나 동천 대공방어 시스템이 아직 건재하지 않소?“


”위험을 감수할 기회임은 분명합니다.“


”남아있는 전력을 그런 군사적 모험에 사용할 수는 없소.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도 우리는 신중히 대비해야 합니다.“




신중한 합참의장의 말에 NSC도 동조했다.



”지금은 추가적인 군사행동보다는 우리 군과 시민들을 위한 피해 복구에 더 힘을 써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향해 피해 복구를 지시한 뒤, 국조현 차장을 바라보았다.


대통령의 뜻을 안 국차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록스턴 CIA 한국지부장 연락을 받은 국조현 차장은 남산으로 향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표를 할것입니다. 대신 이번 전쟁에서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한 비밀을 준수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합니다."


"동의합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또 한번의 위기를 넘어서 앞으로 한미 우호를 지속해 나가길 희망합니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국조현 차장도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제관계는 이렇게 냉정한 것이었다.



어제는 미국에게 일본이 아시아 최고의 동맹이었지만. 내일의 이익을 위해 또 다른 동맹과 손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이었다.



아무 말 없이 눈빛만 응시하며 굳게 악수를 나눈 양쪽은 서로의 갈 곳을 향해 빠르게 흩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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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2. 전쟁은 끝난 것일까 (3) 21.11.18 162 5 10쪽
191 191. 전쟁은 끝난 것일까 (2) 21.11.17 164 5 8쪽
190 190. 전쟁은 끝난 것일까 (1) 21.11.16 183 4 11쪽
189 189. 국정원의 별 21.11.15 187 4 10쪽
188 188. 죄와 벌 (3) 21.11.14 188 4 8쪽
187 187. 죄와 벌 (2) 21.11.13 190 5 8쪽
186 186. 죄와 벌 (1) 21.11.12 186 5 7쪽
185 185. 참혹한 전쟁의 결과 (3) 21.11.11 194 5 8쪽
» 184. 참혹한 전쟁의 결과 (2) 21.11.10 194 4 8쪽
183 183. 참혹한 전쟁의 결과 (1) 21.11.09 195 6 8쪽
182 182. 신의 지팡이 (3) 21.11.08 196 5 9쪽
181 181. 신의 지팡이 (2) 21.11.07 203 5 7쪽
180 180. 신의 지팡이 (1) 21.11.06 188 6 8쪽
179 179. 배신의 국제관계 (3) 21.11.05 187 4 7쪽
178 178. 배신의 국제관계 (2) 21.11.04 184 6 8쪽
177 177. 배신의 국제관계 (1) 21.11.03 186 5 8쪽
176 176. 시민군의 마지막 전투 (3) 21.11.02 189 5 8쪽
175 175. 시민군의 마지막 전투 (2) +2 21.11.01 197 5 9쪽
174 174 시민군의 마지막 전투 (1) 21.10.31 194 4 7쪽
173 173. 바다의 늑대들 (4) 21.10.30 182 4 7쪽
172 172. 바다의 늑대들 (3) 21.10.29 185 4 9쪽
171 171. 바다의 늑대들 (2) 21.10.28 189 4 7쪽
170 170. 바다의 늑대들 (1) 21.10.27 195 4 7쪽
169 169. 최후의 해전 (4) 21.10.26 194 4 8쪽
168 168. 최후의 해전 (3) 21.10.25 190 5 9쪽
167 167. 최후의 해전 (2) 21.10.24 184 4 8쪽
166 166. 최후의 해전 (1) 21.10.23 195 4 7쪽
165 165. 심해의 결투 (4) 21.10.22 188 4 7쪽
164 164. 심해의 결투 (3) 21.10.21 192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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