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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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초레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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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14화

DUMMY

베라트가 남기로 결정한 뒤, 일주일이 지났다. 여느 때와 같이 하린과 함께 마법 연구를 진행하던 그는 갑자기 찾아온 경비병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베라트님, 하린님! 지금 밖에 완전 난리가 났습니다! 웬 괴물 놈들이 나타났는데 저희 힘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괴물? 우선 나가보지."


그들은 연구를 잠시 중단하고 경비병을 따라 바깥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혼란스럽게 도망치고 있었고, 그들을 지키려는 경비병들이 힘겹게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


멀리 경비병들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존재들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놈들이 여기에 어떻게? 설마 녀석이···"


"녀석이라면, 혹시 사람들이 '신'이라고 불렀다던···?"


"그래. 확실하진 않다. 저 놈들도 감각은 예민한 편이니 우리가 돌아온 경로를 따라 이동한 것일수도 있다. 처음 보는 길이 있다면 그곳으로 들어가는 본능이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기분이 드는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그는 정말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하린이 먼저 나서며 그의 신경을 자신에게 집중시킨다.


"저번에는 당신이 우릴 도와줬지? 이번에 이렇게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놓칠 수 없지. 잘 봐. 평생 마법만 연구한 천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줄게."


이전에 베라트를 상대할 때처럼 그녀의 몸은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힘겹게 싸우고 있는 경비병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자세를 낮춰! 한 번에 정리할테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방패를 들어올리며 최대한 자세를 낮춘다. 그와 동시에 모두가 고전하고 있던 상대인 크라터 모두가 허공에 떠오른다. 갑작스런 비행에 당황했는지 팔다리를 마구 휘저었지만 그것은 서로를 상처입힐 뿐이었다.


그녀가 손뼉을 한 번 치자 그들의 온 몸이 뒤틀리며 한 곳으로 뭉쳐진다.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수많은 크라터는 마치 이곳에는 없었다는 것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단지 그들에 의해 부상당한 병사들만이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우, 우와아아아!"


"역시 하린님, 최고십니다!"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소리를 받으며 사뿐히 지상으로 내려온다. 그러고는 천천히 베라트를 바라보며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허리춤에 두 손을 척 올린다. 그 모습에 베라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에게 다가간 하린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당당하게 고개를 들며 그에게 묻는다.


"어땠어? 이제 정말 내 힘을 알겠어?"


"그래. 이번은 정말 놀랐다. 확실히 숙련된 자는 쉽게 따라잡지 못하겠구나."


"너무 큰 벽처럼 느껴졌으려나? 후훗, 농담이야. 난 특히나 전투계열이라서 이런 것들에 더 강하지. 그리고 상대가 사람이 아니니까 더 마음놓고 마법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 당신도 분명 강해. 정말로."


"알고 있다. 그럼 돌아가서 하던 거나 마저 하지."


먼저 걸음을 옮기는 베라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린은 중얼거렸다.


"뭐야, 언제부터 저랬대. 맨날 딱딱하게 말했으면서. ···뭐, 이 편이 더 좋으니 된건가. 같이 가!"


···


그 사건이 있었던 이후로 베라트는 혹시모를 일에 대비해 지하 시설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은 하린과 드바인, 지르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채택되었고, 도시 전체를 잇는 대규모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수도인 셀란드라크를 중심으로 알타이아 왕국의 모든 도시에 지하 시설을 갖출 것을 명령했다. 이에 각 도시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교역의 중심지인 페이곤은 항상 위협에 놓여 있었기에 이 명령을 반기며 즉시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실론트와 레무리아 등 대부분의 대도시들은 공사를 위한 예산만 편성하고 실제 공사는 도시의 지배계층만이 도망칠 수 있을 정도의 시설만 만들어졌다.


크로이드와 같은 자금이 부족한 작은 도시들은 예산조차 편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제각기 다른 상황으로 인해 지하 시설이 구축된 도시는 소수였지만 확인조차 도시의 지도부에게 맡겼기 때문에 수도에서는 모두 명령에 따른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 사실을 알 수가 없는 것은 드바인, 지르크를 포함한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새로운 마법사들을 양성하기 좋은 시기였기에 신경쓸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크라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알타이아 왕국은 뛰어난 마법사들을 앞세워 아이 대륙에 존재하던 다른 왕국들을 흡수하였고, 최초로 대륙 통일을 이룬 국가가 되었다.


··· ··· ···


"그 녀석들이 있었다면··· 아니, 놈을 마주하지 않아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할 문제였으니. 그보다 나도 이제는 긴장이 풀린 것 같군."


옛 기억을 떠올리느라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가 살아온 긴 세월 동안 보내온 시간 중 가장 행복이라는 것에 가까웠던 시기였다.


그 때를 생각할 때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게 된다. 급한 시기였지만 이런 시간은 절대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긴장을 푸는 것은 물론이고, 그 스스로가 떠올리지 못한 방식을 떠올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린, 네가 크라터들을 상대할 때 사용한 마법을 물어나 볼 걸 그랬다. 지금껏 원리를 알지 못한 마법은 그것 뿐···. 그 마법을 시전한 방식이라면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녀의 마법 중 유일하게 마력을 변형시키는 과정을 알지 못했던 마법이었다. 베라트는 그 누구보다 마력이나 기척의 변화에 민감했지만 그 마법만큼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 마법을 경험한 것은 하린을 제외하고는 단 하나의 존재 뿐이다. 지금 그가 상대법을 찾고 있는 존재, '신'이다.


