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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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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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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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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어우... 뭐지. 언제 잠들었지.”


로운은 눈을 뜨자마자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이상할 정도로 몸이 개운했다.


“얼마나 잔거야...”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로운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9시라고? 에이 설마...”


다시 눈을 비비고 시간을 확인한 로운의 눈에 정확히 오후 9시라고 적혀있었다.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상황을 받아들인 로운은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고 느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모두 잠들어 있었다.


“쟤들은 왜 저러고 있어...”


분명 나래의 옆에 잠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미혜의 발이 서우의 하얀 뺨을 밟고 있었다. 운동화에 흙이 묻어있던 것인지 뺨이 묘한 갈색 빛을 띠고 있었다.


반대로 시선을 돌리자 어깨를 맞대고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어 있는 쌍둥이들이 보였다. 잠들기 전에 봤던 안색을 생각하면 둘 다 상태가 좋아졌다. 로운은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여러 가지 걸리는 부분은 많았지만 쌍둥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로운은 망설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쌍둥이를 지나 시선을 돌리던 로운은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우. 깜짝이야.”

“일어났나.”


잠들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석이 벽에 기대어 팔장을 끼고 앉아 있었다.


“안 주무셨어요?”

“딱히. 잠은 밤에 자야지.”

“그건... 그렇죠.”


로운은 머쓱하게 석의 곁으로 다가가 나란히 앉았다. 예정에도 없던 낮잠 시간으로 하루의 계획이 모두 망가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운의 시선이 서우를 향했다. 자신의 선택이 팀 전체를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미혜야 좀 더 밟아!’


“마음은 이해한다. 이야기 들었다.”


서우를 있는 힘껏 바라보고 있던 로운을 보며 석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자.”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저는 ...”


죄책감에 사람들 앞에 서지 못할 것 같았다. 어쨌거나 현재 로운에게 누나만큼이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더 이상 다치는 일은 보고 싶지 않았다.


“재능이 있다. 다만 요령이 없을 뿐...”

“그게 팀에 큰 위험이 된다고 하더라도요?”

“...”

“탑을 오를수록 점점 더 위험해질 거예요.”

“...”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고 오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

“그렇다고 지금부터 다 가르쳐가면서 올라가기에는 너무 늦어요.”

“...”

“...”


로운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지만 지금 상태에서 말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말까지 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누구나 처음일 때가 있지 않나. 그리고 부족한 점도 말이야.”


로운은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 석의 뒷말이 마음에 걸렸다.


“부족한 점?”


그가 서우를 보며 느꼈던 기분을 석이라며 알고 있지 않을까.


“그래.”

“석 씨가 생각하는 서우 씨의 부족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석은 고민을 하듯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낮췄다.


“감정...”

“감정...?”

“그래. 장담하긴 어렵지만 고서우를 보면 다른 사람들이 갖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결여된 것 같다.”

“화도 내고, 웃기도 하는데요?”

“그래.”


로운은 더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석은 입을 다물고는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나래가 네가 일어나면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군.”

“무슨 말이요?”

“오늘은 공략을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도전하자고.”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여기까지 와서...”


사실 로운도 어느 정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팀원의 안전을 생각하면 오늘은 여기서 멈추고 다음에 지혁과 제천까지 데리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좋아보였다.


‘우리의 공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지혁이 없어서 공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면 그 생각을 지워버릴 자신이 없었다.


“나도 나래랑 같은 생각이다. 네가 빨리 탑을 오르고 싶어 하는 것은 알지만.”


석의 시선이 쌍둥이를 지나 나래와 미혜 그리고 서우를 향했다가 돌아왔다.


“이 애들을 생각하면 오늘은 한 발 물러나는 게 좋아 보인다.”


그의 말을 백번 이해하고도 남았지만 로운은 쉽게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것이 자신의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로운이 다시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후우... 그래요. 어차피 포기할 거면 이런 불편한데서 자지 말고 거처로 돌려보내죠.”

“그래.”


+++


“그럼 석씨 다른 사람들을 부탁합니다. 저는 승주와 승우를 데려다주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밖에 나오니 이미 해가 졌고,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돌아갔다. 조금 남아있던 사람들은 로운컴퍼니가 공략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고 실망한 기색을 숨길 생각이 없어보였다.


“사람이 언제나 잘 할 수 있나! 아닌 날도 있는 거죠!”

“쉿...”


그런 사람들을 향해 미혜가 노발대발하며 따져도 봤지만 나래에 의해 제지당했다.


“내 첫 탑이 이런 식으로 끝나다니.”


한 술 더해서 서우가 투덜거리며 칼집으로 바닥에 원을 그리고 있자니 미혜의 속이 터져나갔다.


“야! 너 다음에는 우리랑 같이 가지 마!”


미혜의 우렁찬 소리가 잠실 운동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채비를 하고 있던 몇 구경꾼들의 시선이 미혜와 서우에게 집중됐다.


“뭐? 네가 뭔데 하라 마라야! 너희 대표님이 된다 그래서 같이 갔던 거지 내가 숨어 들어갔냐? 협박을 했냐!”


계속 되는 미혜의 공격적인 말투에 참다못한 서우도 언성을 높였다.


“시간이 늦었어요. 이런 시간에 그렇게 큰 소리로 싸우면 민폐에요.”


나래가 다시금 달라붙어 둘을 말리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아니. 언니 이건 말해야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계속 오더 어기고, 돌발 행동하고. 만약에 그 상태로 보스까지 봤다면. 거기서 안 했겠어요? 황금 박쥐에도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위험해졌는데. 보스를 상대로 그랬으면 우리는 탑 밖으로 못 나왔을 지도 몰라요!”

