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인성을 가진 세계관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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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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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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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3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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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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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DUMMY

뜻밖의 결과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던 가프가 이번 시험에서만큼은 제시에게 밀렸기 때문이었다.


"가프님이 1등을 놓친거야?"


가프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이 울상을 지었다. 그와 반대로 제시를 따르는 남자아이들은 환호했다.


"역시 아가씨가 해내실 줄 알았어!"


울이 보기에는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행태였지만, 나이대가 나이대인지라 그냥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의외긴 하네 만년 2등이 1등을 제치고 말이야.'


울은 가프를 쳐다보았다. 가프는 제시가 먼저 시험을 통과하였지만, 그딴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그저 조용히 책장을 응시할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현명한 행동이긴 하였지만, 그렇기에 너무 인간미가 없었다.


'좀 재수없긴 하네.'


울은 가프가 재미없게 책 찾는 것에만 집중하자 다시 제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시는 여유만만인 표정으로 책에 다가섰고 있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책에서 나오던 빛이 제시에게로 스며들었다.

빛을 모두 흡수한 제시가 손을 펴더니 작게 말했다.


"바람의 칼날이여."


제시의 손바닥에 빛이 생겨나더니 문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문양은 확연하게 마법진이 되었다.


펄럭.


제시의 로브가 마법진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인해 나부꼈다. 이윽고 마법이 완성되자 제시의 손바닥에는 예리한 바람의 칼날이 생성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제시의 마법을 보며 쑥덕거렸다.


"윈드 커터인가 봐."

"배우기 쉬운 마법이지만, 다루기 어렵다던데..."


공기의 마법 중에서도 그저 바람을 쏘아내는 윈드볼과는 다르게 윈드 커터는 예리한 칼날을 유지해야 했기에 정신력이 상당히 들어가는 마법이었다.


아이들은 제시가 좋은 마법을 얻은 것에 부러워했다. 그런데 제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이들의 예상과는 다른 말이었다.


"윈드 블레이드."

"윈드 블레이드? 그런 게 있었어?"

"어? 나도 모르지."

"하아, 어떻게 하지. 한번 물어볼까?"

"큭, 니가? 제시님이랑 말이라도 한번 섞어 봤냐?"

"아니긴 한데, 그래도 내 매력 정도라면..."

"지랄."


철없는 남자아이들을 뒤로하고 진짜 제시와 친한 아이들은 제시에게 다가가 마법에 대해 물어보려 했다.

허나, 아이들은 궁금증을 풀 수 없었다.

직후, 에르켈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너의 특성과 어울리는 마법을 얻었구나. 제시, 너는 합격이다. 이만 돌아가서 오늘 얻은 마법을 연습해 보거라."

"네, 스승님."


상기된 얼굴의 제시는 에르켈의 말을 듣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후 짧게 인사를 마친 그녀는 시작의 책장을 나갔다.


나가면서도 그녀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아마도 '드디어 해냈다'라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아이들은 그런 제시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앞으로 1시간 23분 남았다."


청천벽력 같은 에르켈의 말. 아이들은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움직였다.


째깍째깍


시간은 어느덧 한 시간 정도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의 압박은 아이들의 본성을 점점 끌어내기 시작했다.


"비켜, 씨발. 여긴 내가 먼저 왔다고!"

"뭐? 지금 니 순서 내 순서가 어디 있냐?"

"니 순서 내 순서? 이잇!"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책장으로 밀어버렸다. 아이는 넘어지는 몸을 붙잡기 위해 팔을 허우적댔고 그 바람에 책이 책장에서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그 책장 밑에 있던 아이들은 책에 닿고 말았다.


"어... 어!"


순식간에 일어난 일.

아이들과 닿은 책들이 일제히 거부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 설마."

"아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닌..."


아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불안한 눈동자로 에르켈을 바라보는 아이들. 허나, 에르켈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그들이 걱정하는 말, 그대로였다.


"탈락이다."

"말도 안 됩니다!"

"저놈이 한 거예요!"

"이건 아니잖아요!"


아이들의 외침은 타당했다.