"아직 신이라 부르다니. 그렇게 부르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녀석에게 이름을 붙이기는 더 싫군."


낮게 중얼거린 베라트는 아공간을 열어 작은 종이 몇 장을 꺼낸다. 그것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는 조금씩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주먹을 쥐기 시작한다. 점차 구겨지던 종이들은 결국 그의 손에 의해 완전히 구겨져 하나로 뭉쳐졌다.


"마법을 물리적인 힘으로 바꾼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게 가능할 수가 없다. 카리스 녀석처럼 도구를 이용했다면 몰라도··· 우선 그 녀석이 다음 계획을 마칠 때까지는 잠시 기다려야겠구나."


깊은 고민은 끝나지 않았지만 계속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 발 물러나 지금 그가 직면한 일들을 바라봐야 했다.


···


한편, 일지의 전달이 거의 성공했다고 생각한 로이엔과 카리스는 한참이나 첫 성공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시간을 보냈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중, 로이엔이 문득 다음 계획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음 계획은 뭡니까? 이번에 이렇게 크게 일을 벌려놨으니 이 다음은 더 많이 경계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 그러겠지. 음··· 사실은 내가 준비해온 것이 있는데, 이걸 보겠나?"


카리스가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며 말하자 로이엔의 시선이 그 주머니로 향했다. 그의 손이 주머니를 벗겨내자 눈에 익은 단검이 하나 있었다.


"이건··· 리스가 사용하던 단검 아닙니까? 이걸 왜···"


"잘 기억해봐라. 이곳에서 리스가 사용하는 단검과 차이가 있지 않느냐?"


그것을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그의 기억 속에 있는 것과는 같은 모습이었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 같은 단검이 맞습니다. 다를 리가 없습니다."


"날의 이쪽 면에 새겨진 것이 있지 않느냐. 리스와 다이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이것은 없다."


"그걸로 알아보겠습니까? 아무리 이름이 새겨진 것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분명 같은 단검이 존재하긴 할 겁니다. 그것과 이것을 구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생각합니다."


"역시 그런가··· 사실은 나도 그것 때문에 이 방법은 곧바로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건 잠시 보류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겠구나."


그가 단검을 다시 집어넣자 시끄럽던 방 안에 침묵이 퍼졌다. 그렇게 말없이 가만히 앉아있자 로이엔이 먼저 말을 꺼낸다.


"그래서, 이게 전부입니까? 설마 준비를 하셨다면서 이런게 전부일 리가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나! 크흠, 지금은 잠시 기다리도록 하자. 어차피 네가 말한대로 경계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리스가 우리 의도대로 일지를 읽었는지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그것만 확실하게 한 뒤에 다음 계획을 진행하도록 하지."


헛기침을 하며 바닥에 등을 대고 눕는 카리스를 보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결국 또 생각해둔게 없으니 생각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씀 아닙니까."


"어허, 아직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내가 참을테니 너도 쉬어둬라.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모든게 끝날 때까지 정말 쉴 틈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못미더웠지만 그렇다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말대로 휴식을 취하려 눕는다.


"정 방법이 없으면 저는 진짜 직접 만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라. 지금 리스는 네 얼굴을 보면 그대로 주먹을 냅다 꽂아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건 그렇습니다."


그들 역시 베라트와 마찬가지로 막막한 감정을 느끼고 잠시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


"다이앤은 왜 그걸 숨기려고 하는 걸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차라리 나 하나 희생하더라도 막는게 낫지 않을까? 그냥 내버려두면 어차피 모두 죽은 목숨일텐데. 그렇다고 또 다이앤이 혼자 그런 위험한 일을 하게 둘 수도 없고."


리스는 다이앤이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 것쯤은 자신을 위해서라니 그녀를 믿고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달랐다. 그저 그녀 한 명이 아니라 명백히 모두의 운명이 걸린 문제였다. 리스 또한 힘을 가진 자로서 이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이앤은 그것을 숨기려고 했다.


"다이앤에게만 맡기면 미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건 너라도 혼자서는 힘들 것 같아. 나와 함께 해결하자. 그리고 내게 걸린 저주같은 이 운명도 이겨내보자."


그렇게 말하며 도착한 곳은 다이앤이 카리스와 로이엔을 마주친 장소였다. 그녀의 앞에 떨어졌던 돌이 이동한 장소를 추적해 온 것이다.


따로 살필 필요도 없이 약하게 마력을 흡수하는 것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에 그것들 외에 무언가 더 있는지 살폈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다.


가만히 서있던 리스는 그 장소에 남아있는 마력의 흔적들을 느끼고 그것들을 추적했다. 하나는 리스가 있던 숲 속으로, 다른 하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실론트 남쪽 농업 지구의 건물 중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이건 설마 이것들을 알린 그들이···'


"리스, 여기서 뭐 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담담하게 대답한다.


"오늘 낮에 봤던 그것들, 여기서 시작된 것 같아서. 확인하러 왔어. 그것들은 처리 다 했어?"


"응. 어서 돌아가자."


"···그래."


다이앤은 리스의 손을 붙잡고 서둘러 숲속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마력을 흡수하는 돌들이 로이엔과 카리스의 흔적을 지워주고 있었다.


작가의말

1월 마지막 날이네요. 모두 이번 달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달도 화이팅입니다~!

항상 말씀드리듯 매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달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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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9화 23.02.21 24 1 12쪽
152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8화 23.02.20 30 1 12쪽
151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7화 23.02.17 34 1 12쪽
150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6화 23.02.16 37 1 12쪽
149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5화 23.02.15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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