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메인댄서가 능력을 안 숨김
19화- 메인댄서가 능력을 안 숨김
- [‘3분의 메인댄서'가 활성화됐습니다]
- 춤 스탯 능력치가 현재 상태에서 가능한 최대 한도까지 증가했습니다.
<3분의 메인댄서>
-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3분간 플레이어에게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 3분간, 플레이어의 춤 스탯 능력치가 반경 100M 이내 전원을 압도합니다.
- 플레이어, 이경우에 대한 관객의 주목도가 올라갔습니다.
눈을 뜬 순간, 정적에 잠긴 관객석과 마주했다. 비웃음과 조롱으로 가득했던 객석은 어느 순간부터 이미 조용해져 있었다.
까닭 모를 무언가가 그들을 무대 위로 집중시켰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연습생 한 명에게서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현재까지 A등급을 받은 사람은 총 4명.
우명우와 사랑이 형. 그리고, 이전 시즌의 데뷔 멤버이자 중국인 연습생, 샹웨이.
상해 희극인학교의 장학생이자 한족. 혈통을 중시하는 중국 연예계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
[샹웨이, 19]
-외모 : A
- 보컬: C
- 랩: C
- 춤 : B+
원래 드림돌의 메인댄서로 데뷔했던 그는 이미 초반부부터 동양적 춤선과 화려한 외모로 에이스 중 한명으로 꼽히며, 일찌감치 5개의 A 중 한개를 가져갔다.
그러나 이 곳엔, 춤 분야 한 가지에서만은 샹웨이를 압도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내 시선이 객석에서 허탈한 얼굴로 이 곳을 보고 있는 사람의 것과 마주쳤다.
오늘 최고의 춤 기량을 보여주고도 조롱에 가까운 평과 함께 B를 받은 개인 연습생, 노운수였다.
[노운수, 23]
외모: D
보컬: D-
춤: A+
원래 스트릿 배틀 여러개에서 우승한 이력을 갖고 출전한 전문댄서 출신 연습생. 몇 개의 중소 기획사를 전전하다 드림돌 탈락 후, 소집장을 받아 군대에 끌려갔던 사람. 제대 후, 다시 댄서로 전향한 그는 해외 댄스 배틀서 우승을 거머쥔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 그는 폭발적인 반향을 얻은 엠제이넷의 댄스 배틀 프로그램, [스트릿 맨스 워 Street Man's War]에 출연해 우승한다. 드디어 원하던 셀럽이 된 노운수가 아침 방송에 나와 한 인터뷰를 봤던 게 다행이었다.
- 그때는 편집을 저렇게 해야했나? 많이 원망했는데. 지금은 제가 못했으니까 그랬다고 받아 들였어요, 그냥. (웃음)진짜 많이 울었죠. 어딜 가도 사람들이 ‘삑사리남’이라고 수근댔으니까요(웃음)... .
그는 드림돌 2화, 정식 레벨 테스트에서 B등급을 받고 내려갔다. 춤은 99명 중 누구보다 발군이었지만, 노래가 전혀 안됐기 때문이다.
보컬 D-의 심각한 음치인 노운수는 이전 생의 드림돌 2차 테스트에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 하안번 더! 강하게! 케헥!
에이센트 숙소 쇼파에 앉아 같이 드림돌 2화를 시청하던 우명우가 티브이 화면에서 몇 번에 걸쳐 나온 노운수의 소위 ‘삑사리’를 흉내냈기에, 얼굴을 보자마자 기억할 수 있었다. 하이라이트 부에서 있었던 요란한 음 이탈은 드림돌의 종방 후로도 수년간 잊혀질 만하면 다시 커뮤니티에 올라와 조롱받았다.
- 현재 플레이어의 반경 100M 이내에서 가장 높은 춤 스탯 보유자, 노운수의 춤 레벨은 A+입니다.
- 플레이어, 이경우의 춤 스탯이 A+를 넘어섭니다.
- 3분간, 플레이어의 신체에 시스템 내 최고 등급이 적용됩니다.
이전 생에서 천영훈이 연습실에 내려와 항상 했던 말이 있다. 관객에게 100점짜리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면, 최소 120 이상을 준비해 가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만족할 수 있을만큼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시스템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 신체의 유연성/민첩함/근력이 현재 플레이어의 수준에 가능한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이경우, 18]
외모 : S
보컬: A
춤: S
이전생에, 에이센트의 7년차 메인댄서로써 가지고 있던 신체능력이 비로소 18세 애송이 상태의 몸 안에 다 돌아온 듯한 상쾌함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 현재 플레이어, 이경우의 춤 스탯은 최상위 전문댄서 급입니다.
