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계약을..
그녀의 꿈을 먹겠습니다.
무무는 당당하게 대답을 했다.
‘무무가 맞으니까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거겠죠?’
“응.. 무무야.. 미안했어.. 그런데.. 목소리에 힘이 없다? 너..”
‘지금 목욕실 밖이라 그래요. 안에서 말하면 또 꺼지라고 소리 칠까봐..’
“아~ 아냐.. 거기 기다려.. 나 목욕 다 했어.. 금방 나갈게..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
유리는 큰 수건을 꺼내 몸을 닦고서 몸을 감쌌다.
그리고 작은 수건으로는 긴 머리칼을 싸매고 묶었다.
목욕실을 나가 전에 거울을 보고 얼굴이며 몸 상태를 확인해 보고는 만족을 했는지 입술을 삐쭉 내밀어 미소를 지어보이고 나가는 유리였다.
“무무야.. 어디에 있어?”
‘그런 건 묻지 말고 내 물음에 답이나 하세요.’
무무의 말투에는 힘이 아닌 감정이 섞여있었다.
유리는 무무의 변한 말투에 미소로 대답했다.
“훗.. 아직도 화났어?”
‘화 안났어요.. 단지.. 목소리에 힘이 없다고 해서.. 힘 주고 말하는 거에요..’
“풉!! 그건 힘주는 게 아니라 화난 목소리로 들리는 걸~”
유리는 무무를 놀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조금 꼬집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유리님은 내 말이 장난처럼 들리나요?’
“아니요~ 장난은 내가 치고 있지요~”
‘그렇군요.. 아까 유리님이 하신 기도는..’
“내가 뭐라고 했는데요~”
‘뭐든 내가 하란대로 다할 거라고 말했잖아요?’
유리는 노래 부르듯 말하다가 흠칫.. 멈추고 자기가 한 말로 무무가 이상한 거라도 시킬까봐 겁이 났다.
“으응.. 그러기로 했지? 아마..도..”
‘아마가 아니죠.. 유리님은 거짓말쟁이는 아니잖아요.’
“알았어.. 하란 데로 하면 되잖아.. 단지.. 내가 목욕하는 거 봤다고 했을 때는 창피해서 화를 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차피 넌 보이지도 안잖아.. 다른 사람한테 내 얘기를 할 것도 아니고..”
‘맞아요.. 나하고 대화가 가능한 건 유리님뿐이에요.’
“휴우.. 다행이다. 난 또.. 그런데.. 뭘 시킬 거야? 이상한 거 시키는 건 아니지?”
무무는 유리의 말에 이상한 게 뭔지를 몰랐기에 갸우뚱해보았지만.. 직설적으로 말했다.
‘나하고 계약을 해주셔야 해요.’
“계약? 무슨? 괜히 엄한 거는 아니겠지? 노예계약이나 담보계약..”
‘하하.. 그런 계약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유리님만이 제 몸을 찾아주실 수 있는데..’
“웃는 걸 들으니까.. 기분이 좀 풀렸나보네?”
‘예.. 기분은 처음부터 그대로예요.. 화난 적도 없어요..’
“그랬구나? 나 혼자만 걱정하고 있었나 보네.. 그래도.. 이렇게 돌아와 줘서 나도 기뻐..”
‘그럼, 지금부터 손을 앞으로 내미세요.’
“어떻게 이렇게?”
유리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무무는 그 오른손을 잡고서 말했다.
‘유리님, 당신과 계약합니다! 나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단 꺼져! 라는 말을 해도 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갑자기 환한 빛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어? 무무야~ 너 무무 맞아?”
아주 잠깐이지만 유리의 눈에는 멋진 모습의 미소년이 눈에 보였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예.. 무무가 맞아요..’
“아니.. 방금 한 남자가 서있었어.. 아주 근사한 옷을 입은 미소년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고..”
‘아쉽네요.. 나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계약은 끝난 거야?”
‘예..’
“간단하네.. 그럼, 이젠 뭐가 달라지거나 뭔가를.. 음.. 그 뭐냐..”
“아이참! 그 계집 정말 생긴 거랑은 다르게 말주변은 꽝이네!”