그러나 이곳은 마법사들의 세계.


"닥쳐라. 감히 나에게 반항하는 것이냐?"

"..."


에르켈의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책이 거부반응을 보이면 무조건 탈락이라고 하였다. 이 대전제는 어떤 상황이든 지켜질 것이다. 그러니 탈락한 이들은 책을 제자리에 꽂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가혹한 처사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에르켈의 말에 딴지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억울함으로 인해 눈물을 글썽이며 시작의 책장 밖으로 나갔다.


'아주 제멋대로군.'


울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남이 행복한 것을 절대로 보지 못하는 동물이 인간이었다.


"벌써 3번째 시험인데 또 떨어져야 한다고? 씨발, 이제 나이 때문에 더 이상 도전하지도 못하는데... 망할!"


한 아이가 달려들어 다른 아이를 넘어뜨렸다. 그로인해 책이 다시 우수수 쏟아졌고 또 수많은 아이들이 떨어졌다.


'씨발.'


시험장이 개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허나, 에르켈은 그 상황에 대해서 제지하지 않았다. 이것조차 시험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러니 매년마다 마탑에 들어가는 인원이 쥐똥만큼 조금인 거지.'


두번째 시험조차 이럴진대, 이후에 시험들은 어떠할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이잇!"


드잡이를 하러 오는 아이를 피한 울.

울은 일단 개판이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갔다.


열심히 걸어 위층에 도착한 울.

시작의 책장이 엄청나게 방대한지라 이쪽까지는 사람이 많이 오지는 않은 듯했다. 잠시 여유를 얻은 울은 이번 시험을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 생각했다.


"쓰읍...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때, 울의 머릿속에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침반이 있었지!'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나침반. 나침반을 사용하면 분명 쉽게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울은 몰래 소매에서 나침반을 꺼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를 원하는 책을 찾아줘!'


울은 기대하며 나침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나침반이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 어디 한 곳을 지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뭐, 뭐야?'


이때까지 한 번도 속을 썩이지 않은 나침반이었기에 울은 당황해했다. 그런데 그때. 울에게 수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펼쳐 봐.]


"응?"


[마법을 배우고 싶은거지? 그렇다면 나를 뽑아.]


갸날픈 여자의 목소리였다.

울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예쁜 표지의 책이 책장에 반듯이 꽂혀있었다.

울은 손을 뻗었다.


[그래, 나야. 나.]


문뜩 울은 손을 멈추었다. 순간 이게 정말 책의 선택을 받은 것이 맞는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흐음...'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울은 하는 수 없이 다시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때


"아, 안 돼!"


여자아이의 목소리. 울은 책에게로 향하던 손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리자 한 명의 아이가 보였다. 하얀 머리칼의 아이는 슈퍼루키 3인방 중 하나인 이리나였다.


'응? 저 애가 여기 왜...'


"주위를 둘러봐요!"


이리나의 말에 울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헤헤..."


한 아이가 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대뜸 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


분명 책에 선택받은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이상했다. 마치 책에게 지배당한 그런 느낌이었다.


이리나가 울의 옆으로 다가왔다.


"성, 성급하게 움직이면 안 돼요. 책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니까..."

"책에게 잡아먹혀?"


내 말에 이리나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첫번째 시험에서는 사람을 못쓰게 만들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 시험부터는 목숨마저도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원래 이런 거야?"

"... 마탑이니까."


뭔가 많이 함축적인 말이었지만,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이번 시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하다.'


그렇기에 방도를 찾아야 했다.


'일단은... 제안이겠군. 얼굴에 철판 좀 깔아야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울은 이리나에게 말했다.


"저기 혹시 같이 다닐 생각은 없어?"

"아, 아니요. 저는 혼자가 좋아서..."

"..."


한치에 고민도 없이 이리나는 울의 말을 거절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조금 고민하는 척은 해줘야 하는거 아니야?'


"그럼, 가, 가보겠습니다!"

"아..."


이리나는 울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모습을 감추었다.


'...'


여자애에게 이렇게 대놓고 거절당하자 충격이 앞섰다.


