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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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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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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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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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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3)

DUMMY

“휴 저도 한 잔만 주세요. 애썼더니 덥네요.”


나란히 앉아 음료를 마시려고 하는 쌍둥이들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언제 왔는지도 모를 고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잠깐이지만 진짜 재워버리고 필요할 때 깨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심스럽게 접어 두었다.


이 녀석을 엎고 갈 사람이 나밖에 없을 테니까...

아니, 나래 씨한테 부탁해서 데리고 다녀달라고 할까.


“무슨 생각하세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녀석.

그 순간 달짝지근한 냄새가 스쳐지나갔다.


처음 이 녀석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향을 맡았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무슨 냄새인지 알 것 같다.


“스모어... 냄새가 나네.”

“스모어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어딘가 조금 평소란 다른 것도 같다.


아니 지금이 너무 평소 같다.

꿈속에 들어온 이후로 무뚝뚝했던 모습이 오히려 조금 가셨다.


“당연하죠. 선배한테선 커피 냄새가 나는 걸요. 재미없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는다.


“에스프레소는 어디 있어?”

“스모어...?”


점점 짙어지는 단내.

조금씩 고서우의 얼굴과 목소리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이 녀석은 고서우가 아니다.


“이곳은 우리 애들이 만든 세계니까. 우리가 간섭하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지. 나는 이 애를 무척 아끼거든.”


고서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뺨을 작은 손으로 쓰다듬었다.


“별다른 일로 온 건 아니고... 그냥 너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대화를 더 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

“너와 한 번 만난 이후로 에스프레소의 감시가 심해져서 말이지. 이런 모습이 아니면 만날 기회가 없었어.”


불현 듯 이 목소리와 말투를 들어본 적 있는 기분이 들면서 이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거대한 화면을 통해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내 곁에는 누군가 있었다.


“그때...”

“기억하는구나? 기쁘네.”

“신이 고작 인간 하나에게 관심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내 말에 고서우는 큭큭 거리며 웃었다.

웃으면서 치아 사이로 바람을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인간 하나라니. 우리 신들은 모든 인간들을 사랑해.”

“사랑해서 이런 세계를 만들어낸 건가요?”

“뭐... 그 또한 사랑의 방식 아니겠어?”


스모어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바닥을 위로 펼친채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나 애정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야. 그게 하나뿐인 경우는 흔치 않아. 나만해도 이 아이도, 너도. 둘 다 좋아하는 걸.”


눈을 얇게 접으며 웃는 모양새가 그렇게 산뜻한 느낌을 주진 못했다.


“좀... 별종인. 그래 예를 들어.”


그렇게 말한 고서우의 모습을 한. 아니 고서우의 안에 있는 스모어가 한 발짝 다가와 오른손 검지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에스프레소 같은 애들?”


입김을 따라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단내가 풍겨왔다.

그러나 곧 은은한 커피향이 나면서 고서우의 몸이 멀어졌다.


“흠.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그건 무슨...”


채 다 묻기도 전에 고서우의 눈빛이 천천히 바뀌었다.

스모어가 없는 고서우는 확실히 좀 더 순수한 눈빛을 하고 있다.


심성이 나쁜 건 아닌데 유별난 구석이 많을 뿐인 고서우는 이내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저도 한 잔 주세요.”

“응. 없어. 돌아가.”


그래. 음료를 달라고 했던 것까지는 고서우가 맞았던 모양이다.


“칫. 치사해. 그거 하나 만들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트럭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녀석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돌려 쌍둥이들을 바라봤다.


테이블 위에는 비어있는 두 개의 잔.

승주와 승우는 머리를 맞대고 곤히 잠들었다.


+++


“아. 너무 무겁다고요.”

“재우자고 한 사람이 책임져야지. 그리고 저도 업고 있잖아요.”


자는 쌍둥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었던 탓에 내가 승우를 고서우가 승주를 업고 가기로 했다.


