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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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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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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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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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들의 세계 : Chapter 14. 휴먼 솔져 (1)

DUMMY

Chapter 14. 휴먼 솔져



전쟁은 자동화된 산업 중에서도 유독 특수한 영역이었다.


21세기 말.

준 세계대전 급의 전쟁이 다섯 차례, 기계나 위성 병기의 반란 사건 수천 회, 인간의 생물학적 돌변 사태가 수십 회, 식민지 개발 시도의 부작용으로 인한 태양계 천체의 불안정성, 이러한 종류의 대혼돈의 여파가 무려 20년 넘게 지속되었다. 인류의 6분의 1 가까이가 죽었다. 이는 살아남은 자들에게도 상당한 상처의 기억으로 남았다.


22세기 초.

다시금 회복의 기회가 찾아왔다. 다음 세대 젊은 초인들이 대거 출현하여 힘을 합쳤고 그 덕에 전 세대가 남긴 사태들은 해결되었다. 인류는 또다시 번영의 길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든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여전했다. 안정적인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안보가 필요했다.

한편 역경을 극복해낸 인류는 역대 최강의 문명, 거대한 영토와 세력권, 초고도의 과학 기술, 그리고 막강한 무력과 방어력을 손에 넣었다. 국가는 흔적으로만 남았으며 대륙 단위로 행정 구역으로 개편되었다.

이전 시대의 강력한 조직과 세력은 찢겼고 약소국이나 약소 세력은 뭉쳐져 강하게 빚어졌다. 기존 시스템은 그저 모양만 남은 허수아비가 되었고 실질적으로는 재탄생한 인류연합이 지구 전체와 우주의 인류 식민지 전부를 장악했다.

인류연합과 그 권력의 중추인 U-society의 수장은 지구 위 모든 국가로부터 무력을 보유할 권한을 박탈했다. 당연히 모든 화력 병기는 통제를 받았으며 허가 없이는 발동도 금지되었다. 법률적인 제약 이전에 실제 작동 자체가 제한 받았다.

전투용 인공지능, 로봇, 자동화 병기들은 전부 인류연합 소유로 되었다. 지구 주민들을 상대로 한 징병 또한 금지되었다. 이러한 제약은 비단 국가들뿐 아니라 개인들이나 세력들에도 엄격히 적용되었다.

한편 기계들에는 ‘기계 율법’이라는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절대적 통제 시스템의 굴레가 씌워졌다. 그것은 기계의 발전 속도마저도 뛰어넘어 스스로 개편, 보완, 진화를 할 수 있는 강력한 종속 법률 시스템이었다. 아울러 인류연합과 그 수장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인류를 철저히 섬기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이었다.

오랜 기간 반란 가능성을 소거해나감으로써 절대적인 안전성이 확보되자 비로소 군대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다. 이는 인명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었다.

그리고 기존 방침대로 파괴보다는 보호와 무력화, 공격보다는 방어에 기술적 초점이 맞춰졌다. 화력이 약해졌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이미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로 핵병기 따위는 우스울 정도로 무기 체계가 진화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 기술보다는 방어 기술이 더 빠르게 발전했기에 인류 공멸의 위험성은 예방될 수 있었다.

자동화된 군 시스템은 여러 장점을 지녔다.

첫 번째로 자동화 덕분에 인간이 도달하기 힘들거나 적응하기 어려운 넓은 우주 공간까지 마음껏 군대가 활보할 수 있게 되었다. 군대는 이제 태양계는 물론, 여러 항성계, 성운, 소행성대, 항성 내부, 심지어는 차원 이면까지 자유로이 누비게 되었다. 로봇의 강력한 몸체는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초고속, 고 중력, 고 충격량, 고 관성, 온도 및 압력의 급격한 변화도 쉽게 견뎌냈다.

