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인성을 가진 세계관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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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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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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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3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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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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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크흠, 이것으로 이번 시험에 통과한 이들을 확정하겠다!"


정신을 차린 중년남성은 앞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외쳤다.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에는 보는 눈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장로의 손자도 있는 마당에 마병여단장의 끈만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편의를 봐주는 것도 적당히 하는 것이지 이렇듯 답도 없이 늦어버리면 보호해줄 수 없었다.


대신 중년남성은 저 멀리 있는 마도사들을 불렀다. 이번 선발식에서 자신을 도울 조교들이었다.

그리고 이들 중 필립이 있었다.


"너희들은 밑으로 내려가 이번 선발식에 떨어진 마탑의 아이들을 구해와라. 인원을 전부 구하면, 일단 부인에게 데려가면 될 것이다."

"예. 현사님."


청의 마탑에 푸른 현사, 그게 중년남성을 부르는 별칭이었다.

물론 현사보다는 늙은 너구리라고 부르는 게 더 맞았다.


조교들을 보낸 뒤 중년남성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첫 시험을 마친 신입 마도사들이여, 고생했다. 허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너희들은 앞으로 수많은 시련과 난간들을 겪을 것이다."


중년남성은 한 번 뜸을 들인 후 말했다.


"그러니 노력해라! 너희가 얼마나 가능성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이 마탑에 얼마나 보탬이 될 것인지! 그러면 마탑이 너희를 거둘 것이다!"


중년남성이 자신있게 말하였다. 허나, 그걸 듣는 울의 입장에선 아니꼬울 따름이었다.


'오만하기 짝이 없군.'


잘난 척도 적당히 해야지, 저렇게까지 하니 밥맛이 뚝 떨어질 정도였다.


'얼마나 보탬이 될 건지 먼저 증명하라고? 이것들이 갑질에 뇌가 절여졌구나.'


현실에서 들었다면 바로 SNS에 올릴 각이었다.


'악덕기업 같은 놈들. 아무래도 추노각을 잘 봐야겠어.'


수틀리면 최대한 빨리 배신때리고 튈 생각인 울이었다.


***


아이들은 조교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우와~"

"이게 마탑이구나."


아이들은 건물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웅장하긴 하네.'


산 위에 지어졌다고 해서 외딴 산골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프라가 집중된 대도시라고 생각하는 게 더 맞았다.


'일반도시와는 확연히 달라. 이자들이 일반인들을 무시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군.'


이야만도 북부의 교역로이기에 꽤나 발달된 도시였다.

그러나 이 정도로 생활 수준 차이가 난다면 없던 자만심도 생길 정도였다.


그렇게 고딕양식의 건물들을 보며 길을 걷길 잠시, 아이들이 도착한 곳은 마탑의 교육소 아니, 이쪽 식으로 말하자면 아카데미였다.


'거의 대학교네.'


그렇게 보는 게 맞을 정도로 넓은 부지에 지어져 있었다.


"앞으로 이곳이 너희들이 마법을 배우고 또 수련할 장소다."


중년남성의 말이 웅후하게 퍼져나갔다.


"이곳에서 선발식 시험을 치르는 동안 너희를 보러 많은 마도사들이 올 것이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느냐?"

"..."


아이들이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바로 제자로 받아들일 인재를 찾기 위함이다. 너희가 충분한 재능이 있다면 여러 명이 탐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너희에게 말을 거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이제야 이 선발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좀 알 것 같았다.


"알겠느냐? 그러니 너희의 능력을 잘 보여줘야 한다."


그때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혹시 너무 많은 제안이 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당돌한 질문이었지만, 중년남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경부관의 딸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면 거절하여도 상관없단다. 허나, 이것만은 명심하거라. 선발식 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스승을 구하지 못한다면..."


남성이 뜸을 들이고 말하였다.


"이곳에서 퇴출시킬 것이란다.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못하겠지."


남성의 말에 몇몇 아이들이 긴장했다.


"한 번의 기회..."

"마탑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가문의 수치일거야."


인생은 누구든 한 번 뿐이었다. 그런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은 언제나 부담이 되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생겨났다.


"흐흐,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 너희는 이미 첫 관문을 통과하였다. 그러니 다음 관문도 노력만 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년남성이 아이들에게 넌지시 말했다.


"또한 각 선발식에서 우수한 결과를 내는 아이에겐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혹시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 그 보상이 필요한 마도사가 말을 걸지 말이다. 껄껄."


