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82,48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8.12 10:18
조회
1,316
추천
13
글자
18쪽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망보다 조금 더 덩치가 큰 현룡이 거대한 묵빛 머리에 붉게 빛나는 여의주를 입에 물고, 샛노란 눈자위에 새까만 눈동자로 사방을 쓸어 보았다.


사실 이 현룡은 신수 청룡의 후손인데 지구로 이주 시 같이 들어와서 지금은 청룡으로부터 신수 수행을 지도(指導)받는 중이었다.


그 일환으로 지구의 바다를 돌아다니며 수행을 하고 있었고.


그런데 오늘 여기를 지나는 중에 머리가 마치 자신의 축소판 같은 종족들이 거대한 천망의 공격을 받고 무참히 학살되는 현장을 목도(目睹)하였다.


그래서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앞으로 나선 것이다.


자신보다 더 거대한 현룡이 나타나자 천망도 깜짝 놀라서 학살을 멈추었다.


[시조께서 현신하셨다. 모두 부복하여 시조께 경배하라!]


그 뇌파를 실은 목소리와 함께 용두족이 모두 엎드리며 현룡에게 큰절을 올렸다.


[위대하신 시조님을 뵈옵니다!]


[시조님을 경배하나이다!]


너도나도 뇌파와 음을 실어 크게 외친다.


현룡에게도 뇌파로 그 뜻이 전달되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모두 자신에게 극진한 예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용두족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겼다. 머리마저 자신을 그대로 쏙 빼닮았으니.


고개를 돌려 천망을 노려보자 천망이 속으로는 움찔하면서도 자신도 덩치가 있으니 기죽지 않으려고 버텼다.


“쿠에에에에엑~~~”


그리고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거칠게 포효하며 몸을 둥글게 말고 공격 준비를 갖추었다.


현룡이 그 태도가 불쾌하고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천망을 향해서 입에 물고 있던 여의주를 번개처럼 날렸다.


그러자 여의주가 물속에서도 불타는 듯이 긴 불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쇄도하더니, 그대로 천망의 몸통 서너 군데를 꿰뚫고 지나간다.


수박 크기의 서너 배쯤 되는 여의주가 몸을 관통하는 것은, 몸통 두께가 칠십 장이 넘는 거대한 천망에게는 별 볼 일 없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여의주를 타고 몸속에 전해지는 지옥불보다 뜨거운 고통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킬 만큼 끔찍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살이 떨리는 아찔한 고통!!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천망이 현룡에게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 고개를 쳐들고 머리를 휘젓는데······.


“우워워워워워~~~”


낮지만 위엄이 넘치고 머리가 흔들리게 하는 현룡의 울부짖음이 들리더니, 천망을 향해서 거대한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푸화아아아아악!!


내뿜는 소리와 함께 물속임에도 불구하고 현룡의 입에서 거대한 붉은 불기둥이 천망을 향해서 뿜어져 나왔다.


여의주에 지옥불보다 뜨거운 고통을 맛본 천망이 급격하게 몸을 틀어서 피하려는데···, 이미 불길이 전신을 휩쓰니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키에에에에엑!!”


거친 비명 소리와 함께 불길에 화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결국은 천망이 잽싸게 뒤로 물러나며 도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룡이 고개를 돌려 용두족과 인어족 병사들을 쓰윽 한번 살펴보더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몇 번 끄덕거리고 천망을 뒤쫓기 시작했다.


결국 먹이를 찾아왔던 천망은 자신이 살던 북명해로 정신없이 도주했다.


여기에서 자신보다 덩치와 신통이 뛰어난 현룡과 싸우느니, 차라리 북명해로 돌아가서 곤을 몰아내는 것이 덜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용두족들은 현룡이 사라진 뒤에도 그 뒤에다 대고 계속 절을 하면서 만세를 수천 번 외쳐 대는데······.


[만세! 시조님 감사합니다!]


[우리 현룡 시조님 만세!]


그 우렁찬 외침이 대협곡을 울렸다. 이후로 용두족은 천수도 정상에 현룡을 닮은 큰 용의 석상을 세우고 자신들의 시조신으로 극진히 섬기었다.


* * * * *


천인족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금년에 연령이 벌써 백여든두 살에 이른 돈문 천사장이, 드디어 그동안 막혔던 벽을 깨고 선인의 7단계인 합신기(合神期)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


합신기는 신기화(神氣化)된 영체를 자신의 육체 크기에 완전히 다다르도록 그 크기를 키우는 시기이다.


영체가 육체 크기까지 완전히 성장하면서 선계의 신통과 비기 일부를 사용할 수 있고, 육구신통(六具神通) 중에 여러 신통도 부릴 수 있는 경지였다.


천안통은 멀리까지 사물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투시력.