흐르는 음악 속에, 이경우는 한결 자유로워진 몸을 내맡겼다.
**
김중영은 연신 손톱을 물어뜯는 신아미의 옆에 서서, 하품을 참으며 생각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구만.’
그는 이미 저 이경우라는 연습생의 무대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있었다.
2주간의 트레이닝 기간. 그는 밤낮 없이 연습실에 들려 쓸만한 서사의 소재가 될 만한 연습생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99명을 훑고 다녔다. 저 아이의 춤도 질릴만큼 여러번 보았던 건 물론이다. 고작 삼일 전에도 저 연습생이 춤을 어떻게 추는지 확인했었다.
안타깝게도, 신아미의 최애는 이번 무대가 방송된 이후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해질 예정이었다. 저 얼굴로도 데뷔가 불가능한 심각한 무능력자로.
원래는 노운수라는 연습생의 삑사리를 써먹으려 했었지만, 아무래도 저 철부지 아가씨를 설득하려면 그녀가 고집스럽게 미는 저 잘생긴 연습생을 초반에 재기불능까지 떨어트리는 게 나을 테니.
김중영이 눈이 손톱을 물어뜯는 신아미를 흘깃 훑었다.
‘...당신 탓이야, 그렇게 고집만 안 부렸어도.’
평가 내내 수십번 반복해 들었던 체이스 더 드림의 멜로디를 흥얼대며, 김중영은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길 기다렸다.
하이라이트 부에서는 극악한 고음이 몰아치며, 그에 맞춰 안무도 쉴 새 없이 어려운 잔동작이 연이어 반복된다. 트레이닝 기간에 그렇게 뚝딱이던 아이가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서사 따위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수준의 난이도였던 거다.
‘빨리 사고치고 내려가라. 저번처럼 커버해줄 친구들도 없는데. 아예 중도포기하던가.’
그러나, 노래가 계속되어도 중도포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춤이 시작된 지로부터 10초.
20초.
30초.
춤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인 김중영의 눈에도 뭔가가 이상했다.
폭소는커녕, 객석은 아까부터 마치 찬 물이라도 끼얹어진 듯 고요했다. 반복되는 평가에 무대에 흥미를 잃고 저마다 떠들던 연습생들의 잡담소리, 옷깃이 부딪치는 부산한 소음 하나 들려오지 않았다.
오로지 음악과 무대에 집중한 채, 백여명이 넘는 스탭들 한 사람까지 무대에 시선을 떼지 못 하고 그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이제 김중영도 마찬가지였다.
노래의 중간부부터 크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던 그가 신음했다.
“왜...어떻게. 아니 왜 저렇게, 잘 추는거야?”
**
- 정해진 결과를 바꿀거야
- 한번 더 강하게 안을거야
- 절대 놓치지 않아 이번엔 반드시 널
- 이번이 내 마지막, chase the chance!
박자를 쪼개서 춰야 하는 빠르고 격한 동작들의 연속 후, 바로 동선을 이동해 이어지는 댄스 브레이크.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성녀 파트에서,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이어지는 고음.
고저의 양극단을 오르내리며, 한계 없이 올라가는 청량한 목소리가 스튜디오 안에 울려 퍼졌다. 한번의 플랫이나 음 이탈도 없이 뻗어나가는 보컬과 함께, 흐트러짐 없는 동작이 계속된다.
그 와중에도 연습생의 시선은 불이 들어오는 카메라를 찾아 그곳에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오하영은 아까부터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이 정도면 아무리 우기더라도 저 놈에게 다른 등급을 줄 수 없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이 감격해 코를 훌쩍이는 재규어블루의 저 추한 얼굴을 보라.
“경우소년, 흑, 흐으윽, 난 믿고, 흑, 있었다고.”
장은희가 손에 든 펜으로 오하영의 어깨를 톡, 소리가 나게 건드렸다. 1차 심사 때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를 못 잡아 먹어 죽으려 하더니, 무대 내내 새파랗게 질려있는 얼굴이 꽤나 볼 만 했다.
2차 레벨 테스트의 경연은 연습생 99명의 직캠이 인터넷에 업로드된다. 앞서 먼저 A를 받아간 4명을 압도하는 무대에 대해서도 다른 등급을 준다면, 네티즌들이 오하영을 뭐라고 물고 뜯을지 누구나 훤히 예상할 수 있었다.
