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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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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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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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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화. 그 여행

DUMMY

날이 밝음과 동시에 출발한 우리는 도보에 제법 속도를 붙였다. 아무래도 넷이서 가는 만큼 지난번처럼 빠르진 않았지만 둘이서 갈 때보다는 활기찼다. 아마, 이건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메이린 덕분이 아닐까 싶지만.

“근데 베럴 영지에는 무슨 일로 가는 겁니까?”

“새로운 주인을 찾아서.”그는 안색하나 바뀌지 않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사의 입장으로서 주인에게 버림 받았다는 것은 큰 상처다. 나는 조금 감탄했다.

“그곳의 영주는 조금 다를 것 같거든. 솔직히 말해서 공기사(公騎士)나 되볼까 해도, 그건 너무 딱딱하잖아. 봉급도 짜고 말야.”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당신. 아니후회할지도 모르고 후훗.

“근데 공기가 정말 좋네요.”

“그러게요. 다리가 부러질 것 처럼 아프다는 것만 빼면요.”

메이린은 새파란 안색으로 중얼 거렸다.

“참아, 어쩔 수가 없으니까 괜히 버벅거리다간 이 숲속에 몇일동안 있어야 될지 아무도 몰라.”

“으엑, 그것만은 사양.”

그 때, 루리안이 갑자기 나를 밀쳤다.

“뭐, 뭐에요?!”

“제길, 숙여!”

휴리첼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갑작스런 파공성.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화살이라고? 매복인가!”

어느새엔가 뽑혀진 그의 검은 화살의 방향을 바꾸거나, 쳐내고 있었다. 말이 쉽지 화살을 쳐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사들 중에서도 숙련된 자들만이 펼쳐낼 수 있다는 기술.

루리안은 우리 둘을 데리고 바위 뒤편으로 숨었다.

“누구냐!”

“이런, 이런. 역시나 휴리첼 경. 솜씨가 녹슬지 않았군요.”

“네놈은?”

기름을 발라 잘 다듬어진 갈색 머리와 단정한 턱수염의 준수한 외모를 지닌 남자였다. 한 가지 흠이라면 눈초리가 너무나 날카로웠다는 것이다.

“메델라인.... 어째서?”

“뭘, 새삼스럽게.”

그는 어께를한 번 으쓱하더니 흉흉한 눈동자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대 덕분에 주군의 명예가 너무 많이 실추되었거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명분과 명예... 귀족 사회에서 빠지지 않은 그 두 단어는 때로는 사람을 너무도 추악하게 만든다. 휴리첼이 또 다른 명성을 쌓는다면 결국엔 그의 전 주인 프로스트 남작이 그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 것이다. 우수한 기사는 귀족들의 자랑이자, 화려한 장신구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휴리첼 같은 자를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쫓아낸 프로스트 경은 아마 두고두고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

즉, 입막음이라는 소리다.

“더럽군.”

그는 이를 갈았다.

“말은 필요 없겠지. 간다!”

휴리첼의 대검이 메델라인을 향했다. 우아한 기수식. 그리고 두 사람의 기사는 격돌했다. 격렬한 마찰음, 쇠와 쇠가 만들어내는 불꽃이 시야를 점멸했다.

휴리첼도 휴리첼 이었지만, 메델라인이라 불리우는 기사의 실력도 엄청났다. 휴리첼의 대검보다는 훨씬 가늘었지만, 그 찌르기는 빠르면서도 강렬했다.

휴리첼의 발이 메델라인의 검을 쳐냈다. 그리고 몸을 숙여서 몸통 박치기를 먹였지만, 메델라인은 솜시좋게 그것을 피해낸 뒤,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휴리첼은 뒤로 피해내면서 그 검을 막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힘겨루기. 아무래도 휴리첼 쪽이 위였는지, 메델라인은 뒤로 밀리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 힘을 흘려보낸 뒤 휴리첼의 등을 손바닥으로 밀어버리자, 휴리첼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오빠!”

메이린이 비명을 지르자, 메델라인이 피식 웃었고, 휴리첼은 저주를 내뱉었다. 그리고 중심을 잃어가려는 찰자, 다리를 거어 메델라인을 쓰러뜨리고는 소리쳤다.

