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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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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99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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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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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입(3)

DUMMY

13층, 네 번째 구간을 향하는 통로.


“탑도 별거 없네요.”

“뭐라는 거예요. 그렇게 방심하다가 다쳐.”

“뭐. 이 정도로 다치진 않을 것 같은데~”


미혜의 핀잔에도 휘파람을 불며 걷는 서우였지만 그의 심장은 그가 살면서 겪어 봤던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24년 인생 동안 고서우는 늘 따분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어릴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우와! 우리 서우 완전 똑똑한 것 같아요! 이것 봐요. 어쩜 이렇게 잘 쌓지.”


서우가 가진 태초의 기억은 그가 3살 무렵이었다. 자신이 쌓아 올린 블록 장난감을 보며 그의 부모는 무척 기뻐했다.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몰랐다. 서우는 태어날 때부터 조금 특별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뭐라 그래?”

“그냥 다른 애들보다 조용한 것뿐이래요.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그는 태어나고 1년 뒤부터는 거의 울지 않았다. 엄마가 곁에 없으면 칭얼거릴 만도 할 텐데 그런 것도 없었다. 3살이 된 이후로는 혼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미 그때부터 서우는 세상이 재미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를 위해서라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 재미없어.’


유치원에 들어가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도 그저 지겨울 뿐이었다. 아이들은 유치했고, 선생들은 답답했다.


‘누가 봐도 가짜로 우는 건데... 저런 것도 쩔쩔매고 있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 하아... 뭐 재밌는 일 없을까.’


놀이터 구석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서우는 극심한 권태감을 느꼈다.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을 것이란 듯이 구름 한 점 없이 평화로운 하늘도,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도 그저 멀게만 느껴졌다.


그의 나이 7세였다.


“저 어머니... 이런 이야기가... 조금 조심스럽기는 한데...”


교무실로 들어간 선생과 엄마의 대화를 서우는 복도에 서서 별 감흥 없이 듣고 있었다. 예상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너무 과격하며, 다른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아니다. 자신은 불안정하지 않다. 오히려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안정된 탓에 변화를 요구할 뿐이었고, 침착했다. 잘못이 없었다.


자신을 때리겠다고 덤벼든 아이들을 다시는 덤비지 못하게 만들어준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래서 그런데 혹시 운동을 시켜보시는 건 어떨까요? 서우의 행동이 잘못되기는 했지만 서우 정도의 운동 신경이라면 분명 빛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밖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운동을 통해 해소할 수도 있을 거고요.”


선생의 말에 울먹이던 엄마의 소리가 멈췄다. 서우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선생을 만난 엄마는 곧장 서우를 데리고 집 근처의 도장으로 향했다. 무엇을 가르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아무거나’라도 가르쳐야겠다는 일념으로 찾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서우는 자신의 인생의 한 줄기 빛 같은 재미를 찾아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찾아간 곳은 검도장이었다.


손에 잡히는 무게감도, 휘두를 때 느껴지는 바람도.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승패도, 상대를 무너뜨리는 쾌감도 모든 것이 짜릿했다.


그의 나이 13살이었다.


이후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검을 휘둘렀고 국내의 각종 청소년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모두가 그가 체육 계열의 대학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이.


그러나 그 무렵 그는 그 마저도 질려있었다.


‘뭔가 재밌는 곳이 없을까...’


19살의 고서우는 세상이 재미없는 이유가 익숙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과도 주변 모두의 기대와도 먼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했고, 대학에 입학했다.


물론 그의 부모는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그가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둘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자신의 자식이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서 서우의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건이 일어났다.


‘탑과 마법진.’


뉴스를 통해 본 몬스터는 정말 위험해 보였고, 그와 싸우는 능력자들을 보며 서우는 감탄했다.


“진짜... 진짜 재밌겠다!”

“뭐가?”


옆에서 함께 뉴스를 보고 있던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난 서우를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종종 느껴지는 비인간성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친구였다.


이후 서우는 탑에 오르거나 마법진에 가기 위해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위험합니다. 비능력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아...”


그는 비능력자였고,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운운하며 몬스터와의 접촉을 제한했다.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모두 이뤄낸 서우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신에게 받는 능력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또 다시 재미없는 삶을 살게 될 것에 대해 절망하고 있던 차...


아주 달콤한 꿈을 꿨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진한 마시멜로우 향이 났던 것만은 기억했다.


냄새만으로도 이가 썩을 것 같은 달콤한 냄새만이 기억났다. 그리고 일어난 서우의 옆에는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구슬 하나가 따라다니고 있었다.


“...”


잠에서 막 깨어났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뭔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


모든 게 쉬웠다. 어쩌면 신 또한 그를 돕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신이 원하는 길이 이것이라 여기며 서우는 자신의 능력을 연습했고 탑에 오를 준비를 했다. 그러나...


