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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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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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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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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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7개월 2주차 -2-

DUMMY

한편, 황제가 제방이 터졌다는 보고를 받아들고 쒸익쒸익 하며 줄담배를 태우고 있을 때 즈음, 청 내륙 수운을 봉쇄하려다 매복과 자폭선의 공격에 얻어맞고 급히 후퇴한 영국군 청국 원정단은 조선 공충도에 있었다.


영국제 네메시스호의 손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던 때문에 영국 본토까지 견인은 도저히 무리였고, 인도까지 끌고 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선수가 박살났고, 장갑을 접합하던 리벳도 심각하게 부서졌거나 곧 깨질 예정인 것이 많았으며, 침수된 부분도 상당하여 보일러 2개중 1개는 사용 불가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때, 조선제 네메시스를 몰고 있던 웨스커가 조선에서 수리하는 것은 어떤지 건의를 해 온 것이었다.


“이 배는 영국 해군과 영국 조선업의 최신예 기술이 몽땅 들어간 것이네. 조선에 기술 유출이 일어나는 일이 있지 않겠나?”


“네?”

“뭐?”


조지 엘리엇의 이야기에 찰스 엘리엇과 허버트 웨스커가 동시에 황당해했다.


“기술력?”

“형이 아직 그걸 직접 못 봐서 그래.”

“아니, 보지는 못했어도 보고서와 네 이야기로 충분히 들은 바가 있지. 그 정도 기술력이라면 이 배를 수리하면서 충분히 여기에 쓴 기술들을 흡수해서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쪽이 기술력으로만 보면 우리보다 훨씬 수준이 높을걸?”

“모든 분야의 기술 수준이 이 쪽보다 낫다는 보장은 없지. ’그 배‘한척을 제외하면 뗏목이나 정크선 수준의 배만 다닌다면서.”

“보트정도 사이즈 배가 많기는 했지.”

“그러니 아마 대형 목선이나 선박을 직접 건조해 본 적은 없을지도 몰라. 그런데 이 배를 수리하면서 그 기술도 뽑아먹게 되거나 하면, 괴물을 바다에 풀어놓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 이야기를 듣고 찰스 엘리엇은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그래. 대형 목선 건조기술이 넘어간다라... 일리가 있군.”

“그렇지.”

“그런데 대형 철선을 만들 수 있는 입장에서 대형 목선 기술이 가치가 있긴 할까?”

“이 정도 큰 배면 가치가 있겠지. 보니까 안쪽은 목조 선박이고 겉에만 장갑판을 댄 구조던데?”

“네가 그건 그걸 못 봐서 하는 소리야.”

“도대체 무엇을 봤길래 그러는거야. 설마 보고서가 블러핑 하나도 없는 진짜라는거야?”

“그렇다니까.”

“일단 수리가 시급하지 않겠습니까? 그나마 가장 가깝고 프렌들리한 항구가 그쪽이니 일단 그쪽으로 가시죠.”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 같아 웨스커가 두 형제의 이야기 도중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찰스 엘리엇의 말대로, 조지 엘리엇 또한 “그 배”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이곳이 사실 조선 조정의 행정력이 미치는 곳이 아닐 뿐더러, 이 배에 협조하는 자들 또한 반역자들로 규정되어 조선 조정의 토벌을 받은 바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조선인들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그 배”와 “그것”에 협조하고 있다는 점도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저로군요.‘

”그렇습니다. 사영이라고 했습니까? 이야기로 듣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또 다르군요.“

”어떤 점이 말입니까?“

”생각보다는 보통 인간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이군요. 듣자하니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이 거의 없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허...거 참... 신이여 여왕폐하를 지키소서..“

