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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초레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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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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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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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16화

DUMMY

황당한 말에 리스는 가만히 눈만 깜빡인다.


"무의식이 만들어낸 세계?"


"그래. 넌 지금 의식이 없는 상태야. 갑자기 쓰러져버린 뒤로 깨어나질 못하고 있어. 그래서 널 깨우러 여기에 들어온 거야."


이로써 로이엔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은 전부 했다. 자세한 상황은 일지로 확인을 할 것이고, 그녀가 이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뭐, 그렇다고 쳐. 무의식이라 해도 현실을 반영했을 것 아냐? 그럼 어차피 이곳에서 겪은 것이 내가 진짜 겪은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잖아?"


"그건··· 후, 증명할 방법이 없네. 인정해. 하지만 나도 최선을 다해 진실을 전하려 한다는 것만 알아 둬. 모든 진실을 알렸고, 판단은 네가 하는거야. 어차피 네가 깨어나서도 막을 생각이 없다면 그대로 전부 끝이겠지만."


"그럼 그렇다 치고. 다른 건 더 없어?"


역시나 그의 말을 쉽게 믿어주지는 않는다. 그녀는 이곳이 현실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의심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무슨 말을 해도 그녀는 믿지 않을 것이고 애매한 말만 한다면 오히려 들은 척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 말한 뒤에 리스가 올바른 판단을 해줄 것을 믿기로 했다.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이앤이라고 있지?"


"···그래."


"그 녀석··· 내가 온 곳에는, 그러니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아. 네가 이곳에서 만들어낸 존재지. 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존재라더군."


"···."


역시나 믿지 않는 눈치였다. 더이상 말을 한다면 오히려 그녀의 생각을 방해할 것이라 판단하고는 대화를 마무리한다.


"나는 다이앤이라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어. 못 믿겠으면 앞으로 지내면서 확인해 봐. 그리고 다이앤에게도 이 사실들을 모두 알려주고 함께 고민하도록 해.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아직 리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를 바라만 본다. 그녀의 표정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럼, 가볼게. 나중에 결정하면 다시 찾아와. 물론 다른 곳에 있겠지만."


"잠시."


몸을 돌려 다시 들어가려던 그를 붙잡았다.


"사실이라면 너희가 현실 세계로 돌아가 봐. 이곳에서 사라진다면 너의 말은 진실이겠지. 그걸 확인한다면 믿어줄게. 어때, 할 수 있겠어?"


"선택권은 없네. 물론 진짜 말 그대로 선택권이 없어서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 역할이지만. 이번만큼은 말씀드리도록 할게. 내일, 다시 올 수 있겠어?"


"노력해볼게. 거의 대부분 다이앤과 함께 지내기 때문에 이렇게 나올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그래.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리스와의 대화에서 의외로 큰 기회를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성가시게 굴고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어렵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될 수 있다. 그녀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


문을 닫고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 눈을 감는다. 짧은 순간에 전혀 믿기지가 않는 말들만 들었다. 전혀 믿을 수도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였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다이앤이··· 그럴 리가 없어. 항상 내 곁에 있어준 다이앤인데···."


함께한 시간은 너무나 생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존재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해내고 싶었다.


긴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돌아가자. 최대한 빨리 확인하는게 마음이 편할테니."


그녀가 떠나자 노을이 지던 골목길에는 길어진 그림자 하나가 사라졌다.


···


숲으로 들어서며 혹시라도 다이앤이 먼저 왔을까 주변을 살핀다. 다행히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 들은 것을 정리하자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눈앞의 것들이 현실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마음 속에서 밀려오는 불안함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조금 뒤, 다이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 살짝 웃어본다.


'어색하진 않으려나···'


"리스, 잘 있었어? 내가 좀 늦었지?"


"아냐. 기다리다보니 시간도 금방 가던걸."


"그럼 다행이네."


반응을 보니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한시름 놓고 그녀와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괜찮은 곳은 좀 찾았어?"


"응. 우선 대륙 전체를 보려면 여러 거점을 잡고 이동해야 해. 그러니 주 거점으로 실론트, 레무리아, 크로이드 이렇게 세 곳을 골랐어. 물론 도시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말이야."


"레무리아는 조금 위험하지 않아?"


조금 전 로이엔에게 들은 소식에 반사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말을 내뱉은 뒤에야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레무리아가? 왜?"


"아, 그게···"


어색하게 대응하다간 그녀에게 걸리고 말 것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둘러대려 이것저것 떠올려본다.


"그··· 전에 레무리아에서 크라터랑 그런 것들이 막 온 적도 있고, 또··· 그 때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으면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 수도 있고···"


어설픈 이유를 설명하면서 완전히 잘못된 대답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말 끝을 흐리며 다이앤의 눈치를 보다 고개를 푹 숙인다.


이제는 더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던 순간, 다이앤이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준다. 이어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이곳에서 나간다고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리스만큼은 꼭 지켜줄테니까."


다이앤의 따뜻한 말에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래, 다이앤은 항상 내 편이 되어줬지. 그런데 난 이렇게 의심만 하고···'


"리스? 괜찮은 것 맞지? 조금 상태가 좋지 않아보여."


"아니야. 네 말대로 바깥에 나간다니 나도 모르게 긴장했나봐. 그 때 이후로는 처음이니까."