천이통은 사람, 짐승의 말을 멀리까지 들을 수 있는 투청력.


타심통은 말하지 않아도 남의 속을 꿰뚫어 읽어내는 독심술.


숙명통은 전생을 꿰뚫어 보며 미래를 보는 예지력.


신경통은 뜻대로 모습을 바꾸거나 아득한 장거리까지 원하는 공간을 마음대로 오가는 능력.


누진통은 번뇌를 완전히 끊고 다시는 미혹의 계에 빠지지 않는, 정(精)이 새지 않는 단계이다.


쥬맥과 태을 선인도 마음 같아서는 달려가서 경하를 드리고 싶었지만, 종족의 대역사인 성 쌓는 일을 내팽개치고 갈 수야 없지 않겠는가?


어쩔 수 없이 보금품 때문에 오가는 인편에 선물과 인사만 전하고 말았다.


만년화리의 내단은 영기가 충만하여 선인들이 법력을 쌓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서, 그것을 선물로 보낼까 생각했다.


그래서 전에 바이칸대호수에 빠졌을 때 얻은 내단 일곱 개 중에서 영단을 만든 하나를 빼고 여섯 개를 보관 중이었는데, 그중 하나를 곱게 포장했다.


누가 뜯어볼 수 없도록 포장한 다음 축하의 글과 함께 선물로 보냈다.


그러다 보니 태을 선인이 또 마음에 걸렸다. 몇 번이나 자신의 생명을 구해 주고 보살펴 준 은인이 아니시던가?


결국 하나를 더 포장해서 집을 나섰다. 태을 선인 집무실에 들어서니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가 쥬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환하게 웃는다.


“어서 오너라. 잠시만 기다려라. 이것까지 마저 하고 이야기 하자구나.”


그러면서 옆에서 일을 보조해 주는 신녀에게 차를 내오게 하였다.


쥬맥이 기다리며 차를 마시고 있는데···, 선인이 일을 모두 마쳤는지 손을 씻고 다가와서 다탁(茶卓)에 앉았다.


“올 때마다 정신없이 바쁘시네요.”


“사람은 자고로 바쁘게 살아야 하느니라. 그래야 헛생각을 안 하지. 그렇지 않아도 너를 부르려고 하던 참인데 마침 잘되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이제 성을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하니 일손이 모자라서 사람들을 더 보내 달라고 요청을 했었는데, 내일 인부들 이천 명이 도착할 모양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들이 대부분 보돈타 대족장의 산하에서 오는 사람들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는 너와 비 대족장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더냐? 그러니 제대로 일할 사람들을 보낼 리가 만무하지. 관리도 관리지만 안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생명이 제일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런 일이라면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어차피 같은 종족이고 나중에 이곳에서 함께 살아야 할 사람들인데 대놓고 나쁜 짓이야 하겠습니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너는 그리 당하고도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알고 있습니다. 그 밑의 사람들에게까지 선입감을 가지지 않으려는 것뿐입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 말에 태을 선인이 이제 어른이 된 쥬맥을 대견스럽다는 듯이 자애로운 눈으로 살펴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너는 무슨 용무가 있어서 날 찾아온 것이냐?”


“예, 실은 뭘 좀 드릴 것이 있어서요.”


“선인이야 빈손으로 맨몸뚱이 하나 가지고 사는데 필요한 게 어디 있더냐? 그래, 뭘 주려구?”


“실은 이것이 선인들께도 수행에 필요한 것이라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품에서 보자기에 싼 작은 나무상자를 꺼내더니 두 손으로 공손히 드린다.


“이게 뭐지? 포장도 예쁘고···, 궁금한데 어디 무엇인가 한번 열어 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겠는지 보자기를 풀고 나무상자를 여는데, 진령닥 종이로 싸인 것에서 밖에까지 보광 같은 광채가 희미하게 번져 나왔다.


“뭔데 이렇게 보석처럼 빛이 나지?”


조심스럽게 진령닥 종이를 몇 꺼풀 벗기니, 어른 주먹만 한 것이 나왔다. 그런데 마치 보석처럼 오색으로 빛이 나는 게 예사로운 물건 같지 않았다.


광채가 신비롭고 아름다운지라 이리저리 돌려 보며 살피다가 물었다.


“월광석도 아닌 것이 희한하게 빛이 나네. 혹시 오래된 영물의 내단이냐?”


“예, 만년화리(萬年火鯉)라고 일만 년 이상을 산 화리의 내단입니다.”


“아니, 화리라면 뜨거운 온천수 속에서 서식한다는 영물이 아니냐?”


“예, 그런데 바이칸대호수의 바닥에는 뜨거운 온천수가 치솟는 곳이 많아서 거기서 살았던 모양입니다. 신의께서도 만년화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일만 년을 넘게 살았으면 더할 수 없는 긴 세월을 살아온 영물인데, 이 내단을 얻기 위해서 네가 그런 영물을 죽인 것이냐?”


