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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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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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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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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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7개월차.

DUMMY

“...으..으음.”

“Ah, You’re finally awake.”


막 깨어나 몽롱한 가운데 정신을 차린 조인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쳐다보는 왠 양놈의 얼굴이었다.


“여기가··· 어디요···?”


그가 묻는 말에 그 양놈은 어깨만 한번 으쓱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는 곧 김유근과 함께 들어왔다.


“일어나셨습니까? 여기는 영국 병원선이오. 안심하세요. 좋지 않은 곳을 맞아 이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병원선?”

“영국에는 의술을 담당하는 배가 따로 있나 보더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살아 있군. 어찌 내가 살아 있는가?”


조인영의 마지막 기억으로는, 분명 자신은 양총에 맞아 쓰러졌었다.


”쏜 것이 철 탄환이 아니라 콩주머니였다고 하더이다.“

”콩주머니...“


김유근의 말에 조인영은 문득 예전에 올라왔던 보고를 떠올렸다.


”예전 박규수가 아기고개에서 검계들한테도 콩주머니를 쐈다고 했었던가...?“

”그것인 듯 하오이다.“


”그렇군. 죽일 마음은 없었던 것이었나.“

”그렇다고 합니다. 허나 저번 토벌 때 가족과 친지를 잃은 사람들이 많으니, 일단 총을 맞추고 죽인 것으로 하여 영국인의 배에 옮겨 둔 것이라 하오.“

”그렇군.“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이긴 했다. 어쨌거나 현 조선의 왕은 조만영의 손자였으니, 조인영에게는 종손자이기도 했고, 김유근의 동생은 그 어린 왕을 대신해서 수렴청정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현 조선 왕실과는 가깝게 엮여 있는 데다, 세도정치를 통해 실권도 상당 부분 쥐고 있는 자들이 바로 김유근-김좌근 형제와 조인영-조만영 형제였다.


”바로 죽여버리는 것 보다는 살려 두는 쪽이 여러모로 이득이라 판단했을테지.“

”우리도 상께서 저리 환후가 중하지 않으셨다면 목숨 걸고 내려오지는 않았을테니...“



그리고 그 곳에 사영이 들어오며 말했다.


”그런 것도 있지만, 현재 이 곳에는 제대로 된 사법체계가 없으니까 일단 살려두고 보기로 한 것입니다.“


”일단...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솔직히 두 사람이 각각 집으로 보낸 편지에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꽤 있었고 말입니다.“

”어떤 부분이 말인가? 우리가 죽더라도 복수를 생각하거나 원망하지 말라는 부분인가?“

”뭐 복수야 하거나 말거나 솔직히 상관없습니다만... 애초에 복수도 반격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사영은 평소답지 않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야 그렇지. 청국도 직접 나포해서 끌고가는 것을 차마 택하지 못하고 우리더러 설득해 청으로 갈 수 있게 하라 하더군.“


김유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리하게 이 배와 엮인 마을 사람들과 선비들을 역적으로 몰아 탄압했습니까?“

”본래 사사로이 외국과 교역하는 것 자체도 엄히 처벌하는 것이 조선의 법도이긴 했으나, 고을 전체를 반역향으로 지정한 데에는 분명 청의 압력이 결정적이었지.“


그렇게 조정의 사정, 청국과 조선 사이에 그 간 있었던 일들을 들은 사영은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결국 나라에 힘이 없고 돈도 없는데 그게 천재지변, 왕실의 무능함, 그리고 이 앞 두 가문이 주도적으로 나라를 쪽쪽 빨아먹어서 그렇게 되었다?“

”그렇지.“

”그래도 조선이 망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왕이 죽는다고 조선이 망합니까?“

”말을 가려서 하시게. 죽는다...는 불경하지 않은가.“

”어차피 내 왕도 아닌데 뭘요.“


”......“


”그럼 약을 써서 왕이 살아난다면 제가 나라를 구한 셈이 됩니까?“

”...그런 셈이지.“

”그렇다면 잘 되었군요.“


그러면서 사영은 조인영, 김유근에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이야기했다. 그 요구사항은 실로 상당한 것이어서 사실상 실권을 쥐고 있는 그들조차 그 자리에서 수락하지 못하고 서신을 한양으로 날려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서신을 받아 본 조정은 다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약을 먹고 몸을 회복한 왕도 수렴청정 중이었으나 직접 그 논쟁에 가담하고자 하였고, 그로 인해 논쟁은 더더욱 커지게 되었다.


한편, 청국 장강.


