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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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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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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3)

DUMMY

다급한 목소리의 중국어가 몇 마디 오갔다.


“이쪽으로.”


첸이 구석에 있는 서랍장을 옆으로 밀었다. 그러자 서랍장을 간신히 가릴만한 크기의 통로가 나타났다.


여기는 개미굴처럼 생긴 걸까. 아니면 여기 Z지대는 다 이런 식으로 지하에 통로가 뚫려있는 걸까?


이전에 경매장에 가기 위해 지났던 길이 떠올랐다.


“아저씨!”


멍하니 흘러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꼬맹이가 내 팔을 잡아끌었다. 어느새 방안에는 나와 로운, 꼬맹이밖에 남지 않았다.


“괜찮아요?”

“아. 네. 괜찮습니다.”

“먼저 들어가세요.”


로운이 나와 꼬맹이를 통로로 보내고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내가 여기서 또 마법진을 만날 줄이야!”


꼬맹이가 한탄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두 번째 겪는 거라서 그런지 처음보다는 여유로워 보였다.

다만 걱정은... 소원이었다. 내가 알기론 소원은 이번 마법진이 처음이었다.


“카메라로 확인한 결과 Z지대 전부를 집어 삼키고 있다고 하니까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요.”


정확히 어느 정도 크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본 Z지대는 상당히 컸다. 그런데 그걸 전부 집어 삼키고 있다면 얼마나 크단 소릴까.


게다가 주황색 마법진이라니.


마법진의 등급은 색상으로 구분된다.

가장 약하며 비능력자도 상대할 수 있는 조금 포악한 동물 정도의 몬스터가 나타나는 흰색 마법진.

완전한 몬스터는 아니지만 몸집이 크거나, 유난히 이빨 큰 등의 비정상적인 모습의 동물형 몬스터가 나타나는 노란색 마법진.

동물형 몬스터를 넘어서 높은 지능을 가진 인간형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주황색 마법진.

마지막으로 이변이 일어났던 날에 나타난 이후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붉은색 마법진.

이렇게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우리 그럼 숙소로 돌아가요?”

“아니. 숙소도 범위에 속해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여기부터 숙소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마법진이라니. 한국이었다면 도시 하나가 먹힌 수준하고 비슷하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황혼도 포함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한국에서는 마법진이 생기면 도망을 우선으로 하라고 하지만 중국은 조금 달라요.”

“어떻게요?”


꼬맹이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싸워.”

“네?”

“중국에 생기는 마법진은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크거든.”

“왜요?”

“물음표 살인마냐.”

“아니. 궁금하잖아요.”

“하하. 궁금할 만도 하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

“움... 땅이 커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고. 지금까지 추측한 것 중에 그런 의견도 있긴 했어.”

“음... 왜 일까.”


꼬맹이는 대학에 안 가겠다고 했지만 저런 호기심이라면 공부를 했어도 잘 했을 텐데.


“그래서 중국에서는 방공호를 이용해. 몬스터들은 대체로 지상으로 다니니까 말이야. 어차피 도망칠 수 없는 거리라면 마법진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자는 거지.”

“그렇구나... 그럼 우리도 지금 방공호로 가는 거예요?”

“아니. Z지대에는 그런 게 없어.”

“네? 그럼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늘 하던 대로 하면 돼.”


결국은 마법진 밖까지 도망가자는 소리잖아.


이후 꼬맹이는 긴장을 한 것인지 심심한 건지 로운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로운은 지치지도 않고 친절하게 모든 말에 답을 해주고 있었다.


“대표님은 왜 탑에 오르려는 거예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두 사람의 대화를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지 꼬맹이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꼬맹이의 질문이 끝나자 통로 안에서는 사람들의 걷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전과 다르게 답이 금방 돌아오지 않았다.


“대표님? 듣고 계세요?”


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자 꼬맹이가 걸음을 멈추고는 되물었다.


“아. 그건 왜?”

“그냥 늘 궁금했어요. 뭔가 간절해 보였거든요. 사실 저는 그렇게 탑에 올라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어요.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지도 모르고...

단순히 올라오라는 누군지도 모르는 목소리 때문에 목숨을 걸고 올라가야 하잖아요?


사실 이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거든요.”


꼬맹이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세상은 이변에 익숙해져가고 있고, 앞으로 더욱 익숙해질 것이다. 수많은 인류가 각 나라에서 정한 규칙을 지켜가며 살아남고 있으니까.


