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환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아스라인
작품등록일 :
2012.11.22 17:29
최근연재일 :
2014.04.02 23:38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31,305
추천수 :
7,396
글자수 :
268,694

작성
13.01.24 17:22
조회
6,444
추천
108
글자
10쪽

시작되는 홍수

DUMMY

'아아...'

한준은 눈 앞에 나타난 광경에 속으로 탄식을 흘렸다. 테니스장 두 어개를 합쳐놓은 듯한 넓이의 지하실. 그 한가운데에 10미터 높이에 20미터 정도의 지름을 가진 원통형 금속장비가 놓여있다. 지하실의 벽과 바닥, 천장에 설치된 수백개의 파이프가 원통의 상단부와 하단부에 잔뜩 연결되어있고, 파이프마다 계측 장비가 설치되어있다. 고무 캐터필터(탱크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들이 돌아다니며 파이프들의 계측 장비를 살피고 있고, 연구진은 원통형 장비를 감싸듯이 설치된 계기판을 들여다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토카막 행융합 장비'

한준은 왠지 모르게 울컥 했다. 한준의 눈 앞에 있는 것은 현대 시대에서는 최첨단 과학의 결정체이며 새로운 시대의 열쇠였다. 하지만 미래를 겪은 한준에게 저 장치는 파멸의 씨앗이고, 비극의 서막이었다.

"마그네틱 필드 상태는 어떻지? 손상된 초전도체가 있나?"

알렉산더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관제소 쪽으로 올라가며 소리쳤다. 한준은 따라가는 대신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핵융합로가 있는 쪽으로.

파이프 사이에 생긴 공간으로 접근하던 한준은 핵융합로를 20미터 남기고 멈춰섰다.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나가면 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바닥에서 살아있는 생물은 모조리 질식시키는 가스가 분출되기 때문이었다. 예지하지 못했다면 한준은 가스에 노출된 지 5초도 안 되서 질식해 쓰러지고 만다.

'적외선 감지기인가? 아니면 무게 감지기? 뭐 상관없지.'

한준은 가방의 왼쪽 주머니에서 두꺼비집 껍데기로 만든 장치를 꺼내들었다. 주위를 살핀 한준은 장치의 스위치를 올렸다.

'300. 299. 298'

한준은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하며 장치를 파이프와 파이프가 맞물려 생긴 공간 사이에 걸리도록 집어던졌다. 파이프 외곽이나 바닥에 던졌다가 로봇들이 주워들고 경보를 울리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눈치챈 사람이 없나 주변을 살펴보았다. 모습을 본 사람도, 소리를 들은 사람도 없었다. 좀 전의 정전 때문에 모두 정신이 없는데다가, 핵융합로 주변은 냉각장치의 소음으로 시끄럽기 그지 없었다. 한준은 핵융합로에서 천천히 물러나 알렉산더가 있는 관제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알렉산더는 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연방군은 언제 도달하나? 30분? 좋아. 이쪽 상황은 정리된 거 같은데. 일단 난 용의 둥지로 가보도록 하겠어. 전투기를 보낸다고 했나? 좋아. 용의 둥지가 더 중요하니까 전투기들은 용의 둥지로 보내."

한준은 알렉산더의 뒤편에서 생각했다.

'용의 둥지. 분명. 네오 조지 워싱턴의 건조시설이겠지. 저 사람 덕분에 일이 쉬워지겠네. 184. 183...'

알렉산더는 몇 명의 과학자들과 요원에게 손짓하고는 관제실을 지나 지하실 한 켠에 마련된 강철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준도 그들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지문과 눈빛, 목소리로 인증을 마친 알렉산더는 열린 철문으로 뛰어들어갔고, 한준도 뒤처지지 않도록 달렸다. 20미터 정도 되는 좁은 복도를 벗어나자 커다란 지하시설이 나타났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거대한 지하시설에는 철도가 놓여있었고, 특수목적으로 제작된 듯한 열차가 시동을 켠 채 대기중이었다.

'저게 용의 둥지로 가는 건가 보군.'