무무는 땅거북이 입을 놀리자 한 대 갈겼다.
‘퍽!!’
“아! 흐미...”
땅거북은 입을 다물고 꽁하니 벽만 보고 있었다.
“무무야.. 누가 있어?”
‘아.. 예.. 펫을 하나 얻었어요. 유리님이 꺼져!라고 말했을 때..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만난 놈인데요..’
“집나간 고양이가 애 배서 돌아온 격이네? 호홋.. 근데 그 펫은 나한테는 안 보이는데?”
‘헤헤.. 아직 이놈이 좀 사나운 면도 있고 그래도 꿈속에선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아하~ 무무랑 똑같은 종인가? 꿈에서 만날 수 있다니까..”
‘나중에 보시면 알거예요. 그럼.. 유리님은 쉬세요..’
“오늘 밤 내 꿈에 올 거지?”
‘네~ 좋은 꿈 많이 꾸세요!’
무무는 유리와 인사를 하고서 땅거북이를 데리고 옥상으로 나갔다.
* * * * *
무무는 땅거북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땅거북! 내 말에 따라 대답해!’
“아! 쫌!! 신경 써서 말씀하시라구요!! 내 머리가 터질 것 같단 말이에요!!”
‘아! 미안.. 이 정도면 되겠어?’
무무는 소리를 작게 해서 말했다.
“나쁘지는 않네요.. 그리고 질문이 뭐죠?”
‘넌 어느 정도 쎈 놈이야?’
땅거북이는 질문에 대답도 못하고 녹색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왜 그래? 내가 잘못 물어 봤어?’
“아..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만..”
‘왜? 어이가 없는데? 아하~ 내가 너무 초짜인데 그런 초짜한테 당하고 종이 돼서 쪽팔려서 그러는 거구나?’
“예.. 이래 보여도 나이가 3천살에 공중전은 해보지 못해봤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악령이었다구요.. 그런데,, 흑흑.. 무무님 같은 철없는 정령한테.. 흑흑.. 엉엉.. 엉엉..”
‘꼴사납다. 뚝!’
“옙! 뚝..”
‘현실을 인정하면 편해져.. 날 봐.. 아무것도 없어도 17년을 살아왔잖아..’
“그거야.. 무무님 스킬이 아무것도 없다보니 정말 대단한 스킬이라고 봐요.”
‘그렇구나.. 아무것도 없는 스킬도 대단한 스킬.. ㅋㅋㅋ..;
“힉! 제발 그렇게 웃지 좀 마요! 겁난다 말이에요.”
‘잘못한 게 없으면 겁낼 일도 없는 거잖아.. 잘못한 게 뭐지? 말해봐.’
“아뇨.. 잘못한 게.. 죄송합니다. 무무님을 속으로 욕하고 계약을 파기시킬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앙! 몸은 느리면서 요놈의 주둥이는 왜 이렇게 빨라! 아.. 정말.. 사는 게 지옥인갑다..”
‘말. 다. 했. 어?’
무무는 스타카토로 말했고 땅거북이는 그 목소리가 너무 공포스러워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무무님.. 죄송해요.. 시정하겠습니다..”
‘다시는 나를 우습게 보. 지. 마!’
무무의 말은 정도를 넘어서서 냉정하게 울렸다.
땅거북은 머리를 몸 딱지 안으로 숨기고 부들부들 떨었다.
‘자.. 대답해 봐.. 넌 어느 정도의 레벨이지?’
“전.. 악령레벨 중에 초상위권 바로 밑의 레벨로 스킬이 좀 쎈 정령 3마리만 먹으면 바로 초상위권에 들어갑니다..”
‘악령레벨 중에 초상위권의 레벨은 모두 몇이나 있지?’
“그건.. 잘 모르겠으나.. 초상위권에 들어가야만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상위권 중에 제 레벨정도의 악령은 10명도 되지 않습니다.”
‘오호~ 그러면 꽤 높은 거잖아~’
“예.. 제가 만든 숲을 보셨던 것처럼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 재주도 있구나? 오호~ 좋아..좋아~ ㅋㅋㅋ..’
“근데.. 그 웃음은?”
무무의 큭큭큭 웃는 웃음에 땅거북은 오금이 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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