“아니. 염동 능력자도 있는데 굳이 이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데려가야 해요?”

“얘들을 둥둥 띄워서 가는 건 비인간적이잖아.”


몇 번 겪어 보기도 했고, 제천이 당하는 모습을 본 바로는 굳이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쌍둥이들이 겪게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랑 돌아가면서 업잖아. 아저씨는 계속 혼자 업고 있고.”


우리의 작은 말다툼에 답답하다는 듯이 미혜가 끼어들어 고서우의 말상대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숨을 돌리고 방금 전에 있었던 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스모어가 직접 내 앞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아까 그 커피 향은...


아마도 스모어의 말에 의하면 에스프레소인가.

‘우리’가 만든 세계라고 했으니 그 또한 나에게 오기 쉬웠을 것이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 아무것도...”


혼자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런지 나래 씨가 티격태격 거리는 꼬맹이 둘을 멀리하고는 다가와 물었다.


“그... 나래 씨는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이요?”

“네. 사람들은 지금 이 일을 신들이 일으킨 일이라고 말하잖아요.”

“음. 확실히 우리가 생각하기에 현실성이 있는 일들은 아니죠.”

“신들은 우리를 사랑하는 걸까요?”


내 질문에 나래 씨는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랑... 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말이 있잖아요. 신들에게 인간들이란. 인간에게 개미 같은 존재들이라고요.”

“그런 말이 있어요?”

“음~ 저도 어디서 잠깐 들어본 거라. 그냥 어디 영화 같은 데서 봤을 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인간들은 수가 많잖아요.”

“그렇죠?”


“저는 항상 생각했거든요. 사람이 나쁜 일을 하면 하늘에서 벌을 준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준다. 그런데 신이 그걸 다 보고 있을 까요? 수억에 달하는 수를?”

“그래서 신이 전지전능하다고 하잖아요.”

“그렇죠. 전지전능한 신이 고작 인간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게 웃기지 않아요?”


나래 씨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솔직히 인간의 입장에서 지구라는 세계는 거의 전부나 다름이 없다.


그 너머? 또 다른 세계? 이론은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신이 만들어냈다는 세계가 이거 하나 뿐일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들에게는 인간 말고도 더 관심이 가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인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인간을 지켜보고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으니.


“뭐...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신이니까. 그 모든 걸 챙길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뭐든 건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했다는 거라는 거죠.”

“음... 그것도 맞는 말 같아요.”


“그래서 저는 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현생을 더 열심히 살기로 했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당장의 일들 같은 거요. 예를 들어 이런 거?”


나래 씨의 말과 함께 등에 업혀있던 승우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이건...”

“다들 멀미를 많이 느끼는 거 같아서 조금 더 힘을 조절할 수 있도록 연습해 봤어요. 어때요?”

“좋네요.”

“물론 아직은 한 명을 몇 분 정도만 컨트롤할 수 있지만요.”


뒤를 돌아보니 승우의 주변으로 옅은 황금색 빛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아주 약한 염동력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게 얼마나 섬세함과 집중력을 요하는 일인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만큼 나래 씨가 그 동안 무척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너무 혼자 짊어지고 가려고 하진 마세요. 다른 사람들도 저도. 다 서운해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인 나래 씨는 천천히 걸음을 늦춰서 여전히 싸우고 있는 꼬맹이 둘에게 가 싸움을 말렸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앞을 바라봤다.

대화를 하며 신경을 쓰지 못한 사이 거대한 암석이 솟아 있는 지역으로 들어왔다.


암석은 점점 좁아지며 하늘을 가렸고, 점차 동굴의 모습이 되어갔다.


그리고 안에서 불어오는 냉기 섞인 바람.


“이번에는... 누굴까.”


이제 두 사람만 더 찾으면 됐다.

깨어있는 한 사람이 누구였든지 간에 일단 자고 있는 사람부터 깨우면 되겠지.


“찬바람이 부는 걸 보니. 대표님 꿈 아닐까요?”

