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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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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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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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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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개월째

DUMMY

한편, 공충도 마량진에서는...

상하수도 공사가 얼추 마무리되고 각종 해양 생물을 양식하기 위한 작업이나 소규모 유리 공장 건설도 한창 이루어지고 있을 무렵, 배를 타고 떠났던 박규수가 한양으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아왔다.


갈 때는 가노 셋과 함께 배 한척으로 갔었는데 올 때 보니 마량진에 대어 두었던 경운선이란 경운선은 싹 다 끌고, 그 위에 사람도 짐도 가득히 싣고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머리에는 붕대를 둘둘 두르고, 잔뜩 긴장한 상태로 온 것이었다. 그는 무엇에 쫒기는 듯, 매우 불안한 모습이었고, 같이 온 사람들도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우 지치고 불안한 모습이었다. 같이 온 사람들은 성별도, 나이도, 복장도 모두 달랐으며, 인원은 대략 스무명 안팎이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은 오직 혼자서만 담담한 태도를 보이는 노인이었다. 갓을 쓰고 하얀 두루마기 차람의 그 노인은, 특이하게 오른쪽 눈썹에 두 줄 스크래치가 있어 눈썹이 셋으로 보였고,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희고 단아하게 잘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눈빛이 매우 맑고 깊었다. 허리는 꼿꼿했고,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한 그 노인을, 부상을 입은 몸으로도 극진히 모시며 올라온 박규수는 갑판에 오르고 나서야 맥이 탁 풀린 듯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양에서 큰 일이 났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무사하시니 다행이군요. 승선을 환영합니다.”


내가 이야기를 하며 손을 내밀자, 이제는 익숙한 듯 악수를 받으며 박규수가 이야기했다.


“일신일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은 여기에 쓰는 말인가봅니다. 또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군요. 한양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사람도 집도 더 늘었고 마을 안쪽으로는 깨끗한 물과 더러운 물이 구분 되서 흐르는 물길도 만들어졌더군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한 박규수가 뒤에 서있는 노인과 잠깐 눈을 마주치고 공손히 인사를 올린 후 서로에게 소개를 해 주었다.


“이 쪽이 전에 이야기했던 사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분께서는... 제가 스승님으로 뫼시고 있는 분입니다.”


노인이 입을 열었다.


“조선을 들썩이게 만든 분을 뵙게 되어 영광이외다. 다산이라고 불러주시오.”

“어서 오십시오. 지금 이 곳은 사람이 모자랍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시지요.”

“비록 늙고 쓸모가 없는 몸이나, 내 늙어서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는 열심히 돕겠소이다.”


한양과 압록강 이북에서 난리가 나는 동안, 공충도 마량진 일대에는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었다. 겨울에는 얼어죽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 꾸역꾸역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식량을 증산하고 주거를 개선하였으며, 그것이 다시 소문이 나서 조선 팔도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작고 조용하던 어촌 마을은 반년이 좀 지난 지금, 한양의 마포나루나 종로와 비견될 만큼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으로 변해있었다.


희망적인 것은, 박규수가 뿌린 책자들과 이곳에서 퍼진 소문들 덕분인지, 실학자를 위주로 꽤나 많은 지식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이 무리에 합류한 선비들은 정약용, 박규수 등과 같이 각각 유배로 지방에서 오래 굴러 보거나 효명세자와 더불어 삼정의 문란을 혁파할 방법을 찾아보던 사람들이었던 터라 백성들의 실상을 꽤나 잘 아는 인물들이었고, 힘은 없었을망정 실력들은 있던 사람이었던지라 빠른 시간 내에 어려운 시기 백성들에게 필요한 대책들을 내놓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공충 감사 홍희근도 대사간, 호조참판, 청나라 파견 등등으로 꽤나 깨인 사고를 가진 거물이었던 터라 이들의 뒤를 봐 주거나 최소한 눈감아주는 쪽이어서 공충도 마량진 일대를 중심으로 한 생활 개선과 농업, 교육, 주거 환경 개선은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었다. 또한 홍희근은 조정 내부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연락을 종종 따로 주기도 했다. 그가 준 최신 정보에 의하면, 한양에서 일어났던 난리에 의해 청국 사신이 머무는 건물이 불타고 사신이 부상당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일이 어찌 될지 한창 논의중이라고 한다. 박규수를 통해 한양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다산 선생으로부터 그동안 조선에 있었던 큼지막한 일들이나 주변 국가의 정세를 들은 이후, 나는 조정에서 좋은 답변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최악의 경우, 무력 충돌까지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면서 대비하기로 했다.


