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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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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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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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9

DUMMY

“““국왕 전하 만세!!!!! 발해 만세!!!!!”””


서울이 울린다는 말은 이런 상황에 딱 어울릴까. 정말 온 서울 사람이 나와 우리를 맞이하는 듯했다.


그 덕에 병사와 장군들의 어깨는 한껏 올라갔고 나는 웃으면서 손을 흔드느라 팔과 얼굴에 쥐가 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좋아 미칠 것 같은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이게 진짜 인해 아닐까? 사람의 파도를 막고 있는 경관들이 좀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사람의 바다를 해치고 나니 이제는 눈물 바다가 나를 반겼다.


“미안합니다, 내 너무 기다리게 했지요?”


부인은 한참을 내 품에 안겨 있었고 겨우 얼굴을 보자 어찌나 울었는지 팅팅 부어 있었다.


아, 미안하네. 그래도 편지 자주 쓴다고 자주 썼는데. 씁···.


그래도 내 부인이 울고 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승전의 뒷 처리를 하는 것도 못 할 짓이다. 이 년 만에 집에 들어와 놓고는. 며칠간은 퇴근을 좀 일찍 해야겠어. 오늘은 아예 쉬고.


겨우 그녀를 좀 다독이자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전국에 소문이란 소문은 다 퍼졌고 이젠 전국이 들썩거렸다.


“이제 양국의 갈등은 영원토록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승리했고 오랫동안 분열되었던 가족은 이제 하나가 되었습니다. 자, 이제야말로 우리 시대의 평화를 향유할 시간입니다!”


어떤 총리님이 종이를 들고 펄럭거리는 영상이 눈앞에서 지나가는 듯했지만, 아무튼 승전 연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면 된 거 아니겠어? 이번 지구에서는 평안하십시오, mr.우리 시대의 평화


근데 그 양반이 나오긴 하려나.


승전 소식을 들은 주변국들은 일제히 외교관을 파견해 왔다. 우선 당나라의 서신을 요약하자면


‘어 나다.

너희 이겼다며? 고생했다.

니들이 항상 변방에서 역적들 토벌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제 니네가 동쪽의 확실한 대빵이니까 니네 구역 관리 좀 잘 하고.

서로 구역 존중하면서 잘 좀 지내 보자.

아, 그래도 우리 구역이 훨씬 크니까 대우는 좀 해줘’


로 요약할 수 있겠다. 뭐, 이런 비슷한 느낌의 서신은 실제 역사에서도 보냈으니 익숙했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북방이나 대륙으로 지금은 확장할 생각은 없으니 곱게 맞이해 곱게 보냈다.


뭐, 이전까지는 일부 해적들이 중국 동해안을 약탈한 것 같지만 그거야 뭐 전쟁 중에 혼란하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참 유감스러운 일이고 이제는 질서를 유지하려 노력할 생각이었다.


다음은 일본. 역시나 확고한 우방국, 사실상 동맹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나라라 일본 대사가 말하는 것도 하나같이 우호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하여 발해의 뛰어난 무기를 수입할 수 있다면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양국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관계 아니오? 무기 판매를 승인할 테니 자세한 사항은 외교부 장관과 논의하면 될 것이오.”


“전하의 은혜에 실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론 파는 것은 조총 같은 마이너 카피에 불과했지만, 그것만 해도 시대를 앞서간 군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화약 무기 아무리 팔아봐야 화약 공급을 통제하면 어차피 그것들은 고철일 뿐이다. 너무 노골적이면 안 되겠지만 적당히는 괜찮으니.


그 다음은 거리가 좀 있는 안남. 이들도 기본적으로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였기에 안남 영사는 우호적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리고 키탄. 지금 우리 외교부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제는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댄 자들이기 때문.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 걸출한 영웅, 야율아보기라면 더더욱 시선이 가고 신중해지기 마련이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국왕 전하”


“아, 고맙소. 흠, 귀국의 협조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소.”


“그리 여겨주신다니 실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제 양국이 이웃하게 되었으니 논의해야 할 사항이 있지 않겠습니까?”


음, 논의라. 근데 우린 지금 당장 먹은 거 소화하기에도 바쁜데. 뭐, 초원에 약간의 영향력 투사는 시도하겠지만 굳이 키탄과 얽힐 일은 지금 당장엔 없었다. 그래도 이리 말할 수는 없으니 외교부 장관에게 맡겼다.


흠, 이만하면 더 올 외교관은 없겠지? 우리가 관계를 맺은 나라라곤 해봐야 이들이 전부니. 그러면 이제 내부를 좀 손질을 해 봅시다.



=====



신임 국장으로 임명된 영호는 안내인을 따라 복도를 걷고 있었다. 관복은 치수를 재었으니 곧 나온다고 했고 발해는 당과 여러 부분이 다를 테니 이에 대해 교육 과정을 거친다고 했던가.


안내인을 따라서 이동한 방에는 여러 책이 채워져 있는 책장과 책상, 그리고 의자 두 개와 좀 넓고 푹신해 보이는 의자(영호는 정체를 몰랐지만, 이는 휴식용 소파였다)가 있는 깔끔한 방이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국장님. 저는 이번에 국장님의 연수를 맡게 된 내무성 연수원 5급 사무관 권지혜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짧은 기간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영호의 입은 파리 군단이 들어갈 만큼 떡하니 벌어졌다. 여자가···. 벼슬? 그는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거기에 듣기로는 5급이라지 않나. 아무리 봐도 최하급 관리로 보이지도 않았다.


“어···. 그러니까···. 어, 소저가 말이오?”


