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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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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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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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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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 97. 샹보르와 쉬농소를 오마쥬하다 >

DUMMY

나의 격정 어린 발언에 기자들이 뻘쭘해졌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한 기자가 손을 들어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호텔 건설은 그렇고 우주여행은 언제부터 가능합니까?”


“아참, 우주여행은 다음 달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아무런 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우주여행 역시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제가 먼저 다녀올 생각입니다. 물론 전 세계에 라이브 중계를 할 예정이고요. 자, 늦은 밤 여기까지 오시라고 해서 미안합니다. 저기 떠 있는 보름달을 한 번씩 더 쳐다보시고 이제는 기자님들도 마음만 먹으면 갔다 올 수 있는, 해외 여행지 중의 하나쯤으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아참, 한 가지 잊었네요”


기자들이 일제히 나를 다시 주목했다.


“제가 가는 첫 우주여행과 첫 호텔 투숙에는 여기 계신 기자님들 중 한 분을 선정해서 동행취재를 허락하겠습니다. 자세한 선정절차는 추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기자들의 웅성거림 속에 나는 아직 머리 위에 떠 있는 우주여행 비차를 내려오게 해서 훌쩍 올라탔다. 나는 단숨에 아차산 연구실로 돌아왔다. 비차 안에서 기자회견을 주욱 지켜본 김윤대 대표가 싱글벙글이었다.


“아, 멋있던데요?”


“뭐가”


“달밤에 기자 회견한 사람은 길동님이 처음일 거예요. 달밤에 체조하는 사람은 있 어도... 히히히히”


“농담하지 말고, 뭐가 멋있던데?”


“기자들 표정 보셨어요? 거의 기절하던데... 아마 핵추진 비행기, 아니 전광선이랑 ‘조카’는 멘붕 상태일 것 같은데요?”


“만약 멘붕이 아직도 안 왔다면 반응이 병적으로 늦은 놈들일 테지, 하하하하 하”


나는 오랜만에 통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김윤대 대표와 얼굴을 마주하고 한동안 웃음을 터뜨리다 보니 그동안의 체증이 확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세계 증시는 바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구의 자전에 맞춰 증시가 개장하는 순서에 따라 비차 관련주는 폭등을, 핵추진 비행기 관련주는 폭락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나와 비차를 외면했던 외국, 특히 미국의 거대 자본들이 뒤늦게 비차로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미국 자본만이 아니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대자본들이 나에게 은밀히 접촉해 왔다. 투자를 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나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주가 상승과 비차의 매출 증대로 우주계획에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기회에 완전히 핵 추진 비행기를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현재의 주가를 감안하면 핵추진 비행기의 지분을 50% 이상 확보할 수 있었다. 비록 휴지 조각으로 변하겠지만 나는 핵추진 비행기의 주식을 나오는 대로 매집했다.


한바탕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잠시 일을 멈추고 재충전을 할 시간이었다. 나는 김이사, 아니 와이프와 함께 휴식을 취하기 위해 파리로 날아갔다. 그러나 파리로 날아가도 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길동2의 이야기로는 EU 각국에서 핵추진 비행기의 좌초로 내부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총리가 퇴임압력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 뒤처져 늘 자존심이 상했는데 비차 대신 핵추진 비행기를 선택하는 바람에 미국에 역전은커녕 이제 영원히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혔다는 설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제라도 비차의 기술을 도입하자는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길동2는 덕분에 요즘 유럽 각 나라의 최고 지도자와 재계 거물들로부터 연일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있다고 했다. 나와 길동2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핵 추진 비행기를 택했던 나라들에게는 페널티를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유럽 여러 나라 중 딱 한 곳에 비차 생산공장을 짓되 가장 좋은 투자유치 조건을 제안하는 나라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AI 로봇들이 생산을 담당하지만 그럼에도 제조, 판매와 관련한 고용창출 효과가 상당한 데다 비차 판매로 인한 법인세 수입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유럽 각국들은 서로 유치하려 경쟁을 벌일 것이 확실했다.


