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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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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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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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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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44화. 소인족의 백년대계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비월족의 비살대는 비승야차가 들어간 집이 모두 불타서 분명히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죽지 않고 살아서 원한만 쌓였다.


이 사건으로 야차족과 비월족 간에 원한이 생겨서, 훗날 많은 생명을 희생(犧牲)하는 대전쟁으로 이어진다.


원래 은혜는 금방 잊어도 원한은 두고두고 잊지 않는다고 했던가?


* * * * *


한편, 환시성에서 소인족의 남쪽 주거지인 피차로 돌아간 현밀룬.


최고수장인 세 명의 천장(적소인 드워브, 황소인 보모프, 백소인 달라프)과 야장(무기/의료/전투지원) 모수룬, 피혼(대추장 격) 모두를 모아 놓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천장들을 바라보며 말하기는 거북하니 세 명의 천장을 자신의 뒤쪽에 모셨다. 그리고 말하기 편하게 자신의 앞으로는 야장과 피혼들, 함께 갔던 부하들 중에서 조장급들을 앉혔다.


그 앞에서 지금 열변을 토하는 것!


“내가 이번에 이백여 명을 데리고 천인족의 환시성 준공식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너무도 많은 것을 느끼고 또 깜짝 놀란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종족의 지도자 분들을 모시고 그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고, 앞으로 우리 종족이 생존하기 위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협의코자 합니다.”


그러자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나 하고 모두 궁금해하는데······.


“자, 우선 이것을 한번 보시죠.”


그러면서 손짓을 하자, 함께 갔던 조장들이 몇 가지 물건을 가지고 앞으로 나왔다. 그것들을 모두가 잘 볼 수 있도록 나란히 옆으로 늘어놓는다.


현밀룬이 먼저 월광등을 가리켰다.


“여러분! 이 둥그스름한 항아리 같은 것이 무엇으로 보이나요?”


그러자 피혼 한 명이 던지는 말.


“그것은 술 단지가 아닙니까?”


그 말에 ‘하하하, 허허허’ 하는 웃음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여러분! 이것은 천인족이 만든 월광등이라는 것입니다. 이 줄을 잡아당기면 달빛처럼 밝은 불이 색색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등은 유등이 아닙니다. 자그마치 삼 년 동안이나 그냥 쓸 수 있는 최신 기술이 접목된 등입니다.”


손짓으로 불을 켜라고 하니 조장들이 월광등 몇 개의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둥근 부분의 갓이 벗겨지면서 낮인데도 제법 밝은 여러 색상의 불이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 입을 쩍 벌렸다.


“와~ 정말 신기하구나!”


모두 몽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누군가는 나와서 직접 만져 보기도 한다.


“천인족의 환시성에는 이런 등이 골목마다 줄줄이 켜져 있어서, 그 수가 수만 개에 이릅니다. 어두운 밤에도 모든 길거리가 대낮처럼 밝으니, 범죄가 별로 없어서 노약자들도 마음 놓고 밤거리를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좀 배워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피혼 중에 한 사람이 그게 뭐가 어렵겠느냐는 듯이 말하자, 현밀룬이 당치도 않은 말은 하지도 말라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어느 누가 그런 기술을 함부로 내어 주겠습니까? 우리라면 줄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이것을 한번 보시지요.”


그러자 또 조장들이 두 개의 틀과 벽돌, 땔감을 들어 보인다.


“처음에 있는 것은 진흙으로 만든 벽돌이라는 것입니다. 물에 이긴 진흙을 이 틀에 넣어서 찍어 낸 다음에 말려서, 높은 온도의 불가마에 구워 내면 이처럼 돌 같은 벽돌이 됩니다. 천인족은 이것으로 아름답고 튼튼하며 화재 걱정이 없는 집을 짓고 있습니다.


다음의 이것은 땔감입니다. 자세히 보세요. 좀 이상해 보이지요? 실은 이것은 초식 동물의 똥을 이 틀에 찍어서 햇볕에 바싹 말린 것입니다. 그런데 냄새도 연기도 거의 없고, 화력도 좋아서 매우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밀림의 나무를 죄다 베어서 땔감으로 쓰니까 숲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가축의 똥은 모두 여기저기에 버려져서 그 오물로 사방이 지저분하고, 해충이 들끓어 온갖 병이 다 생깁니다.”


이제 모두 호기심을 가지고 열심히 얘기를 듣다가, 피혼 중에 몇 사람이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그런 것은 우리도 금방 할 수 있는데 빨리 해야겠군요.”


“그렇습니다. 이것뿐인 줄 아십니까? 환시성은 붉고 거대한 바위들을 반듯하게 다듬어서, 높게 쌓아 올린 거대한 성입니다.


