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인성을 가진 세계관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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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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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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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3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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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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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울은 분노로 주먹을 떨었다.


아이들 중 단연 인기가 많은 이라고 한다면 제시였다.

제시는 인사 때부터 성격이 둥글둥글한 게 느껴졌었다. 그 느낌대로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자신이 주도해나가고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의외로 이리나였다.

물론 이리나는 소심한 성격 탓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저 이리나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몰려왔고 내성적인 성격에 거절하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의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어쨌든 인싸력이 충만하다 못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사람이 모여드는 경지였다.

부들부들했지만, 울은 이내 한 명을 보고는 그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가프.


녀석은 혼자 앉아있었다.

군계일학이라 했던가.

아이들은 가프의 분위기에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다.


'자발적 찐따라는 거지?'


자신과 똑같은 수법을 쓰는 것이 상당히 고단수였다.


'녀석, 제법 하는데?'


아무래도 가프, 저 녀석을 조심해야할 것 같았다.


"응?"


가프는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에 잠시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몇몇 아이들이 가프와 시선이 마주쳤는데, 얼굴이 붉어져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이상하군.'


가프는 별 이상한 것이 없자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드디어 첫 수업의 선생님이 등장했다.


금색과 검붉은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옷을 입은 여인.

여인의 정체는 현사와 마찬가지로 첫 번째 시험을 주관했던 부인이었다.


울의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이였는데, 아이들이 쑥덕거리는 것을 듣고는 대충 누군지 감을 잡았다.


'마탑의 의원이라는거지.'


마탑의 약방은 뛰어난 의원들을 양성하는 장소로 그곳의 대장이 바로 저 여인이었다.


부인의 정식 별칭은 초의부인으로 약재와 식물에 관해서는 가히 북부의 일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인은 아이들을 쭉 둘러보더니 말했다.


"반갑구나. 너희들에게 마탑의 지식과 마나연공법에 대해 가르쳐줄 페트린 아슈 트롤리스이니라."

"스승님을 뵙습니다."


아이들이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울 또한 눈치껏 아이들을 따라 했다.


"호호, 씩씩한 아이들이구나."


여인은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의외로 첫인상은 나쁘지 않잖아?'


요즘 하도 미친놈들만 봐서 그런지 오랜만에 정상적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울의 이 같은 생각은 이어지는 여인의 말에 바로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럼 오늘, 첫 수업을 하는 것과 동시에 선발식 과제를 내주도록 하마. 이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선발식에 떨어지는 것이니 열심히 하거라."


'과제? 아니...'


첫날, OT에 시험 과제를 내주는 교수.

만약 수강 정정기간이었다면, 바로 수강취소 했을 그런 수업이었다.


'하아...'


허나, 제일 안타까운 것은 수강취소를 하는 순간 인생 취소가 되는 울의 현 상황이었다.


초의부인이 손짓하자 허공에 그림들이 그려졌다. 인체 해부도와 혈도 그리고 사방진을 그린 그림들은 상당히 상세하여 어느 의학서적의 그림 못지않았다.


"너희들은 마탑에 들어오기 전 우리 마탑의 고유 마나연공법인 리프레팅에 대해 조금씩 익히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어떻게 익히는지에 관해선 설명하지 않으마. 만약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도서관에 가 따로 공부하거라."


마탑의 가문도 그렇지만, 실제로 중소가문에서도 선발식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겐 그것의 아류를 가르쳐, 후에 정식 리프레팅을 배울 때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었다.


'...'


물론 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너무한 처사였다.


'아니, 미리 예습, 복습 다 했을 거라 생각하고 넘어간다고?'


울이 리프레팅을 조금 배운 건 맞지만, 아직 1성이라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마나량이 부족하여 심장의 1서클을 완벽히 채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마탑의 노하우를 듣는다면 리프레팅을 쉽게 완성시킬 수 있을지 몰랐지만.. 아무래도, 편하게 가기에는 틀린 것 같았다.


"대신 너희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을 먼저 말하고 싶구나. 마탑의 깊고 넓은 지식은 이러한 기본지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초의부인이 손짓하자 인체해부도가 앞으로 나왔다.


"일단 서클과 마나의 4원소설에 관해 얘기해주마. 기본적으로 인간 중 마도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단다. 대부분은 마도사 가문이거나 마도사의 핏줄에서 나오며 그 핏줄에서부터 각인된 마나가 고대시대부터 쭉 이어져 북부에 내려오고 있는 것이란다. 어떻게 보면 선택받은 사람들만 될 수 있는 것이지."


'...'