무엇보다도 비차 생산공장을 자국에 유치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비차의 기술을 다른 나라에 비해 먼저 전수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유치경쟁의 큰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이나 여타 세계 각국의 비차 생산공장 유치경쟁은 중장기적으로는 무의미한 경쟁이 될 것이다. 비차가 보편화 될 경우 언젠가는 세계의 국경이 허물어지고 하나의 세계정부가 탄생할 텐데 여기에 주목하는 학자나 정치인들이 별로 없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파리에 쉬러 왔다가 길동2 내외와 일 이야기만 실컷 하고 돌아가기는 아쉬웠다. 짬을 내 루아르 강 일대의 고성들을 구경하러 갔다. 비차를 타고 루아르강을 오르내리면서 주변의 오래된 마을들과 고성들을 감상하노라니 잠시 현실을 떠나 동화의 나라에 온 기분이 절로 들었다.


나는 수많은 고성들 중에서 강물 위에 가로 걸쳐져 지어져 있는 쉬농소 성과 거대한 규모와 기하학적인 배치가 아름다운 샹보르 성에 마음을 빼앗겼다. 저 성들을 그대로 달나라에 옮겨놓으면 어떨까?


기껏 쉬러 왔다가 다시 일로 돌아갔다. Moon Hotel 설계와 우주여행용 비차 제작으로 정신이 없을 김윤대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응, 김대표, 설계 팀 전부 데리고 이리 좀 와야겠어”


“왜요? 무슨 일인데요?”


“응, 보여줄 게 있어. 지금 이리 오라고.”


김윤대 대표는 마침 설계팀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면서 설계사와 엔지니어들을 비차에 태우고 바로 샹보르성 상공으로 왔다. 우리는 양쪽 비차에 탄 채로 회의를 했다. 우리 아래 펼쳐져 있는 샹보르 성을 Moon Hotel의 기본 컨셉으로 삼고 싶다고 설계팀에게 말했다.


잠시 후 쉬농소 성 위로 날아갔다. 나는 샹보르 성을 오마쥬한 호텔 옆에 쉬농소 성을 오마쥬한 호텔도 한 채 더 짓고 싶다고 김윤대 대표에게 말했다. 설계팀은 이의가 없었다. 한국의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지을까? 서양식으로 지을까? 고민하던 설계팀은 총지휘자인 내가 프랑스 고성을 모티브로 삼자고 하니 숙제가 일거에 풀린 기분이었다.


나는 김윤대 팀에게 기왕 프랑스에 왔으니 영감을 위해 유럽의 건축물들을 더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쉬러 갔다가 다시 일을 하고 말았지만 중요한 영감을 떠올려준 여행이었기에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고양되었다. 우리 부부와 파리 부부는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우리 네 명은 샹젤리제 뒷골목에 자리한 조그만 식당에서 벨기에 산 홍합에 포도주로 풍미를 더한 홍합탕과 프렌치프라이를 안주 삼아 벨기에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달나라 프로젝트 아이디어 하나로 난마처럼 꼬였던 일들이 실마리를 찾아 일거에 풀려나가는 데다 소박하지만 취향을 저격하는 음식이 앞에 있으니 기분이 한껏 업되었다.


한동안 비차의 고전으로 같이 마음고생들을 한 새색시들이 다시 생기를 찾았다. 줄어들었던 말수도 원래의 말수로 돌아왔다. 맥주를 한 잔씩 거의 비웠을 무렵, 아니나 다를까 김검사, 아니 제수씨가 눈을 내리깔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주버님. 이야기 좀 해도 돼요?”


나는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저렇게 말을 시작한다는 것은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고 그 이야기는 보통 나를 심하게 나무라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 제수씨, 내가 또 뭘 잘못했나요?”


나의 반응에 와이프와 길동2가 눈을 마주 보며 웃을 듯 말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김이사 형님도 일전에 한 번 지적했잖아요...”