과연 너구리답게 밀고 당기는 걸 잘했다.


너구리의 말대로 선발식 1등에게 주어지는 보물은 오직 선발식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귀한 보물이었다.


골렘의 코어에 필요한 양질의 상품 중 하나인 영혼초나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인 아다만티움 등.

쉽게 보지 못하는 물품들이 선발식에서는 경품으로 걸리곤 했다.


그리고 마탑의 마도사들 중 특히 이런 것들을 노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종종 경품을 양도받는 대가로 그것을 가진 아이를 제자로 받아 들여주는 경우가 있었다.


중소가문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영원히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보다 나았기에 이런 거래를 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쉬거라!"


중년남성의 말을 끝으로 아이들은 조교에 이끌려 아카데미 기숙사로 향하였다.


***


방안에는 여인이 앉아 곰방대를 피우고 있었고 향긋한 향이 방안을 감싸며 퍼져나갔다.


이곳은 마탑의 약방.

주로 치료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


중년여성은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즈그어, 즈그어."


침대에 놓여진 소년은 제온.

한때 마탑의 유망주라고도 일컬어지던 아이였다.

부인의 제자들 중 가장 고참인 이가 나와 부인에게 말했다.


"발견했을 때부터 이 상태였다고 들었습니다. 부인"

"하아, 정말 머리가 아프구나."


부인은 가녀린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모든 방법은 다 동원해 본 것이냐?"

"예."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하아... 골치 아프게 됐구나."


중년여성의 입장에선 지금 당장 제온을 냅다 버리고 싶었다.


"스스로 이렇게 된 것이니 답이 없구나."


여인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자신이 가진 보물 중 하나를 쓴다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굳이 그런 짓을 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이마를 짚고 있던 그때.

제자가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누군가 고의로 결계를 조작한 흔적이 나왔습니다."

"결계를 조작했다?"

"예."

"흐음... 혹 외부인의 소행은 아니더냐?"

"그건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시험에 참가했던 아이 중 한 명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꽤나 영악한 놈 같습니다. 돌을 한 번 모은 뒤 제자리로 흐트려 놓아, 마치 원래 결계인 것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시다시피 환상결계엔 안개가 있어 결계를 파훼하지 못하면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합니다."


울이 늦게 온 이유였다.

그냥 올라 올 수도 있었지만, 혹시 몰라 최소한의 뒷정리는 해두고 온 참이었다.


"흐음... 그렇다면 결계를 푸는데 능하다는 소린데... 재경부관의 딸내미 그쪽인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허어, 어찌됐든 잘 얘기해야겠구나."


이미 벌어진 일.

뒷처리를 잘 해야할 뿐이었다.


"일단 마병여단장에게는 이 얘기를 하지 말거라. 대신 그저 서툰 마음이 자신을 죽였을 뿐이라고 말하는 게 좋겠구나."


누군가 제온을 의도적으로 저리 만들었다 하면 마병여단장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미처 돌아서 내 영역에 침범할지도 모를 일이고.'


부인은 자신의 권한을 참견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것이 차기 마탑을 이끌어갈 유망주의 앞날일지라도 말이다.


'혹, 지 자식이 못나서 그리 되었다고 한다면 부끄러워서 은둔할지도 모를 일이지.'


그렇게 된다면 빈자리를 자신의 사람으로 채워놓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일이구나.'


번뜩 떠오른 상상이었지만, 만약 되기만 한다면 꽤나 즐거운 상상이었다.

중년여성은 제자에게 말했다.


"일단은 저 녀석을 수습해서 마병여단장에게 보내야겠다. 그러니 깨끗한 옷에 목욕을 시켜주거라. 특별히 신경 썼다는 것은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아이들의 신원을 한번 쭉 확인해 보거라. 정말로 수상한 자가 숨어든 건 아닌지 알아야겠으니."

"예."


제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온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중년여성은 그 모습을 보며 의자걸이에 손을 얹은 뒤 턱을 괴었다.


'마병여단장 일은 일인 것이고, 누가 이런 당돌한 짓을 했는지 알아야겠다. 오장로의 손자인가? 아님 재경부관의 딸인가? 흐음, 알 수는 없지만, 알아낸다면 한 번 따끔하게 교육을 해줘야겠구나.'


부인은 제온을 병신으로 만들어서 화난 것이 아니었다.