“그건 너무 일차원적인 생각 아니야? 오히려 그 근육 아저씨 일 수도 있지.”

“뭐? 지금 우리 선생님 보고 근육 아저씨라고 한 거야? 물론 아저씨도 맞고 근육이 많은 것도 맞지만!”


이 녀석들은 싸움에 재미라도 들린 것인지 또 다시 언성을 높여갔다.

동굴의 안쪽에서 돌아오는 메아리에 평소의 말싸움보다 조금 더 정신 사나웠다.


“좀 조용히 해!”

“딸꾹.”


참다못해 외치자 두 꼬맹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이곳에 누가 있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 모두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꿈을 꾸는 동안 누군가는 이렇게 춥고 외지고 어두운 곳에서 있었을 거라는 소리니까.


조금 더 걷자 발걸음 소리조차 울려 상당히 깊이 들어왔다는 것이 체감이 되었다.


“거의 다 왔나 보네요.”


추운 지 잠긴 것 같은 목소리의 나래 씨가 정면에 있는 무언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손가락 끝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누군가의 그림자를 벽면에 크게 그리고 있었다.


“어...”


앞장서서 걷고 있던 나래 씨와 나는 안쪽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생각지도 못한 존재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설마 저 사람이 여기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모닥불 앞에서 조용히 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홍제천이었다.


“어? 저 멍청이가 왜 저기서 저렇게 궁상을 떨고 있어?”


그렇게 말해놓고도 아차 싶었는지 미혜가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그러게. 저사람 저런 사람이었어요?”


뒤늦게 도착한 고서우가 무거웠는지 승주를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두며 입을 열었다.


“뭐, 똑같이 깨우면 되겠죠.”

“...”


매번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운 게 마음에 걸렸지만 확실히 이곳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깨워야 한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았기에 긴 말은 하지 않았다.


나의 침묵을 긍정으로 들은 것인지 고서우가 제천을 향해 신나게 뛰어갔다.


>>쾅!


그러나 이내 다가가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졌다.


“뭐하냐.”


미혜가 한심하다는 듯이 물었다.


“이 앞에 뭔가 있어요. 저기요! 들려요?”


고서우의 외침에도 우리 앞에 있는 제천은 미동도 없었다.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조용히 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투명한 무언가의 벽이 존재했다.

손으로 훑어보니 단단한 감각이 느껴졌다.


“벽이... 두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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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1) 24.02.12 20 0 12쪽
155 오류의탑(4) 24.02.09 16 0 9쪽
154 오류의탑(3) 24.02.07 19 0 11쪽
153 오류의 탑(2) 24.02.05 16 0 12쪽
152 오류의 탑 (1) 24.02.02 17 0 14쪽
151 검은 나비(4) 24.01.31 14 0 11쪽
150 검은 나비(3) 24.01.29 19 0 12쪽
149 검은 나비(2) 24.01.26 18 0 11쪽
148 검은 나비(1) 24.01.24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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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2) 24.01.19 17 0 11쪽
145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1) 24.01.17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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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차갑지만 뜨거운(1) 24.01.12 20 0 11쪽
»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3) 24.01.10 15 0 11쪽
141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 24.01.08 18 0 11쪽
140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 24.01.05 19 0 12쪽
139 잠들지 못한(6) 24.01.03 17 0 11쪽
138 잠들지 못한(5) 24.01.01 20 0 11쪽
137 잠들지 못한(4) 23.12.29 16 0 11쪽
136 잠들지 못한(3) 23.12.27 15 0 12쪽
135 잠들지 못한(2) 23.12.25 18 0 12쪽
134 잠들지 못한(1) 23.12.22 23 0 11쪽
133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4) 23.12.20 34 0 11쪽
132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3) 23.12.18 23 0 12쪽
131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2) 23.12.14 25 0 11쪽
130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1) 23.12.13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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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의심(3) 23.12.08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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