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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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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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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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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화. 그 여행

DUMMY

끝없이 굽이굽이 이어진 능선, 왕도 카이란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도 이러한 산 천지였다. 덕분에 북쪽의 영토는 상당히 척박했지만, 반대로 그러한 풍토 덕에 사람들의 생존력이 뛰어났다. 덕분에 어디를 가도 살 수 있을만한 사람들이라고 평가 받는다.

풍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영토들이 대부분인 만큼 귀족의 사유지 보단 나라의 국유지가 대부분이며, 특히 북방의 세이갈이나 서쪽의 쿠모스를 경계로 하는 부근엔 국유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판이다. 그리고 그 쪽에서 살짝 아래로 내려오면 바로 우리 집, 베럴 영지가 자리하고 있다.

“거리상으론 얼마 안 돼도, 산길이 워낙 험 해서요 제법 시간이 걸립니다.”

나는 이 험지에 경이로워하는 스승님을 보고 피식 웃었다. 여행중이라고 했지, 하기야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 저 많은 산을 쑤셔넣은 신의 솜씨에 경의를 표한다고.

“이 정도면 거의 키피스 산에 못지 않은 걸요?”

“네, 높이는 높지 않아도 발 밑이 험한 건 만만치 않다고들 해요. 무엇보다도 여긴 대로가 아니라 샛길이니까요.”

“샛길이요?”

“네, 토박이들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랄까요? 돌아서 갈 길을 가로지는 경우가 꽤 되니까요, 이렇게 샛길로 지나다니지 않을려면 지금보다 대략 2배는 더 돌아서 가야 돼요.”

“우와.”그녀는 순수하게 감탄을 토해냈다.

“오른쪽 능선!”

그녀의 짧은 외침에 나는 전속력을 다해서 달렸다.

어딜가냐! 요놈아 내, 아니 우리의 일용할 식량이 되거라.

산속에서의 야숙 정도야 아버지의 서바이벌 수련코스(?)에 당연히 들어가있던 부분이기에 나는 제법 능숙하게 암사슴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치고 상당히 훌륭한 수확이었다. 스승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막히게 사냥감을 찾아내는 솜씨란. 안그래도 요즘 건량에 질려있던 터였다.

스승님과 나는 만면에 희색을 띄었다.

음, 역시 사람은 잘먹고 볼 일이다.

숲에서 불을 잘못 피웠다간 정말 큰일 난다. 피운 당사자가 위험해지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나무와 그 주변의 동물들에게도, 더 나아가 사냥꾼이나 약초채집하는 사람들한테까지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승님은 묘하게 이런 일에 능숙해보였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리미리 모래를 모아두었고, 뗄감을 제외하고 잘 탈만한 건 주변에 놔두질 않았다.

“오늘은 제가 준비할게요.”

“네? 그래도 괜찮겠어요?”

“저의 요리솜씨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네.”

그렇게 빙긋빙긋 웃는 얼굴로 긍정하지 말란 말입니다.

“세인은 파일로스 출신이잖아요.”파일로스 출신.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우리 왕국은 남존여비 사상이 극에 달에 있... 지는 않지만, 어쨌든 남자는 밖, 여자는 안 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뚜렷한 곳이다. 예외라면 예외로 기사계급에는 여자들의 수도 꽤돼지만, 보편적으로 여자가 집안일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난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는 유명한 주방장이 전부 남자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이래뵈도, 서바이벌 음식은 자신 있다구요 여자 남자가 무슨 상관이에요, 일단 먹고 살아야지. 안 그래요?”

“푸훗, 그럼 맡길게요.”

내가 장담하는데, 내가 시궁창에 버무린 쥐요리를 만들어도 저 사람은 맛있게 먹을 것이다.

아아, 이 감동의 일주일간 나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비유다 비유)여자의 손길에 묻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제자에게 다 시키고 떵떵거리던 어느 스승과는 참으로 비견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나도 슬슬 일은 해야지, 언제까지 새끼 새마냥 주는 것만 받아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차라리 버섯이나 먹지 뭐하러 사냥해서 먹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냐고? 간단하다. 생전 안 해본 사람이 본다면 정말로 신물이 올라올 만한 일을 해야 하니깐.

가죽을 벗기면 그 불그스름한 살덩어리가 보이고, 그 살을 열면 핏물이 좌악...

더 이상의 묘사는 생략한다.

