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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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인
작품등록일 :
2012.11.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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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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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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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준비

DUMMY

의외로 겁이 많은 필준이를 서란이가 옷깃을 붙잡고 다녀온 일을 제외하곤 담력 테스트는 순조롭게 끝났다. 그리곤 남자와 여자 각각 방을 따로 잡아 취침 준비에 들어갔다.

밖에는 개구리와 부엉이가 우는 밤, 서늘하고 청량한 공기가 느껴지는 전통 한옥방에서(천장에 형광등이 있긴 했지만) 이불을 깔고 편한 옷을 입고 누우니. 수학여행을 온 듯한 설렘이 느껴졌다.

하지만 한준은 마음이 무거웠다. 한준은 이불을 덮고 누워 천장을 보며 좀 전의 환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폭우가 그 한방울을 떠밀 테니.-

제일 신경 쓰이는 문장이었다. 떠밀다. 한준은 그 말이 싫었다. 경제 위기 때문에 학업을 연장하도록 떠밀려 결국 박사과정까지 갔고, 연구소에선 연구 실적과 일 때문에 치여 바쁘게 지내야했고, 전쟁이 발발하고 나선 억지로 벙커랩에 끌려가 갇혀야 했다.

떠밀려온 인생. 겨우 몇가지 지식과 능력을 얻어 삶을 바꿀 가능성이 생겼는데. 또 떠밀리는 삶을 살아야 하나?

한준은 이불을 끌어당기며 다짐했다.

'아니야. 난 세상의 역사까지는 거창하게 바꿀 수 없어. 그냥 나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 거야.'

잠에 빠지려고 눈을 감는데 갑자기 재준이 손전등을 켰다.

"아. 한준군. 벌써 자면 안 되지."

엥? 한준은 의아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시간은 11시. 확실히 잠들기 약간 이르긴 하지만 잘라면 못 잘 시간도 아니다.

"한준군. 자네는 우리에게 풀어야 할 것들이 있지 않나?"

안경을 매만지는 재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재준이 손짓하자 한준의 왼편에는 동수가, 오른편에는 필준이 앉았다. 마치 죄수를 묶어두는 듯한 위치랄까?

"후후후. 한준군. 자네는 모든 걸 털어놓기 전에는 잠들 수 없다네."

동수가 그럼그럼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대체 무엇을..?"

재준은 후후후 웃었다.

"어떻게 순진해보이는 미림이를 꼬셨는지. 그 내막을 상세히 설명하도록 하게나."

헐. 한준은 진심으로 그리 외쳤다. 동수가 옆에서 거들었다.

"나도, 필준도, 재준 선배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솔로부대로 지내왔어. 그런 우리에게 커플이 되어 염장을 질렀으니. 그 벌을 받아야 한다는."

잠깐! 난 53년 동안 솔로였다고! 이 정도 솔로였으면 이제는 좀 사귀어도 용서 되잖아! 억울한 마음에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신병자 취급받을 것이기에 말할 수 없었다.

"잠...잠깐만요, 선배! 프라이버시 정도는 존중을?"

"그러면 프라이버시를 빼고 전부 이야기 하게나."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우리 말에는 비유와 은유라는 아름다운 표현법이 있다네."

한준은 으윽 신음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재준, 동수, 필준은 음흐흐 웃으며 한준을 압박해오고 있었다.





사정은 미림이도 마찬가지였다. 미림이도 서란과 유미, 그리고 안 그러는 척 옆에서 다 듣고 있는 소현에게 둘러싸여 추궁 받고 있었다.

"누구야? 먼저 고백한 게? 응? 응?"

유미가 눈을 빛내며 물어오자 미림이는 잔뜩 얼굴을 붉히며 몸을 꼬았다.

"하...한준이가."

유미와 서란이 꺄악 하며 비명을 질렀다. 어머어머 와 왠 일이니가 연발된 후에 유미가 다시 물었다.

"뭐라고 고백했어?"

"그...그게... 예전부터...좋아했다고."

또다시 이어지는 꺄악꺄악 비명. 그리고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어디서 데이트 했어?"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한준이가 응큼한 짓 안 했어?"

미림이는 얼굴을 붉힌 채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 모습에 여자애들은 더욱 눈을 빛내며 이것저것 물어대었다.

'즐겁다.'

곤혹스럽지만. 즐거운 곤혹이었다. 그 생각은 한준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는 생각 못했던 친구들도 생기고. 연애도 하고.

'부디 이런 날들이 계속 되기를.'

여자애들의 비명 속에서, 남자애들의 은근한 폭력 속에서. 한준과 미림은 간절히 기도했다.







"안 돼, 미림아!"

한준은 옥상 난간을 향해 달려나갔다. 하지만 난간 끝에 선 미림의 몸은 이미 밖으로 기울고, 한준이 간신히 도달했을 땐 그녀의 몸은 추락을 시작하고 있었다.

"안 돼!!!!!"

그녀의 몸이 바닥에 부딪히고 물풍선이 터지듯 피가 터진다. 한준은 눈을 가리고 주저앉아 오열했다.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한준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밖은 아직 껌껌했고, 침대 정면에 걸린 전자시계는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꿈....꿈이구나..."

한준은 잠시 후 고개를 저었다. 단순한 꿈일 리가 없다. 혁수의 말이 떠올랐다.

