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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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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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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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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화. 그 만남

DUMMY

차앙

금속이 타는 냄새. 작은 불꽃이 튀긴다.

단단히 쥐고 있는 손잡이의 가죽도,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들어오는 공기도 기분 좋다.

물 흐르듯이 익숙하게 펼쳐지는 동작들, 이젠 익숙하다 못해 하지만 눈앞의 저 소녀에게 완전히 막히고 있었다.

발갛게 상기된 뺨, 그리고 길게 묶은 에메랄드 빛 머리카락은 연신 흔들렸다. 청초해 보이는 이목구비, 눈동자는 언젠가 보았던 바다빛깔을 연상시킬 정도로 푸르렀다.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할 만한 외모다.

하지만 그 하얀 손에서 펼쳐지는 검기(劍技)에는 ‘가녀림‘이라는 형용사는 한 글자조차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매번 검을 주고받을 때마다 손목이 시큰시큰해질 정도의 강격에 정말 여자 맞아? 하는 검사로서는 실격인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저 작고 가녀린 소녀가 나보다 강하다는 게. 역시 세상은 넓나 보다.

이제는 아버지와 싸워도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망상이었나 보다. 이거 졌다는 걸 알면 아버지가 죽이려 들게 분명한데.

허헛. 아무튼 그건 나중일이고 지금은 적이라기에는 너무 예쁜 거 아니냐고 한탄하고 싶은 저 아가씨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것이 먼저다. 그게 내가 배운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나에 대한 예의이다.

강하고 빠르게.

그리고 흔들림 없이 곧게.

그것이 베럴가(家)의 검술이다.

검을 찔러나가자,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아 더욱 강하게 치고 올라온다. 그 모습은 사자가 먹이를 향해 거침없이 발톱을 휘두르는 모습 같았다. 괜히 슬쩍 건드렸다가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느낌이랄까.

간단히 쓰러질 수는 없지. 정말 태어나서 몸을 이렇게까지 혹사시켜본 건 처음인 것 같다. 고양이 앞에 생쥐가 된 심정으로 혼신의 힘들 다해 검을 휘둘렀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던가.

강격을 휘둘러 검을 튕겨낸 후 몸을 수그리며 품으로 파고들며 발을 휘둘렀다.

‘너무 셌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에 충격이 와 닿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잠깐의 머뭇거림이 틈을 만들었다.

어느새 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검의 감촉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승자, 세리에 폰 에쉬에일!”

우렁찬 심판의 목소리. 하지만 관객들의 함성에 가로막혀 두 사람에게만 들려올 뿐이었다. 정작 경기의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그가 붉은 깃발은 위로 들고 푸른 깃발은 아래로 내렸다는 것 정도일까. 하기야 이런 크기의 경기장에선 어쩔 수가 없는 일이겠지.

저절로 자조적인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걸어가서 손을 내밀었다.

“좋은 경험했습니다.”

말 그대로다.

세리에 폰 에쉬에일. 그녀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곧 나의 손을 맞잡았다. 검을 쥐는 사람의 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부드러웠다. 과연, 이것이 에쉬에일 공작가(家)의 재력인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뺨이 빨갛게 보였다. 역시 격렬하게 움직인 탓인가. 하지만 그런 것 치고 땀은 별로 흘리지 않는 것 같은데.

“저, 저도요.”

그리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칼 레트 아일.

전 대륙적으로 유명한 검술 대회이다. 유달리 군사력이 강한 왕국이니 만큼, 상대적으로 강자들도 많았다. 그런 자들이 빠지지 않고 거쳐갔다고 하는 대회가 바로 칼 레트 아일이었다.

내가 저 삐까뻔쩍(?)한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별 것 아니다. 그저 아들을 노예로 부려 먹는 아버지에 대한 사소한 반항의 발로 였달까. 티격태격 싸우던 우리 부자가 결국 결정한 것이 칼 레트 아일의 성적 여부였다.

“네가 준결승전에라도 올라가면 내가 성을 간다, 성을 갈아!”

