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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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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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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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7개월차 -조선-

DUMMY

청국과 영국이 청국 대운하에서 격돌을 벌이고 있던 그 시점,

창덕궁 깊숙한 곳에서는 노호성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주상의 목숨을 구해준 자를 들이치겠다는 말이오?”


순조의 정비이자 현 왕의 친할머니, 안동 김문 세도 정치의 시작을 연 김조순의 딸이자 수렴청정으로 사실상 조선을 다스리고 있는 대왕대비 김씨의 눈에 귀기가 서렸다.


“허나...황산(김유근의 호)과 운석(조인영의 호)을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분들도 주상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적지로 들어간 것 아니오? 그래, 구하러 간다고 칩시다. 어떻게 그들을 구해 올 것이오?”

“그야...”


대왕대비의 말에 답을 올리려던 김흥근은 할 말이 없었다.

조선에서 가장 고르고 고른 정예들도 죄다 도륙을 당했고, 그 이후 청이 들이치면서 사실상 조선에서 싸울 수 있는 자들은 한 줌도 남지 않은 금위영과 훈련도감의 갑사 수십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도성 방어와 궁의 경비를 위해서 쓸 인원조차 모자라, 말뚝 근무를 서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니 병력 충원이 시급한 마당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돈도 사람도 모자랐다.


“...솔직히 방도가 없나이다.”


“하옥(김좌근의 호)이 들지 아니한 것도 사실 황산과 하옥 사이에 서신이 오간 후, 모종의 약조가 있어 그런 것 아닌가?”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조선 팔도에서 똑똑한 자들을 뽑아, 그 양선에 가서 새로운 문물과 학문을 배워 앞으로 중히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네만?”


“실제로 그런 논의가 오간 것은 사실이오나, 서학은 국가에서 엄금하고 있는 것 아니오이까? 더군다나 우리 가문이 대놓고 앞서서 그런 사특한 것을 배우고자 한다면, 탄핵을 당하여도 할 말이 없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들의 약은 우리 주상을 살려내었고, 그들이 뿌린 식량으로 많은 백성들이 아사(餓死. 굶어서 죽는 것)의 문턱에서 살아남았다고 들었소. 지금 북쪽으로는 청국이 들이쳐 그들이 지난 자리에는 풀 한포기 남지 않았고, 아래쪽으로는 왜구와 이양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이닥쳐 삶이 고단하다 들었네.”


“과장된 보고가 많사옵니다, 마마.”

“허면, 어찌 하면 좋겠는가?”


“그야...”


“왜 황산과 운석이 그들의 학문을 배워야 한다고 한 것 같소?”


“뛰어난 점도 없지 않아 약간 있기 때문일 것이옵니다.”


“없지 않아 약간...그럴수도 있지. 허면, 선왕께서, 혹은 효명이 피를 토하고 수해(嗽咳, 기침을 심하게 하는 병)에 잡아먹히는 동안 그 약이 있었다면 어땠을 것 같소?”


그렇게 묻는 대왕대비의 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원한과 분노, 슬픔이 깃들어 있었으나,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김흥근은 그것을 아직 알 도리가 없었다.


“아마...사셨을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랬을 수 있지.”


이제 40대 중반, 조선의 평균 수명을 생각해보면 이제 살 날보다 죽을 날이 훨씬 가까운 나이이긴 했으나, 아직 대왕대비는 나이에 비해 강건했다.


“내 소중한 두 아들...어질고 총명했으며 효심이 지극했고 문무를 겸비하고 예악에도 조예가 깊던 내 큰 아들 영이(효명세자), 젖먹이때 명을 달리해 이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형처럼 자기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큰 세상도 보지 못하고 죽은 둘째....”


목소리에도 한기가 실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김홍근은 얼어붙었다.


‘괜히 내가 객기를 부려 대왕대비마마를 설득해 보겠다고 나섰구나.’


“금가지에 옥이파리가 난 꽃같 같이 예쁘던, 성품이 영명하고, 기골이 청수하며 시문에도 능통하던 우리 딸... 자녀도 한 명 보지 못하고 스물셋 꽃다운 나이로 죽어버린 명온이...”


대왕대비는 가슴이 먹먹해오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눈물 한 줄기를 흘리며 말을 이은 대왕대비는


“품성이 번화하고, 기골이 풍영하여 물 속 연꽃 같이 곱던 복온이...복온이도 열다섯에 죽어버리니...나고 살고 죽고 하는것이 꿈과 같이 허무하기도 하고, 그림으로 그린 떡과 같이 아깝고 원통하며 불쌍하오.”