’“Oh my god”을 나름 영국식으로 말하면 저런 게 나오는건가?‘

사영이 잠시 뻘생각을 하게 만든 조지 엘리엇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기억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이 큰 배를 혼자서 조종하고, 수만 명을 먹여 살리고, 제철소를 세우고 엔진을 만들고 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제 자신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으로만 남아 있으나, 몇 가지 기초적인 기술에 대한 기억이나 선박 내 사용 가능한 자원, 재료, 도구 등등에 대한 기억은 꽤 남아있더군요. 이 배를 복구하고 기억을 되살리고 하려면 꽤 많은 자원과 인력, 기술이 필요해서 하다 보니 이렇게 일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정치력을 발휘해서 조선 정부로부터 이 땅의 지배권을 거의 확보했고 말이죠?“

”아,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조선 중앙 정부는 공식적으로 저를 외부에서 침입한 세력으로 규정한 것 같고, 제게 협조해 준 이 곳 사람들과 이 지역에 대해 반란지역과 반란 세력으로 규정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선 조정이 군사적으로건 행정적으로건 이 곳에 더 이상 영향을 행사하기는 어려운 상황 아닙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허나, 최소한 이 곳 사람들이 더 이상 피를 보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마침, 조선 조정도 좋게 생각했는지 조선의 최고 권력자들 중 일부가 이쪽으로 직접 와서 머물고 있는 중입니다.“

”조선의 최고 권력자들이 직접 말입니까?“


순간 찰스 엘리엇이 끼어들었다.


”조선 조정이 무엇인가 조건을 제시해 왔습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 조선 조정에 상황이 생겨 온 참입니다.“


그러나 찰스 엘리엇은 청국에 이어 조선 조정도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선 국왕의 할아버지와 삼촌에 해당하는 귀족들이 직접 왔다는 것 아닌가?


’큰일이군.‘


찰스 엘리엇과 조지 엘리엇은 날로 먹으려는 시도를 접고 약속대로 ’거의‘무사히 대여해 갔던 공충도에서 만든 네메시스호의 동형함과 선원들을 곱게 돌려주었다. 그 급박하고 격렬했던 전투 후에도, 조선인 선원들은 대부분 큰 상처 없이 돌아올 수 있었고, 그들이 약속했던 1일 4실링에 해당하는 급료도 은으로 쳐서 바로 지불한 것이었다.


대신, 가장 선두에 서서 청국군의 반격을 직접 탱킹하던 영국제 네메시스 호의 손상은 심각했고, 부상자도 상당했기에 그들은 멀리 인도나 영국까지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조선 선원들을 무사히 복귀시키고 임금도 후하게 지불하겠다는 약속 또한 지켰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장 선두에서 서서 싸우던 우리 배와 선원의 손상과 부상이 심각합니다.“

”수리할 장소와 치료 지원을 부탁하시려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치료는 저희쪽에서 무상으로 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수리비는 제대로 지불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영은 돈과 자원이 늘 부족했기에 꽤 세게 부를 생각을 했다.

그런데, 논의의 방향이 생각한 것과는 좀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수리와 치료를 하면서 필요한 비용이나 장비, 물자에 대해 이야기 할 것 같았는데,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해한 바가 맞다면, 이 배가 그대이고, 그대 또한 눈 앞에 보이는 ’사영‘이 전부가 아닌 이 배와 배에 붙어서 움직이고 있는 기계들까지 전부 그대라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기능 복구가 필요하고, 기능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고급 기술을 살려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이 배에 장착하고 수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죠.“

”그럼...“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조지 엘리엇이 이야기했다.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면 얼마나 크고 좋은 기술들이 복구되는 것입니까?“

”그것은 저도 복구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배 정도를 복구하는 것이라면, 이 배와 동급 선박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는 것 아닙니까?“


’이것이 본론이었나.‘


”뭐...그것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순간, 조지 엘리엇의 표정이 매우 상쾌해졌다.


”좋습니다. 일단 그대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그대에게 필요한 것이 인력과 자원, 자본이고, 그것을 청 황제가 그대에게 무제한 지급하는 조건으로 아래에 들어오라고 했었죠?“

”그랬었지요.“

”그것을 우리 대영제국이 지원하고, 이곳을 조선 정부로부터 할양해서 대영제국령으로 확보해서 그대를 총독으로 두는 조건은 어떻겠습니까?“


”...그럴 권한이 있습니까?“

”상신해봐야겠지요.“


그러면서 그는 3장의 서류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이번에 청국을 다시 치러 들어가면서 요구할 조약의 내용입니다.“


거기에 써 있는 것은 각각 영어, 프랑스어, 그리고 청국어로 작성된 문서로, 같은 내용을 다른 언어로 3장으로 써 둔 것이었다.


