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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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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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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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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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DUMMY

방주 내부 사냥터는 그야말로 레벨업을 위한 사냥터였다.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게 3층 역시도 2층처럼 머물고 있으면 위층의 몬스터들이 내려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1층 몬스터도 함께 내려오니 한예린의 도움이 없었다면 마력이 모자라 사냥하지 못했을 정도로 쉴 틈 없이 몰려왔다.

한예린은 탐사를 하다가도 중간중간에 마력을 채우는 호흡법으로 채워서 내게 전해주고는 했다. 경험치 2배 버프에 문신 경험치 버프가 더해지니 경험치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쑥쑥 올랐다.

여러 번 사냥한 몬스터의 경험치가 1씩 계속 떨어져도 똑같은 몬스터만 있는 게 아니라 크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고작 나흘 만에 레벨을 13이나 올릴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사냥하면서 샅샅이 선내를 살피는 일행들을 가끔씩 구경하다 보면 어느 순간 레벨업했다는 메시지는 떠올랐다.

바로 지금처럼.


[경험치 충족. 레벨이 114(으)로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보며 웃고 있으면 여지없이 몬스터는 나타나 알아달라 부르짖는다.

무식할수록 용감하다 했던가.

갖춘 무력이 비슷하다면 용감한 게 도움이 될지 몰라도 차이가 나면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마웠다.


달려오는 기세만큼 빠르게 쏘아져 가는 물줄기는 통로를 가득 채워 몬스터를 덮쳤다. 그리고 이전과 똑같이 물속에 갇혀 버둥거리다가 죽었다.

사냥은 이것의 반복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몰랐기에 패턴이 바뀌지는 않았다.

만들어낸 물은 개미지옥같이 몬스터를 삼켜 무덤이 되었다.


3층 몬스터는 2층 몬스터 보다 강해, 앞쪽은 백상우가 뒤쪽은 내가 맡으며 안전하게 탐사를 이어갔다.


천성비류창과 바투아의 마법과 수력을 사용해보며 느꼈지만, 무공과 마법 중 만약 비슷한 위력의 기예를 사용할 수 있다고 봤을 때 유지력이나 안정감은 무공 쪽이 확실히 더 뛰어났다.

하프나타의 9서클 마법은 독고진도 인정했듯이 분명 위력만큼은 무공보다 앞서기는 했다. 뿐만 아니라 범위 면에서도 더 넓었다.

하지만 아무리 무공보다 범위나 위력이 강하다 해도 순간의 화력은 피하면 그만이었다. 캐스팅 시간이 있다는 단점도 있었다.

피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하는 말이지 피할 수가 없다면 마법이 강한 건 확실했다.

빈말이 아니라 써보면서 깨달은 사실이다.


마법이 폭탄이라면 무공은 일개 병사로 시작해 경지가 올라갈수록 일일군단이 되어가는 기예다.

일일군단의 능력을 홀로 갖추고 있다면 이미 그 사람은 움직이는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위력은 떨어지더라도 기동성이 월등히 앞서 전략 면에서는 활용도가 훨씬 높은 게 무공이라는 기예.


백상우의 손이 잔상을 남겼다 하면 몬스터는 어디 한 군데가 터져나가 사라져 갔다.

일행들이 보물 찾는 걸 구경하다가 지루한 나머지 자다가도 몬스터가 다가오면 귀신같이 튀어나가 한 방에 처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떤 때는 진짜 죽도록 패다가 사라지게 하기도 했다.

자주 보았던 광경이라 이제는 놀라지 않은 것이지, 볼 때마다 수련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광경이다. 몸 쓰는 게 의외로 맞는 타입이라는 걸 마법과 무공을 전부 사용해보다가 알게 되었다.


"아- 함. 환아 나 세수 좀 시켜주라. 여기 몬스터 별로 강한 녀석이 없어서, 지루해서 넘 졸립다."


100m가 넘는 거리에서도 귀에 콕 들어오는 백상우의 육성에 물을 만들어내 헬멧을 씌어주었다. 무공이 만능 스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이거지 이거지!"


물속에서 내지르는 고함도 정확히 들려왔다. 그렇게 몇 분을, 십수 분 동안 물 헬멧을 쓰고 있으면서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행동하는 모습에 보고 있으면 기가 찰 정도다.

이것 말고도 젖은 머리도 손도 되지 않고 손쉽게 말릴 수 있고, 떨어진 아이템을 허공섭물로 가져올 수도 있고, `단단한 피부` 레귤러스킬처럼 일반 병장기로는 상처도 못 입혔다.

이렇게 새삼 무공의 대단함을 하나하나 짚어보다 보니 밸런스 똥망게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백상우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있다.


