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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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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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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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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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2)

DUMMY

* * *



원래라면 보컬, 퍼포먼스 유닛 때 같이 촬영을 해야 했던 팬도라의 박스였다.


귀찮으니 한 번에 하자고 했지만, 어떤 소속사에서 반대하는 탓에 결국 따로 찍게 되었다.


“또 보네요.”


첸시는 지겹지도 않은 건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냥 가면 좋을 텐데.


“이젠 말도 안 받으시네.”

“또 만나는 건 당연한 거죠. 이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까진.”


날카로운 답이 나가자 첸시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 정도면 집착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이번에도 또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아니죠?”

“글쎄요.”

“1등 하세요. 이 방송 조작 논란이 뜨고 싶지 않으시잖아요? 여기서 계속 1등, 2등만 하다가 4등이란 거 너무 손실이 크잖아요.”


반쯤 무시하며 못 들은 척하고 무대를 준비하려는 자신을 향해 첸시는 앞을 가로막으며 웃으며 말했다.


“저 지금 밀어내는 건가요? 제가 이용하고 싶다고. 친해지고 싶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제가 그러라는 대답은 하지 않았죠. 지나가게 좀 비켜주실래요?”

“··· 후회하실 텐데.”

“글쎄요, 확실한 건 아스테로이드가 이번에 나올 등수는 2등이겠죠?”


어떻게 알았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첸시를 향해 하얀은 역시 그런 거였단 생각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처음엔 이용을 당해줄 생각이었는데, 우리 형들이 싫어하더라고요.”


특히나 진이 싫어하더라.


진이 싫어하면 끝이었다.


진짜 진은 생각을 잘 안 바꾸는 데다가 얼굴에 너무 많이 티를 내는 편이었다.


“왜 여기 혼자 있어? 다들 갔는데.”


지금처럼 진이 나타나서 막아설 테니 첸시도 나름 이젠 신경을 써야 할 존재가 생겼다.


이제 사사건건 나타나 방해를 할 텐데, 없을 때나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 잠깐 대화라도 하고 싶어서 그런데 잠깐 비켜주시면 안 되나요?”


첸시는 착하게 말했지만, 진의 표정은 여전히 완고했다.


죽어도 안 된다는 불퉁한 표정과 함께 삐딱하게 돌아간 고개, 진은 지금 온몸으로 첸시를 싫어하고 있었다.


“나중에 따로 연락할게요.”

“연락은 왜 해?”


얼마나 싫었으면 진이 이렇게까지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근데 형, 다음부턴 제가 알아서 할게요,”

“··· 신뢰가 안 간다.”

“좀 믿어요, 저를.”

“너니까 그렇지. 맨날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고.”


이미 자신의 멤버들 사이에 합류한 첸시는 여전히 홀로 붕 떠 보였다.


애초에 저런 멤버가 왜 중소기업에 있는 걸까.


저렇게 느낌이 홀로 다를 수가 있는 걸까?


“가자, 너 데려오랬어.”

“네··· 형.”


첸시는 뒤돌아보며 나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의뭉스러운 구석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난 뒤에도 첸시는 계속 날 보고 있었고 방송 내도록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뚫릴 것 같아요···.”

“시선이 따갑긴 하네. 저 정도면 사생팬 수준인데···.”

“형은 안무 다 외웠어요?”

“··· 얼마나 연습했는데, 당연한 소리를 하냐?”


툴툴대면서 은근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춤과 노래를 2배속 하면서 한 번 더 복습했다.


참 말 잘 듣는 형이라는 사실에 눈을 지긋이 쳐다보니 움찔거린다.


“왜, 왜?”

“그냥 형이 새삼 아이돌 같아서요.”

“난 원래 아이돌이야. 난 살면서 아이돌 같다는 소리만 들었거든?”


진의 얼굴을 보면 그렇게 말이 나올 것 같았다.


사실상 배우상에 가까웠지만, 아이돌상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괜히 미안하네.


“형은 만약 아이돌이 안 됐으면 뭘 하고 살 것 같아요?”

“아이돌이 망하면··· 아이돌이 아닌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생각에 빠진 진을 보며 거기까진 입력이 안 되어있나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면 서사 잘 쌓아서 아이돌물이 아니라 배우물로 형을 써야겠다.


“하나 형은요?”

“엥? 나? 음··· 모르겠음, 아마 부모님이 시키는 직업을 가질 것 같음.”

“유현 형은요?”