복온공주가 죽은 것이 고작 3년 전이었으니 김흥근도 그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다. 명온공주와 복온공주가 한 달 사이에 모두 폐병으로 죽어버린 것이었다.


“이제 다섯 중 남은 자식이라고는 내 서른넷에 어렵게 낳은 덕온공주 하나뿐이오. 덕온이도 자주 기침을 하고, 체증을 쉽게 얻기도 하며, 혼절하기도 하고 해서 너무 걱정이 되네. 게다가....”


‘주상 전하의 폐병도 심각했으니...’


“이제 나도 과부가 되어버렸는데 주상도 저 청국을 피해 이어하셨다가 한사에 침범을 받아 하마터면 큰 일이 나실 뻔 하셨지. 그 약이 없었더라면 아마 입에 담기에도 참람한 일이 다시 벌어졌을테지.”


“송구하옵니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일어나는 것인가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보았네. 지은 죄가 많아서일까? 그래서일수도 있지. 저 홍경래의 난 때에는 얼마나 많은 백성들을 잔인하게 베었는가. 우리 친정과 저 조문은 또 어떻고.”


“......”


“내가 비록 주상을 도와 수렴청정을 하고 있기는 하나, 결국 직접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 전례이니만큼 그저 올라오는 주청의 가부를 결정하는 것 정도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은 아네. 허나 썩어빠진 것들에게 내가 다 보고 있음을 알리고, 적당히 해 먹으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해도 듣는 것들은 하나도 없었음은 사실 그 부패의 중심에 우리 가문과 저 조문이 있기 때문 아니었는가?”


“그것이 아니오라...”


“거짓을 고할 필요는 없네. 사실 나 스스로도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픈 자식들의 병을 고치네, 치성을 드리네 하며 수만냥의 재물을 써온 허물이 작지 않으니... 그런 것들이 업으로 돌아와 내가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네.”


“허면 어찌...하오리까?”


“우리 가문도, 저 조문에도 잘 일러 되도록 그 양선의 지식과 기술을 익혀 보도록 해 보게나. 그 약을 만드는 제법만 알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가치를 감히 따질 수 없는 노릇이거늘, 쌀 외의 식량을 키워 낼 수 있는 방법까지 알 수 있다면 적어도 굶어죽는 자들이 많이 줄지 않겠는가? 마침 아직 주상의 보령이 어려 내가 수렴을 하고 있으니,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대신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도 주상에게는 부담이 덜 하지 싶으이.”


“알겠사옵니다.”


“그래. 우리 가문도 그렇지만 큰 어른들이 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소리들이 많이 나올 것이야. 그것을 그래도 ‘근’자 항렬에서 잡아 주면, 조금 더 이야기가 수월하지 않겠는가.”


“명심하겠사옵니다.”


“그래. 사사롭게는 나도 더 이상 자식과 손자가 나보다 먼저 가는 것을 보기 싫기도 하고, 크게는 왕실에 후사가 점점 귀해지고 있으니 어떻게든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해야만 하네. 사실...”


“하문하시옵소서.”


“주상은 이제 유일하게 남은 정조 대왕의 적손이시네. 내 왕실의 어른으로서 종묘 사직에 죄를 짓는 것 같아 면목이 없지만, 이제 왕실의 손이 너무나 귀하네. 서학을 받아들인다는둥, 왕실이 서학을 숭배한다는 둥의 말이 어느정도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야겠으나...”


대왕대비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하더니, 말을 이었다.


“학문으로서의 서학을, 정확하게는 그 공충도 일대에서 그 사영이라는 자가 요구하는 실용 학문으로서의 서학은 받아들이되 신앙으로서 유행하는 서학은 배제하도록 하게.”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하옥과 석혜(조만영의 호)에게 최대한 빠른 날을 잡아 들라 이르시게. 그 사영이라는 자가 말하는 대학원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고, 무리가 없으면 백여 명이 아니라 수천여 명이라도 보내겠다고 해야 할 것이니...”


“그만큼이나 가려 하겠습니까?”

“글줄만 읽으면서 밥만 축내는 자들이 많지 않은가?”

"그야...그렇긴 하오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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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7개월차 -조선- +5 22.08.22 885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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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2년 7개월차 -2- +4 22.08.11 880 40 15쪽
66 2년 7개월차. +6 22.08.10 910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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