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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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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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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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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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1개월차 -2-

DUMMY

청국에서 탈출한 영국 선단은 크게 둘로 나뉘어 한쪽은 인도를 향했고, 다른 한쪽은 마카오를 거쳐 공충도로 왔다. 인도를 향한 선단은 대부분 그 자리에서 부서진 배를 수리하고, 부상자를 치료하거나 인원을 보충하거나 무장을 증설하거나 하면서 추후 전투를 대비했고, 일부는 영국 본토에 청국의 공격 사실을 알리러 떠났다.


공충도로 온 자들은 청국의 이런 움직임을 사영에게 알렸다.


그들이 전해준 바로는, 청국 황제가 수만명의 청국군과 청국 민간인들, 그리고 마약에 중독된 자들을 통해 청국 내 영국 주둔지를 초토화시켰으며, 해상에도 신무기를 포함한 대선단을 매복시켜 자신들의 섬멸을 노렸다고 했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청국의 도발로 영국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며, 사실상 청국과 전면전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했다.


“본국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순간 의회에서 전쟁을 승인하고 관련 예산을 집행할 것입니다.”

“뭐...그야 당연하겠지요.”

“문제는, 그 소식이 전해지는데 까지 앞으로 한두달은 걸릴 것이고, 의회에서 즉시 예산을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다시 선원을 모으고 배를 끌고 오는데 다시 서너달은 걸릴 것이라는거죠.”

“빨라도 반년...늦으면 그 이상 걸리겠군요.”

“청국도 아주 작정을 하고 공격을 해온 이상, 아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방어 준비도 완벽하게 해 둘 것입니다.”

“그야 그렇겠지요.”

“이 쪽으로 오던 청국 해군을 전멸시켜 일단 시간은 좀 벌었습니다만, 빠르건 늦건 청국쪽에서도 이 쪽으로 우리 영국 해군 상당수가 온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청국이 이쪽을 먼저 치려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긴. 아까 주신 문서만 보더라도 청국 황제가 저한테 얼른 손을 잡을 것을 재촉하는 문서였으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군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사영은 청국 황제가 영국을 주 목표로 삼은 입장에서, 이쪽까지 적으로 완전히 돌릴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곧 사영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지게 되었다.


“청국 육군이 국경을 넘어 파죽지세로 남하하고 있으며, 평양성을 포위했다고 합니다!”

“아니, 청국군이 국경 근처에서 무력시위를 한 것이 언제부터였는데 이리 허망하게 뚫렸다는 것인가?”


사영이야 사정을 잘 모르고 있었으나, 홍희근과 정약용, 박규수는 조선 상황에 대해서 상당히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의문은 당연했다.


인조때 청국군이 국경을 넘어 한양까지 도달한 것이 딱 5일만이었다. 미처 왕이 발을 뺄 틈도 없어, 가족들과 일부 신하들만 방비가 쉬운 강화도로 도망갈 수 있었고, 왕은 남한산성으로 급히 피신했다가 결국 청국군에게 포위당해 청국 황제 앞에서 3번 무릎 꿇고 9번 머리를 조아리는(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치욕적인 예를 올려가며 항복했던 기록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서북지방에 방어를 다시 철저히 하다 지난 홍경래의 난 때 어느정도 방비가 어그러지긴 했으나, 이렇게 쉽게 뚫릴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목표가 어디겠습니까?”

“저 강대한 영국을 먼저 치고 나서, 다시 조선을 쳤으니 양면 전쟁을 벌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영국의 반격이 있기 전 조선을 치고, 이 곳까지 먹어치우려 하는 것 아니겠소?”

“가능성이 높겠군요.”

“조정은 그래서 어찌 하고 있다고 하더이까? 평양이 떨어지면 한양도 풍전등화일터, 군사를 모아 평양을 구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더이까?”

“그것이...어가를 남한산성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무어라?”


사영과 엘리엇이야 그 말을 듣고도 별 생각이 없었으나, 조선 측 인물들은 다시 병자년의 그 치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조선은 사실상 국운이 다 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그리 참담한...”

“으음...”

“조선이...망한다?”


사영과 엘리엇에게도 간단히 과거 병자년의 일을 전하자, 그 둘도 심각해졌다.