초반에 비해서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았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마법진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아직도 마법진의 사건,사고에 대한 기사가 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이 아직 탑 안에 있거든.”

“탑 안에요? 탑 안에서 사람이 살 수 있어요?”

“음. 글쎄. 하지만 이번 일로 알 수 있을 것만 같아. 그 사람은 사람들이 더 이상 죽지 않기를 바랐었거든.”

“흠. 무사하셨으면 좋겠네요.”


꼬맹이는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기색을 감추고는 말을 삼켰다.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가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챘을 테니까.


“나도 뭔가 명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명분?”

“네. 계기라든가. 그러면 더 빨리 강해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지금이야 몬스터를 마주하고 있을 때의 긴장감이 좋지만... 그게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 같거든요.”

“계기라. 확실히 그런 게 있으면 목표 의식도 생기고 좋지.”

“흠. 목표라...”


꼬맹이가 낮은 소리를 내며 고민에 빠진 듯 더 이상 통로 안에서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앞에서부터 걸음이 멈췄다. 작게 첸의 쉿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통로 안. 첸의 목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비쳐왔다.


고개를 내밀고 앞을 보니 첸이 철제 사다리를 타고 통로의 위쪽에 달려 있는 손잡이를 잡고 무언가를 열고 있었다.


+++


“서둘러야겠네요.”


내가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있는데 밖에서 나래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으로 나가니 익숙한 장소가 눈에 보였다.


[무법지대 입구]


Z지대로 들어가는 입구의 바로 앞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로운이 우리가 나왔던 뚜껑을 닫자 마치 아무것도 없는 맨 땅처럼 보였다.


뚜껑에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니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바닥에는 선명한 주황색이 눈에 띄는 속도로 더욱 선명해지고 있었고 서서히 빛까지 내고 있었다.


그리고 Z지대 안쪽은 평소보다 더 소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오면서 봤을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인파가 몰려나오고 있었다.


혼자 남은 아이는 먼지 묻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서 소매치기를 시도하는 사람.

급하게 싸든 짐을 어설프게 들고 도망치는 노파.


어딘가로 숨을 생각도 없던 우리가 지하 통로를 따라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저기를 가로 질러 왔으면 우리는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 틀림없다. 그랬다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우리 일행들이 무사히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 번 마법진 속에서 생활해 보지 않았던가.


옆에서 첸과 할아버지 로운이 열심히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조금씩 말이 빨라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건지.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뇨. 그게...”


로운의 시선이 정면을 향했다. 희미한 주황색의 빛이 멀리 보이는 빌딩 사이로 보였다.


“아...”


뒤를 돌아봐도 어지간히 먼 거리가 아니다. 이 거리를 자동차도 없이 우리가 뛰어서 이동할 수 있을까?


자동차가 있다고 해도 벌써 빛의 벽이 생기고 있는 중에 도착할 순 없을 것 같았다.


“뭐에요. 왜 이렇게 빨라요. 생기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안 그래도 그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치하이 할아버지는 항상 마법진이 생기는 곳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는데 이렇게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생긴 경우는 없었대요.”

“이렇게 되면 안에 갇힌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야겠는데요.”

“그게. 쉽게 되면 좋겠는데요...”


로운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여기 사람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요.”


그의 시선이 Z지대에서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을 향했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문제가 있었는지 사람들이 다치든 말든 능력을 써가며 싸우고 있었다.


“소수로도 저렇게 싸우는데. 이정도 마법진 크기면 영월과 황혼, 인애의 거점까지 모두 포함돼요. 분명 Z지대가 빈 이 시기를 기회로 삼고 세력 다툼을 할 겁니다.”

“네?”


내가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법진의 몬스터를 마주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력 다툼이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두려움을 모르니까. 그들의 이질적인 감각을 모르니까.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듯이 옆에서 폭발음과 함께 먼지가 일면서 싸움이 커져 가고 있었다.


“우리라도 어서 도망치죠.”

“네. 지금 어디로 가야할지 의논하고 있었어요.”


로운과 함께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자니 어딘가 걸걸한 목소리의 중국어가 들려왔다.


“오.”


목소리에 반응한 사람은 첸이었다. 첸은 줄곧 웃던 얼굴을 풀고는 눈을 떴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 줄곧 눈을 감고 있었나? 어째서 이제야 눈을 떴다는 느낌이지?


첸이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니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근육질의 팔에는 문신을 한 수십 명의 남자들이 둔기를 들고 서 있었다.


“영월이에요.”