물속에서만큼은 백상우보다 훨씬 빨랐다. 스킬과 아이템과 바투아의 정령융합의 효과가 더해지면 물속에서는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약간 우쭐한 기분에 미소 짓다가도 자만에 빠질 수 없게 해주는 일행들의 능력을 보다 보면 기분은 맛만 보고 이내 사라졌다.

쩝.


그보다 만약.....


백상우가 이 같은 스킬을 얻게 된다면 얼마나 강해질 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어느 지점에 이르자 오싹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백상우한테 주어진다면 다행이지 만약 능력이 뛰어난 악인에게 주어진다면 그야말로 움직이는 재앙이 아닐까.

땅의 정령 도란도 소환사가 워낙 뛰어난 능력을 갖춰 할 게 없는 것이지 일반 유저가 계약자였으면 빛을 보았을 정령이었다.

아무리 하급이라고 해도 정령은 계약한 정령의 종류에 따라 여러 마법을 사용하고, 무엇보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였다.

돈을 주고도 100%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는 건 어려웠다.


도란은 평소 한예린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탐사를 돕고는 했는데 오늘도 둘은 붙어 다니며 미소를 자아냈다.

한예린이 일반인보다 뛰어난 스탯을 갖춘 유저긴 하지만 버프와 디버프 스킬위주의 서포터라 함정을 잘못 건드리거나 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콰르르르릉!


한예린이 수색한다고 들어간 선실에서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천둥소리와 비슷하다 했더니 선실을 새어 나오는 번개만 봐도 침이 꿀떡 삼켜졌다.


"아따따따-!"


이 말소리는 번개 줄기 사이로 둥글고 큰 돌덩이 하나가 굴러나오며 내는 소리였다. 도란이었다.


"아뜨! 으어어! 찌릿찌릿해~ 우리, 우리 위험했다. 아무래도 러실을 기다려야 했나 봐. 돌아오는 울림이 확실히 이상하긴 했는데 으으-"


돌덩이는 잘게 부서져내리며 품고 있던 한예린의 모습을 드러나게 했다.


"그러게. 우리는 탐사에 별로 도움이 안 되네 역시...."


보고 있으니 일행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했던 한예린의 말이 떠올랐다.

탐사할 능력은 다른 일행보다 확실히 떨어지는 마당에 내게 버프 스킬을 걸어주고 경험치는 계속 얻고 있었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이번 탐사에 나오는 아이템을 배분할 때 자신은 빼달라고 말했지만 당연히 모두는 동의하지 않았다.

도란도 자기가 도움이 안 되는 거 같다며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예린아 나 마력 좀!"


한예린은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스킬을 가진 유저다. 내 말에 쪼르르 달려와서는 일정 거리를 두고 손을 뻗었다.

마력이 채워지는 간질간질한 묘한 느낌에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도란아 잠시 이쪽으로 와볼래? 나 등이 너무 가려워 좀 긁어주라!"


백상우가 부르자 도란이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가 돌 손으로 벅벅 긁어주었다.


"거기 거기. 오~ 오. 좋구만 좋아. 이제 간지럼도, 외로움도 조금 가시구먼.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지. 안 그래 정령 친구? 소중한 추억은 보물보다 귀한 법이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너무 그렇게 무리 안 해도 돼. 이제 너도 어느 정도 알겠지만 난 어디 가서도 꿇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내가 이번 탐사 끝나면 정령석인가 구해서 바투아처럼 중급으로 승급시켜줄테니 조금만 기다려 봐."


지금 이룬 것도 충분하다며 만족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안주하고자 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기가 정한 경계선에 막혀 한걸음 내딛는 걸음도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다. 도전과 용기는 어떤 분야든 간에 모자란다는 걸 알고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하고 낼 수 있는 일들.


만족하지 않는다는 건 더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곳은 어나더 월드 속 세계 에덴이다.

죽음이 두려워 나아가지 않고 머문다고 해서 안 죽는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몰랐다.

300레벨까지 올린 한예린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한예린과 도란은 내게도, 다른 일행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쳐 오늘도 웃게 만들었다.


"예린아 너도 무리하지 말고 몸 쓰는 건 저기~ 덩치 큰 백상우 같은 애한테 맡겨. 밥도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많이 먹는데 그럼 몇 배나 더 움직이는 게 맞는 거지."


보통 버퍼는 일반 사냥보다 보스전에서 더 빛을 바랄 때가 많았으니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나보다 더 필요한 파티원이었다. 내 말에 한예린이 웃던 그때였다.


"오오! 엘리트 아이템!"


러실의 고함이 들려온 방향을 보던 중에 스티븐이 통신석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용환아 우리 잠시 이야기 좀 해야 될 거 같은데?"


천가휘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직 경험치 버프가 3일이나 남은 시점에 온다고 얘기만 들었던 용씨세가의 가주가 가솔들을 데리고 도착했다는 소식에 습관적으로 볼을 긁적였다.