두 번째로 인구수의 증가나 인간 개체의 성장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 새로운 전투원을 충당하거나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은하계 규모의 자원과 압축 시간 기술에 힘입어 확보된 기계 생산력은 일반 인간의 수학적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세 번째로 자동화된 군대는 인간 특유의 게으름, 탐욕, 비이성적인 행동, 실수의 개입으로 인한 실패를 일절 배제할 수 있었다. 나아가 예언에 가까운 예측 시스템을 통해서 완벽에 가까운 합리적 행동 방침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네 번째로는 기계화된 군대는 발휘 가능한 화력이나 선보일 수 있는 움직임의 한계치가 사실상 없었다. 말하자면 무제한의 전력이었다. 전투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라는 생명체와는 아예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강력한 율법의 지배를 받는, 인간을 보호하는 이상적인 군 시스템.

인류연합과 초인들에게 있어서는 세계의 안정성을 견고히 유지해주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무인 시스템에만 모든 것을 내맡기고 인간 스스로의 자율성을 포기한다는 건 어리석고 나태한 선택이지. 그대 생각도 그렇지 않은가, 에르샤 총사령관?”

흑발 금안의 남자가 우주선 너머의 광활한 우주 공간을 응시하며 말했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아버님.”

그 옆에는 옅은 금색이 섞인 붉은 머리에 녹색 눈동자를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몸에 들러붙는 근사한 우주 전투용 슈트를 입고 서 있었다.

“조만간 휴먼 솔져들이 한 단계 높은 위력을 선보였으면 좋겠는데.”

남자는 다리를 꼰 채 여유롭게 앉아 중얼거렸다.

“아직은 위험 요소에 대한 뒤치다꺼리 해결사 정도에 머물러 있으니 아쉬워.”

휴먼 솔져.

자동화된 군대의 반대 급부 개념으로 만들어진, 다시 창설된 인간 군대.

그들은 인류연합이 육성해낸 강력한 인간 영웅들로 구성된 군대였다.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대규모 고화력 전투에서는 자동화된 함선들이 워낙 쟁쟁하니 경쟁력으로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또 백병전이나 우주전도 불사신인 안드로이드를 따라가기 힘드니까요. 수적으로든 질적으로든 말입니다.”

“그야 당장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겠지.”

정석적인 여인의 답변에 남자가 피식거렸다. 그에게는 다른 해법이라도 있단 말인가. 여인은 남자의 그 말을 믿기라도 하는 것인지 한 치의 군말도 없이 진지한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군대라는 건 상명하복의 시스템. 확실히 그런 점에서는 현 인공지능이 훨씬 더 효율적인 건 사실이야. 이미 전자 기반 시스템에서 양자 기반 시스템 혹은 그 이상의 시스템으로 소프트웨어를 바꿨기에 해킹 같은 불확정성 요인도 없지.”

이런 마당에 더는 사람에게 전쟁을 맡길 이유도 없어 보이긴 하다. 위험 요소도 없이 기계의 경쟁력이 압도적인 마당에 어찌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겠는가.

“굳이 군대 내에 인간을 남기신 데는 다른 의중이 있겠군요.”

“너와 같은 특출한 지성과 창조성의 덕을 보려는 것이지.”

남자, 카이젤 라흐블뤼크는 조용히 음료를 홀짝이면서 바깥에 정박한 대함대를 바라보며 감상하였다. 워프와 게이트를 통해 은하계 내 자유로운 항해가 가능해진 지금, 방대한 식민지와 자원 덕에 군수 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의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은하계 곳곳을 말 그대로 새카맣게 덮어버릴 정도로.

카이젤은 지금의 이 완벽한 군대를 건설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완벽한 합리성과 통일성을 목표로 모든 종류의 가능한 위협에 대처하도록 준비를 해두었다. 만약의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해킹, 테러, 기계 반란, 우주 자연재해, 외계의 가상 침공, 생물학적인 사태에 식민지 반란까지, 모든 경우의 수에 대처하는 프로세스를 빠짐없이 완성했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배도 두었다.

하지만 그의 이상을 충족하는 완전한 군대를 만들자니 2%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획일화 속에 매몰되지 않을 다양성의 확보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카이젤은 전쟁 노동을 기계에 전부 맡겨도 되는 여유로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계만을 온전히 믿지는 않았다. 이에 따른 행동의 예로 그는 전략의 핵심부만은 철저히 인간에게 맡겨두었으며 또한 몸으로 직접 싸우는 강력한 현역 군인도 특수 양육법을 써서 일부 육성해두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군대가 바로 휴먼 솔져였다.

