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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639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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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추천
4
글자
12쪽

행방

DUMMY

이후 꼬맹이는 매일 저녁마다 식판을 들고 찾아왔다.


“오. 오늘은 많이 깔끔해지셨네요. 내일은 여기 쌓인 먼지 닦아 놔요. 이게 창고야 사람 사는 방이여?”


“청소 잘 해놨네요. 그럼 내일까지 창문 닦아놔요. 이거 창문 너무 지저분해서 커튼 안 쳐놔도 어둡겠다. 박쥐도 아니고 왤캐 어둡게 하고 살아요!”


“멀티비타민이에요. 햇빛도 안보고 바깥 공기도 안 쐬니까 비타민이라도 잘 챙겨먹어야 해요.”


꼬맹이는 올 때마다 한 마디의 잔소리와 함께 식사를 주고 쿨하게 떠났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 그만 나올 때도 되지 않았어요? 대표님도 연락이 안 되는데 아저씨도 그러고 있으니까 나 너무 답답해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보고 나서야 꼬맹이가 했을 마음고생이 상상 됐다.


그런데 로운이 연락이 안 된다니?


“그건 무슨 소리야?”

“네?”


급기야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던 꼬맹이가 내 질문에 얼빠진 소리로 물었다.


“로운이 연락이 안 된다는 거.”

“그. 얼마 전에 다 같이 4층을 공략하고 왔거든요.”


벌써 4층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건가?


“아뇨... 우리는 아무것도 못했어요. 안 한 게 아니라. 못했어요. 대표님과 석이 아저씨가 다 잡았거든요.”


그건 그것대로 놀랍다. 둘이서 4층을 클리어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니까.


“그때 대표님이 탑에서 제일 먼저 나갔는데. 우리가 탑에서 나가고 나서는 이미 사라진 뒤였어요. 그 뒤로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아요.”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뻘짓을 하고 있을 동안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러니까... 아저씨라도 어서 나와요.”


울먹이면서 말하는 모습이 꽤 안쓰럽다. 다 커가지고 애한테 무슨 부담을 안겨줬던 건지.


“그래. 알았어. 내일 아침에 식당에서 보자.”

“네!”


시선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꼬맹이는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하고는 나갔다.


“그나저나. 로운은 무슨 일이지?”


간만에 핸드폰을 꺼냈다. 충전기를 꽂아두고는 거의 몇 주를 쓰지 않았다.


종종 로운의 연락에 몇 번 문자로 답해준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쓴 적이 없었다.


“그래... 내가 모아둔 사람들인데 내가 없어지는 것도 말이 안 되지.”


그냥 다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해봐야 남들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 테니까.


능력자에게 있어서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작다는 것은 그 능력자의 한계가 정해져 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그래도. 맛있는 커피 한 잔 정도는 내려줄 수 있잖아.”


손을 들어서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한동안 침대 위에서만 활동한 탓에 힘 자체가 없었는데. 꼬맹이가 와서 이것저것 시킨 것들을 하는 동안 많이 풀렸는지 꽤 활력이 돌았다.


이전처럼 기진맥진한 느낌은 아니다.


그렇게 나는 밤늦게 까지 갖고 있던 모든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렸다.


+++


[이름 : 우지혁

나이 : 26 세

특성 : 바리스타

특성 레벨 : Lv. 3

스탯

- 체력 Lv.3

- 근력 Lv.1

- 방어 Lv.1

- 민첩 Lv.2

- 마력 Lv.1

- 행운 Lv.1


특수 스킬

- 마법 커피 제조 Lv.5

- 학습 능력 Lv.2

- 잠금 상태

- 잠금 상태 ]


체력 스탯이 한 단계 오르기는 했지만 스킬 레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했던 건가.


“아저씨!”

“지혁아!”


식당에서 아침을 깨작거리며 스탯창을 살피고 있는데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녕. 좋은 아침이야.”

“아저씨 지금 완전 로봇 같아요. 아니면 미국 만화에 나오는 아저씨 캐릭터 같아요.”

“나는 캐릭터가 되도 아저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나.”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아저씨는 아저씨인 걸로 충분해요.”

“진짜. 상처받는 다니까.”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는 꼬맹이와 옥신각신하고 있자니 시선이 느껴졌다.


“소원아.”

“잘 쉬다 왔어?”

“응. 덕분에. 많이 걱정했지?”

“아냐. 평소처럼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어.”