그런데 내부에 있는 둥근 내성(內城)만 해도 직경이 알천 장, 높이는 십칠 장에 이릅니다. 성벽이 얼마나 높은지 목이 아파서 그 끝을 쳐다보지 못하겠어요.


그리고 외성(外城)은 내성을 둘러싼 사각형의 거대한 성인데, 자그마치 한 변이 오십 리를 넘고 높이는 십 장에 이릅니다.


또 성 둘레에는 폭이 사십 장 깊이가 삼십 장에 이르는 해자를 파서 물을 채웠기 때문에, 우리 종족이 모두 달려들어도 함락이 어렵습니다.”


“와~ 정말 대단하군요. 우리도 그런 성이나 하나 쌓읍시다.”


점점 여기저기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감탄과 부러움을 나타내며, 우리도 빨리 하자고 아우성을 친다.


“천인족이 이 성을 쌓는데 본 작업만 이십 년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성내에는 수백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데, 모두 집 앞까지 맑은 물이 흐르는 송수관이 매설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저분한 생활 하수는 모두 배수관을 통하여 주거지를 빠져나가고, 모래나 수초들을 이용한 자연 정화 시설을 통하여 맑은 물로 환원됩니다.”


이제 여러 사람이 줄줄이 감탄을 늘어놓는다.


“와아~ 우리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군요. 우리도 어서 합시다.”


“서두른다고 될 일들이 아닙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은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비거(飛車)라는 기구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대륙을 마치 손바닥을 보듯이 내려다보고 있는데, 이번에 환시성의 준공식(竣工式) 행사에서도 하늘에서 오색의 구름을 만들며 수십 대가 축하 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그들이 하는 무술 대회라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가 배운 토납술(吐納術)만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토납술은 그 기초일 뿐이고 수많은 무공과 신공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수들은 우리 종족의 전사들 백 명이 동시에 달려들어도 결코 이겨낼 수 없는 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늘을 날고 혼자서 동시에 백 명을 상대한단 말입니까?”


그 말에 자신 있게 말하는 현밀룬.


“이번에 함께 간 이백 명이 모두 보았으니 누구에게든 물어보십시오.”


이번에는 나이가 지긋하고 현명해 보이는 피혼이 나서서,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현밀룬에게 말했다.


“그게 정말이라면 앞으로 천인족과는 절대 척을 지면 안 되겠군요?”


그러자 현밀룬도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힘 있게 답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서론을 길게 얘기했는데, 지금까지 한 내용들을 우리도 모두 따라서 하자고 여러분들을 모신 것이 아닙니다.


물론 필요한 것은 배워서 모방을 해서라도 적용을 해야겠지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사고(思考)를 전환하여 보는 눈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언젠가 이 대륙에는 천인족만이 살아남고, 다른 종족들은 모두 멸족(滅族)을 당할 것입니다.”


현밀룬의 말에 모두 충격을 받았는지 분위기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렇게 정적이 사위(四圍)를 지배할 때······.


“우리도 이러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의 문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고유의 문명을요!


따라서 지금 야장이 맡고 있는 무기의 제작과 개발, 의료 및 전쟁을 지원하는 업무 외에, 별도 조직으로 일만 명을 더 두려고 합니다. 긴 안목으로 백년대계를 위한 체계적인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지요.”


“와아~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반드시 따르겠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동의하는 발언들을 쏟아 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더욱 더.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천인족과 평화 협정을 맺은 것을 이용해야 합니다. 약정한 오십 년뿐만이 아니라 몇백 년이 흐른다고 해도, 우리의 문명이 그들을 넘어서지 않는 한 그들을 적대시해서는 안 됩니다.


정말 절대로 안 됩니다. 협정에 정한 경계선을 지키고 분쟁이 생기면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일단 양보하세요. 그렇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저에게 중재를 요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현실을 직시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나서서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을 했고, 그 말이 옳다고 지지했다.


“지금 천인족은 사방이 이종족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키는 작지만 가장 외양이 비슷한 우리를 우군으로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쪽이라도 잊어야 다른 종족들을 상대하기가 쉬울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우리 종족에게 주어진 기회입니다. 이 기회에 우리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비월족보다 월등한 힘을 갖추어야 우리 종족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초대되어 갔을 때 천인족과의 물물 교역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여 허락을 받았습니다. 통역들을 앞세워서 그들과 자주 접하고 새로운 문물을 접해야, 우리도 자극을 받아서 더욱 분발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정말 잘하신 일입니다.”


“지금 말씀드린 것들은 모두 사전에 천장님들께 보고를 드리고 허락을 받은 것들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지켜 주시고 협조(協助)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으로 천인족의 환시성 준공식에 다녀온 보고 겸, 향후 우리 종족이 나아갈 방향(方向)에 대하여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모두 우렁찬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가운데 보고회 겸 회의가 끝이 났다.