수업에서부터 선민의식을 가르치니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물론 울이 그러는 것과는 상관없이 초의부인은 계속해서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오랜 세월 각인된 마나로 인해 마도사들의 인체에는 마나가 흐르는 길이 생겼는데, 이 길을 혈도라고 부른단다. 이 혈도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는 것으로 자칫 잘못하면 일반인이 될 수 있으니, 매일 갈고 닦아야 한단다."


초의부인이 손짓하자 인체해부도의 혈도들을 따라 마나가 흐르는 게 보였다.


쓱쓱


아이들이 어느샌가 공책을 꺼내 들어 적기 시작했다.


'아, 미친. 여기서도 공부야?'


울 또한 가죽주머니에 공책이 있기에 꺼내 들었지만, 필기 속도가 현저히 늦었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군대를 막 전역한 복학생의 한계였다.


"서클은 마법의 경지와 관련 있단다. 흔히 말하는 첫 단계인 비기너는 마나를 응축하는 단계로 몸을 정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이때의 단계는 1서클에서 3서클로 심장의 고리뿐만 아니라 마나의 색으로도 구분할 수 있단다. 정제가 되지 않은 마나는 완연한 푸른색을 보이니 혹여나 마나포를 쏠 때는 조심하거라. 안 그러면 자신의 서클을 들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3서클에 도달하면 드디어 첫 벽을 느끼게 된단다."


3서클을 이룬 마나가 어느 순간 목에 있는 부분, 양 곳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아주 가느다란 혈도로, 초의부인이 한 번 더 손짓하자 그 혈도가 뚫리더니 몸 안에 있던 마나가 그 혈도를 따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 벽을 일계수, 코마흐라고 하며 이걸 뚫는 순간 유저의 경지에 올라서게 된단다. 유저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그때부터 진정한 마도사라 할 수 있단다. 몸이 정제가 되어 급속도로 마나량이 늘어나는 구간으로 4서클에서 6서클이 이 단계에 해당한단다. 다만 마나량이 너무 빨리 늘어나 그만큼 마나의 질이 불손한 경우가 많단다."


초의부인이 다시 손짓하자 복부에 마나가 멈춰서는 게 보였다.


"그리고 6서클에서 써지의 단계로 넘어가는 곳에 존재하는 벽이 이계수, 코텔이란다. 코텔은 통곡의 벽이라는 뜻으로, 만약 네 마나가 정순하지 못하다면 이곳에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낄 것이란다. 실제로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해 유저의 경지에 머무르거나, 미쳐버리는 이들이 있으니 조심하거라."


복부에 있던 마나가 팽창하더니 몸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 다음의 경지는 써지란다. 7서클에서 9서클까지의 경지를 써지라고 명칭하며 이 경지에 오르게 되면 그때부터 마나가 하얀색을 띠고 초월이라는 현상을 겪는단다. 이 초월이라는 현상 때문에 써지의 경지에 이른 이들의 몸은 더욱 견고해져 웬만한 마법으로는 흠집도 안 나게 된단다. 또한 그동안 모여진 모든 불순한 마나들이 한 번에 정순해지니, 마법을 캐스팅하는데 시간이 대폭 줄어든단다."


초의부인이 손에 마나를 띄웠다. 과연 초의부인의 경지는 써지의 단계로 8서클에 이른 마도사였다.


"다음은 10서클에서 12서클인 마스터의 경지란다. 써지에서 마스터로 가기 위해서는 심장에 있는 삼계수, 헤트를 뚫어야 한단다. 마도사가 마나를 완벽히 이해한 경지로 이에 해당하는 대마도사는 이곳 북부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단다. 마스터가 되는 순간 마나와 한 몸이 되어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니,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단다. 또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는 경지이니 그야말로 마도사들의 왕이라고 할 수 있단다."


초의부인의 말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초의부인은 그것을 보더니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호호, 물론 여담이다만, 옛 황금시대의 책을 본다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도 있다고 한단다. 이때는 다른 말로는 데미갓이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옛 고대인들의 허풍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단다."


초의부인은 인체해부도는 뒤로 보내고 4원소설의 기틀이 되는 사방진을 앞으로 내밀었다.


"서클은 이정도면 됐고, 이제 마나의 구성에 대해서 말해주마. 마나는 원소로 변환될 수 있으며 원소는 큰 틀에서 4개로 구분된단다. 불, 물, 흙, 공기로 각각 고대어로 이그니스, 아쿠아, 테라, 벤투스란다. 그리고 이 4개의 원소는 또 다른 부수적인 원소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공기와 물은 안개의 원소를 불과 흙은 돌의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단다. 이중에서 마도사들은 자신의 신체와 상응하는 원소마법을 배워 서클을 자극시킨단다."