”황하는 멀리 흰구름 사이로 오르고(黃河遠上白雲間 황하원산백운간) 끝 없는 장강의 물은 격렬하게 흐른다. (不盡長江滾滾來 부진장강곤곤래)“


황하와 장강의 물줄기는 여러 번 바뀌었다. 어떨 땐 황하와 장강은 서해로 쏟아져 내려오는 곳이 다르지만, 지금은 바다로 이어지는 곳이 거의 같았다. 바로 상해를 중심으로 북쪽이 황하 하구, 남쪽이 장강 하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상해는 지금, 두 강에서 나오는 퇴적물이 쌓여 생긴 자연이 만든 간척지로, 대충 만든 집에서 어부들이나 조금 사는 깡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만약 지도가 있었다면, 지도상으로 봤을 때 황하와 장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해안마을이니 당연히 물류의 중심이자 상업의 중심지로 크게 발달했어야 하는 곳이기도 하고 군사적으로도 요충지인 곳이어야 했다.


그러나 강남에서부터 장강과 황하, 그리고 북경을 이어주는 대운하가 이미 명나라 때 완공되어 있었고, 청국 수운 물류의 대부분은 그 대운하를 통해 이어지고 있었다.


애초에 황하 하구에는 항구를 짓거나 큰 마을을 만들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황하라는 이름이 누런 강이라는 뜻 그대로 엄청난 양의 토사를 끌고 다니는 강이었던 터였다. 상해 북쪽의 황하 하구는 매년 지형이 바뀔 정도로 많은 양의 흙과 모래가 퇴적되었고, 그런 곳에 무언가 큰 시설을 짓는 사람은 없었다.


국가나 대규모 상단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치수 공사부터 체계적으로 하지 않는 한, 개발은 애시당초에 무리인 곳이었다. 아예 누런 강줄기가 흐름을 크게 바꿔 다른 쪽으로 흐르게 하거나, 토사를 극복할 정도로 기술 축적이 된 이후 댐이라도 건설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쨌거나, 중국에서 가장 길고 중요한 강 두 곳이 만나는 지점이면서 방어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강 하구라는 점은, 청을 치러 온 영국군에게는 중요한 지점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두 네메시스호가 이곳에서 만나게 된 것도..


“It’s inevitable...”


필연적인 일이었으리라.


머나먼 낮선 동방의 제국에서 생각보다 큰 저항에 직면하여 피해를 본 후라, 대영제국 청국 원정함대는 사기가 꽤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장갑외륜선의 합류는 그 떨어진 사기를 단숨에 올릴 수 있을 만큼 큰 사건이었다.


“Beautiful!”

“Is that all?”


조선제 네메시스를 둘러본 원정함대 사령관 조지 엘리엇과 전권대사를 맡아 다시 돌아온 찰스 엘리엇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조지 엘리엇이 보기에는 본국에서 만든 네메시스와 크기는 거의 동급에, 포문은 좀 적어도 후장식 32파운드 포가 설치된 포탑과 한 대당 6백여 마력에 달한다는 신형 증기엔진이 병렬로 연결된 배의 성능에 만족을 넘어선 무언가를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찰스는 이미 7만톤에 달하는 그 배를 본 기억이 있었던 때문에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증기기관, 혹은 증기/가스터빈을 탑재한 철갑 외륜선 세 척은 청국에 대해서는 충분한 전력이었고, 유럽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영국군도 청국이 이 배를 무엇으로 방어하려 들지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으나, 저번에 보았던 그 청국 자폭선이나 32파운더 이상의 강력한 포가 아니라면 유효한 타격을 입힐 방법은 사실상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터였다.


“이 정도 전력이면 충분히 물류 봉쇄를 하고도 남겠군.”

“그건 그렇지.”


어찌 보면 고작 3척의 철갑동력선을 포함한 20여척도 되지 않는 소함대로 청국의 물류를 마비시킨다는 계획은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특히, 청 수운을 담당하는 운하의 방비가 해안포대와 토성 등으로 잘 방비된 광저우 이상이라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영국근은 일단 주산 열도(현 저장성 주산시)와 상해의 미약하고 산발적인 저항을 침묵시키고 그곳을 점령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에 투입된 것은 이미 효과가 입증된 콩그리브 로켓과 조선에서 새로 제작한 32파운드 후장식 포였다.


32파운드 포에 들어가는 작열탄과 또한 조선제였으니, 정확하게는 공충도에서 만들었다는 비격진천뢰에 쓴다는 대나무통을 이용한 퓨즈(곡목)를 폭발 시간에 맞추어 감아 원추형 포탄 앞 구멍에 밀어넣고 장전하면, 포가 발사되면서 포탄과 포신 사이에 새어나오는 가스로 점화, 이후 미리 맞추어 둔 시간에 따라 폭발하는 일종의 시한신관이 들어간 포탄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영국 공병 장교 Henry Shrapnel이 개발한, 머스킷 탄환이 내부에 잔뜩 들어있는 작렬탄과 화약을 가득 채운 포탄, 혹은 32파운드짜리 쇳덩이를 쏘면 맞는 청국군 입장에서는 환장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뻐엉!”