쥬맥을 보는 태을 선인의 눈빛에는 기쁨보다 질책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절대 아닙니다. 제가 호수 바닥에 빠져서 죽은 듯이 누워 있으니 저를 먹이로 알고 덤비다 죽은 거지요. 제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죽어서 제 옆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쥬맥은 욕심으로 귀한 생명을 해쳤다는 야단을 맞을까 봐 열심히 변명했다.


태을 선인도 쥬맥을 오랫동안 봐 왔기 때문에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 그대로 믿었고.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이건 정말 구하기 어려운 귀물인데······. 선인이나 무인이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이 귀한 것을 날 주려고?”


“제가 받은 은덕에 비하면 만분의 일도 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천사장님의 합신기 선물을 보내려고 준비를 하다 보니 선인님 생각이 나서 가져온 것입니다. 저에게 남은 것이 더 있으니 마음 편히 받아 주십시오.”


“네 녀석은 전부터 어떻게 이런 귀물(貴物)을 그리 쉽게 구하고 또 마치 작은 물건 하나 건네듯이 주는지 모르겠다만···, 하여튼 고맙게 받으마.”


“아닙니다. 받아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이것 하나면 선인들의 육십 년 수행에 맞먹는 법력을 쌓을 수 있으니 누군들 욕심을 부리지 않겠느냐? 네 덕에 어쩌면 살아생전에 합신기에 이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하하하하!”


결국 웃으며 좋아하는 태을 선인을 보고 그제야 쥬맥도 안도하였다.



다음 날.


주거지에서 보낸 이천여 명의 일꾼들을 이백 명의 여(女)무사들이 호위하여 환시성 건설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女)무사들이 일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돌아가지 않고 환시성 건설장에 눌러앉았다.


낮에는 돌려 가며 몇 명이 숙소 주변에 경비를 서고, 밤에는 몇몇 보초 외에는 주점에서 술이나 마시고 놀기 일쑤였는데······.


“여기는 우리 천인족의 성도를 건설하는 곳이니 일손이 모자란 곳에 손이라도 좀 보태 주시오.”


쥬맥이 대장 격인 삼십 대 여무사에게 부탁을 했으나 말귀가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보 대족장님으로부터 일꾼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라는 말만 들었지 일손을 거들라는 지시는 받은 바가 없어요. 우리가 왜 일을 해야 해요?”


다시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잘라 말하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틈만 나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 바쁘고.


예쁜 여무사들이 몸단장을 하고 여기저기를 몰려다니니, 꽃이 있는 곳에는 당연히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겠는가?


결국 젊은 무사들이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


특히 공사장에서는 일손을 거들다가 한눈을 팔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잘못하면 낙석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말이다.


그것이 염려되어 여러 번 경고도 하고 교육을 시켰지만, 결국 자잘한 사고로 이어졌다.


그리고 데리고 온 이천여 명의 일꾼들도 별로 이런 일을 해 보지 않은 초보(初步)가 대부분이었다.


지키고 서서 관리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안 하니 숫자만 많았지 제대로 효율이 오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십 대 초반의 젊은 일꾼 다섯이 있었는데, 시키는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슬슬 눈치만 보다가 여기저기를 무단으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밤에는 자기네들끼리 같은 숙소를 쓰면서 뭐라고 쑥덕거렸고.


뿐만 아니라 술집에 드나들면서도 주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등 모든 행동이 쥬맥의 눈에 거슬렸다.


‘저놈들 도대체 뭐지? 수상쩍은데?’


행동이 수상하니 아무래도 뒷조사가 필요하다 생각되어 수르를 불렀다.


“수르야, 네 특기를 발휘할 일이 생겼다. 네가 좀 도와 줘야겠어.”


“내 특기? 아니 적이 쳐들어온 것도 아닌데 왜 내 특기가 필요해?”


“아니,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일꾼들 있잖아? 그중에 젊은 녀석들 다섯이 계속 뭉쳐 다니면서 이상한 짓을 하는데, 아무래도 보 대족장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보낸 놈들 같다 이거지.”


“그러니까 나더러 그놈들 주변에 은신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래 엿들어 보라 이거야?”


“그래! 바로 그거야. 문제가 없다면 다행인데, 이렇게 중요한 역사에 혹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 되잖아?”


“무슨 말인지 알았다. 그럼 내가 며칠 은신해서 동태를 감시해 볼게.”


수르는 중요한 일이라는 친구의 부탁에 쾌히 승낙을 했다. 보통 일이라면 다른 부하들을 시키지 참모장인 자기에게 직접 부탁할 리가 있겠는가?