“··· 카페 사장?”


정한에게 고개를 돌렸을 땐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모습에 유현이 대신 말한다.


“정한이는 댄서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 댄스 트레이너라도 됐을걸?”

“음, 다른 꿈이 확실한 사람이 없네요. 당연한 건가?”

“꿈이 아이돌이었고 하고 있잖음? 난 그래서 지금 충분히 행복함.”


하나의 명쾌한 말에 다른 멤버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직업 생각보다 직업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긴 한가 보다.


“막내는?”

“··· 글쎄요.”


여기에 와서도 작가가 되고 싶나? 그건 아니었다.


지금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내 소설 안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었지만, 또 그렇게 무명의 삶만 이어가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막내는 하고 싶은 일을 전부 다 해봐,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것 같은데.”

“절 너무 천재처럼 보는 건 아니에요?”

“곡을 아주 뚝딱뚝딱 내는데, 그 곡마다 신인이 어지간하면 오를 수 없는 등수를 올리고 화제를 좋게 이용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말문이 막혀서 헛기침을 했다.


그 이유는 전부 뻔한 것이 아니겠나?


이게 내 소설이고 지금 내 캐릭터가 주인공이니까.


“우리 무대 준비나 더 해요, 이번엔 다시 올라가야 해서 빡빡해요.”


괜한 생각을 더 하기 싫은 마음에 춤과 노래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하얀을 보며 멤버들끼리 대화가 이어진다.


“지금 같은 방송국에서 우리 바로 다음이 국민 아이돌 101이 열리는 거였나?”

“‘대규모! 국민 아이돌 육성 101’ 1화면 봤음요.”


유현의 말에 하나는 손을 번쩍 들면서 봤다고 외쳤다.


그 덕분에 머릿속에 무대 생각밖에 없었다가 우리의 가장 큰 적이 지금도 나오고 있다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럼 기사는 봤어?”


기사? 당황스러운 마음에 사과 패드를 꺼내어 검색했다.


아주 많은 기사가 쏟아졌고 유현이 말했던 기사를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지금 벌써부터 조작에 학폭, 뇌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던데?”

“중소가 많은데, 중소에서 무슨 돈이 있다고 뇌물 먹여요?”

“아뇨, 이게 어디 계열사에 있었던 회사인지에 따라 다르죠.”


하얀은 조용히 멤버들의 말에 반박했다.


연예계는 진짜 인맥으로 돌고 도는 곳이기에 어느 회사에서 매니저가 나와서 자신의 소속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서 자본을 좀 받고 안 받고의 차이였는데, 돈을 받아서 만든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동맹과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계열사가 되는 경우가 흔했다.


“대기업에서 나와서 만든 거라면 뇌물도 어렵지 않죠. 아니면 돈 많은 금수저가 아이돌 하겠다고 나왔으면 더욱더 그렇고요.”


견승주와 같은 경우였다.


돈 많은 금수저가 아이돌을 하겠다고 돈을 먹이거나 중소 회사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마이너스를 내면서 돈을 먹이는 경우.


“··· 이번에 카메라에 가장 많이 나온 멤버들이 몇 명이에요?”

“그거 누가 분석은 해놨더라, 4명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었던 정한의 친구는 없었지만, 내가 주축으로 밀었던 4명의 이름이 보였다.


이 중에 3명만 올라가고 하나는 너무 큰 부상으로 나간다.


무대까지도 악착같이 했지만, 그 탓으로 다리를 정교하게 움직일 수가 없게 된 탓으로 먹인 돈이 아깝게 데뷔하지 못했다.


“이거 꽤 큰일인데요···.”

“왜?”

“··· 저희 화제가 될 만한 것 더 없을까요?”

“더 있으면 문제가 아닐까?”


그러자 문을 열고 들어온 폭풍전야 리더 경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새하얀을 본다.


자신을 쳐다보는 많은 시선에도 꿋꿋하게 하얀에게 잠깐만 이리 오라고 손을 휘저었다.


“나갔다가 올게요.”

“같이 갈까?”

“아니에요. 뭔가 눈빛이 저한테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것 같아서요.”


따라오겠다는 진을 두고 경수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데, 한적한 비상계단에서 손을 꼼지락거리며 그가 말했다.


“미안.”

“네?”

“너무 무례했어, 내가 잠깐··· 판단이 안 됐었고 조작이 뭘 잘한 일이라고 떠벌린 것도 전부.”