“무슨 말인지...”


“아참, 자꾸 이러시면 저 실망할 겁니다.”


“아, 그러니까 말씀을 하셔야지 내가 알아듣지 않겠습니까?”


“다름이 아니고 말입니다...”


“...”


“제발 좀 같이 의논 좀 합시다, 아주버님. 아주버님이 좋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좋 아하리라고 생각하지 마시라니까요.”


“무슨 말씀인지...”


“아, 답답하네요. 오늘 샹보르, 쉬농소 성 말입니다. 아주버님은 그 성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성들보다 다른 건축물, 예를 들어 베르사유나 피렌체의 두오모 같은 건물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발 무슨 결정을 하기 전에 옆에 있는 사람들 의견 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기가 죽었다. 죽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인즉슨 제수씨의 말이 백번 옳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냥 지기 싫었다.


“제수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일단 제가 잘못한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샹보르하고 쉬농소 성이 마음에 안 드세요? 그 성들이 달나라에 세워지면 아름답지 않겠어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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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 100. 프랑스 문화장관의 제안 > 22.08.20 58 2 9쪽
100 < 99. 핵추진 비행기의 몰락 > 22.08.13 70 2 9쪽
99 < 98. '달나라 여행' 테마파크 22.08.13 57 2 9쪽
» < 97. 샹보르와 쉬농소를 오마쥬하다 > 22.08.07 63 2 9쪽
97 < 96. Moon Hotel 건설계획 > 22.08.06 62 2 9쪽
96 < 95. 우리는 달나라로 간다 > 22.07.31 62 2 9쪽
95 < 94. 지중해 요트 신혼여행 > 22.07.30 61 2 10쪽
94 < 93. 위기 속 홍길동 쌍둥이의 합동 결혼 > 22.07.24 70 2 10쪽
93 < 92. 비행기인가 핵무기인가? > 22.07.23 69 2 10쪽
92 < 91. 전광선의 재등장 > 22.07.17 70 2 10쪽
91 < 90. 두 여자 스파이 > 22.07.16 75 2 10쪽
90 < 89. 금강산 별장을 선물받다 > 22.07.10 81 2 10쪽
89 < 88. 홍길동1과 홍길동2가 된 사연 > 22.07.09 78 2 10쪽
88 < 87. 당황한 어머니와 아버지 > 22.07.03 96 2 9쪽
87 < 86. 결혼 작전 - 난관 돌파하기 > 22.07.02 89 2 10쪽
86 < 85. 고지식한 장인 인사하기 > 22.06.26 98 2 9쪽
85 < 84. 본점과 가맹점의 싸움 > 22.06.25 98 2 10쪽
84 < 83. 남북미 정상회담을 주선하다 > 22.06.19 104 3 9쪽
83 < 82. 대통령실장을 응징하다 > 22.06.19 95 2 9쪽
82 < 81. 수퍼히어로들의 공동 기자회견 > 22.06.18 96 3 9쪽
81 < 80. 수퍼히어로들, 홍길동 편이 되다 > 22.06.18 85 3 9쪽
80 < 79. 수퍼히어로들의 서울 나들이 > 22.06.17 87 3 9쪽
79 < 78. 수퍼히어로들을 만나다 > 22.06.17 84 3 9쪽
78 < 77. 주한미군 철수를 둔 혼란 > 22.06.16 86 3 9쪽
77 < 76. 비차를 바라보는 정상들의 속마음 > 22.06.16 84 3 9쪽
76 < 75. 미국 대통령과 내기하다 > 22.06.15 82 3 9쪽
75 < 74. 비차, 세계만방에 선보이다 > 22.06.15 88 3 9쪽
74 < 73. 남북정상, 통일을 선언하다 > 22.06.14 96 3 9쪽
73 < 72. 미국의 콧대를 꺾다 > 22.06.14 88 3 9쪽
72 < 71. 그러면 미국 빼고 간다 > 22.06.13 10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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