‘그놈들이 문제가 있다 이거지?’


그래서 저녁때부터 수르는 그 젊은 일꾼들 주변으로 오행의 기운을 이용하여 은신술(隱身術)로 숨어들었다.


다섯 녀석은 일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자 같이 쓰는 방으로 모여들어 방문을 걸어 잠그더니 회합을 가졌다.


그런데 어쩐지 말투가 좀 이상하다.


“야! 일호부터 오늘 알아낸 내용이 있으면 자세하게 말해봥!”


“오늘 보니까 지금 쌓고 있는 내성 안에 큰 산 있잖앙? 그 산속에 땅속으로 들어가는 여러 개의 문이 있는데 몰래 들어가 보려고 하니깡 백호대 녀석들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막더라공. 아무래도 산속 땅밑에 비밀 기지 같은 게 있나 봥.”


“그럼 내일은 산 주변 어디에 문들이 있는지 위치를 파악해. 다음은 이호가 알아낸 것 있엉?”


“응, 돌을 실어 나르는 거대한 인드리코룡 있잖앙? 그 동물을 방목하는지 목장을 발견했는데 돌을 나르는 20마리를 제외하고도 40마리를 더 키우고 있더라고. 새끼가 10마리쯤 되낭?”


“······.”


그렇게 오늘 파악한 정보들을 수집하는데 마치 염탄꾼 같은 냄새를 풍기고, 특히 어투가 말 끝이 봥, 엉 등의 표현이 천인족 말과 약간 어감이 달랐다.


이건 아무래도 구강 구조가 약간 달라서 나는 코맹맹이 비슷한 소리라 이상했다. 그렇다면 천인족이 아니다?


수르가 일단 첫날 뒤를 밟은 내용을 쥬맥에게 알려 주자 쥬맥도 고개를 갸웃하였다.


겉보기에 생긴 것은 똑같은데······.


보 대족장이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환시성 건설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을 보고 받는데···, 왜 그럴까? 왜?


그리고 말 한마디면 모두 파악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구태여 염탐꾼을 몰래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이거 아무래도 수상하다. 뭔가 비위를 거스르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


‘외양이 우리 천인족과 똑같이 생겼으니 이종족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발음은 이상하지?’


그래서 수르가 대장 같다는 갈색 머리의 청년을 불러서 면담을 핑계 삼아 이런저런 내용을 물어보았다.


“어서 오게. 요즘 고생이 많지?”


“아닙니다. 그저 그럭저럭 할 만해용.”


“자네 소속은 어디인가? 대장과 부대장이 누구지?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말이야.”


“실은 보 대족장님 소속으로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윗분들의 이름까정은 잘 모릅니다.”


“요리는 어떤 것들을 좋아하지? 아는 것 있으면 내가 다음에 사 줄게.”


“요리는 뭐든 다 잘 먹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없어용.”


“아버님 성함은 어찌 되시는가? 혹시 아시는 분일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계속 농사만 지으셔서 아마 말씀드려도 모를 겁니당.”


질문마다 빙빙 돌리기만 하지 제대로 된 대답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쥬맥은 차를 마시라고 권하고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면서 문을 조금 열어 두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즉시 은신하여 벽호공(壁虎功)으로 벽을 타고 천정으로 올라가 혼자 남아서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그 청년은 쥬맥이 나갈 때까지는 가만히 앉아 있더니, 쥬맥이 나가고 잠시 뒤 멀어진 듯이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잽싸게 일어났다.


갑자기 눈빛을 빛내며 무엇을 찾는 것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그 태도가 꼭 도둑놈처럼 돌변(突變)한 것!


바삐 쥬맥의 탁상과 서랍 등을 열어 보며 무엇이 들어 있는지 염탐을 했다.


그리고 무엇을 찾는지 서류들도 열심히 뒤지는데······, 아무래도 큰 종이들을 뒤지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환시성의 설계도를 찾는 것 같았다.


쥬맥이 일부러 가짜로 만들어 넣어 둔 도면을 펼쳐 보더니 기뻐서 소리 나지 않게 박수를 치고, 그것을 얼른 빼내서 접더니 가슴에 보이지 않게 찔러 넣었다.


거기까지 보고 나서 쥬맥이 다시 천정에서 내려와 문쪽으로 걸어오니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얌전하게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허! 이런 날도둑 같은 놈이 있나?’


쥬맥은 정말로 기가 찼다.


‘보 대족장이 설계도를 빼돌려서 무엇을 하려고? 설마 반역을? 그럴 리도 없고······. 뭔가 있는데······, 혹시 다른 종족에 팔아넘기려고? 뭣 때문에?’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45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42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28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50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50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9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20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307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37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5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34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22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22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34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22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36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26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50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42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41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47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46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6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42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43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53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4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56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28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48 42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