“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대놓고 양아치 같은 패션이에요?”

“오히려 잘 됐죠. 멀리서 봐도 피하기 좋으니까요. 이정도로 가까우면 구분을 못 할 수도 없겠지만.”


...

나름의 말장난인가?


첸은 지금까지 봤던 표정 중에서 가장 진지한 표정을 짓고 몇 마디의 말을 주고받았다. 그의 비웃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실시간으로 험악해져가는 남자가 뭐라고 소리치자 둔기를 든 사람들이 그를 향해 뛰어갔다.


첸은 다가오는 남자들을 일대 다수로 상대했다. 아무리 강한 주먹을 지닌 사람이라도 무기를 든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 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흐르는 계곡물 같은 몸놀림으로 첸이 하와이안 셔츠 사이를 헤집고 다니자 어디선가 중국 전통 복장의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마법인가?”

“지금 구경할 때가 아닙니다!”


놀라운 몸놀림에 넋을 놓고 보고 있자니 로운이 내 팔을 잡아챘다. 돌아보니 그의 뒤로 일행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이 상황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최소한 타지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첸 씨를 저렇게 두고 그냥 가요?”

“네! 괜찮습니다. 그는 쉽게 죽지는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혼자도 아니잖습니까.”

“지금 사람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곧. 곧 몬스터가 나타날 거라고요!”


마법진은 이제 도망치는 것 의미가 없다는 듯이 빠른 속도로 형성되고 있었다. 아니. 멀리서 소란스러운 틈 속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는 이미 나타났을 지도 모른다.


“괜찮습니다! 가세요. 먼저. 따라가겠습니다.”


그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어색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첸이 손을 흔들며 웃어주고 있었다.


“괜찮다잖아요. 어서요!”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여기서.


“지금 다른 사람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요!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을 잃을 거예요?”


로운의 말에 재빨리 땅에서 발을 뗄 수 있었다. 일행과 함께 정신없이 달렸다. 밀려나오는 인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그것만 신경 쓰며 최대한 인적이 드물고 몬스터가 쉽게 행동할 수 없는 지역을 찾았다.


“Z지대 밖에 방공호가 있기는 할 텐데. 이미 여기 사는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도 물자가 부족할 거예요.”

“그렇죠. 절대 받아 주려고 하지 않을... 잠깐만.”


로운의 뒤통수만을 뛰고 있다가 문득 깨달은 게 하나 있었다.


“저 로운씨... 우리 인원수가 이것밖에 없었나요?”


내 시야에 보이는 낯익은 얼굴이라고는 소원과 로운 뿐이었다. 꼬맹이라고 생각하고 챙긴 사람은 모르는 여자 아이였다. 꼬맹이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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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 21.12.03 212 0 14쪽
32 출국 21.12.02 228 1 12쪽
31 허물고 세우고 21.12.01 239 0 16쪽
30 능력자들의 Z지대(7) 21.11.30 266 0 13쪽
29 능력자들의 Z지대(6) 21.11.29 263 1 12쪽
28 능력자들의 Z지대(5) 21.11.28 278 1 12쪽
27 능력자들의 Z지대(4) 21.11.27 284 1 13쪽
26 능력자들의 Z지대(3) 21.11.26 303 0 13쪽
25 능력자들의 Z지대(2) 21.11.25 331 3 14쪽
24 능력자들의 Z지대(1) 21.11.24 358 3 14쪽
23 행방 21.11.23 368 4 12쪽
22 도움닫기 21.11.22 386 4 12쪽
21 캐롤라인 세일리 21.11.21 436 3 13쪽
20 [마나가 부족합니다.] 21.11.20 478 6 15쪽
19 돌아보면 때론 큰 곡선이기도 하다. 21.11.19 500 8 12쪽
18 앞만 보며 걸어갔던 길이 21.11.18 538 8 14쪽
17 정식 바리스타 21.11.17 552 7 13쪽
16 첫 탑 나들이(3) 21.11.16 533 8 14쪽
15 첫 탑 나들이(2) 21.11.15 563 8 13쪽
14 첫 탑 나들이(1) 21.11.14 626 9 13쪽
13 제안 21.11.13 687 7 13쪽
12 로운 컴퍼니 21.11.12 815 8 13쪽
11 마법진이 빛날 때(7) +1 21.11.11 826 9 11쪽
10 마법진이 빛날 때(6) 21.11.10 867 8 13쪽
9 마법진이 빛날 때(5) 21.11.09 1,004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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