“으어...”

“내 팔! 팔이!!”


분명 몇 문 되지도 않는 포에서 발사하는 것이 보이는데, 발사 속도가 미친 수준이었다. 포를 닦지도 않고 바로바로 화약을 넣고 격목을 치고 탄환을 넣고 쏜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대략 10여초마다 두어발씩 날아드는 포탄은 청국군을 절망하게 만들었다.


연사속도만 문제가 아니었다.


저 쪽은 지상도 아닌 배에서 포를 쏘는데도 서너발중 한발은 반드시 유효타가 나왔고, 포탄이 착탄하고 구르다 폭발하거나 머리 위에서 터지거나 하면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는 수비병들이 피와 뼈를 사방으로 뿌리며 눕는 것이었다.


반면 청 해안을 방어하는 수비병 중, 초반에 죽거나 달아난 자들을 제외한 자들이 피눈물을 뿌리며 쏜 반격탄은..


“퐁!”

“이 개 아들같은 똥포!”


사실상 수제작으로 이루어지는 염초의 생산과 가내수공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화약의 제조 과정에서 흑색화약의 품질 제어가 제대로 될 리 없었으니, 화약을 정량만큼 넣고 포를 쏴도 포탄의 비거리가 제멋대로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화약을 정량보다 더 부어넣고 쏘면,


“뻐어어어어엉!”

“으아아아악!”

“포가 터졌다!”

“도망쳐!”


포 뒷부분이 터져나가며 포대와 뒤쪽에 쌓아두었던 예비 화약까지 집어삼키며 순식간에 포진지를 날려먹었고,


“빠아아아아!”

“날아간다!”

“우와아아아아아!”


운좋게 포탄을 쏘아 낸 포대는 기대에 찬 모습으로 힘차게 날아가는 포탄을 지켜보았으나...


“팅!”


기세좋게 날아간 포탄은 적선의 옆구리에 충돌하고 사방으로 불꽃과 파편을 날리며 허무하게 깨져 튕기고 말았다.


“도탄되었습니다.”

“탄보다 장갑이 튼튼해서 탄이 깨집니다.”

“버틸수가 없다!”

“이런 개같은! 이런 것으로 어떻게 싸우라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그렇게 실망한 청국군에게 날아든 두 발의 콩그리브 로켓은 당대로서는 대단한 화염과 연기를 내뿜으며 떨어진 지점 주변에 있던 관공서와 목조 주택을 순식간에 불태워버렸고, 청국군의 저항 의지도 같이 불태워버렸다. 그렇게 상해와 주산 열도는 32파운드 작열탄 삼십여발과 콩그리브 로켓 두발에 침묵했다.


“적들이 침묵했습니다!”

“사격 중지! 로열 마린은 상륙해 적진을 수색한다!”


청국군의 저항이 완전히 없어진 다음 상륙한 로열 마린들은 적 진지에 시체나 중상자들만 남은 것을 확인한 후 깃발을 올렸고, 그렇게 청국군의 미약한 저항은 끝났다.


순조롭게 작은 어촌인 상해와 그 건너편 섬인 주산 열도를 점령한 영국군은 그 곳에 임시 진지를 꾸리고, 혹시 모를 청 운하 내부의 방어에 대비해 근접 방어력이 약한 배들을 그 곳에 계류시켰다. 운하에 들어가는 것은 네메시스호 두 대와 조선, 정확히는 공충도의 “그 배”소속 네메시스호 동형함, 총 세 척만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 곳에 남는 배에서 소구경 포를 탈거하여 돌입하는 배들에 추가로 설치하고, 탄약과 작렬탄, 콩그리브 로켓도 대부분 넘겨 무장을 증설하였다. 총으로 무장한 로열 마린들을 증원시켜 혹시 모를 근접전에 대비하기로 했다. 또한, 배 사이에 굵은 로프를 몇 줄씩 연결하여 혹시 한 척이 기동불능에 빠지면 다른 배로 예인해서 바로 빠져나기로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저항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래도 적 요새포가 이 배 장갑을 관통하지 못하는 것은 확인했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문제는 강 수량이 조사한 것보다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인데...청국 내륙에 폭우라도 내리는것일까요?”

“일단 배의 힘이 좋으니 저 정도 물살은 거스르고 올라갈 수 있겠지만... 만약을 대비해 석탄과 물을 좀 더 보충해둬야겠군요.”


그렇게 세 척의 네메시스급은 영국산 네메시스를 선두로 황하 하구로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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