1. 청에서 불법으로 몰수한 아편을 순은 1천만 냥으로 배상한다.

2. 청의 중요 핵심 항구 5곳을 전부 개항하고, 홍콩을 영국에 할양한다. 단, 세금은 모두 그대로 청 정부에 귀속한다.

3. 차후 영국 시민은 중국 황제와 맞먹는 동등한 지위를 약속한다.

4. 광둥 지역에서의 무역을 전쟁 이전으로 복구한다. 모든 복구비용은 중국에 귀속한다.


”이걸 청국이 받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찰스와 조지가 씨익 웃으며 이야기했다.


”안 받는다면, 받을때까지 두들겨야겠지요.“

”허나, 청국을 굴복시키기에 배 3척은 좀 모자라지 않았습니까?“

”저번에 우리 배 1척을 중파시키는데 청국군은 청국이 중요시하는 노란 강(yellow river,황하) 제방과 운하의 꽤 큰 부분을 날려먹어야 하더군요. 자폭선을 저지할 수 있는 소구경 속사포를 좀 제작하고, 배를 단단히 수리해서 들어가면 청국 수운을 마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갉아먹을 수 있을겁니다. 그렇게 2~3번만 반복하면...“

"그리고 조선은 청국에 비해 국력이 훨씬 열세이니 청국이 저 조약을 체결한다면 조선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압박해서 비슷한 조약을 체결할 수 있겠군요."

"그렇죠.“


"그런데 그것을 제게 제안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차피 제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귀국의 힘만으로 충분히 조선 조정을 압박해서 할양을 받으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을텐데요?"

"그야 그대와 그대를 따르는 자들의 기술이 필요하니까요. 그것을 제외하면 조선의 가치는 할양을 위해 군사적, 행정적 역량을 낭비할 정도로 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청국을 치기 위한 수리소, 전진기지, 그리고 보급창으로 쓰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야 청국을 칠 때 까지만 임시로..."

"그럼 그 문제는 일단 본국에 상신 후 권한을 획득하고 나서 다시 논의하시죠."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날로 먹으려 드는 것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았다. 당장 청국에 체결 요구하겠다는 조약만 하더라도 함포를 들이대고 협박하는 국가가 국가를 상대로 하는 강도짓 아닌가. 결국 저들도 잠재적 적국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고 일단 먹이로 삼고자 하는 것은 크고 먹을것도 많은 청국이니...


물론 영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날로 먹겠다는 심산이 아닌, 진짜 그들이 제시할 수 있는 조건 중 거의 최고의 조건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단지 영국은 굳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신, 그대로 함포와 레드코트로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들이미는데 익숙했으니 조건을 걸고 협상하는 것 자체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던 터라 입장차가 꽤 컸을 뿐이었지만.


사영은 인도와 인도차이나에서 나는 쌀과 목재, 철광을 받는 조건으로 일단 저들의 배를 수리 및 개량해주는 정도로 논의를 마치고, 청국에 빨대를 조금 더 꽂는 조건으로 이번 회담을 마무리지었다.


“가까운 곳에서 수리와 보급을 할 수 있으니 좋군.”


조선 공충도에 있는 선거에서 엔진을 교체하고 수리를 완료한 네메시스 호를 보며 조지 엘리엇은 감탄했다. 석탄도 화약도 탄환도 넉넉히 싣고, 퇴각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다시 청국을 치러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장갑 구조를 집중방어구조로 바꾸고 엔진을 교체해서 최고 속도는 18노트로 상당히 올랐고, 6파운드 소구경 후장식 속사포도 한달여만에 배당 8문씩 장착하여 자폭선에 대한 방비도 된 상태라, 영국군과 엘리엇 형제의 사기는 매우 높았다.


청국 상하이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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