'렘 수면 중 알파파와 세타파의 파장이 강할 때. 송과체는 더욱 활발하게 반응해. 예지력이 그다지 없는 사람도 꿈 속에서는 예지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꿈 속이어서 예지 기간이 더욱 늘어난 모양이었다. 11월은 되야 일어날 일이 미리 보이다니.

'그래도 충분히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해야 해. 미림이의 죽음을 막으려면.'

한준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첩을 뒤졌다. 미림이와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의 미림이는 웃는 모습이 별로 없지만. 최근으로 갈 수록 미소짓는 사진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그리고 미소짓는 미림의 얼굴은 눈부실 정도로 예뻤다. 사람의 얼굴에서 보석 같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는 건 문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한준은 그 표현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내가 미림이를 지켜낼 거야. 반드시.'





5월 20일 수요일이 되었다. 새벽에 깨서 잠을 설친 한준은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했다. 다른 아이들이 등교하려면 30분은 남은 시간. 한준은 운동장에서 자신이 다니는 나진 고교의 정경을 면밀히 살폈다.

학교 부지의 북쪽에 있는, 교실이 밀집된 제1 건물. 서쪽에 배치된 급식소 겸 강당 건물. 그리고 컴퓨터실이나 체육실, 시청각 실 등이 있는 제2건물과 체육관은 동쪽에 있다. 그리고 남쪽에는 동아리 및 창고들이 들어서있는 구 건물이 있다.

체육관, 강당, 구건물에는 옥상이 없다. 구건물은 정확히는 옥상에도 부실들이 있어서 없는 것이다 다름 없다. 그렇다면 옥상이 있는 건물은 제1건물과 제2건물 뿐이다.

한준은 1건물이길 바랬다. 1건물 옥상은 한준이 있는 1학년 4반 교실과 가까워 빨리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2건물이면 대처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건물들을 살피던 한준은 의문을 느꼈다.

'꿈에서 내가 미림이가 뛰어내리는 장면을 봤어. 그건 내가 정말로 미림의 자살을 막으려다가 실패한다는 걸까? 아니면 꿈이라서 온전한 예지가 아닌 걸까.'

한참을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고 어느새 조례 시간이 다가왔다. 한준은 얼른 교실로 돌아갔다.





조례시간. 한준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미림의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다.

'미...미림아!'

새벽에 그런 꿈을 꿨는데 미림이가 자리에 없자 한준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액셀레이션 팩 주사 - 신체반응 속도와 신진대사를 놀랄 만큼 상승시키지만 심장에 무리를 주고, 뇌에도 손상이 가서 정신병을 유발하는 물약 -라도 맞은 듯 했다.

[미림아! 어떻게 된 거야!]

한준은 책상 밑으로 빠르게 버스 톡을 보냈다. 하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불안해하던 한준은 귀가 번쩍 뜨임을 느꼈다.

"오늘 미림이가 몸이 굉장히 안 좋다고 해서 결석을 한다. 그리 알고. 친구들은 문안 문자라도 보내라."

담임 선생님의 말에 한준은 저도 모르게 휘유 한숨을 내쉬었다. 아프다는 건 걱정할 일이지만 그래도 무사하니 다행이었다. 한준은 다시 버스톡을 날렸다.

[나 많이 놀랐어. 어떻게 된 줄 알고. 많이 아파, 미림아? 몸 조리 잘 하고 푹 쉬어. 있다가 너네 집에 가봐도 될까? 시간 나면 답 해줘.]

잠시 기다렸지만 답장은 없었다. 하다 못해 ㅇㅇ 라도 보내줬으면 좋겠는데. 수업 종이 칠 때까지 답문은 오지 않았다.

'1교시 끝나면 전화라도 해볼까? 괜히 아픈데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음. 점심 쯤에 한 번 걸어봐야겠다.'






작가의말


처음으로 베스트 10위권에 들어봤어요. 와우. 혹시나 해서 골베 가봤더니 없더군요. 음.


어쩄든 오늘 베스트라도 10위권에 들어보다니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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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6 13.01.20 6,260 106 11쪽
44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4 13.01.18 6,044 105 12쪽
43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11 13.01.17 6,569 105 9쪽
42 운명? 희망? +10 13.01.16 6,296 124 14쪽
41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1 13.01.15 6,546 111 16쪽
40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0 13.01.14 6,321 113 9쪽
39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6 13.01.11 6,805 116 11쪽
38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2 13.01.10 6,621 115 7쪽
37 한준의 과거, 세계의 미래 +11 13.01.09 6,930 117 12쪽
36 동...동거? +9 13.01.08 7,345 113 14쪽
35 동...동거? +12 13.01.07 7,514 119 15쪽
34 미림이의 운명 +11 13.01.04 7,224 113 11쪽
33 미림이의 운명 +14 13.01.03 6,925 115 12쪽
32 미림이의 운명 +8 13.01.02 6,753 102 11쪽
31 미림이의 운명 +9 12.12.29 7,569 117 15쪽
» 축제 준비 +4 12.12.28 7,583 126 9쪽
29 축제 준비 +19 12.12.27 8,279 139 15쪽
28 축제 준비 +5 12.12.26 8,573 117 14쪽
27 축제 준비 +7 12.12.24 8,826 1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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