엘리엇은 배에 식량과 연료만 보급한 후 이 곳을 버리고 도망칠지 잠깐 고민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이 곳에 있는 사람, 기술, 배, 의약품 중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일단 우리도 배, 인력, 금 등등 최대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문제가 심각하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쪽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여러 가지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전쟁이 났다는 소식에 피난민들과 유민들이 다시 밀려들기 시작했고, 영국 선원들과 수병들 또한 본국의 구원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 곳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영과 정약용, 박규수 등등이 고안해서 만들어 둔 참호와 경운기를 보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은 듯 했다. 좁고 냄새나는 선박에서의 삶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을 참호에 연결해서 만든 것이었다.


참호 중간 중간에 참호와 연결된 굴이나 구덩이를 파고, 천정과 입구를 보강하고, 입구를 돛에 쓰는 두꺼운 천이나 마을 사람에게서 구한 가마니로 2~3겹정도로 막아 10명정도가 동시에 잘 수 있는 공간을 수백여 곳에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파낸 흙은 다시 잘 개어 벽돌로 굽거나 나무로 된 뼈대 표면에 발라 2층, 혹은 3층 정도 되는 영국식 가옥을 만들기도 하였다.


영국 본국이나 인도에서 구원선이 올 때까지만 사용하면 되는 것이라 급조 숙소를 만든 것이었다. 구원선이 올 때까지 기간이 짧다면 배 안에서 지내거나 텐트를 치거나 했겠지만, 청국 바다의 안전이 확보된 다음에야 자신들을 구원하러 올 수 있을 것이니 배 안에서 마냥 지낼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영국 수병과 해병은 작업 중간중간 잡담을 하며 일했다.


”야 저 경운기라는 것 아니었으면 머나먼 이곳까지 와서도 도끼질하고 삽질할 뻔 했네.“

”우리도 저런 것 좀 사다가 쓰자고 이야기해볼까?“

”저것보다 우리들 몸값이 훨씬 싸지 않을까?“

”...씨발.“

”그런데 진짜 얼마나 할까?“

”보급관님?“


지나가던 영국군 보급관이 그 물건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 결론을 내렸다.


”저거 얼마인지 내가 한번 가서 물어보고 올게. 작업중 군기 유지 잘 하고, 끝나면 알지? 내가 할 것만 잘 해두면 터치 안하는 성격인거. 물어보고 적당한 가격이면 한번 건의 올려보겠다.“


경운기와 영국군, 그리고 영국 수병들이 합세하여 만든 참호와 토굴같이 생긴 임시 숙소, 그리고 영국식 가옥으로 인해 일단 몰려 든 사람들은 어떻게든 수용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저거 증기기관차잖아?“

”저게 왜 조선에...?“

”생긴 것은 완전 다른데...“

”크기는 줫나게 크네. 이전에 저런 것을 본 적이 있나?“

”큰 덩치! 큰 기관! 출력도 좆나 크겠지!“


영국에서도 나온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최신 문물인 증기기관차가 조선에서 달리는 모습도 이들에게는 충격이었다. 게다가 생긴 것이 상당히 다르고 크기도 큰 것이, 특히 상인들과 장교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저게 성능이 좋다면 아시아쪽 우리 식민지에는 철도에 저걸 굴려도 괜찮겠군요. 증기기관차라는에 워낙 무거워 본토에서부터 싣고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

”어떻게 만든거고, 스펙은 어떻게 될까요?“

”내가 가서 한번 물어보겠소.“

”누구한테 말입니까?“

”그 사영인가 뭔가 하는 신기한 자가 알지 않겠소?“

”그럼 내가 이따 가서 한번 물어보고 오겠소.“


한편, 조를 짜서 순찰을 돌고 있던 영국 해병대원들은 또 다른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저건 또 뭐야? 총이 엄청 짧은데?“