소원은 예전부터 내가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며 이렇게 기다려주고는 했다.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사람보다 오히려 나는 내 시간을 주는 소원이 더 편했다. 물론 그렇다고 매일 저녁 찾아오던 꼬맹이가 불편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건 이것대로 꼬맹이의 표현방식이었을 테니까. 어른인 내가 이해해야지.


옆을 보니 변함없이 음식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고 있는 꼬맹이가 있었다.


“잘 먹네.”

“그럼요. 오늘은 석이 아저씨랑 대련이 있어요.”

“대련?”

“네. 뭐. 이제 기초적인 건 다 배웠다고 실전에서 응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일주일에 두 번 씩 대련하고 있어요.”

“그래?”

“근데 역시 내가 힘에서 너무 밀려요. 잘 먹고 더 튼튼해져야 한 대요.”

“그럼 많이 먹어야지. 이것도 먹어.”


가져온 비엔나를 모두 꼬맹이의 식판 위에 올려두었다.


“오아워오.”


입 안 가득 뭔가를 씹고 있어서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대충 고맙다는 뜻같다.


“그래그래.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맞아. 지혁아. 혹시 로운 씨 너한테도 연락 없었어?”

“아. 응.”


안 그래도 어젯밤에 꼬맹이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 부재중 연락과 문자를 모두 확인해 봤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나마 특별한 점이 있다면 꼬맹이가 4층을 공략했다고 했던 날 이후로 로운에게서 온 연락이 단 한 통도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다시 연락해볼게. 이렇게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질 사람은 아니니까. 뭔가 사정이 있을 거야.”

“알았어. 아 그리고. 나 당분간은 탑에 못 올라.”

“응? 얼마나?”

“한... 일주일 정도?”

“아. 알았어. 기억하고 있을게. 근데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

“이번에 5층에서 작년 여름에 실종되었던 능력자가 발견됐대. 근데 상태가 이상해서 수도권에 있는 치유 능력자가 소집됐어.”

“실종된 능력자?”

“아... 그 네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직전에 실종된 능력자가 있었다고 했잖아.”

“응. 조호완 능력자.”

“맞아. 조호완 능력자. 그 사람이 실종됐을 때는 다들 그냥 사고라고만 생각했는데. 이후에 계속 탑을 올라가다가 5층에서부터 사람들이 실종되기 시작했어.”

“설마 5층을 깨지 못 했단 게.”

“응. 5층에서 유난히 사람들이 사라져서... 살아남아 돌아온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별 반응이 없었대. 마치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뭐... 신도 있는 세상에 귀신이라고 없을까. 하지만 ... 다른 나라에서는 진작 5층은 클리어 했잖아.”

“그래서 우리나라 탑이 다른 탑과 다른가 해서 다른 나라에 탑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는데...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주지 않나봐.”


소원의 설명은 그걸로 끝이었다. 대화를 하고 있던 소원에게 한 남자 관리자가 다가오자 소원은 미안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요.”

“너 옆에서 같이 듣고 있지 않았냐?”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어요.”

“넌 건드려도 모를 거 같아.”

“그건 맞아요. 제가 멀티 플레이가 잘 안 되거든요.”


아닌데. 이전에 호떡하고 호빵을 같이 먹는 걸 봤는데. 멀티 잘 되던데.


“그냥 우리 나라가 왜 탑을 오르지 못하는 지 얘기했어. 넌 뭐 들은 거 없냐?”

“난 아저씨 만나기 전까지 탑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는걸요. 알 리가 있나.”

“정말 당당하구나.”

“그럼요! 저 그럼 이만 가볼게요. 가서 미리 몸을 풀어놔야 해요.”


꼬맹이는 그새 산처럼 쌓여있던 밥을 다 처리한 식판을 들고 유유히 식당에서 나갔다.


그나저나 아직 저층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를 견제할 리도 없고. 어째서 정보를 주지 않는 거지...


아니면 관리소에서 밝히지 않은 정보가 더 있는 건가?


“뭔가 있는 게 틀림없는데... 뭔지 전혀 모르겠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평범한 대학교 휴학생일 뿐이고 이런 쪽으로는 연이 하나도 없다.


아니 있다. 단 한 사람. 알 만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에게 연락이 닿아야 하는데...


핸드폰을 들어서 연락처에서 한 단어를 검색해서 전화를 걸었다.


빙결맨.


아직도 이름을 바꾸지 않은 탓에 여전히 빙결맨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번호로 수신음이 갔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수신을 포기한 안내음이 핸드폰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역시 안 받네.”