“푸훗. 아하하하, 아 죄송해요. 이리 웃어서는 안 되는 건데 아이까지 낳고 소저라고 불릴 줄은 몰랐던지라.”


“크흠, 그. 실례했소.”


“아니에요. 오히려 젊어 보인다고 하신 건데요.”


권지혜는 눈꼬리 끝에 달린 눈물을 살짝 훔치며 밝게 말했다.


“발해에서는 여자도 관직에 임용될 수 있어요.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아무튼, 당분간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하오.”


“그럼 우선 기초적인 직급부터 설명드릴게요. 대강은 아시겠지만, 제일 높은 총리급 관료부터 제일 낮은 주무관 9급까지. 총 12개의 직급으로 구분되어요.”


총리급 관료는 잘 임명되지 않는 것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11개의 직급으로 구분된다고 볼 수 있었다.


“국장님이 속하신 수운관리국은 내무성의 국토부에 소속된 기관이에요. 그러니 국토부 장관님과 잘 조율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재무부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예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책 몇 권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발해 관료의 기본 능력은 바로 통계와 정보 분석에서 나오지요. 국장님께서는 정석적인 단계를 밟고 올라오신 것이 아니시니 이번 한 달간 이 능력을 최대한 기르셔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수운관리국은 신생 기관이라서 국장님이 발로 뛰실 일이 많을 것이거든요.”


영호는 기함했다. 그러니까 저게 다-


“자 하나씩 공부를 해 보죠. 이것 말고도 할 일이 많으니 빨리빨리 해 보자구요.”


영호는 처음으로 발해에 취업한 것을 후회했다.



-----



고연후는 발해에 온 뒤 붕 뜬 신세가 되었다.


이미 정치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발해의 수도, 서울로 왔고 지영은 약속을 지켜 고연후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며 굳이 건드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발해의 관료를 비롯한 기업가들은 굳이 제집에 가만히 있는 망국의 왕족을 건드릴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귀족의 최고봉인 공작위를 받긴 했지만 사실 그 공작위에 얼마나 명예가 있겠는가. 발해인의 인식으로는 그 공작위보다 병사 하나가 힘껏 싸워 받은 무공훈장 하나가 더 명예로운 증표였다.


그러니 연금만 따박 따박 꽂히고 할 일이 없으니 고연후는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도서관부터 시작해, 경관으로 유명한 명소, 경기장, 심지어 유흥가까지 돌아다니며 신명나게 즐겼다.


‘생활 수준이 다르다.’


고연후가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며 얻은 결론이었다. 제아무리 수도라고 한들 이건 지나쳤다.


이건 지영이 밀어붙인 결과였다. 서민층의 삶을 개선하고 중산층의 재산을 불려주는 것이 결국에는 내수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써먹고 예술, 문화가 발전하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 국민이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해야 생필품만이 아니라 약간의 사치재도 구입할 것이고 시간이 있으니 문화적인 컨텐츠도 즐길 것이며 이런 수요가 늘어야 이를 생산하는 예술가, 장인 등의 공급이 필요하여 이 공급을 채우고 경쟁하며 발전할 것이 아닌가?


그 일환으로 농사지을 땅을 분배하고 관공서에서 값싸게 농업용품을 공유경제 형태로 임대하고 있었다. 기초적인 생필품인 옷감, 곡식 등의 가격을 꽉 잡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발해에는 대규모로 찍어낸 그릇 2, 3, 4, 5, 6호가 서민들의 그릇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참고로 1호가 우리가 아는 공깃밥 사이즈의 그릇인데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는 원성에 판매 중지하고 라면기 사이즈의 6호가 추가되었고 사람들은 아주 만족했다.


이런 나라에서 일한다면 보람이야 있겠지. 여인도 관직을 한다고 하니 자신이라고 못 할 것은 무엇인가.


‘그런데 내 나라를 멸망시킨 자 밑에서 일을 하라고? 뒤나 닦아주며?’


그건 자신뿐 아니라 자신들의 조상에게도 못 할 짓이었다. 이 와중에 웃긴 건 지영은 족보상, 그리고 해석하기에 따라 조상으로 간주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놀기만 하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래도 사내로 태어났으면 업적 하나 정도는 남기고 싶거늘.


고연후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술을 마시고 이래저래 떠돌고 있었다.


“이거야 원 젊은 놈이”


“... 전하.”


“공작, 그러지 말고 여행이나 다녀오게.”


“예?”


“일단 다 비우고 오란 말이야. 그러면 그냥 탱자탱자 놀면서 살지 아니면 일을 할지 결정하기가 훨 시원하지 않겠냐고,”


“아니, 그랬다가 신이 그냥 놀며 인생을 보내면 어쩌려 그러십니까?”


같이 일하자 할 때는 언제고? 지금 저게 말이라고 하는 것인가?


“지금 그 상태로 뭘 하겠나? 놀 거면 제대로 놀고 일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지금대로라면 어느 쪽에서도 한 사람 몫을 못 할 텐데. 차라리 제대로 노는 사람이라도 되어 돈이라도 펑펑 쓰는 게 낫지 않겠나?”


그···. 런가?


고연후는 묘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여행이라, 마음이 동했다. 전국을 한 번 둘러보면 그래도 좀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망국의 군주에게 전국을 구경시켜준다는 것은 굉장한 호의였으므로 그는 그 호의를 받기로 결정했다.


작가의말

조상님들이 많이 먹기로 유명하죠. 그래도 발해는 조금 덜 먹긴 합니다만 그래도 많이 먹는 편입니다. 본편에서 언급되었듯 우리가 보는 라면기가 디폴트값이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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