어떤 세상 어느 시대든지 현명한 지도자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祝福)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 지도자를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할 수 있을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출신이나 지역 등 모든 사심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바라보며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손으로 뽑아 놓고 잘못된 뒤에야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렇게 하여 소인족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 * * * *


큰일들이 마무리되니 쥬맥과 태을 선인은, 한울로부터 하사 받은 금령 삼천 개씩를 아낌없이 풀었다. 그것으로 그동안 고생한 사람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기도 하고, 회식을 시켜 주기도 하였다.


두 사람이 다 욕심이 없는 사람들이라 부족하면 자신들의 몫까지 모두 내어놓으니, 그에 대해 반론(反論)을 제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쥬맥은 오늘도 그동안 고생한 백호대 부대장들과 소족장들을, 태평루(太平樓)라는 주점에 초대하여 회식으로 회포를 풀고 있었다.


이곳은 환시성의 하천 변에 위치하여 풍경도 좋고, 가장 크고 화려한 곳이다.


“자, 여러분! 일이 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이십 년에 가까운 긴 세월 동안 이 환시성의 축성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성벽 한쪽에 모두 여러분의 이름을 새겨 놓았으니 두고두고 후대에 전설(傳說)로 남을 것입니다.


물론 이 생각은 우리 뛰어난 야수르 참모장의 생각을 제가 도둑질한 것입니다만,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대장님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보다 부족장님이 고생하셨죠.”


그 독하다는 백령주가 서른 병이 넘게 동이 났다. 많은 요리들이 나와서 모두 배불리 먹고 맘껏 취하니, 모두 나날이 오늘만 같기를 하는 바램이다.


환시성은 환시력 일 년부터 기초 작업을 시작하여 금년인 환시력 사십구 년에 끝이 났다.


쥬맥이 서른아홉에 본 축성 공사부터 참여하여 쉰다섯에 준공이 되었으니, 십칠 년에 가까운 젊은 청춘을 환시성의 축성에 바친 것이다. 물론 백호대도 같이.


그러니 어찌 청춘을 바친 환시성에 애정이 가지 않겠는가?


“수르야! 한 잔 받아라.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


“그래도 성을 지어 놓고 보니 너무 뿌듯하다. 너도 고생했다.”


“제수씨를 본 지도 오래됐는데, 이제 시간도 있으니까 같이 식사나 한번 하자. 부모님께서도 건강하시지?”


“그럼. 네가 준 보약들로 회춘들을 하셨는데 건강하시지. 정말 십칠 년의 세월이 금방 가 버리고 너와 나도 벌써 중년이 되어 버렸구나.”


“이제 전쟁이나 좀 없어야 할 텐데······. 전쟁 때문에 그동안 죽어 나간 사람이 어디 한두 사람이냐? 전쟁 때는 사람 목숨이 마치 파리 목숨 같아.”


“제발 이젠 거인족만이라도 좀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 덩치가 너무 커서 싸우기도 힘들고 우리 측 피해가 너무 크니까 말이다.”


술 한잔에 이런 바램을 서로 얘기하고 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지금 거인족 영역에서는 반인족과 소금동맹을 맺고, 전쟁 준비를 마무리한 채 때를 엿보고 있었으니······.


또 얼마나 큰 피바람이 불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 * * *


환시성이 준공되고 어느덧 평화로운 이년이 흘렀다. 그야말로 태평성대.

모두가 이제는 전쟁 없이 이런 평화스러운 날만 있기를 기원하지만, 세상사가 어디 바라는 대로만 되던가?


환시성 건설이라는 대업이 끝나니 쥬맥도 이제 쉰일곱 살이 되었고, 천인족 인구도 계속 늘어나 어느덧 백칠십만 명이나 되었다.


원래 살았던 천둔산 아래의 시원평원에 자리를 잡은 주거지에도, 이제 이십만 명에 가까운 천인족이 살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이제 이백 살에 이른 천사장 돈문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수도 생활에 전념하고 싶다고 용퇴(勇退)를 선언한 것!


이에 여러 사람이 물망에 올랐으나, 천사장을 맡으면 수도 생활에 지장이 많으니 대부분 사양을 하는데······.


백팔십 살에 이른 태을 선인이나, 백칠십다섯 살에 이른 안다 선인도 나이와 건강을 핑계로 극구 사양했다.


그래서 결국은 그동안 거의 수행에 전념해 오던, 백열 살의 천수 선인이 천사장을 맡았다.


천수 선인은 태을 선인의 제자였다. 쥬맥이 태을 선인과 함께 천령수가 자라고 있는 곳에서 몇 차례나 같이 만난 적이 있는 선인이다.


성정(性情)이 온화하고 친화력이 있으며 수행도 나이에 비해 깊은 사람.