경운선을 통한 어획량 및 해상 수송력 증가, 그리고 녹말, 효모추출물, 밀웜의 공급은 일단 사람들의 먹는 양을 충족시키는데는 성공했다. 맛이야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까마득했지만, 적어도 굶는 날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럭저럭 만족하는 눈치였다. 물론 사람은 실험쥐와는 다르니, 최소한의 영양성분과 칼로리만 충족된다고 언제까지고 만족할 리는 없으리라. 조만간 먹는 것의 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조선 중앙군과 국지전이라도 벌어지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먹는 것의 맛에 대한 문제는 기필코 개선해야 할 문제였다. 극한 상황에서 단 것과 맛있는 것의 효용이라는 것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실험적으로나마 녹말을 재료로 하는 단 것과 맛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보존이 가능한 식품의 개발에 착수했다. 맛없고 보존기간 긴 식품이야... 멸균한 효모추출물과 녹말, 혹은 멸균 건조 밀웜이 생산중이었으니 따로 개발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 외의 먹거리는 아마 사정이 나아지고 얻을 수 있는 식재료가 다양해지면 알아서 생겨날테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당장 초창기 여기 왔을때만 하더라도 여기서 삯으로 받아간 것을 가지고 사람들은 어떻게든 먹을 만 하게 만들어보기 위해 녹말로 면을 뽑기도 하고, 효모추출물에 나물과 시래기같은 것을 넣어 국과 스프 그 중간쯤에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고깃국 대용으로 먹기도 하였었다. 아마 해산물 채취와 양식이 본 궤도에 오르고, 상업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분명 지금보다 개선된 식생활이 가능하리라.


사영 본인이야 전기와 배양액으로 움직이는 신세라 맛은 못 볼 테지만...


맛도 괜찮고 보존기간도 긴 식량의 생산에도 정약용이 도움을 줬다.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천재라더니, 각종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으신지 장류와 식물성 식재료의 재배부터 요리법까지 아는 바가 많았던 것이었다.


먹을 것 뿐 아니라 차에 대해서는 조선 팔도에 견줄 자가 다섯이 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박규수가 넌지시 해 주기도 하였으니,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다양한 차도 상품화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내가 겪은 유배 생활만 해도 18년에 낙향해서 글을 짓고 농사짓고 한 것이 또 16년이오. 공충 해미, 경상 장기, 전라 강진을 다니면서 직접 밥을 지어 먹고는 했으니 늘지 않으면 이상한 일 아니겠소. 덕분에 어지간한 조선의 먹을 것에 대해서는 조리 방법이나 보존법을 알게 되었으니, 이 또한 새옹지마인가 보오.”


유배지의 삶이 순탄하였을 리 없었으나, 그 척박했던 당시 기억이 지금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재료가 부족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없는 재료로 맛있는 것과 오래 가는 것을 만들어보려던 경험은 고스란히 정약용의 기억과 서적에 남아있었다. 특이하게도 역시 유명한 실학자였던 박제가로부터 개고기 레시피도 받은 바 있었다는데, 이 동네에는 개가 씨가 마른지 좀 되어서 그것을 재현해보지는 못해 아쉬워했다. 또한, 둘째 형인 정약전과 주고받았던 편지에 상당한 양의 해양생물도감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중 해산물의 생태와 잡는 법, 조리법에 대한 내용도 있어 이 또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장으로 만들었고, 가벼운 독성이 있거나 향 때문에 먹기 힘든 것도 장이나 장아찌로 담그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녹말을 산분해/발효하여 엿당을 만들고, 그것으로 당절임을 만들 수 있게 되자, 그것만으로도 나름 보존할 수 있는 과일과 식용 식물 가짓수가 늘었다. 사람은 못 먹지만 소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소에게 먹이고, 사람도 소도 못 먹지만 영양소가 있는 물질이라면 밀웜을 키우는 데 쓰였고, 밀웜조차 먹지 못하지만 역시 가용한 에너지가 남아 있는 유기물들은 세균이나 효모를 증식시키는 데 쓰였기 때문에 당장 잡아먹지 못하는 소를 제외하면 일단 섭취할 수 있는 것들의 양과 가짓수는 꽤 늘게 되었다. 가용한 식량 자원이 늘어났으니 일단 증가하는 인구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으리라.