'허 참... 이럴 줄 알았으면 제시가 통과하기 전에 붙어 있을걸.'


돈을 받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겠는가.

허나, 이미 제시는 1등으로 이 시험장을 나가고 난 후였다.


'어떻게 해야 한다...'


울은 책들의 유혹을 머릿속으로 쳐내며 생각에 잠겼다.


한편


황급히 걷고 있는 이리나.

그녀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그러다 문뜩, 그녀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거기 계속 있으면 정신이 오염될 텐데... 말 해줘야 하나..'


이리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시험 중이다. 한 번 도와주었으면 되었지, 더이상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그래, 운명 인거야...'


그런데 그때.


이리나의 앞에 한 책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전의 유혹하는 책들과는 사뭇 다른 빛. 이리나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깨달았다.


"두번째 합격자가 나왔군."


에르켈의 목소리에 아이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합격자의 정체는 이리나. 이번에도 가프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눈길이 다시 한번 가프에게로 몰렸다. 허나, 여전히 가프는 자신의 일에 몰두할 뿐이었다.


이리나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이리나는 자신이 할 일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리나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손에 들린 책에서 한차례 빛이 빛나더니 이내 이리나의 몸속에 스며들었다.


그 직후, 마법진이 그려졌고 이리나가 작은 목소리로 영창했다.


"워터록."


이리나의 앞에 물의 장막이 세워졌다.


워터록.


전형적인 1성 물의 마법이었다. 허나, 1성이라고 해도 같은 1성은 아니었다.


쩌적.


워터록이 단단하게 변해갔다.


이리나의 피에 각인된 혈질이 워터록의 형질을 변형시킨 것이었다. 이윽고 만들어진 것은 마치 거울과도 같은 투명한 얼음이었다.

이리나가 마법에서 손을 떼었다.


"와!"


아이들은 처음보는 혈계한계의 힘에 신기해했다. 허나, 에르켈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이리나는 힘이 들었는지 얼굴에 홍조가 떠올라있었다.


"아이스록이라고 하는 게 맞겠구나. 이번 시험은 통과다. 그러나, 이리나. 통과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네."


이리나가 작게 대답했다.


"고민해 보거라."

"네, 교관님."


에르켈이 간단한 조언을 해주었다. 이리나는 작게 인사를 한 뒤 시작의 책장을 나섰다.


"벌써 삼인방 중 2명이나 합격했네..."

"그에 비해 가프는..."


시험 중이라 본격적인 뒷담화는 안 했지만, 만약 가프가 이번 시험을 그저 그렇게 통과한다면 꽤나 귀가 가려울듯싶었다.


"여유가 있나보군. 이제 40분 남았다."


에르켈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이들은 급히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가 합격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가고

합격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에리슨 통과."

"셀린 통과."


호명된 아이들은 기뻐하며 책장을 나갔다. 허나, 그 이름 중에서도 가프의 이름은 없었다.


에르켈은 눈동자를 돌려 가프를 쳐다보았다. 가프는 1시간 전 서 있던 그 자리에서 여전히 책장들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시험 초반 때라면 모를까. 아직도 아무 행동을 안하는 아이는 가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 유명한 가프가 아니라면 에르켈은 이 아이에게 성의가 없다며 퇴장 명령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에르켈은 그 유명한 가프였기에 인내심을 갖고 참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30여분 정도가 더 흘렀다.


합격자들과 수많은 낙오자들로 인해 이제 책장 안에는 10여명 정도의 아이들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가프가 움직였다.


'많이 늦었군. 역시 소문일 뿐이었던가.'


마도창조부에 들어온 뒤 에르켈은 수없이 많은 천재들을 만나보았다.

허나, 에르켈은 그들을 진짜 천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소위 천재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보다 똑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 빼고는 전부 머리에 똥 만든 멍청이들이었지.'


에르켈은 잠시 과거를 회상하다 가프를 바라보았다. 이전보다도 심드렁해진 얼굴의 그는 가프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낮아진 상태였다.

허나, 그는 곧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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