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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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초레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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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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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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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2화

DUMMY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베라트님께서 절대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는 놈이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방법이라 생각한 카리스가 소리쳤지만 베라트는 여전히 같은 생각이었다.


"녀석은 혼자 있거나 여럿이 있거나 별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녀석의 흥을 돋울 수 있는지가 문제다."


"그건 무슨 장난감이라도 된 것이라는 말씀이 아닙니까!"


"그래. 정확하구나. 장난감이다."


"···."


베라트의 한마디에 그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앞으로 자신들이 상대할 존재가 얼마나 강하기에 베라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너희와 나, 이렇게 셋이 있다면 놈은 둘을 죽인다. 남은 하나가 놈의 놀이에 버티지 못한다면 그대로 죽인다. 버티더라도 그게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렇기에 죽을 것이 분명한 사지로 그들을 내몰 수는 없었다.


"녀석을 상대하고 살아남은 건 나 뿐이다. 가장 오래 버틸 가능성이 있는 것도 나겠지. 늦기 전에 리스를 데리고 와라. 그것이 너희들의 역할이다."


"하,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네가 무얼 할 수 있겠느냐?"


평소라면 자기를 무시하는 거냐며 장난스럽게 대답할 로이엔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잠시 리스를 한 번 바라본 뒤 대답을 했다.


"미끼가 되는 것이 위험하다면, 미끼를 구해오겠습니다."


그의 눈빛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렸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되묻는다.


"어떤 미끼를 말이냐?"


"정신없고, 불쾌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미끼가 있지 않습니까. 형편없는 녀석들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쓸만한 녀석들이 꽤나 있을 겁니다."


바로 크라터였다. 당장 실론트 내부에는 대부분 소탕했기에 거의 없었지만 조금만 근처로 나간다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베히모스를 처리한 뒤에도 작은 무리를 지으며 우두머리를 따르는 습성이 남아있었기에 그 수도 적지 않았다.


단일 개체였다면 그저 지나가던 벌레 한 마리를 밟고 지나가는 것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각 무리를 계속 끌어올 수만 있다면 크라터를 소탕하면서 시간도 벌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였다.


"할 수 있겠나? 시작한 뒤로는 쉴 틈이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놈들을 끌어와야 한다. 그것도 녀석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말이다. 도중에 멈춘다면 녀석의 대상은 네가 될 것이다."


베라트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로이엔은 이런 것에 희생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앞으로 리스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맡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베라트님, 저를 너무 무시하시는 것 아닙니까? 이래도 저, 하루종일 달려도 튼튼합니다. 매번 베라트님과 카리스님은 마법으로 이동하시지만 저만 쏙 빼놓으셔서 체력은 알아서 더 좋아졌습니다. 맡겨만 주시죠."


"그래, 알겠다. 그렇다면 나는 다른 지역에 있는 놈들을 실론트 근처로 보내도록 하지. 내가 보낸 놈들을 내부로 끌어들여라."


"베라트님의 지원을 받다니,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오는군요."


카리스는 자신의 이야기가 없자 대화에 끼어든다.


"저는···"


"리스를 지켜라. 깨어나면 내게 데리고 오는 것을 기억해라. 그리고 기척과 마력을 잘 숨겨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니 말입니다. 조심하십시오. 로이엔, 너도 조심해라."


그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이후 그들의 시선은 리스에게 집중되었다. 붉게 물든 하늘이 비추는 빛을 나무의 그림자로 겨우 피하고 있었다.


···


"후··· 돌아왔구나.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떠나야 하는 날이 오다니."


베라트의 마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그녀는 떠나기 전의 장소에 서 있었다. 작게 중얼거리고는 서둘러 다이앤을 찾아 떠났다.


신의 흔적을 찾아 떠난다고 했으니 분명 아직 실론트나 페이곤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력을 펼쳐 근처 지역을 수색했지만 다이앤의 기척이나 마력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 없을리가 없는데? 대체 어디에 갔길래···"


조금 당황했지만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앉히며 생각을 해본다. 그녀는 분명 이전에 자신과 함께 조사하던 곳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없다는 것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말이다.


그 다음에 어디로 갈지에 대한 계획은 조사가 끝난 뒤에 정하기로 했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리스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서의 각성이니 뭐니 하는 것도 진짜가 아니었으니, 굳이 힘을 억누를 필요는 없겠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자 주변의 마력들이 그녀의 뜻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력의 통제 범위가 점점 넓어지며 실론트를 벗어난다. 그러던 중 갑자기 가까운 곳에서 다이앤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리스? 방금 너 맞지?"


모습을 드러낸 다이앤이 깜짝 놀란 표정을 하며 다가온다. 이에 미소를 띄우며 답해준다.


"응. 나 금방 왔지?"


"그러네···."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 중얼거린다.


"표정을 보니 확실히 마음을 정한 것 같네. 너를 볼 수 없다는 건 슬프지만 이렇게 당당한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마음이 놓여. 이제는 정말 나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 설마···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다기보단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는게 맞겠지. 녀석들이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에는 전혀 몰랐어.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고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을 보다보니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그런데도 인정하기 싫었어. 너를 뺏어가려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그들을 마주한 뒤로 처음으로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리스도 그녀도 모두 스스로를,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였기에 그럴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근데 말이야. 내가 정말 너를 현실로부터 격리시키려고,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거라면 그것만큼 네게 큰 죄를 짓는 건 없더라고. 어떻게든 내 곁에 붙잡아 두려던 때가 얼마 전이었는데 갑자기 변하니까 웃기지?"


