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밥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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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3
최근연재일 :
2021.08.04 15:21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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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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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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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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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0. 증명(13)

DUMMY

토비 밀하흐.


토비 밀하흐는 끊어지기 직전인 이성 속에서 오직 본능을 쫓아 동쪽지구를 내달렸다.


머리는 몽롱했고, 본능은 계속 살육을 속삭였다. 약간이나마 남아있는 이성은 이 본능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 그저 본능이 속삭이는대로 냄새를 쫓아 무작정 동료들과 계속 달렸다.


오직 조금 전에 맡았던 향기로운 내음을 취하기 위해.


"........"


살짝 뒤를 돌아봤다. 푸른 장발을 출렁이고 있는 아름다운 존재는 여전히 빛나는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자장가를 불러주는 잔잔한 파도와 같은 미소. 이 미소에 약간이나마 남아있던 이성.. 이 이성이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본능이 솟구쳤고. 또 본능이 거칠게 소리쳤다.


내 몸 속에 지금 흐르고 있는 피는 저분의 총애라고!


저분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경쟁자를 없애라고!


경쟁자가 뿜어내는 향기로운 내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진 몸은 제어할 수 없는 본능에 따라 충실히 계속 발을 움직였다.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던 불안과 자제심 따위는 이제 없었다. 오직 거친 파도처럼 출렁이는 충동에 사로잡혀 토비 밀하흐는 격정 속에 몸을 던졌다.


"?!"


콰아아앙--!!


앞을 가로막는 묘목, 실외기 따위를 닥치는대로 검을 휘둘러 파괴했다. 일말의 멈칫거림도 죄의식도 없었다.


파편이 비산했고, 또 주변의 동료들도 이와 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며 옥상을 똑바로 질주하고 있었다.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수고.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계속 부쉈다. 그럼에도 마음 속의 격정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 격정을 해소하려면 역시 경쟁자를 없애야 돼. 토비 밀하흐는 분노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 생각만이 머리속을 지배했다.


위대한 존재의 내음.. 경쟁자의 냄새가 점점 더 가까워져간다. 이미 광란상태에 접어든지 오래인 토비 밀하흐와 그의 동료들이었지만, 그들은 꽃향기에 이끌린 꿀벌들처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 앞에 그 경쟁자가 있다는 걸. 먹잇감이 있다는 걸.


토비 말하흐와 동료들은 합을 미리 맞춰놨던 것처럼 어느 옥상의 한 난간에서 우뚝!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봤다.


언제나처럼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곧 한두 사람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더니, 이윽고 거리 전체가 이쪽을 보며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질을 하며 이쪽을 가르키는 사람. 입을 가리며 핸드폰부터 꺼내들어 촬영을 이어가는 사람.


매우 불쾌했다.


허나, 토비 밀하흐는 그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저들에게 할애할 시간따위는 없었다.


마르지 않는 격노와 분노를 채우기 위해 토비 밀하흐와 동료들은 고개를 바쁘게 움직였다.


어디냐.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냐.


"!?"


그 순간, 목표물이 시야에 확인됐다.


정면 상가에서 여유롭게 걸어 나오고 있는 회색 머리의 소년. 소년이 문을 나오자마자 향기로운 내음이 '화악' 코끝을 간질었다.


몸이 굳어졌다.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 시선으로 뚫어져라 회색머리를 응시했다.


가면 이인조가 말했었지. 우선 냄새를 쫓으라고.


위대한 존재가 미소로 속삭였었지. 힘내 보라고.


드디어 목표물을 찾았다.


이다음은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


들끓는 분노속에서 잠시 흐릿한 이성이 돌아왔다. 제어되지 않던 몸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회색머리의 소년은 놀란 눈초리로 이쪽을 올려보고 있었다.


이윽소 소년은 옆에 있는 엘프에게 무어라 입을 벌려 말했다.


소년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 순간 다시 향긋한 내음이 '후욱' 거리로 뿜어졌다.


아아아..


본능이 다시 충동질한다.


위대한 존재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저 경쟁자를 빨리 없애라고.


그리고 저 먹잇감을 처단하고 몸속에 흐르는 달콤한 피를 취하라고.


".....?!"


토비 밀하흐와 동료들은 즉시 이성을 내던지고, 옥상을 뛰어내려 대로를 달렸다.


용혈을! 보다 짙은 용혈을!!


토비 밀하흐는 끈임없이 속으로 되뇌었다.






"어!?"


핏발선 여러쌍의 눈동자가 동시에 이쪽을 노려본다.


대로의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아비규환 뿔뿔히 도망치기 시작했고. 「밀하흐 클렌」은 그런 인파를 걷어차고, 또 강하게 밀치며 똑바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벌어진 입. 희자위가 가득한 핏발선 눈동자. 게다가 규칙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저 짐승 같은 거친 움직임이 말해줬다.