<조호완 능력자 실종? 6개월째 찾을 수 없어. 관리소에서 포기 선언.>

<5층에서 막혀버린 탑. 세계의 선두에 있는 중국은 12층.>

<대한민국의 탑엔 미래가 없다. 탑 오르기를 멈추고 해외로 나가는 국내 능력자들>

<계속되는 실종. 문제는 무엇?>


“왜...왜... 시도해 보지 않는 거야?”


아무리 서우라도 혼자서 탑에 오를 수는 없었다. 그 정도로 만만한 곳은 아니었으니까.


“왜 오르지 못하는 거야? 왜 더 강한 몬스터를 만날 수 없는 거야?”


서우가 탑에 오를 준비가 거의 끝나갈 무렵. 대한민국에서 탑을 오르려는 사람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재미있는 일을 앞에 두고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에 서우는 화가 났다.


“야야. 그만해. 애 잡겠다.”


아무리 검을 휘둘러봐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저 강한 자극이, 더 재미있는 일이. 그에게 필요했다.


“제발... 나랑 탑에 올라줘...”


운다는 감정이 어떤 건지 몰랐지만 다른 사람 말을 빌려서 당장이라도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랬던 그의 바람을 이뤄주기라도 한 것인지 한 능력자 회사에서 탑에 오르기 시작했고 한국도 뒤늦게 다른 나라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 폭발적인 성장에 세계의 집중이 한국을 향했다.


물론 서우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는 그저 자신과 함께 탑에 오르려는 자들만을 찾으면 됐다. 관리소에 지인도, 탑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자신을 선뜻 받아주겠다고 한 로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잘해볼 생각은 없었지만 고맙다고 생각한 것만큼은 진심이었다.


몬스터를 벨 때마다 칼끝을 따라 손에 전해지는 짜릿함은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것이었다. 가짜 칼로 가짜를 벨 때는 느껴볼 수 없는 진짜였다.


게다가 빛이 되어 사라지니 칼이 지저분해질 일도 없었다.


서우는 신이 났다.


세계 곳곳에 세워진 탑과 나타난 몬스터들 그리고 능력을 가진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서우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이라는 지루한 현실에서 마음 놓고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게임.


“이야아아!”


기합 소리와 함께 눈앞에 있던 몬스터가 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너무 즐거워.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고 있어!’


서우는 신이 나서 뛰어다니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그 모습을 보는 로운은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선생님! 딴 생각하지 마세요!”


얼마나 집중해서 보고 있었으면 미혜에게 한소리 듣기까지 했다. 로운의 눈앞에서 박쥐 한 마리가 미혜의 주먹에 맞아 환한 빛이 되어 사라졌다.


“고마워...”


멍하니 사라진 박쥐를 바라보면서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생명체가 있었던가. 육체를 가지고 움직였으며, 생기를 잃은 육체는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기 위해 서서히 썩는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자 당연한 것이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단 한 순간에 빛이 되어서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사라지는 이 생명체들은 대체 뭔가? 신이 존재하고, 그를 증명하듯이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해도 결국 자신과 같은 인간들은 이전과 같은 현실에 살아가고 있는데.


대체 무엇이...


모든 것들을 바꿔놓은 걸까.


“로운!!”


이번에는 낮은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눈앞에 바위로 된 벽이 솟아났다.


“집중해주세요. 로운씨. 아직 네 번째 구간의 황금박쥐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평소에 로운에게 아쉬운 소리 한 번 한 적 없는 나래조차 한 마디 더했다.


“아. 죄송합니다.”


그래. 자신은 팀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다. 잡다한 생각은 혼자 있을 때 해도 늦지 않는다. 쉬운 일이지 않은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스위치를 껐다 키듯이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면 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탑에서 무사히 클리어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이번 구간의 황금박쥐를 찾아내야 한다.


‘황금 박쥐는 밝게 빛나는 특징이 있어... 그럼 이런 어두운 곳에서 안 보일 리가 없는데.’


정보에 의하면 그랬다.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진 로운의 눈에 일반 박쥐의 움직임은 보여도 이상한 빛은 보이지 않았다.


‘정보가 잘못된 건 아닐까.’


종종 잘못된 정보를 흘려 다른 나라가 탑에 오르는 걸 방해하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 거지.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 세계의 끝은 멸망뿐이다. 힘을 합쳐서 하루라도 빨리 탑을 올라 상황을 종료 시켜야 하는데...’


답답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환멸이 났다. 이 위기를 이전에 ‘인간’들이 만들었던 위기와 같은 취급하는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들의 노력 덕분일까 다수의 사람들도 불편은 하더라도 이변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위험한 것은 위기에 익숙해져 방심했을 때 일어난다.


마치 지금 어둠에 익숙해진 자신들이 어둠속에서 자신을 노리는 이들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로운의 머릿속에 스치는 하나의 가능성. 몬스터는 당연히 돔 안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만약에.


“설마!”


뒤를 돌아보자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찾던 희미한 황금빛이 보였다. 통로와 네 번째 구간을 잇는 마지막 빛이 존재하는 곳에 몸을 작게 웅크리고 눈동자를 굴리며 상황을 살피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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