알렉산더와 과학자들은 문이 열린 열차 안에 들어가 앉았다. 한준은 들어가는 대신 열차 외곽에 있는 난간 쪽에 섰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 있다가 과학자들이나 요원들과 부딪힐 게 염려되서였다.

"어서 출발하게!"

알렉산더가 외치자 열차가 덜컹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준은 쪼그려앉아 자세를 안정시키고 난간을 붙잡았다. 열차는 터널 안으로 진입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준은 생각했다.

'30, 29...'




한준이 던져놓은 장치가 치이익 소리를 내며 연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이 녹아내리다가 불이 붙었고, 그걸 발견한 로봇이 경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상 발생. 이상 발생.>

관제실에 있던 과학자들이 기겁해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곧 경보를 내는 로봇의 카메라 장면이 전송되었고, 과학자들은 파이프 사이에서 새하얗게 불타는 뭔가를 볼 수 있었다. 적외선 장치가 경보를 울렸다.

<고온 발생. 고온 발생. 16번 라인 파이프에 고온 누출 발생. 온도 2만 9천도. 빠르게 상승 중. 4만 8천도. 측정 불가. 측정 불가.>

그걸 본 한 과학자가 버튼을 누르고 마이크에 외쳤다.

[하워드가 전 요원에게로! 고온 누출 상황 발생! 모두 대피하라! 반복한다! 고온 누출 상황 발생! 모두 대피하라!]

총을 든 요원들과 과학자들이 허겁지겁 지상으로 향하는 철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공포의 비명을 지르며 철문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가자마자 빛이 번뜩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흰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나갔고, 충격파에 파이프들이 부러지고 로봇들이 천장까지 날아갔다. 지하실 전체를 가득 메울 듯이 화염이 퍼져나가며 소용돌이쳤고, 종이나 나무, 플라스틱 같은 물건들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사방에 연결된 금속 파이프들이 녹아내리고 그 사이로 액체질소들이 기화되며 흰 연기를 내뿜었다. 고온과 냉온이 뒤섞이며 폭풍이 미친 듯이 지하실을 헤집었다.





[하워드가 전 요원에게로! 고온 누출 상황 발생! 모두 대피하라! 반복한다! 고온 누출 상황 발생! 모두 대피하라!]

하워드의 경고는 달리던 열차의 스피커에서도 울려퍼졌다. 알렉산더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놀라서 열차의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었다.

쾅. 하는 폭음과 함께 충격이 열차까지 전해졌다. 알렉산더는 비명을 지르며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하워드! 무슨 일이야! 하워드! 응답해!"

한준은 알렉산더의 목소리를 들으며 뒤쪽을 바라보았다. 멀리 지나온 터널의 끝에서 붉은 빛이 번뜩이는 게 보였다.

[고온 누출과 함께 폭발이 있었습니다! 모든 요원들은 대피하고 있습니다! 융합로가 곧 폭발할 겁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폭발로 초전도 장비들이 망가졌을 겁니다. 융합로 안의 고온 플라즈마가 곧 융합로 격벽을 녹이고 공기에 누출 될 겁니다. 대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알렉산더는 무전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비틀거리는 알렉산더를 요원이 서둘러 부축했다.

"기...기관사... 속력을...속력을 더 높여."

열차가 더욱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한준은 온 몸으로 난간에 매달리며 터널 끝을 바라보았다.




처참한 몰골의 핵융합로는 아예 지지대가 부러져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비상용 구멍으로 끊임없이 액체질소가 부어졌지만 고온으로 달궈진 지하실의 공기와 맞닥드리자 폭발적으로 기화해버렸다.

치지직 소리와 함께 핵융합로의 격벽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용암이 땅을 비집고 나오듯 주홍색의 빛이 배어나오다가 사방으로 주홍색의 번갯불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한줄기 섬광이 터져나왔다.