다만, 창의성을 철저히 배제한 ‘부품으로서의 군인’은 그가 원하는 휴먼 솔져 모델이 아니었다. 현시대에는 어차피 그런 것이 필요 없었다. 부품으로서의 역할은 기계들이 맡아주면 그만이니까. 초 고화력, 초고성능의 현대식 우주 전투에서 인간이 인간만의 고유 잠재력을 발휘해주기 위해서는 기계와는 차별화되는 인간만의 재능을 극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창조성, 고정된 사고에 얽히지 않고 의외성을 발휘하는 재능, 증오와 집념과 살의와 보호 본능, 그리고 지독하리만큼 강렬한 정신력과 공허감. 여태까지는 모두가 그러한 속성들을 합리적인 전쟁 수행을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라고 여겼었지. 도리어 그것들이야말로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힘인데 말이야.”

“하지만 불확정성 요소가 되는 건 맞습니다.”

카이젤의 평에 에르샤가 차분히 반문했다.

“제가 최종 지휘자이긴 하지만, 그런 저도 솔직히 휴먼 솔져들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이 듭니다.”

“그렇기에 양쪽 군대가 서로를 견제해야지. 기계와 인간 두 부류가 말이야.”

남자는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경쟁하는 군 체계. 두 개의 축이 서로를 제어하는 시스템.’

애당초 인류연합은 그런 목적하에 인간 군인을 선발하였다. 우주 출신 인간들이 거하는, 시간이 압축된 콜로니인 하늘도시의 주민 가운데서 말이다. 폐쇄된 채 외부보다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하늘도시 내부에서는 수없이 많은 세대가 흘러가며 무수한 수효의 인재들이 대거 출몰했다. 통계적으로 그중에는 타고난 전쟁 꾼들 또한 허다했다. 인류연합은 신체 능력, 무술, 정신력, 그리고 무장을 자유자재로 응용할 재주가 탁월한 특전사들을 모아 ‘휴먼 솔져’ 군대를 창설했다.

그들에게는 강력한 전술 프로그램과 첨단 무장들이 제공되었다.

또한 기나긴 시간 동안 방대한 분량의 훈련 경험도 주입되었다.

물론 실질적인 전쟁은 없었다. 이미 인류연합이 모든 세력을 통일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실전 경험을 익힐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뇌 속에 직접적 체험을 강제 주입할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실제 경험과 전혀 구분할 수 없이 완벽하게 똑같은 체험, 지식을 넣고 실력까지 강화해주는 훈련법이었다. 가혹하긴 했지만, 지극히 효율적이었다.

그렇게 휴먼 솔져 전 개체는 고대 역사에서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가 경험하며 거쳐 온 모든 종류의 전투를 한꺼번에 체험했다. 산전, 수전, 공중전, 우주전, 차원전, 정신전, 테러전, 심지어는 가상의 외계 존재와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그런 노고 끝에 그들은 최고의 전쟁 전문가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완성된 휴먼 솔져는 기계 군단에 대한 보완인 동시에 기계들을 견제하기 위한 균형추였다. 휴먼 솔져는 혹여 기계가 인류의 권리를 빼앗고 월권하는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상 시나리오를 훈련받았고, 기계 역시도 인간 군대의 반란을 진압하도록 프로그래밍을 받았다.


작가의말

앞으로 어떤 장르를 생각하시건 다 경험해보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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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13. 차신해 (1) 22.05.23 111 1 11쪽
24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12. 기계들의 반란 (2) 22.05.20 106 1 11쪽
23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12. 기계들의 반란 (1) 22.05.18 115 1 16쪽
22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11. 매드사이언티스트 (2) 22.05.16 135 2 11쪽
21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11. 매드사이언티스트 (1) 22.05.13 126 2 14쪽
20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10. 데우스 엑스 마키나 (2) 22.05.11 13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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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9. 노인과 청년 (1) 22.05.04 146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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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초인들의 세계 : Chapter 7. 공학 (1) 22.04.27 190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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