초의부인은 각 원소들의 모습을 공중으로 띄웠고 그것이 인체해부도와 만나 마나로 치환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질이 좋은 사람의 경우에는 마나가 두 개의 기본 원소와 세 개의 부수적인 원소로 치환할 수 있단다."


아이들은 자질이라는 말을 듣고는 서로 쑥덕댔다.


"난 불과 물을 받는데..."

"나는 흙이랑 불."

"설마 우리들 천재?"

"오오!"


초의부인은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다가 한 마디 덧붙였다.


"허나, 진짜 천재라 불리는 마도사들은 한 가지의 기본 원소로만 마나가 치환된다고 하니, 구태여 마나의 정순함을 따질 필요가 없단다."


초의부인의 말에 아이들은 금세 실망했다. 아무리 유망주 세대라 해도 하나의 원소를 받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초의부인은 가프를 살짝 쳐다보았다. 가프는 초의부인의 시선을 느꼈지만,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상심이 크자 초의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호호,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어 1000년 한 번 나올까 말까하니 실망하지 말거라."


초의부인이 허공에 있던 그림들을 지우고는 말했다.


"자, 그럼 수업은 이게 끝이란다. 더 궁금한 것이 있니?"

"..."


아이들은 눈치를 보며 말하지 않았다. 허나,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붉은 머리를 찰랑거리는 아이. 제시였다.

초의부인은 그런 제시를 기특하게 쳐다보며 질문을 허용했다.


'아...'


울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어지는 내용이 상당히 중요하여 집중하여 들었다.


"경지를 뚫을 때 여러가지 벽들이 많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언제까지 뚫어야 하는 그런게 있나요?"

"좋은 질문이구나. 일계수, 코마흐는 18살까지, 이계수는 60살까지, 그리고 삼계수는 200살까지란다. 각 벽을 뚫을 때마다 수명이 늘어나니 다들 벽을 뚫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단다."

"헉, 200살이요?"


이제는 중학생 나이인 제시에게 200살은 멀고 먼 나이 같았다.


"호호, 멀어보여도 마법 수행을 하다보면 금방 다가올 것이란다."


초의부인은 제시에게 푸근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18살?'


또 시간제한이 있다는 말에 울은 인상을 찌푸렸다.


'수명을 늘린다라...'


아무래도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것 같았다.


초의부인은 친절히 대답해 준 더 질문이 없자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수업은 끝내도록 하고 이제 과제를 내주마."


초의부인이 손짓하자, 그녀의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서 씨앗들이 나와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어졌다.


울은 작은 갈색 씨앗을 집어들어 무슨 특별한 게 있나 살펴보았다. 하지만, 별 이상할 것 없는 그저 작은 씨앗이었다.


"린목의 씨앗이란다. 이 씨앗을 일주일 안에 발아시키는 게 너희들의 과제란다."


"린목?"

"좋은 마법약의 필수 재료가 된다는..."

"그만큼 키우기 어렵다던데."


아이들의 얼굴이 벌써부터 찌푸려졌지만, 반대로 초의부인은 그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학생들의 고뇌를 바라보는 악마의 미소였다.


'호호, 처음 이곳에 입학했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허나, 이대로 둔다면 일주일 안에 린목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이가 거의 없을테니, 초의부인은 덧붙여 말했다.


"식물 또한 마찬가지로 마나를 먹고 산단다. 오늘 들었던 원소설과 마나를 쌓는 방법, 그리고 리프레팅을 잘 이용한다면 씨앗을 키울 수 있지 않겠니?"

"아!"


아이들이 이해한다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뭐가, '아'야 씨벌. 하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물론 울만 똥줄타게 생겼다. 어쨌든 그렇게 수업이 끝났고 아이들은 각자 친구들과 함께 씨앗을 발아시키러 사라졌다.


의자에 앉아있는 울.


'일주일.'


시간이 촉박했다. 울은 머리를 싸맨 채 생각했다.


'일단 리프레팅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


망할 예습러들 덕분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말았다. 울은 리프레팅을 배울 장소를 생각하다 아까 전 수업을 떠올렸다.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면 도서관으로 가라 했지.'


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마법의 전당에서 도서관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도서관이 너무나도 커, 어딜 가나 도서관이 있는 문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씨바.'


다만, 이 많은 책들 속에서 리프레팅에 대한 책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것 같았다. 울은 용기를 내어 사서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아, 저... 혹시 도움을..."

"바쁘니까 꺼져."


역시나 인성터진 세계관답게 따뜻한 말이 왔다.

울은 어찌해야할까 생각했다. 그러다 한 가지 도구를 떠올렸다.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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