아무튼 지금 나에겐 그저 맛있는 음식으로 보일 뿐이다. 뼈를 발라내고 내장도 제거하고 머리에서 항문까지 꼬챙이를 찔러 넣었다. 물론 비유가 그렇다는 거지, 머리랑 그곳은 이미 잘라낸 뒤다.

모닥불 양 옆에 새총모양으로 만들어둔 나뭇가지 2개를 세워놓고 그 위에 꼬챙이를 얹었다. 그리고 알맞게 익도록 빙글빙글 돌리는 걸 잊지 않았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에 절로 군침이 넘어왔다. 하지만 이걸로 끝난 건 아니다. 소금과 후추, 그리고 몇가지 향초를 조합해 만들어놓은 조미료를 군데군데 잘 익도록 뿌린다. 안 그러면 밋밋하니깐.

“사슴 통구이 완성입니다.”

“와, 정말 익숙한데요?”

“하핫, 칭찬 감사히 받겠습니다.”

확실히 맛있는 식사였다. 나는 배를 두드렸다. 우리 두사람이 대식가도 아닌 터라, 아직 통구이는 꽤 남아있었다. 남은 건 내일 아침으로 먹던지 하고, 우리는 잠자리를 준비했다.

산의 밤은 일찍 찾아오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내가 고대하던 순간이기도 했다.

아침엔 이동을 해야됐기 때문에 검술을 베울 시간이 지금밖에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스승님이 가르쳐주는 검술은 깊이가 있고, 재미있다. 우리 가문의 검술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처음엔 애를 좀 먹었지만, 지금은 그 쓰임새에 즐거울 정도였다.

“정말 성취가 빠른데요?”

그녀도 즐거워 한다. 어디선가, ‘좋은 인재를 길러내는 것 또한 하나의 큰 기쁨이다’ 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기는 한데, 그녀가 지금 딱 그 모습이었다.

검술에는 무려 이름까지 붙어 있었다. ‘이름’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명성과 업적이 있기에 성립할 수 있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검술이라고 해봐야 그저 칼을 쥐고 휘두르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한 단계 발전한 것이 바로 가전 검술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 베럴 가의 검술은 그 신속함과 깔끔함으로 유명하고 에쉬에일 가의 검술을 사자와 같은 용맹함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름’은 없다.

“세인에게 가르칠 검술의 이름은 레아 다른 검술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적인 검술이에요. 하지만 이 검술이 바로 토대가 되는 검술이고, 제일 중요한 것이기도 해요.”

이 말을 되새기며 검을 휘두른다. 내가 그동안 배워왔던 것 과는 다르다. ‘레아‘ 포뮬러 공화국 시대의 단어로 그 뜻은 ’회전‘ 또는 ’원‘을 뜻한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원색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원색적인만큼 그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괜히 폼 잡으려고 이리저리 휘두르는 놈들이 있는 데 말이야, 어차피 검의 목적은 하나다. 나는 살고 적은 죽이는 것. 그런데 무슨 멋이고 화려함이고 필요하겠어? 한 번에, 한 호흡에 적을 끝낸다고 생각해라.”

이렇게 배워왔던 나에게 계속해서 원을 그리는 이 검술은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결코 직선을 그리지 않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부채꼴의 직선 부분 정도가 레아의 유일한 직선적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님이 나에게 들려줬던 말 만큼이나 이 검은 상대방을 죽인다는 느낌이 묻어나오지 않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기존의 검술은 살인용, 이쪽은 대련용 정도의 느낌이랄까.

“이제 슬슬 대련을 시작해도 되겠는데요?”

“벌써요?”

“예, 성취가 정말 빠르네요. 확실히 기초가 잘 닦여 있어.... 어머나?”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좀비 두 마리는 우리의 피를 빨아먹을 기세로 소리쳤다.

“무,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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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4 10.05.29 1,245 10 7쪽
9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2 10.05.23 1,470 10 8쪽
8 2화. 그 여행 +2 10.05.22 1,479 12 9쪽
7 2화. 그 여행 +1 10.05.16 1,512 13 7쪽
6 2화. 그 여행 10.05.15 1,615 9 6쪽
» 2화. 그 여행 +2 10.05.09 1,808 10 8쪽
4 1화. 그 만남 +4 10.05.08 1,940 12 9쪽
3 1화. 그 만남 +4 10.05.07 2,155 13 6쪽
2 1화. 그 만남 +3 10.05.07 2,388 11 8쪽
1 1화. 그 만남 +3 10.05.06 4,122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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