자, 아버지. 성을 갈아주셔야 겠습니다.

왜 혼자 있을 때에는 항상 망상 속에 잠기는 걸까? 이것도 병이야, 병.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옷을 잡아당겼다. 도대체 이런 걸입고 어떻게 걸어 다니는 건지 신기할 정도였다. 정말이지 ‘파티복’이라는 물건만큼 사치라 할 만한 것도 드물 것이다.

“하아.”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도대체 검술대회랑, 파티랑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그냥 여관에 들어가 두 발 뻗고 자고 싶은데 왕명을 들먹이면서 놔주지를 않는다.

행, 왕명 좋아 하시네 정말 가엽게도 그 무시무시한 여자한테 걸려서 초전박살난 불쌍한 녀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면서.

하지만 이런 불평가운데도 만족스러운 것은 분명히 있었다. 집에서는 아버지의 애장품이 되어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을 고급술. 맥주나 포도주 같은 일반적인 종류에서부터, 술이 약한 귀부인들을 위한 즉석 칵테일까지(왜 그 바텐더가 초절정의 꽃미남이었는지는 묻지 말기로 하자.)그 종류가 수없이 다양했다.

하지만 이 판국에 집에서처럼 벌컥벌컥 들이킨다는 것은 북부의 맹장(猛將)이라 알려진 베럴 자작가에 먹칠을 하는 셈이다. 나는 그래도 우습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예의범절은 익혔다.

“호오, 자네가 베럴 자작의 아들인가?”

도대체 저게 몇 번째 들어보는 말인지. 귀족으로 태어난 이상, 상대방의 이름을 외우는 건 기본 중에 기본에 속한 일이었지만 그게 3자리 수 가까이까지 가다보면 서서히 무리가 가기 시작한다.

“예, 리카세인 베럴이라고 합니다.”

“나는 카셀 폴이라고 하네. 자네 아버님께 신세를 많이 졌었지.”

“아, 폴 남작님. 안녕하십니까. 아버지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지쳤다, 지쳤어. 정말로 다행인건 이 연회의 피날레가 전체 댄스였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이 전체지 빠져나가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모여드는 귀부인들을 피해 슬쩍 밖으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내 어께로 전해지는 온기만 없었더라면.

“저기...”

“네?”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자, 얼굴을 붉게 물든 귀족가의 영양이 보였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단번에 호감을 살 외모는 아닌데 말이야. 전체적으로 날씬한 몸매는 인위적으로 맞춘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전신운동을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군살이 없는 몸매, 그리고 위로 입은 하얀색바탕에 하늘색 레이스가 장식된 드레스도 보기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특한 것은, 눈 한가득 들어오는 화려한 녹색의 색체였다. 숲을 연상시키는 듯 풀어놓은 녹색의 머리카락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울 정도였다.

“녹색? 아, 혹시.”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근데 무슨 일로....?”

“저기....”그러면서 또다시 얼굴을 붉힌다.

“저랑 춤... 추지 않으실래요?”

오오 맙소사!

아무리 내가 비위가 좋아도 그렇지 그렇게 처참하게 깨진 상대와 춤까지 춰야 돼? 나는 저주를 씹어 삼키며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이죠, 레이디.”

왜 웃고 있냐고?

묻지 마라, 다친다.


작가의말

/Strong DK /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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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480 7 8쪽
79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550 9 10쪽
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91 19 8쪽
77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21 666 6 8쪽
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5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72 12 8쪽
74 외전. 그 창조 +2 12.03.17 527 10 14쪽
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7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7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26 6 7쪽
70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5 6 8쪽
69 13화. 그 남자2 +2 12.03.12 460 8 9쪽
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4 11 14쪽
67 13화. 그 남자2 +1 12.03.09 641 9 9쪽
66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6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9 8 6쪽
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6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30 9 12쪽
62 12화 예고& 2부 +1 12.02.02 545 7 2쪽
61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8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9 7 12쪽
59 11화. 그 격변은... 12.01.25 634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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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50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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