“피해!”또 다시 쏟아지는 화살들.

“제길!”

나는 아득함을 느끼며 이를 갈았다.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눈 앞에서 투명한 무엇인가가 펼쳐졌다. 새하얀 종이 위로 퍼져나가는 잉크처럼, 그것은 대기라는 종이 위로 조용히 퍼져나갔다. 그리고 화살은 그 것을 뚫지 못한 채 튕겨나갔다.

“헉, 헉”

빠른 순간에 펼쳐낸 마법에 메이린은 눈에 띄게 지친 표정이었다.

“잘했어!”

나는 그렇게 소리치며 메이린을 업다시피 하며 자리를 피했다.

보다 엄폐물이 많은 곳으로 피하자 확실히 화살의 위력이 약해졌다. 어느정도 주위가 안정되자, 메이린은 다시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변에 주먹만한 물방울 뭉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이 두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의 숫자로 불어났을 무렵 그녀는 그것을 쏘아 보냈다.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아플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속도가 느리기도 했거니와, 물에 맞어 봤자 얼마나 아프겠는가? 어렴 풋이 나무 사이로 보이는 인영들은 갑자기 날아오는 이물질에 놀라며 황급히 피했지만, 그것이 단순히 물폭탄(?)이라는 것을 알자, 피식 웃으며 검을 꺼냈다.

그리고 난 그것이 오산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분명히 나무에 맞았을 때는 그저 표피만 적시고 사라졌지만 적에게 격중된 경우 둔탁한 소리와 함께 폭팔하다시피 하며 터져나갔다.

“헤, 헥.. 주, 죽겠다아.”

그녀는 주저 앉았고 바로 단검이 날아들었다.

에에잇 화살보단 낫지 뭐! 난 여차하면 몸으로 때우겠다는 일념하게 그 단검으로 검을 뻗었다.

카앙

윽 손목이 시큰거리는 군. 하지만 단검의 방향을 트는 데는 성공했다. 그들은 이제 숨어있는 장소에서 뛰쳐나왔다.

“어쩔 수 없나.”

나는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그러자 나를 제지하는 손길이 느껴졌다.

“네?”

“자, 오늘의 실습은 여기까지.”

루리안은 생긋 웃어보였다. 내가 멍해서 굳어있는 사이, 그녀는 달려오는 인영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첫 격돌.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루리안은 그의 검을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반쪽을 내놓은 뒤, 팔꿈치로 명치를 후려쳤다.

“세, 세인. 저 사람 괴, 괴물이야.”

“묻지마.”

“마, 말도 안돼.”

그리고 두 명 째.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움직임으로 검을 피하더니 그녀는 검 손잡이로 그의 목을 쳤다. 한 동작 한 동작 절도있는 강함이 담겨있는 일격에 그들은 쓰러져 갔다.

나는 ‘레아’라는 검술이 단순히 관상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은 직선을 그리기 어렵다. 직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곡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검을 휘두른다는 것 자체도 호를 그리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녀는 어떤 곡선을 그려야 검에 힘이 담겨 있는지를 꿰뚫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떠한 동작에서도 힘이 빠져있는 경우가 없었다.

“크억!”

복부에 주먹을 얻어맞은 최후의 습격자를 끝으로 모든 공격이 멈췄다. 휴리첼이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을 때 루리안은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수고 하셨어요.”

“아... 예... 뭐.”

휴리첼은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네? 뭐가요.”

“당신이 세인의 스승이라는 사실이요.” “어머, 그런가요?”

그녀는 우아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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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화. 그 여행 +2 10.05.22 1,479 12 9쪽
» 2화. 그 여행 +1 10.05.16 1,512 13 7쪽
6 2화. 그 여행 10.05.15 1,615 9 6쪽
5 2화. 그 여행 +2 10.05.09 1,808 10 8쪽
4 1화. 그 만남 +4 10.05.08 1,940 12 9쪽
3 1화. 그 만남 +4 10.05.07 2,155 13 6쪽
2 1화. 그 만남 +3 10.05.07 2,388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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