"아냐. 너도 나도 알지 못했잖아. 그런 충격적인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라고 봐도 될 정도지."


"하하, 그러게. 일단 잡담은 이 정도만 하고. 네가 봤으면 하는 게 있어. 잠시 괜찮지?"


미소짓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다가와 손을 잡는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바뀐다.


"뭐, 뭐야! 여긴?"


"어딘지 알겠어? 혹시 여기를 아는 거야?"


"어디서 본 것 같지만··· 글쎄."


깜짝 놀란 리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숲은 말라 있으며, 도시는 사람의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늘이 너무나 붉었다. 마치 현실에서 그녀가 봤던 하늘과 비슷했다.


"아니, 그보다 더 심하구나."


"뭔가 아는게 있구나."


"응, 그게···"


다이앤에게 그녀가 현실에서 보았던 모습을 설명하자 표정이 심각해진다.


"리스, 너 그곳에 갔다오면서 그것 뿐이었지? 그럼 정말 얼마 걸리지도 않은 거네?"


"그렇지. 그건 왜?"


대답을 듣자 굳었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휴··· 그럼 다행이야. 그곳과 이곳의 시간은 확실히 달라. 네가 다녀오는데 금방이라 느꼈겠지만, 나는 아이 대륙 전체를 뒤졌어. 거기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고. 어쨌든 시간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시간이 다른 건 몰랐네··· 아, 그래서 여기는 어디야?"


"크라터 놈들이 원래 살던 세계야."


다이앤의 말을 듣는 순간 이전에 이곳을 잠깐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크라터의 둥지에서 베히모스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에도 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아! 기억났어. 여기에 와 본 적이 있구나."


"그래? 그럼 설명이 더 빠르겠네."


이후 그녀의 말에 따르면 신이라는 존재의 공격에 의해 이 세계는 멸망이라는 것에 가까워졌고, 살아남기 위해 우연히 열린 공간을 통해 아이 대륙으로 왔다고 한다.


"그리고 하늘이 붉은 것의 원리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신이라는 녀석이 이곳으로 오기까지 임박할수록 더욱 붉어졌다고 해. 그래서 네가 본 하늘이 붉었다고 했던 건··· 아마 그곳에도 곧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겠지."


"막을 방법은···"


"이 세계에서는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실패였어. 아무리 뛰어난 실력자를 파견해도, 얼마나 많은 수의 병사를 투입해도 매번 전멸이었어.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작은 종이 조각이었다. 그곳에는 깔끔한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어? 이 글씨, 베라트 그 사람이 쓴 글씨랑 비슷한데?"


"비슷한게 아니라 맞아. 여기, 이거를 알아볼 수 있게 적어놓고 간 것 같아."


또다른 종이를 꺼내자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두 개를 비교하자 대충 비슷한 내용을 적은 것 같았지만 한 쪽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러네. 그 로이엔조차 글씨는 나쁘지 않게 쓰는데. 심각하네."


중얼거리며 종이에 적힌 글을 읽어본다.


"마치 크라터 같으면서도 다르네. 혹시··· 크라터를 만들었거나 그것이 진화한 형태는 아닐까?"


"그건 아닐거야. 아무리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고 해도 이 글에 따르면 어느 쪽에서든 인간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모자란 부분은 없는 것 같아. 신체 능력이나 판단 능력, 그리고 마법 같으면서도 조금 다른 것 같은 이것도."


다이앤이 메모의 마지막 부분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들이 알고 있던 크라터 중 가장 강했던 베히모스조차 이 내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였다.


그 외에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법과는 비슷한 것 같은 무언가와 가장 마지막에 쓰여 있는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는 내용이다.


"마법을 사용해서 이렇게 적을 처리할 수 있을까?"


"마법으로는 힘들지도 몰라. 만약 우리가 이렇게 하려면··· 마력이 몸 속에서 반발하도록 하는 편이 가장 빠를까."


"그렇겠지. 하지만 그러려면 상대의 마력과 반응을 유도해야 해. 그리고 외상 없이 체내만 변화를 주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불가능해."


"어쨌든 마법이 아니라 마력 그 자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지. 그러고보니 여기에 적힌 것들 중 '알 수 없는 공격'과 '무언가를 날리는 것' 이렇게 적은 게 아마 마력을 이용한 공격이 아닐까 싶어."


"확실히··· 맞네. 나도 동의해. 그럼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리스의 물음에 그들은 잠시 생각에 빠진다. 메모에는 '자연 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최대한 시간이 있을 때 메모의 필자가 말한 것과 그 이외의 방법을 생각해둬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써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에 다이앤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리스도 생각나는게 없다면 잠시 도시 안을 살펴볼래? 저곳에서 뭔가 얻을 수 있는게 있을지도 몰라."


"그래.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까."


확실히 이대로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다가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만 할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은 함께 도시 내부로 걸어 들어간다.


작가의말

혹시 메모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신다면 3부 4화 마지막 부분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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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8화 23.02.20 30 1 12쪽
151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7화 23.02.17 34 1 12쪽
150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6화 23.02.16 37 1 12쪽
149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5화 23.02.15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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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2화 23.02.10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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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7화 23.01.18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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