3일이면 못해도 레벨을 10 정도 더 올릴 수 있었기에 곤란해서 나왔던 행동이었다.

일단 소실된 부분을 알려줄 의향은 있었다. 물론 공짜로 넘겨주기에는 아쉬워 대가는 받아낼 생각이었다.

지금 문제는 동영상으로 보고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라, 경지가 낮은 내가 전해주려면 최소 수일 아니면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탐사를 중단하기에는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내가 빠진다고 해서 파티의 전력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전력을 떠나서 손이 줄어든다는 건 탐사에 어떤 식으로든 지장을 줄 수도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큰맘 먹고 최초발견자 혜택을 준 일행들의 배려가 마음에 걸렸다. 2배 드랍률로 나올 아이템이 지금 얻은 아이템보다 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이렇게 빠르게 레벨업 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또 올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쉽기만 했다.


고민하던 사이 천가휘가 용씨세가 가주의 말을 전해왔다.


오기가 곤란하면 자기가 그쪽으로 가겠다고 말이다.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젠데.


일단 시간을 내서 얘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


용씨세가는 대대로 이황의 자리나, 아무리 뒤를 이은 후계자의 자질이 떨어져도 팔왕의 자리를 꿰찼던 이름있는 명문 가문이다.

비급이 소실된 이후부터는 일신 이황 팔왕 사패에 들지 못해 이전 같은 위세를 떨치지 못하는 가문이 용씨세가.

그렇다 해도 한 지역에서는 아직도 누구나 알아주는 가문이라고 한다.

사는 곳은 달라도 웃어른으로 대접받기 충분한 위치와 나이의 사람이 용씨세가의 가주 용만후였다.

용만후의 나이는 올해 59세.


용씨세가의 입장에서는 빨리 전수받고 싶은 상황에 꺼낸, 탐사가 끝난 뒤 비급을 넘겨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내 말은 충분히 안달이나게 할만한 말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흔쾌히 기다리겠다고 용만후는 말해 이야기는 길어지지 않았다.

뒤에 있던 가솔들은 생각이 달랐는지 웅성거리기는 했지만 그 소리는 용만후의 헛기침 한번에 일단락되어 사라졌다.


방주에서 암흑의 성지에 갔다가 오는데 든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았다.


혹 사정을 하면 어쩌나 했는데 이야기가 큰 마찰 없이 끝난 거 같아 다행이었다.


듣기로는 용씨세가 역시도 리커버리 마법에 관심이 있어 별다른 일이 없는 한은 암흑의 성지에서 머물며 에덴에 대해 알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비급을 알려주는 대가로 용만후에게 천성비류창을 몇 개월 동안 지도해 달라고 하면 더 빨리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용씨세가가 대가로 언질했던 것은 마력 영단과 유니크 엘리트 매직 등급의 창 여러 개와 의복 장신구였다.

당장 전력을 늘리는 데에는 아이템만 한 게 없기는 했다.

하지만 후일을 생각하면 천성비류창을 수십 년 익혀온 이에게 지도를 받는 게 아무리 봐도 더 이득이라 생각되었다.


대가로 뭘 요구할지 기분 좋은 생각을 이어가며 사냥을 이어갔다.


우리는 탐사 7일째 날 4층에 다다를 수 있었다.


*


나스탈과 토란의 세계에 어나더 월드가 주어진 지 어느덧 2개월이 넘어 3달째에 접어드는 시점.

두 세계는 포털을 넘어오는 마수보다도 내부를 다스리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각 세계의 나라 전부는 신분이 낮은 이들의 접속을 통제하기로 결정하고는 내부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전쟁을 하던 나라들도 모두 멈추고는 어나더 월드 세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사이가 좋지 않던 나라들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게 할 정도로 파장은 컸다.


재능이 없이도 노력만으로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세계의 등장은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상황이 이러하니 에덴에 남은 이계인 대부분은 힘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중에는 신분제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신분제의 정점에 서서 누리는 사람도 있었다.


한 사냥터를 정해 매일 그곳에서 사냥한다는 건 그곳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는 뜻.

불타버린 땅에 들리는 사람 모두도 사냥할만한 능력을 갖춰 남아 있는 것이었다.

몬스터의 수준이 높은 곳답게 개인보다는 단체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단체들이 손해를 입으면 중히 안 여길 수가 없는 일이다.

늘어나는 사망자 숫자에 의문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어나더 월드 세계를 오랫동안 접한 유저 집단은 처음 팀원들이 신호도 못 보내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대체로 유저들은 이계인들보다 조심성이 많았다.

탐사에 최적화된 스킬을 가진 유저는 팀에 꼭 1~2명씩 끼어 있어 사고가 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구조신호만 보내면 대기조가 지원올 거라는 걸 모두는 알았다.