천수 선인의 천사장 취임식이 끝나고, 전임 천사장인 돈문은 돈씨세가로 돌아가지 않았다.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선택하여, 대협곡으로 혼자 수행을 하러 떠나기로 한 것!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산수(山修 또는 散修-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수도자나 선인들) 생활을 시작하니, 지구에서는 산수가 최초로 탄생한 것이다.


이미 선인의 수행이 7단계인 합신기 경지에 이르러, 사람이든 동물이든 위해를 가할 수 없으니 내릴 수 있는 결단(決斷)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 홀가분하고 자유로움에 선인(仙人)들은 모두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지인(知人)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떠나는 전임 천사장은, 이제 자신을 그냥 돈문 선인이라고 부르게 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짐을 털어 버린 듯이, 작은 바랑을 하나 메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주거지를 나섰다.


모든 이의 전송(餞送)을 사양한 채.


쥬맥에게도 혹시 나중에 여유가 있으면 대협곡으로 놀러오라고 귀띔을 하였다. 그러나 그 큰 우르대협곡에서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사람을 찾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다.



요즘 천인족에는 반인족으로부터 빼앗아 기른 전서응과 자체적으로 잡아서 길들인 흑매가, 종족의 업무나 주거지 간에 개인의 서신을 전달하는 등 여러 가지 일에 널리 쓰였다.


특히 흑매는 매우 크고 사나워서, 길들이기는 어렵지만 한 번 길들이면 나는 속도도 빠르고 매우 정확했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 다른 날짐승의 공격으로 죽는 일이 거의 없어서, 매우 인기가 높았다.


그러자 소인족도 이를 배워서 물물 교역에 이를 응용했다. 미리서 필요한 품목을 서로 협의하여 정하고, 실물의 전송은 표국(鏢局)을 이용했다.


이렇게 환시성과 소인족의 주거지인 피차를 오가는 표물이 증가하자, 이제 표국업도 본 괘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소인족에서는 포도주나 비단, 여러 가지 약초나 소금 등이 주로 들어왔고, 천인족에서는 천령수의 열매, 월광등, 곡류, 생활 잡기 등이 많이 보내졌다.


그러나 무기류나 무공서 등 기밀이 필요한 부분은 상대가 어느 종족이든 교역이 금지되었다. 이를 어기면 표국업(鏢局業)을 할 수 없고, 처벌을 받도록 법을 만들어 공표했다.


즉 이적 행위는 엄단을 하겠다는 것!


이종족까지 표국업이 시작되자, 표사(鏢師)와 보표(保鏢)들도 늘어났다. 당연히 그에 따른 일자리도 늘어났으며, 상단이 많아지자 상업도 발달하기 시작했다.


어떤 상단은 소인족뿐만 아니라 반인족이나 비월족까지 교역을 시작하니, 통역사(通譯士)도 크게 인기를 끌었고.


그러다 보니 환시성 내에 각 종족의 언어를 가르치는 통역인 양성소가 생겼다.


반인족이나 거인족, 소인족은 이미 서로 교육을 통해서 통역사를 많이 육성하여 별 어려움이 없었으나, 문제는 비월족과 야차족이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비월족(飛月族)과 야차족(夜叉族)의 언어를 알고 있는 쥬맥이, 지원을 나가 교육을 시켜 줬다.


비록 유창한 수준은 아니지만 의사 소통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니 교역이 이루어지면 실무를 통하여, 통역 능력이 더 나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종족끼리는 표면적으로 적대관계에 있어도, 부족민들은 자신들 나름의 통로를 개척하여 상단을 운영했다. 그러다 보니 전에는 보지 못했던 이종족의 물건이, 이제는 천인족 내에 많이 퍼졌다.


교역 금지 품목만 아니면 크게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안전이 문제일 뿐.


이렇게 평화 속에 여러 면으로 발전을 이루고 있는데···, 또다시 다가온 겨울처럼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천인족을 강타(强打)했다.


전에도 일만의 병력으로 침략하여 큰 홍역을 치르게 했던 거인족. 그들이 전보다 훨씬 많은 병력으로 침공(侵攻)을 하기 위해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것!


주변의 외적 중에서는 거인족이 가장 버거운 상대가 아니었던가? 피해도 가장 컸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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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3화. 살모야차(殺母夜叉) 21.09.09 1,285 9 19쪽
142 142화. 대이주와 축제(祝祭) 21.09.08 1,281 10 19쪽
141 141화. 환시성의 완공(完工) 21.09.07 1,297 11 18쪽
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67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72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73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80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301 11 19쪽
135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96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15 10 18쪽
133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99 10 19쪽
132 132화.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21.08.29 1,306 11 19쪽
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304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304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314 11 19쪽
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86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91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9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17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35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306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12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52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12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20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23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32 13 18쪽
116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21.08.13 1,309 14 19쪽
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16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34 1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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