첫번째 폭발의 진동에 밖에서 핵 연구소 쪽을 구경하던 혁수는 넘어질 뻔 했다. 연구소를 둘러싼 채 총을 겨누고 있던 수백명의 SWAT 요원과 주변에 있던 구경꾼들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주차된 차들이 요란한 경보음을 내질렀고, 어떤 건물은 잘못된 소방 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사람들이 겁에 질려 서로를 붙잡으며 연구소 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연구소 쪽에서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대피! 모두 대피하라! 연구소가 폭발한다! 모두 대피하라!]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연구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혁수도 옆에 넘어진 흑인 여직원을 부축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SWAT 요원들도 사람들을 대피시키며 멀어졌고, 연구소 입구에서도 과학자들이 우르르 달려나왔다.

그리고.

쾅 소리와 함께 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동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핵연구소 건물 전체가 등껍질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치솟았고, 박살난 유리창과 콘크리트 조각이 하늘로 솟구쳤다.

지하에서 충격파가 퍼져나오며 일그러진 핵 연구소 건물을 조각내었고, 불꽃이 솟아올랐다.

"우아악!"

혁수는 진동 때문에 결국 땅에 넘어졌고, 그 덕에 뒤쪽을 볼 수 있었다. 연구소가 있던 자리에는 더이상 건물이 보이지 않았고, 불꽃이 뒤섞인 검은 연기가 그 자리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너져버린 참사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SWAT 요원들이 손짓하며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한준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연기를 바라볼 때 하늘에서 굉음이 울렸다. 혁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F-35 전투기 네 대가 편대를 이루며 어딘가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아 하는 굉음과 함께 자동차 정도의 속도로 또다른 F-35 한 대가 날아왔다. 헬기처럼 저속 비행을 하는 F-35는 연구소 폐허 주변을 맴돌았다. 아무래도 폭발 현장을 보고하기 위함인 듯 했다. 뒤 이어 족히 20대는 넘는 아파치 헬기가 연기를 우회해 전투기가 날아가던 방향으로 비행해갔다. 혁수는 걱정스레 헬기들을 바라보았다.

'제발...몸조심 해라, 한준아.'


작가의말


언제 한 번 총 퇴고를 하고 수정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언제쯤이나 날런 지 모르겠네요.ㅎ


즐감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공계 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공계 환생 2기 연재 시작합니다. +4 13.09.26 3,201 0 -
55 외전 - 피자 가게 뒤뜰 +7 14.04.02 4,334 76 19쪽
54 외전 - 한 모씨의 유모차 +7 13.09.26 4,605 87 14쪽
53 에필로그 & 후기 +35 13.01.30 7,732 127 7쪽
52 시작되는 홍수 +20 13.01.29 6,122 116 5쪽
51 시작되는 홍수 +8 13.01.28 6,164 112 16쪽
50 시작되는 홍수 +16 13.01.27 6,718 117 8쪽
49 시작되는 홍수 +9 13.01.25 5,971 120 14쪽
» 시작되는 홍수 +12 13.01.24 6,445 108 10쪽
47 시작되는 홍수 +11 13.01.23 6,296 108 13쪽
46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2 13.01.22 6,185 99 11쪽
45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6 13.01.20 6,260 106 11쪽
44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4 13.01.18 6,044 105 12쪽
43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1 13.01.17 6,569 105 9쪽
42 운명? 희망? +10 13.01.16 6,296 124 14쪽
41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1 13.01.15 6,546 111 16쪽
40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0 13.01.14 6,321 113 9쪽
39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6 13.01.11 6,805 116 11쪽
38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2 13.01.10 6,621 115 7쪽
37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1 13.01.09 6,930 117 12쪽
36 동...동거? +9 13.01.08 7,345 113 14쪽
35 동...동거? +12 13.01.07 7,512 119 15쪽
34 미림이의 운명 +11 13.01.04 7,224 113 11쪽
33 미림이의 운명 +14 13.01.03 6,924 115 12쪽
32 미림이의 운명 +8 13.01.02 6,753 102 11쪽
31 미림이의 운명 +9 12.12.29 7,569 117 15쪽
30 축제 준비 +4 12.12.28 7,582 126 9쪽
29 축제 준비 +19 12.12.27 8,279 139 15쪽
28 축제 준비 +5 12.12.26 8,573 117 14쪽
27 축제 준비 +7 12.12.24 8,826 12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