「밀하흐 클랜」.. 지금 이들은 현재 제정신이 아니라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은 저희를 노리고 있는 것 같군요.."


옆에 서 있던 에머리 씨가 침착히 중얼거렸다.


에머리 씨는 이미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밀하흐 클랜」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맞서 싸울 준비가 완료됐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냉정한 상황판단이다. 나는 벌써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이렇게 온몸에 닭살이 돋고 있는데 말이다.


꿀꺽 침을 삼키고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열두명이나 되는 모험자들이 바닥을 박차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피부가 저릿해질 정도의 거친 살기가 느껴졌다. 지금 저들은 진심으로 우리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대인전 경험이 부족한 나도 이것만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호흡이 가빠졌고, 다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러는 한편 신기하게도 머리는 점차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밀하흐 클랜」이 왜 우리를 노리고 있는 거지?


호송대에 잡혀있어야 할 저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호송대는?


저들은 왜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이런 것들은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딱 하나. 저들의 진심이었다. 저들은 지금 진심으로 우리를 죽이려 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거리에 있는 모험자들은 오직 우리 둘뿐. 남들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었다.


냉정해진 머리가 주변 상황을 파악했고. 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손이 움직였다.


손을 움직여 등 뒤의 창대를 꽈악 움켜잡았다.


"바로 그겁니다. 좋은 정신입니다. 에스더 씨."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요..?"


창날을 앞으로 향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쪽은 둘. 반면 저쪽은 열둘이었다. 게다가 이쪽도 저쪽도 똑같은 노멀랭크에 레벨 10. 이 상황에서 겁이 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떨리는 창대를 힘주어 고정했다. 에머리 씨도 마침 '스르릉' 레이피어를 뽑아들고 있었다.


"싸움은 숫자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 상황은 살짝 힘들수도 있겠군요."


"역시 그렇겠죠..?"


"아아악..!!"


눈 앞에 걸리적거리는 이들을 무참히 밀치며 무섭게 이쪽으로 달려온다.


거리는 이제 불과 20미터.


등골을 타고 전율이 내달렸다.


악의가 가득 담긴 살기를 정면에서 마주하며, 창대를 꽈악 움켜쥐고 에머리 씨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에스더 씨, 지금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리십시오. 이것은 절대 모의전이 아닙니다."


"아,알고 있어요..!"


이때, 정면 상가의 옥상 위, 언뜻 푸른색 머리가 살짝 보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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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부. 에필로그 - 시작의 그날 21.06.02 81 1 9쪽
41 40. 차려진 무대(10) 21.06.01 77 1 10쪽
40 39. 차려진 무대(9) 21.05.31 80 1 9쪽
39 38. 차려진 무대(8) 21.05.30 83 1 8쪽
38 37. 차려진 무대(7) 21.05.29 87 2 8쪽
37 36. 차려진 무대(6) 21.05.29 86 2 10쪽
36 35. 차려진 무대(5) 21.05.28 90 2 9쪽
35 34. 차려진 무대(4) 21.05.27 94 2 11쪽
34 33. 차려진 무대(3) 21.05.26 95 2 10쪽
33 32. 차려진 무대(2) 21.05.26 96 3 10쪽
32 31. 차려진 무대. 21.05.25 102 3 11쪽
» 30. 증명(13) 21.05.25 99 3 7쪽
30 29. 증명(12) 21.05.24 103 3 9쪽
29 28. 증명(11) 21.05.24 115 3 11쪽
28 27. 증명(10) 21.05.23 120 2 10쪽
27 26. 증명(9) 21.05.23 138 4 10쪽
26 25. 증명(8) 21.05.22 148 4 13쪽
25 24. 증명(7) 21.05.22 151 4 11쪽
24 23. 증명(6) 21.05.21 161 5 12쪽
23 22. 증명(5) 21.05.21 169 5 12쪽
22 21. 증명(4) 21.05.20 179 5 11쪽
21 20. 증명(3) 21.05.20 177 5 12쪽
20 19. 증명(2) 21.05.19 188 4 9쪽
19 18. 증명. 21.05.19 197 4 10쪽
18 17. 혼자 가지마(5) 21.05.18 201 4 10쪽
17 16. 혼자 가지마(4) 21.05.18 210 5 10쪽
16 15. 혼자 가지마(3) 21.05.17 221 4 10쪽
15 14. 혼자 가지마(2) 21.05.17 230 8 9쪽
14 13. 혼자 가지마. 21.05.16 241 10 9쪽
13 12. 갈망(2) 21.05.16 25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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