걱정에서 놓여나 긴장이 풀린 장은희가 길게 기지개를 켜며, 의자 등받이로 몸을 누였다. 굳이 논의를 하고 자시고 할 것조차도 없다. 아까부터 방청석이 무대에 홀린 나머지 소음 하나 없이 조용해져 있었으니까.
“...이 아니야.”
“뭐라고?! 오하영?! 안 들려!”
부러 장난스레 손을 귀에 대고 그녀를 골리는 장은희에게 평소처럼 화를 내지도 못하고, 오하영은 계속 혼잣말을 중얼대고 있었다.
"...연습생의 수준이, 절대 아니라고. 저건."
십년이 넘게 현장에서 활동한 자신은 알 수 있었다. 저 정도면, 그냥 잘 추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데뷔한 가수. 아니, 최소 수년 동안 수천번 이상의 무대 경험을 가진 노련한 배태랑이나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대체 어느 연습생이 카메라에 불이 어디 들어올지를 미리 예측하는 것처럼 저렇게 여유롭게 쫓아갈 수 있단 말인가? 저 정도 노련함은 무대만 십년 넘게 해 온 그녀도 불가능했다.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고. 고작 이주일이야. 고작 이주일만에, 인간이 저렇게 달라질 수 있다? 그게 말이 되냐고.”
푸하핫! 이제 카메라는 신경쓰지 않기로 한 건지 혼자 음산하게 중얼대는 오하영을 향해 장은희가 폭소했다. 여느때처럼 곱게 세팅하고 온 웨이브진 금발 머리를 귀신처럼 고개 숙인 얼굴위로 덮고 혼자 중얼대는 모습이, 마치 비 맞은 중과 같았다.
"꺄하하! 오하영 어떡해, 꼭 미친 사람같애! 포하하하항."
"... ."
얼마나 화가 난건지 카메라도 신경쓰지 않고 그녀를 노려보는 마귀같은 얼굴에, 서둘러 옆에 있는 재규어블루를 찾았다.
"어때요, 우리 춤 전문가 재블 선생님! 이게 말이 되는 것 같아요? 고작 이주일만에 저 수준으로 올라가는 게?"
"그러니까 우리 경우 소년이 대단한거야. 안 보이는 데에서 혼자 연습한건지 모르겠구만.”
카메라 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 하는 놈들이랑은 다르다, 역시 나의 젊은 시절을 꼭 빼닮았다. 혼자 흥분해 열심히 떠드는 재규어블루를 보며 웃던 장은희의 시선이 다시 전광판으로 향했다.
- 마지막 이 순간, 난 chase the chance!
마지막 소절을 마치고 자리에 서, 숨을 헐떡이는 연습생의 얼굴이 전광판을 가득 메웠다. 흘러내린 땀 위로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엉망이 된 몰골로도 흉하기는커녕 한편의 그림같다. 새빨개진 얼굴로, 연습생이 마지막 동작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머리를 반대로 살짝 들며,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
- 와아아아아!
99명 연습생들이 내지르는 환호가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다. 관객들 뿐이랴, 정신없이 연습생을 찍던 카메라맨과 도열한 스탭들까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 이경우! 이경우! 이경우!
- 우와아아아아!
촬영 내내 한번도 없던 열광적인 환호성에, 장은희가 멍하게 열광하는 촬영장을 두리번댔다.
"...우리 프로그램 정말, 한치도 앞을 예측할 수 없네요."
- 와아아아아!
객석의 연습생들 일부는 이미 일어서서 제 일처럼 열광을 보내고 있었다. 경쟁의식조차 들지 않는 압도적인 무대.
카메라가 그런 객석을 한바퀴 돌다, 그 중 한 얼굴에 멈춰섰다. 양 옆에서 일어나 팔을 흔들고, 두 손을 모아 이경우의 이름을 외치는 연습생들 속에 앉은 새하얀 얼굴. 제이에스의 에이스, 우명우가 시체같은 얼굴로 무대를 보고 있었다.
카메라가 다시 무대 위에서 숨을 몰아쉬는 연습생의 얼굴을 비췄다.
새빨개진 얼굴로도 그는, 객석을 향해 시원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 작가의말
내용이 중간부부터 수정됐습니다.
원래 두편이 될 예정이었던 <슈퍼루키 연습생이 능력을 안 숨김(1),(2)>가 한편이 되어, 소제목이 <메인댄서가 능력을 안 숨김>으로 변경됐습니다.
독자님들의 의견 항상 감사합니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으니 부담 없이 의견 부탁 드립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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