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밥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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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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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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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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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차려진 무대(9)

DUMMY

"여보세요.. 네, 찾았습니다. 일도 다 해결됐구요. 좌표도 방금 길드로 송신했어요."


「으음. 그래, 수고 많았고. 왠지 미안하네. 괜히 고생을 시켜서. 그런데 주변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


"그게 구경꾼들이 조금 몰렸거든요.."


「뭐?」


핸드폰 너머로 티아마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안과 수녀는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이고, 주변의 구경꾼들은 여전히 해산하지 않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니나도 그런 구경꾼들 사이에서 계속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경꾼들이라, 오랜만에 너답지 않은 일처린데?」


"제가 한게 아니니까요. 사건은 다른 모험자들 둘이 처리했어요."


나는 아무것도 한게 없다. 니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실제로 자신은 옥상을 달리고, 이안의 결투를 지켜본 것 말고는 따로 취한 행동이 없었다.


이렇듯 솔직하게 대답하자, 핸드폰 너머의 티아마트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호오. 요새도 그런 걸출한 아이들이 있었어?」


"네, 한명은 이안 에스더.. 다른 한명은, 이름을 모르겠네요. 어쨌든 다른 한명은 여성 엘프입니다."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이지만, 이라는 뒷말은 삼켰다.


「...잠깐만.」


그런데 갑자기 이 대목에서 티아마트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의아함을 느끼고 들고 있는 핸드폰에 스륵 눈동자를 굴리자, 다시 핸드폰 너머에서 티아마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 에스더... 그거, 확실해?」


"네, 그런데 티아마트님도 이안 에스더를 아시나요..?"


「흐음~ 뭐, 가볍게 알고 있다고 치지..」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니나는 까닥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의 티아마트였다면 아샤의 치안이 더럽혀진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함을 드러내야 정상이었다.


헌데, 어째서인지 지금의 티아마트는 불쾌함은 커녕 오히려 유쾌함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전혀 뜻밖의 반응이었다.


"어어..."


그 사이, 이안과 수녀, 엘프가 모여든 사람들을 헤치고 반대쪽으로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달려온 가드들과 몇마디 대화를 나눈 후 「밀하흐 클랜」의 신변을 길드에 양도한 다음의 일이었다.


어떻게 하지. 쫓아야 하나?


사건경위도 더 확인해야 하는데?


묻고 싶은 것도 많고..


「뭐야, 갑자기 왜그래?」


"아.. 당사자들이 지금 막 이동을 시작해서요. 어떻게 할까요? 쫓..."


「내버려둬.」


"........"


역시 티아마트답지 않았다.


깔끔한 일처리를 좋아하는 그녀가 사건 당사자들의 경위도 듣지 않고 그냥 그들을 보내주라니.


하지만 티아마트가 그렇게 하라면 이에 따라야만 했다.


점점 멀어져가는 이안 에스더의 등. 니나는 그 등을 눈으로 쫓을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포기하는 찰나, 휴대폰 너머에서 다시 티아마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가드들과 합류하고, 니나는 바로 나한테 와줘. 너한테 듣고 싶은 얘기가 한둘이 아니야.」


"네, 알겠습니다..."







"에휴. 정말 꼴이 말이 아니네.."


"아음.. 죄송합니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 들이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무사히 옾타시아에 도착했다.


오픈 준비가 분주한 홀 구석 테이블. 샤리트 원장님과 세희, 퓌르, 프노에까지 오랜만에 다섯이서 함께 얼굴을 마주했다.


이러고 있으니 꼭 반년 전에 함께 고아원에 있을 때가 생각난다. 물론 지금은 에머리 씨도 함께 옆에 앉아있기는 하지만.


"어디 다른데 더 아픈 곳은 없니?"


"이제 괜찮아요. 포션도 마셨으니까요."


"그래도 더 꼼꼼히 잘 발라야지!"


"아아! 진짜 괜찮다니까요..!"


이렇게 괜찮다고 말려도 원장님은 계속 치덕치덕 내 얼굴에 열심히 연고 치료제를 문대고 계신다.


정말 걱정이 너무 과하시다니깐.. 봐봐요, 에머리 씨가 지금 옆에서 웃고 있잖아요!!


"우와. 그런데 동영상 조회수, 댓글이 진짜 장난 아니네요?"


이런 가운데, 퓌르랑 프노에가 내가 창피해 하거나 말거나 옆에서 뚫어져라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둘이 보는 건 나와 에머리 씨가 나오는 미튜브 동영상. 둘의 말에 따르면 지금 현재 가장 핫한 동영상이라는 모양이다.


그야 그럴만도 하겠지. 난데 없이 대낮에, 그것도 아샤 대로에 떡하니 광인들이 출몰했으니 말이다.


더불어 「밀하흐 클랜」이 다시 풀려난 이유는 모종의 습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참고로 가드들을 습격한 이인조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 길드측에서는 이에 대해 어째서인지 말을 아끼고 있는 분위기라고 하는데, 일개 모험자인 내가 감히 왈가왈부 참견할 영역은 아니었다.


어쨌든 이렇게 길드 주도로 일은 빠르게 일단락 지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도 이렇게 한가로히 재회를 즐길 수 있는 거고.


"그래서 오빠는 이제 완전 유명인이 됐네?"

"그러게에. 셀럽이야, 셀럽. 우와아아."


"너희들.."


놀리는 것 같은.. 아니, 확실히 놀리는 표정으로 퓌르와 프노에가 이쪽을 돌아보며 헤죽 웃었다. 그리고는 대뜸 보고 있던 핸드폰을 이쪽으로 내민다.