로운이 이렇게 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던 일이 있던가?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


로운이라면 웬만한 일이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경 쓰이는데. 그런 사람이 연락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 생긴 게 아닐까 하고.


로아 씨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꼬맹이라면 로아 씨 연락처를 알고 있겠지. 절대 로아 씨의 연락처를 알고 싶어서 쓰는 수작이 아니다. 그럼 그럼.


꼬맹이에게 연락처를 묻는 문자를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11개의 숫자만 달랑 왔다.


“큼큼.”


떨리는 마음으로 꼬맹이가 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몇 번 이어지는가 싶더니 부드럽지만 사무적인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네. 백 로아 핸드폰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우지혁입니다.”

“어머. 지혁 씨. 무슨 일이세요?”


내 신분을 밝히자 조금 딱딱했던 목소리가 풀어지며 평소의 로아 씨로 돌아왔다.


“그. 다름이 아니라. 혹시 로운 씨 연락되시나요?”

“아...”


내 질문에 로아 씨는 잠시 뜸을 들였다. 알고는 있지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로운이가 말하지 말랬는데.”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지혁 씨가 저한테 연락할 정도면 그 아이가 걱정을 끼친 거겠죠. 저 지금 로운이 만나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가실래요?”

“네? 아. 네. 지금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나요.”

“여권 가지고 인천공항으로 오세요.”

“예?”


+++


서둘러 씻고,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깔끔한 옷을 입은 뒤 여권과 핸드폰, 지갑만 들고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는 이미 로아 씨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캐리어와 함께.


나도 챙겨왔어야 했나...? 멀리 가나...?


“아. 지혁 씨. 여기에요. 일찍 오셨네요.”

“네. 택시 타고 왔습니다.”


농담이었다.


“푸하하. 그래서 빨리 오셨군요.”

“그나저나 인천 공항이라니... 로운 씨는 대체 어디 계신 거예요?”

“음... 뭘 좀 구한다고... 갔는데 뒤늦게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아직도 애라니까요.”


누나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 보이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저렇게 웃을 수 있다는 건 의외로 별 일이 아니라는 소린가.


“그런데 오늘 복장이 평소와 다르시네요?”


평소에는 아이보리 색을 베이스로 한 포근한 느낌의 옷을 즐겨 입었던 모습과 달리 오늘은 활동성이 좋아 보이는 제복을 입고 있었다.


“아. 네. 업무적인 일이 있을 것 같아서요.”

“아...”


자세히 보니 익숙한 옷이었다. 로아 씨가 입고 있어서 눈치 채지 못했는데 관리자들이 입는 제복이었다.


“제가 많은 걸 말씀드릴 순 없고... 저만 따라오시면 로운이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말씀드릴 수 있어요.”


대체 어딜 가기에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까.


로아 씨를 따라 항공 티켓을 발급받으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그렇게 급하게 간 곳이 여기란 말이야? 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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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 21.12.03 212 0 14쪽
32 출국 21.12.02 228 1 12쪽
31 허물고 세우고 21.12.01 239 0 16쪽
30 능력자들의 Z지대(7) 21.11.30 266 0 13쪽
29 능력자들의 Z지대(6) 21.11.29 263 1 12쪽
28 능력자들의 Z지대(5) 21.11.28 278 1 12쪽
27 능력자들의 Z지대(4) 21.11.27 284 1 13쪽
26 능력자들의 Z지대(3) 21.11.26 303 0 13쪽
25 능력자들의 Z지대(2) 21.11.25 331 3 14쪽
24 능력자들의 Z지대(1) 21.11.24 358 3 14쪽
» 행방 21.11.23 369 4 12쪽
22 도움닫기 21.11.22 38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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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나가 부족합니다.] 21.11.20 478 6 15쪽
19 돌아보면 때론 큰 곡선이기도 하다. 21.11.19 500 8 12쪽
18 앞만 보며 걸어갔던 길이 21.11.18 538 8 14쪽
17 정식 바리스타 21.11.17 552 7 13쪽
16 첫 탑 나들이(3) 21.11.16 533 8 14쪽
15 첫 탑 나들이(2) 21.11.15 563 8 13쪽
14 첫 탑 나들이(1) 21.11.14 626 9 13쪽
13 제안 21.11.13 687 7 13쪽
12 로운 컴퍼니 21.11.12 815 8 13쪽
11 마법진이 빛날 때(7) +1 21.11.11 826 9 11쪽
10 마법진이 빛날 때(6) 21.11.10 867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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