“하. 내가 그랬다고 보스를 앞두고도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사람 몰아가지마!”

“당신이라면. 너라면! 했을 것 같으니까 하는 소리잖아. 뭘 그렇게 당당해! 네 눈에는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이냐?”

“하! 사람들이 로운컴퍼니에 대해 칭찬하던 것들이 다 가식이었나 보네. 이런 식으로 외부 사람은 밀어내고 본인들끼리만 이득 챙기려는 집단인 것도 모르고 말이야.”


두 사람의 말다툼은 불이 번지듯 점점 거칠어졌다.


“진정해 진짜로. 미혜야! 서우 씨도 말 가려가면서 하세요. 정말 자신이 뭘 했는지 모르고 그러시는 거예요?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까 그만 하고 각자 거처로 돌아가요.”

“됐습니다. 이제 다시 볼 일 없어요. 저도 당신들처럼 이기적인 사람들하고 같이 탑에 오르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야. 말은 똑바로 해. 우리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네가 이기적인 거니까. 나도 더 이상 너랑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가요 언니! 쌍둥이들도 조심히 들어가.”


미혜는 마지막 말을 쏘아붙이듯이 말하고는 짐을 챙겨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서우의 표정을 한 번 살핀 나래도 그 뒤를 따랐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혼자 남은 서우의 입을 꾹 다물고 바닥만을 바라봤다.


“수고했어요. 그럼 이만.”


로운도 인사를 남기고는 쌍둥이를 데리고는 자리를 떴다. 관심을 가지던 사람들도 하나둘 떠났지만 서우는 바닥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이날 서우가 잠실 운동장을 떠난 것은 새벽 2시가 넘어간 뒤였다.


+++


안양 임시 거처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늦었네요. 부모님이 걱정하겠어요.”


로운은 차를 주차하고는 시동을 끄고 뒷좌석에 얌전히 앉아 있는 쌍둥이를 바라봤다. 그의 말에 승주가 씁쓸하게 웃었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온 김에 부모님께 인사라도 하고 갈까요.”


로운은 상대가 곤란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가정사와 관련해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승주의 반응으로 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부모를 로운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로운은 이번에 꼭 봐야겠다는 기분을 저버릴 수 없었다.


“미성년자 고용에 대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승주와 승우의 시선이 서로 맞닿았다. 쌍둥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생각이 통한다고 하던데 사실일까?


“음... 다음에... 다음에는 안 될까요?”


어렵게 입을 연 승주가 꺼낸 말이었다. 로운은 애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 지 짐작이 갔지만 말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다음에 준비 되면 불러주세요. 그래도 혹시 우리 회사에 대해서 오해하시는 것 같으면 잘 설명해 주셔야 해요.”

“네!”


그제야 밝아진 표정의 승주가 인사를 하며 차 문을 열고 나섰다. 그리고 승주를 따라 승우도 차에서 내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핸들에 상체를 숙이고 밖을 바라본 로운은 무언가를 발견한 승주의 표정이 희미하게 굳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면 자신들에게 보여주는 표정이 연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짧게 스쳐지나갔다.


건물로 들어가는 승주와 승우를 향해 한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꽤 체격이 크고 살집이 있는 남자는 어딘가 화가 나 보였다. 그리고 두 아이와 가까워지자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들어 올려 그대로 승주의 뺨을 내리쳤다.


‘뭐야...’


로운은 차의 창문을 조금 내리고는 상황을 지켜봤다. 승우의 시선이 힐끗 그를 향했기 때문이었다.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이것들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벌써 이렇게 늦은 시간에 싸돌아 다녀? 아니면 뭐 나쁜 짓이라도 하는 거 아냐!”


남자의 화난 목소리가 밤의 고요함을 깨고 들어왔다.


“내가 공부를 하라고 했냐 일을 하라고 했냐! 그냥 얌전히 살라고. 너희 주제를 알고 살란 말이야!”

“...”


남자의 폭언에도 승주는 똑바로 그의 얼굴을 바라봤고 승우는 그런 누나의 부은 뺨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들부터 천천히 상처가 낫고 있었지만 상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이번에는 반대쪽 손을 들어 승주의 머리를 내리쳤다.


“버르장머리 없게. 아빠가 말을 하는데 눈 똑바로 뜨고! 쓸모없는 것들. 다른 애들은 능력이 생겨서 부모 호강시켜준다는데.”


남자의 손길에 따라 살짝 날아가 넘어진 승주가 몸을 천천히 일어났다. 바닥에 긁힌 손바닥의 상처가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다.


“이게? 잘못했다고 안 해? 안되겠다. 당장 따라와.”


남자는 승주와 승우의 가느다란 팔을 끌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로운의 깊은 한숨이 핸들에 닿아 사라졌다.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무언가 숨기는 모습이나 지혁이 말했던 말도 안 되는 스탯과 스킬 레벨. 그런 걸 생각했을 때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노골적인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집일 줄은 몰랐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근데 왜 쌍둥이한테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처음 쌍둥이를 봤던 날. 승주는 돈을 벌어서 20살이 되자마자 집을 나올 거라고 말했다. 저런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생긴 능력은 동아줄과 같았을 것이다. 아마도 둘이서 입을 맞추고 자신들에 대해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이리라.


‘승주는 맞으면서... 승우는 맞은 승주를 치유하면서... 그런 능력치를 갖게 된 건가.’


로운은 자신이 두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능력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회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로운의 머릿속에서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시동을 건 차는 격한 소리를 내며 안양 임시 거처의 주차장을 벗어났다. 차는 한적한 도로를 달려 성남으로 향했다. 멀리 어둠 속에서 마법진의 벽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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