화면 속에는 토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내 모습이 있었다. 기합을 지르며 토비와 격렬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토비와 발을 섞으면서 필사적으로 창대를 휘두르고 있는 내 모습.


우와. 뭐야, 이거?


막상 이렇게 보니까, 엄청 부끄럽잖아!?


실시간으로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채팅창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만다.


"아윽..!?"


왠지 길가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종업원들이 전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다.


숨고 싶어. 어디든 빨리 숨고 싶어.


지금 미튜브에서 이런 동영상이 마구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이거 너무 부끄럽잖아?!


"그래도 우리는 오빠가 유명해져서 좋은데?"

"으응. 자랑도 할 수 있구. 난 신나."


화면을 보면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나. 그리고 이런 내 앞에서, 놀렸을 때는 언제고 둘은 금방 장난스럽던 표정을 지우고 해맑게 베시시 웃었다.


"맞아, 오빠. 나는 화면으로만 보긴 했지만, 그래도 오빠는 진짜 멋졌어. 그러니까 딱히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게다가 아직도 연고를 발라주고 계시는 원장님의 뒤에서 세희도 이렇게 말한다.


에머리 씨도 원장님도 이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에스더 씨.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 이 분 말이 맞아. 자, 너도 한 번 주위를 둘러보렴. 사람들이 지금 어떤 눈으로 너를 쳐다보고 있는지."


"으음..."


둘의 설득에 용기를 내어 슬쩍 주변을 둘러봤다.


옾타시아의 종업원들은 바삐 움직이면서도 힐끔 힐끔 이쪽을 흘겨보고 있었다.


어라, 진짜였구나.


모두의 눈 속에 호감이 담겨있는 게 엿보였다.


얼굴 가득 상처 투성이인 처량한 내 이 꼴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때, 정말이지?"


흐뭇하게 미소 짓는 원장님.


퓌르랑 프노에는 고새 핸드폰을 들고 쪼르르 달려가, 이쪽을 보고 있던 종업원들에게 내가 나오는 동영상을 자랑스레 보여주기 시작했다.


종업원들은 자기들도 벌써 봤다고 맞장구 치며 퓌르랑 프노에와 함께 웃었다.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란 것은 이제 잘 알았다. 그런데 퓌르랑 프노에가 저렇게 나를 자꾸 부끄럽게 만들고 있잖아..


둘의 이런 행태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어느새 원장님의 손이 얼굴에서 떨어졌다.


그런 다음 원장님이 조근조근 말했다. 대상은 내가 아니라, 뒤에 서 있던 세희를 향해서였다.


"저기, 세희야. 미안한데 너도 잠깐만 자리를 비켜주면 안 되겠니? 이안이한테 잠깐 줄게 있어서 그런데."


"물론이죠."


퓌르랑 프노에에 이어 세희도 이렇게 슬며시 테이블을 벗어났다.


세희가 멀어지자 원장님의 얼굴이 별안간 진지해졌다.


이윽고 원장님은 조심히 품을 뒤적이더니 조그만 상자 하나를 꺼내 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뭔가요, 이건?"


"뭐긴, 너한테 도착한 선물이야. 이제야 주게 되네. 어디 한 번 열어보렴."


스윽. 상자가 내 앞으로 밀려왔다.


나한테 온 선물?


원장님과 에머리 씨를 각각 한 번씩 돌아본 후, 딸깍 상자를 열어봤다.


그리고 즉시 등골을 타고 쫘르륵 소름이 내달렸다.


"워,원장님 이건...!"


"어때, 선물이 마음에 드니?"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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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부. 에필로그 - 시작의 그날 21.06.02 81 1 9쪽
41 40. 차려진 무대(10) 21.06.01 77 1 10쪽
» 39. 차려진 무대(9) 21.05.31 80 1 9쪽
39 38. 차려진 무대(8) 21.05.30 83 1 8쪽
38 37. 차려진 무대(7) 21.05.29 87 2 8쪽
37 36. 차려진 무대(6) 21.05.29 86 2 10쪽
36 35. 차려진 무대(5) 21.05.28 90 2 9쪽
35 34. 차려진 무대(4) 21.05.27 94 2 11쪽
34 33. 차려진 무대(3) 21.05.26 95 2 10쪽
33 32. 차려진 무대(2) 21.05.26 96 3 10쪽
32 31. 차려진 무대. 21.05.25 102 3 11쪽
31 30. 증명(13) 21.05.25 98 3 7쪽
30 29. 증명(12) 21.05.24 103 3 9쪽
29 28. 증명(11) 21.05.24 114 3 11쪽
28 27. 증명(10) 21.05.23 120 2 10쪽
27 26. 증명(9) 21.05.23 138 4 10쪽
26 25. 증명(8) 21.05.22 148 4 13쪽
25 24. 증명(7) 21.05.22 151 4 11쪽
24 23. 증명(6) 21.05.21 161 5 12쪽
23 22. 증명(5) 21.05.21 169 5 12쪽
22 21. 증명(4) 21.05.20 179 5 11쪽
21 20. 증명(3) 21.05.20 177 5 12쪽
20 19. 증명(2) 21.05.19 188 4 9쪽
19 18. 증명. 21.05.19 197 4 10쪽
18 17. 혼자 가지마(5) 21.05.18 201 4 10쪽
17 16. 혼자 가지마(4) 21.05.18 210 5 10쪽
16 15. 혼자 가지마(3) 21.05.17 221 4 10쪽
15 14. 혼자 가지마(2) 21.05.17 230 8 9쪽
14 13. 혼자 가지마. 21.05.16 241 10 9쪽
13 12. 갈망(2) 21.05.16 25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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