사람에게 필요한 것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면 옷, 밥, 집일 것이다. 이곳 마량진과 그 일대에는 반년 새 새로운 문물들이 많이 나타났고, 집도 이전과는 다른 것들이 많이 생겼다. 몰려드는 사람 숫자가 많아진 탓에 집 문제는 심각했었다. 근처에 모여든 사람이 수천여 명 가까이 늘어난데다, 여름에는 폭염과 장마, 겨울에 매서운 바닷바람과 폭설을 막기에는 거적데기에 통나무로 대충 엮은 거처에서는 사는 것이 무리였다. 그렇다고 나무와 황토를 이용하여 초가집이라도 짓기에는 시간과 노동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상황이라 천단위로 인구가 늘어나는 지금 상황에서는 만들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볏짚이나 보릿짚, 갈대, 그 외에 길다란 풀이라면 뭐든지 써서 압축해 두툼한 판으로 만든 다음, 그것으로 벽을 올린 스트로베일 하우스였다. 인력으로라면 벽체를 버틸 정도로 짚을 압축하는 것이 불가능했겠지만, 10마력정도의 경운기 엔진 두 대를 돌려 압축한 짚은 30cm정도 두께에 1m폭 기준으로 400kg이 넘는 무게를 지탱할 수 있었다. 이를 배로 가져가 원자로 근처 감마선 멸균실에 한번 돌리면 쉬이 썩지도 않고, 가벼워서 다루기에도 좋으면서 단열성과 흡습성, 흡음성 모두 훌륭한 건축 자재가 되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초가삼간 기준으로 4평짜리 방 두 개와 주방 1개를 가진 집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나무기둥 여섯 개와 주춧돌 여섯 개를 세우고, 사이사이에 압축 짚으로 만든 벽체를 올린 후 양쪽으로 황토를 바르는 것만으로 충분히 집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숙련된 사람 한두명이 도와준다는 가정 하에 집을 지어야 할 가족들이 스스로 보름정도면 집 한 채를 뚝딱 세울 수 있었다. 난방도 기존 집처럼 바닥 전체를 구들로 바로 놓는 대신 바닥에도 경사를 두고 스트로베일을 깔고 그 위에 황토나 개흙을 올린 후, 얇게 구운 판석을 깔고 연기 통로를 만들었다. 연료를 태우면, 가열된 공기와 연기가 아궁이에서 경사진 연기 통로를 따라 올라가며 바닥을 데우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었다. 굴뚝으로 빠져나가기 전 지그재그로 휘어있는 열기배출지연부를 만나고, 굴뚝으로 나가기 전 밸브가 있어 불이 꺼진 다음에는 밸브와 아궁이를 막아 외부에서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여 최대한 열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막게 만들었다.


아궁이도 기존과는 구조를 다르게 만들어 열효율을 높이고, 최대한 땔감에 포함된 에너지를 끄집어내도록 개량했다. 기존의 아궁이가 수평 연소실로 되어있고, 옆에서 나무를 넣고 태우는 방식이었다면, 개량형 아궁이는 수직으로 깊숙한 형태에 2중벽 구조로 되어있고 연료를 넣는 입구 크기가 기존 아궁이보다 매우 작았다. 깊숙한 연소실 바닥에 장작이나 기타 주연료를 세워서 쌓고, 태우기 쉬운 잔가지나 솔방울, 혹은 기름을 이용해 불을 댕기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뜨거운 공기가 주연료를 열분해시켜 가스를 내고, 이것은 다시 아래쪽으로 당겨지는 데워진 공기에 섞이며 연소되는 구조였다. 찬 공기는 계속 바닥쪽으로 유입되고, 나무는 열분해와 연소를 거치며 충분한 양의 산소와 함께 거의 완전연소에 가까운 형태로 열을 내고 사라지는 구조였다. 불을 피우고 아궁이 위쪽 가마솥을 빼고 본다면, 로켓 불꽃처럼 솟구치는 불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매연도 없어지고, 남는 재도 거의 없어져 청소도 쉬웠으며, 결정적으로 훨씬 적은 연료를 태우더라도 기존과 비슷한 난방과 취사가 가능한 것을 보고, 기존에 있던 다른 집들도 따라서 아궁이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먹을 것과 살 곳이 어느정도 해결되어 가는 듯 하니, 이제 다음 차례는 노동력 낭비를 줄이고 생활을 편리하게 하여 사람들에게 여유 시간을 주고, 본격적으로 교육에 힘써 고급 인력을 키울 차례였다.


“경운기가 있으니 이에 연결할 수 있는 파종기, 수확기, 탈곡기 같은 농기계에다... 세탁기하고 냉장고도 만들어볼까...”


그것을 위해 사영은 정약용과 박규수, 홍희근 등등 근처에 있는 사람과 현재 알고 있는 고급 인력들에게 계획을 간단히 설명하고 서신을 쓰거나 그 원리부터 교육을 하고, 실제로 그것을 쓸 농민들과 아낙들에게도 정보를 주고 받으며 설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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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년 2개월째 -청국의 사정- +3 22.06.08 1,496 4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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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9개월째 +3 22.05.31 1,663 54 14쪽
12 8개월째 +7 22.05.30 1,697 52 16쪽
11 일곱달째 +5 22.05.27 1,785 5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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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넉달 후 +5 22.05.23 2,089 57 16쪽
6 백일 무렵 +10 22.05.20 2,242 65 19쪽
5 석달이 흐르고 +4 22.05.18 2,321 76 14쪽
4 일주일째 즈음. +5 22.05.16 2,649 7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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