경쟁자를 미리 떨어뜨리는 것.

마도사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다. 다만, 그것도 때와 장소가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막 나가면 뭇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게 되는 것을... 하긴 아직 치기 어린 나이여서 그랬겠지.'


이참에 교육을 하면서 빚을 지워두는 것도 좋을 일이었다.

누가 뭐라해도 저 애들은 훗날 마탑을 지지할 아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이미 중년부인의 머릿속에선 마병여단장과의 연줄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부인은 골치 아픈 일이 끝났으니, 휴식을 취하려 했다. 부인이 마나로 문 앞에 있는 종을 울리자, 어린 소년들이 들어와 부인의 머리와 손톱 그리고 발을 관리해주었다.


소년들은 전부 아름답게 생겼는데, 표정이 없어 기괴할 따름이었다.


마사지를 받던 부인.

그런데 문뜩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만약 아무 연고도 없는 놈이 저놈을 저렇게 만든 거라면? ... 흥.'


헛웃음이 나왔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조차 의문이 들 뿐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먼저 그놈을 찢어 죽여야지. 그리고 마병여단장에게 던져주면 되겠지.'


마병여단장의 분노를 막아줄 필요도 없을 뿐더러. 자신이 거행한 시험에 잔꾀를 부린 것이 괘씸했다.


여성이 표정을 찡그렸다. 소년들의 움직임이 일시에 멈췄다.

그러다 주름이 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부인은 이내 인상을 폈다.


'뭐, 그럴 일은 없겠지.'


소년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여인은 그저 소년들이 가져온 물에 족욕을 하며 다음에 있을 시험엔 누가 두각을 드러낼지 상상할 뿐이었다.


***


기숙사 앞.


그곳에서는 조교 마도사들이 모여 아이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우리들이 너희를 담당하는 조교다. 그러니 얼굴을 잘 봐두도록 해라."


선임 조교, 테루스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조교들은 선발식에서 그 누구보다 아이들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이들이었다.

담당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선발식에서 어려운 일을 피하거나, 짬처리를 안 당할 수 있었다.


'군대랑 똑같군. 아니, 그때보다 더 더러운가.'


이곳에서는 혈연, 뇌물이 다 통했으니, 어떤 뒷수작이 들어왔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 이제 각자 정해진 방에 배정을..."


그때 조교 중 한 명이 급히 뛰어오더니 선임 조교에게 말했다.


"선, 선배님들!"


뛰어온 이는 순진한 얼굴을 가진 남성, 필립이었다.


"헉, 헉, 조, 조금 전 약방에서 사람이 찾아와서 아이들의 신원을 조사해달라고 하였습니다."


행동거지가 영 시원찮아 보였다. 그리고 저런 행동은 선임들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았다.


"하? 조사해달라고 했다?"


짝.


가장 앞에 있던 조교, 테루스가 앞으로 나오더니 필립의 뺨을 후려갈겼다. 필립이 쓴 안경이 그 충격으로 인해 땅에 떨어져 깨졌다.


"네가 감히 나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냐?"

"..."


요즘 군대에서도 행하지 않는 짓을 이 세계에선 자연스럽게 행해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허나..."

"허나? 허나? 안 되겠다. 너는 따라와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보거라."


조교들이 건물 뒤편으로 사라지는 테루스와 필립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조교들의 주된 임무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도 있었지만, 다른 것도 있었다.


바로 신고식.

새로운 조교를 괴롭히는 것이, 그들의 또 다른 행복이자 임무였다.


그걸 보며 울은 혀를 찼다.


'씁, 더러운 놈들. 어딜가나 변하지 않네.'


제발 좀 뿌리뽑혔으면 좋겠지만, 마치 잡초라도 된 것마냥 끈질겨도 너무 끈질겼다.


'그런데... 저 사람도 대처를 잘못 했구만.'


굳이 말대꾸를 함으로써 빌미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하아... 무조건 저놈들이 잘못한 게 맞지만, 이 세계관에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둘이 사라지고 조교들은 테루스가 시킨 일을 행하였다.


"여기로 와서 한 명씩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그리고 또 누구의 추천을 받아 이번 선발식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말해 보거..."


그런데


웅!


갑자기 일대의 진동이 생기며 흔들렸다. 조교들과 아이들이 놀란 눈으로 진동이 시작된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필립이 깨진 안경을 끼고는 테루스를 냉혹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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