그녀가 이렇게나 따뜻하게 대해주기 때문에 로이엔을 만난 사실을 더욱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위해 멀리까지 다녀오며 고생한 그녀를 실망시키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로이엔은 다이앤에게 말을 한 뒤 함께 고민하라고 했지만 그러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저 그녀에게 최선을 다해 상냥하게 대하다가 때가 되면 진실을 확인하면 되는 일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딱 그것 뿐이었다.


"웬일이래? 그 리스가 긴장을 다 하고, 후훗. 일단 오늘은 쉬자. 아직 시간은 좀 남았지만 내일부터 시작할테니까.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하고 올게. 먼저 자고 있어."


"응. 대신 너무 늦지는 마? 자면서도 기다릴거야."


"물론이지. 금방 돌아올게."


그녀를 향해 미소짓는 다이앤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이내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다시 리스 혼자 남았다.


"하··· 진짜, 뭐야···."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어설프고 불안정했다. 그럼에도 자신을 믿어주는 다이앤에게서 그녀가 들은 모든 것을 숨겼다. 이제 리스는 자신조차 믿지 못할 것만 같았다.


···


리스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나온 다이앤은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한숨을 내쉰다.


"하아··· 결국 만났어. 게다가 로이엔 그 자식, 리스에게 무슨 그런 말을···. 내가 가짜라고? 이곳이 리스의 상상 속이라고?"


그녀에게 있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기에는 너무나 생생했고 여전히 온 몸으로 모든 것이 느껴진다.


"괜히 자신 없으니까 뻔뻔하게 그런 헛소리나 내뱉는거지."


다이앤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거짓말임이 확실했다. 그녀가 겪은 일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근데, 리스는 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믿는 것 같지···?"


정말로 이상했다. 리스 또한 다이앤과 같은 경험을 했다. 실론트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부터 언제나 함께였다. 그렇다면 분명 그의 말보다 자신을 먼저 믿어야 했다.


아니, 그래선 안 되잖아.


어느 순간부터인가 본능적으로 그녀의 머릿속에는 리스가 그들과 만나는 것을 막어야 한다는 것만이 떠올랐다. 그 생각이 든 이후로는 다른 생각이나 망설임은 전혀 없이 그것만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로이엔은 리스와 헤어진 뒤 서둘러 카리스를 깨워 소식을 전했다. 처음 리스를 만났다는 말을 했을 때에는 왜 자신을 깨우지 않았냐며 화를 냈지만 그 뒤의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나눈다.


"크흠, 일단 그 때는 내가 많이 피곤해서 그랬나보군. 그보다 정말 리스와 그런 약속을 했나?"


"예. 확실히 했습니다. 확인도 해뒀으니 리스가 다이앤이라는 자에게 하루종일 붙들려 있는게 아니라면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쪽이 어떤 상황인지 알 방법은 없으니 무작정 기다리는 수 밖에 없긴 합니다."


"괜찮다. 그 정도라면 정말 생각외로 좋은 결과구나. 리스가 그렇게까지 말을 모두 들어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아니, 그보다 베라트님께 알려드리는 것이 우선이지."


카리스가 허둥대며 베라트에게 보낼 통신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로 베라트가 다가왔지만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후··· 준비는 다 끝났고."


"저, 카리스님?"


"잠깐! 조금만 기다렸다 말해라."


그 사실을 알려주려는 로이엔의 말을 끊으며 서둘러 통신 마법을 시전했다.


"베라트님, 지금 잠깐 시간 되십니까?"


"···그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마법으로 들리는 것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곳으로 와주시겠습니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는···"


"뒤다."


"···예?"


멍하니 눈만 깜빡이는 카리스를 향해 로이엔이 소리쳤다.


"제발 뒤를 좀 보십시오, 카리스님!"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정말로 베라트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숨을 한 번 들이킨 카리스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베··· 베라트님? 이곳은 어떻게···"


"지켜보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로이엔."


"예, 베라트님."


할 말이 있는 듯 로이엔을 부르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이번 일은 네가 잘 해냈더구나. 잘 했다."


"감사합니다. 카리스님의 일을 돕다보니 우연히 잘 맞아떨어진 겁니다."


좀처럼 듣기 힘든 베라트의 칭찬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가 할 말은 끝나지 않은 듯했다.


"그래,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역시 무모한 행동이었다. 조금 더 오래 걸리더라도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전제였다. 아무리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할지라도 만약 수가 틀려 너마저 잃었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겠나?"


"거기까지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저는 저보다 리스가 우선이라 생각하고 했던지라···"


지금 베라트에게 남은 사람은 의식을 잃은 리스를 제외한다면 로이엔과 카리스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쨌든 기다리도록 하지. 그 전에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리스가 저희를 찾기 힘들어지지 않겠습니까?"


로이엔의 질문에 카리스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겠지. 하지만 원치않는 손님이 오고 있구나. 서두르지."


"알겠습니다. 가고 나서는 그 손님이 누구인지 좀 알려주십시오. 알아야 혹시 만나면 대응이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주변에 풀어헤친 몇몇 메모와 짐들을 정리하여 메며 말한다. 이에 베라트는 짧게 대답한다.


"다이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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