그것에 대해서 기분은 나빴지만, 애초에 이 방송국에서 제시했으니 나왔을 거였다.


어느 정도 아는 사실이었기도 했고 입이 가볍길래 S.P 엔터는 다 저런가 보다 했었다.


“이런 말로 해결이 안 될 것도 알아서 내가 정보가 많아서 이 프로그램 폐지하게도 할 수가 있으니까··· 압박이라도 넣어서.”

“··· 아뇨, 저희는 이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안 돼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왜 이 프로그램을 폐지해?


이렇게 논란 속에서도 끝없는 팬덤들끼리 충돌로 일반인도 알 만큼 기사가 자꾸 터지면서 에르피아의 견고함이 알려지고 있었다.


“··· 무슨 말이야? 이렇게 조작이 판을 치는데 더 하겠다고?”

“선배님, 저희 그룹은 더 떠야 하고 더럽고 치사해도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폐지?


그리고 나올 ‘대규모! 국민 아이돌 육성 101’은?


그건 그럼 우리보다 잘 되어서 활동하는 2년 동안 우리는 손가락만 빨아야 하나?


“사과는 감사합니다. 주변에서 그렇게 말하는데, 안 넘어갈 사람이 있나요···.”

“···주변 환경?”

“저라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받아드렸겠죠. 사과는 괜찮으니까 이젠 조작하지 마세요.”


넋을 놓고 하얀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괜찮다고 이해해 주는 걸까, 그게 이해가 안 되는 탓일까 하얀에게 물었다.


“조작으로 힘들었지 않아? 우리 소속사도 그렇고··· 전에 방송에서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네, 힘들었죠.”

“조작인 방송을 하겠다는 건···.”

“저희는 이젠 되게 급한 상황이거든요.”


점점 줄어드는 시간에 촬영 시간이 다가오는 바람에 하얀이 먼저 가려고 하자 팔을 잡고 경수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말했다.


“어··· S.P 엔터와 관련된 거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해. 내가 적극적으로 도울··· 테니까.”

“S.P 엔터의 아티스트가··· 절 도와요?”


오히려 방해하면 모를까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 반응은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걸까.


스파이? 아닌가?


뭔가 불만이 많아서 재계약 연장을 안 할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 왜요?”


대체 이유가 뭐지?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미끼인가?


“그러게···?”


대답이 이상하게 날아오자 그를 이상한 사람처럼 보던 하얀이 비상계단을 벗어나려다가 넋을 놓고 서 있던 경수에게 말했다.


“저희 촬영 곧 시작하는데, 안 가세요?”

“어, 어?! 가, 가야지!”


생각이 많아 보이는 경수를 보면서도 뒤돌아보지 않으려 앞만 보고 대기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다.


“안 그래도 너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우리 촬영 시작이래.”

“그래서 딱 맞춰 왔잖아요.”

“선배님은?”

“아··· 대기실로 가시는 것 같던데요?”


그 이상한 사람을 말하는 거라면 대기실에 잘 도착했겠지.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술에 취해서 그런 말을 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말할 이유를 여전히 찾지 못했다.


“웬 술?”

“아뇨, 그냥··· 이상한 사람을 본 것 같아서요.”

“스태프 중에 전날 과음하신 분이 있었나 보네.”


그건 아니었지만,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이 술을 드신 것 같다고 말하면 유현의 표정이 사정없이 굳어갈 것이 뻔했다.


뭐··· 틀린 말도 아니었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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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3) +1 21.06.23 501 16 13쪽
53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2) +1 21.06.22 531 17 14쪽
52 서바이벌에서 선배 이겨먹는 후배 (1) +1 21.06.21 570 17 15쪽
51 19살 새하얀 +1 21.06.20 621 16 15쪽
50 이해할 수 없는 가족 21.06.20 628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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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이현의 재발견(3) +4 21.06.18 613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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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아까운 인재 21.06.15 722 22 13쪽
44 견승주와 새하얀 (7) +4 21.06.14 754 25 13쪽
43 견승주와 새하얀 (6) +4 21.06.14 750 27 16쪽
42 견승주와 새하얀 (5) +1 21.06.13 711 24 14쪽
41 견승주와 새하얀 (4) +2 21.06.12 705 24 15쪽
40 견승주와 새하얀 (3) +3 21.06.11 700 25 15쪽
39 견승주와 새하얀 (2) +1 21.06.10 697 24 14쪽
38 견승주와 새하얀 (1) +2 21.06.10 710 2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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