”라이플인가?“

”부싯돌(flint)이 없잖어.“

”라이플보다도 짧은데?“


저쪽 해안에 마련된 사격연습장에서 조선인과 왜인들이 들고 있던 총을 본 수병들이 신기해하며 서로 이야기했다. 당시 영국 육군이 통상적으로 쓰던 브라운 베스 머스킷은 길이가 거의 1.7미터에 육박하고 총검까지 박으면 2미터가 넘는, 거의 창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수병들은 그보다 훨씬 짧은 총기들을 쓰기는 했지만, 저런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총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총구 아래쪽 꼬질대도 없었고, 방아쇠 위쪽에 있어야 할 화약 접시나 부싯돌도 없었다. 게다가, 총구도 두 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번에 두 발씩 장전해서 하나씩 쏘는건가?“

”무거우니까 총이 짧은가?“

”그럼 탄이 똑바로 나가기는 할까?“

”라이플 아닐까?“

”하긴, 라이플이면 장전도 오래 걸리니까 저렇게 총열을 두 개를 달아 놓은 것이면.. 그런데 라이플은 정밀 사격용으로나 쓰는거잖아? 저렇게 총열이 두 개면 총알이 똑바로 날아갈까?“

”너 어찌 그리 잘 아니?“

”내가 95 라이플연대 출신 아니냐.“


”이새끼들이 하라는 순찰은 안하고 노가리질이야. 빨리빨리 안 움직여?“

”아, 행정관님, 저기 저 조선인들 총 좀 보십쇼.“

”엉?“


행정관이라고 불린 장교는 수병들이 가르키는 쪽을 보았다. 확실히 신기하게 생긴 총이었다. 그는 그 총을 스윽 보더니 말했다.


”허.. 길이도 짧고 휴대하기도 편하게 생긴게 확실히 배 안에서 쓰기엔 딱이겠구만. 누구 조선말 할 줄 아는 놈 없나?“


수병들이 모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자, 행정관은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는 말했다.


”그럼 그 뭐시냐.. 신기하게 생긴 놈한테 가서 물어보고 와야지. 걔는 우리말 좀 하더라.“

”누구 말입니까?“

”왜 그 사영이라는 놈 있잖냐. 내 시간날 때 한번 가서 물어보마.“


그리고 다음 순간, 무엇인가를 본 행정관은 다시 말을 바꾸었다.


”아니다, 지금 당장 가서 물어본다.“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총을 반으로 꺾어 탄으로 보이는 무엇인가를 재고 사격하고, 다시 총을 꺾어 재장전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수병 보급관, 해병대 행정관, 상인 대표들이 해가 질 무렵, 경운선을 타고 큰 배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들은 큰 배로 이동하던 도중, 한창 작업중인 넓은 판에서 보이는 불꽃을 발견했다.


”철판을 자르는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저 불꽃 번쩍번쩍 튀는 것 보십시오. 목재라면 바로 불이 붙었겠지요.“


그리고 그들은 다음 순간, 무엇인가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그 두터운 철판이 불꽃이 꺼지고 얼마 되지 않아 뚝 잘려 크레인에 달려 옮겨지는 것이 아닌가.


”어...“

”저 철판 두께가 상당하지 않던가요?“

”얇은 곳도 1인치는 넘어 보이던데...“

”가까이 가서 봅시다.“


그곳에서 그들이 본 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갑옷 같은 작업복을 입고, 작업 투구를 쓴 조선인 두명이 한 손에 조금 굵은 선이 달려있는 채 한 뼘이 되지도 않는 무엇인가를 들고, 2인치는 넘어보이는 철판을 잘라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불꽃이 좀 튀기는 했으나 굉음도, 강렬한 빛도 없이, 칼로 돛을 잘라내는것보다도 힘들이지 않고 철판을 자르는 그 모습을 본 그들은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무엇이라고 하는 물건이오?“


그 조선인들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눈치였으나, 영국인들이 무엇을 가르키는 것인지는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이거유? 프라즈마 카터라고 하대유?“


그들은 사영에게 묻고 싶은 것이 엄청 많아졌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배를 돌려 큰 배로 승선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너도 궁금한 것이 있어서 왔냐?“

”너두?“

”어 나두.“


그 앞에는, 스무 명은 넘을 법한 사람들이 똥 마려운 듯한 표정을 하고 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다음 업로드는 월요일을 건너뛰고 8월 2일에 할 예정입니다.

월요일 건너뛰고 업로드하게되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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