10명으로 이루어진 200대 중후반의 유저들이 신호도 못 보내고 죽었다?

단합 화합을 중시해도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세계가 지구의 인간들이다.

이는 유저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동시에 다 같이 죽지 않는 한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질 수 없다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몬스터보다는 살인마가 있다는 쪽으로 모두의 의견은 기울었다.


2개 팀, 총 24명의 유저가 사망하고 나서야 확신하게 되었다.

첫 번째 전원 팀 사망 때부터 어느 정도 의심을 하고 있었기에,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줄 스킬을 가진 유저는 대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언제나 그렇듯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법으로 연결된 생체 신호가 끊기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찾아가 시체들의 기억을 보았다.

스킬을 활용한 유저는 본 것을 아티팩트 거울에 담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범인의 얼굴과 행색까지 확인했으니 이제는 찾아 복수해야 할 때였다.

확인한 중국 초대형 길드 비야쥐의 길드장 송위룡은 곧장 유저들을 불러모았다.

대형길드답게 일부의 인원만 모였는데도 그 숫자는 1천 명에 이르렀다.

범인을 찾아 죽이기 위해 한 장소로 다 같이 이동했다.

비야쥐 유저들이 가는 곳은 나스탈인 한 집단이 가끔 모여서 쉬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지금 모여 쉬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에 유저들의 발걸음은 헛걸음이 아니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천 명에 달하는 유저들이 다가오니 나스탈인들도 경각심을 느끼고는 각자 자신들의 무구를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은 인간과, 전쟁과 전투를 수없이 치러본 이들이기에 적의를 품었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나스탈 하스모나 제국의 둘째 왕자 발론과 셋째 왕자 발칸이 앞으로 나와 늘어선 기사들을 등지고 섰다.

숫자는 유저들의 반도 되지 않았다.

내비치는 적의가 그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론은 한발 양보해서 물었다.


"이곳을 지나갈 생각인가 그대들은?"


지나가는 거라면 괜한 분란을 만들기 싫어 비켜줄 의향이 있었다. 기분대로 행동할만한 곳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발론도 잘 알았다.


"저희는 저희의 동료를 살해한 범인을 찾고자 이곳에 온 겁니다."

"동료를 죽인 범인?"


범인이 입었던 갑옷이 일부 기사들이 입은 것과 같았다. 몇몇이 든 검도 비슷한 형태의 검이었다.


발론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찾아와 살인마를 자신들 진형에서 찾는다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말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빠를듯하니 한 번보시죠."


비야쥐 길드는 딱 봐도 높은 귀족으로 보이는 발칸과 발론이 시킨 일이라 생각지 않았다. 현실도 아닌 에덴에서 분란의 씨앗을 뿌려봐야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

혼자서 단숨에 유저들을 학살한 인물인 범인이 혼자벌인 독단적인 일이라 여겼다.


"24명이나 되는 동료가 이자의 손에 죽었습니다."


확실한 건 14명이지만 10명도 같은 사람에게 죽었을 가능성은 높았다.

거울에 비치는 영상을 보던 발론이 미간을 좁히고는 한쪽을 바라보았다.


"호쿠만."


이어 읊조리는 작은 목소리에 기사 한 명이 틈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부르셨습니까 왕자님."


영상 속 인물과 똑같이 생긴 사람의 등장에 비야쥐 길드 간부들이 눈을 빛냈다.

복장은 달라도 분명 얼굴은 똑같았다.


"항상 내 옆에 있던 그대가 어찌 이곳에서 이 같은 학살을 저질렀는지 말해줄 수 있겠나?"


기사 호쿠만도 당황스럽고 황당할 뿐이다.

진짜 자신은 왕자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으니.


"모함이옵니다. 전 왕자님만을 지키는 검이옵니다."


알리바이를 입증시켜줄 사람이 다름 아닌 일국의 왕자였다.


"그래. 분명 그러할진대. 대체 저건, 대체 뭐란 말인가."


처음 보는 이계인이 보여준 영상과 증언만으로 아끼는 기사를 내어주는 건 신의를 떠나서 지금 왕자라는 위치의 명예와 자존심을 저버리는 것과 같았다.

명예를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 지금 발론이 사는 세계였다.


"저 기사를 저희에게 넘겨주시지요."

"그대들이 나를 기만하려 하는지, 어찌 알고 내 가신을 내어달라고 하는 겐가."


끌어오르는 분위기와 열기는 호승심을 불러일으켰다.

서로 양보할 생각이 없었으니 말을 섞을수록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점점 번져가는 열기는 곳곳에서 터져 나와 주변을 시끄럽게 메워갔다.


결론이 나지 않는 언쟁의 끝은 언제나 그렇듯 힘의 논리로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끝내 싸움으로 번진 순간.

불타버린 땅 옆 대지 로마투 벌판 한복판은 쑥대밭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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