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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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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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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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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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7개월 2주차

DUMMY

중원의 황제란 무엇인가.


“홍수가 하늘까지 흘러넘쳐 산을 둘러싸고

언덕을 침수시켜서 백성들은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홉 개 하천으르 통하게 해서 바다로 흐르게 하고,

크고 작은 도랑을 준설해 강으로 흐르게 했습니다.


이에 인민들은 비로소 안정되었고 천하는 잘 다스려졌습니다.”


이에 순 왕은 하늘에 우를 천거해 계승자로 삼았으니, 그가 중원 최초의 제국, 하나라를 세우게 되었다. -사마천, 사기 제 2권, 하본기-“


최초의 황제란 바로 치수(治水) 물을 다스리는 자였다.


단어만 보자면 물을 다스리는 것이나, 그 치수를 성공한 사람이 중국 역사에 최초로 기록된 황제가 될 정도로 치수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4천년전 그때나 지금이나, 치수의 가장 큰 목표는 황하를 다스리는 것이었다.


비록 길이는 장강, 혹은 서양인들이 양쯔강이라 부르는 그 강보다는 짧으나 저 멀리 티벳, 중국식으로는 서장에서 발원하여 황해에 까지 이르는 길이 5천 5백 전후의 강인 황하는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애증의 강이었다.


5천년쯤 전부터 한족들이 황하 주변의 숲을 모두 개간하기 위해 베어버린 후, 황폐해진 땅은 아낌없이 모든 토사와 바위, 돌들을 황하에 부어주었다. 2천년전 반고가 쓴 ‘한서’에는 6할이 진흙이라고 할 정도로 혼탁해진 황하의 물은 하류쪽에 어마어마하다는 말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양의 흙과 모래를 싣고 내려왔고, 이 흙과 모래들은 홍수때마다 넘치며 주변에 저 멀리서부터 끌어다 온 영양분 높고 비옥한 농지를 만들어주곤 했다. 그래서 황하의 별명 중 하나가 ‘어머니의 강’인 것이었다.


그러나 황하는 ‘역병’이라는 별명 또한 갖고 있었다.

중원에 사람이 많이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고, 농업 인구가 늘어나고 모내기를 하게 되면서 물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비옥한 농지와 농업 기술의 발달이 합쳐지자 인구는 더욱 늘었고, 늘어난 그들이 여러 이유로 물을 더더욱 끌어다 쓰면서 황하는 그 큰 덩치가 무색하게 가뭄이 지속될 때는 마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한번 마른 강에는 바다까지 내려가지 못한 토사가 쌓였고, 그것은 다음 홍수때 확실한 파멸을 불러오고는 했다. 둑이 터지는 것은 애교였고, 강줄기가 바뀌는 것도 수십년마다 한 차례씩은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한번 강줄기가 바뀌면, 그동안 가꾸어 왔던 논, 밭은 물론이고 마을, 심지어 도시까지 없어지는 일도 있었으나 역병이라는 별명 또한 실제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그 때마다 제방을 보수하고, 농토의 경계를 새로 정하고, 도시를 재건해야만 했다. 당연히 몇 사람이나 몇 집이 모여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이 땅을 지배하는 자들은 강력한 중앙 집권체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었다.


농업이 주요 산업인 국가에서, 물을 다스리고 농지를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최악의 경우 황제를 갈아치우고 나라를 망하게 하거나 새로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요성은 지금 황제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핫하, 멍청한 새끼들. 좁은 물길로 들어와서 진양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인가? 아니면 철갑이 그 정도로 단단할 것이라고 여겼는가? 어쨌건 수고했다. 진양을 맞았으니 멀리 가지 못할 것이야.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 되지 않으리라.“


적 철갑선을 대파시키고 물러나게 만들었다는 보고에 잠시 기뻐하던 황제는, 양주에서 황하 제방이 터졌다는 소리에 노성을 내질렀다.


“뭐가 어째? 제방이 터져?”


황제의 반응에 신료들 대부분은 당황했다.


‘제방 좀 터뜨려서 저 강대한 영국의 철갑선을 크게 깨트리고 물러가게 했으면 대승 아닌가?’

‘제방이야 다시 쌓으면 그만인 것을.’

‘또 지랄 시작이네.’


그런 신료들의 표정을 본 황제 또한 당황했다.


‘이 새끼들이 지금 황하 제방이 터졌다는데 이렇게 태평한 이유가 뭐지?’


계속된 대숙청으로 황하의 무서움이나 제방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아는 자들이 쓸려 나간 때문이었으나, 황제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한 것이었다.


“이런 요약본 말고 자세한 보고서를 가져오라. 당장!”


그 즉시 양주 전투에 대한 보고서가 올라왔고, 황제는 그것을 단숨에 주욱 읽어내렸다.


“어떤 개새끼가 제방에 구멍을 내고 매복할 생각을 했는가!! 그놈이야말로 나라를 팔아먹을 놈이로다. 당장 잡아오라! 게다가 비! 비까지 오고 있거늘! 그래놓고는 적선 단 한척! 단 한척을 대파에! 그나마도 잡지도 못하고! 다른 배들이 끌고 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었다는 말인가!”


황제는 한참 혼자서 쒸익쒸익하다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지금 제방은 복구를 한창 하고 있는 중인가?”

“확인해보겠습니다.”

“당장 확인하라. 당장!”


황제는 지금 영국의 침략과 그것을 격퇴한 것에 대해서는 관심도 크게 없는 것 같았다. 신료들은 황제가 또 지랄한다며 수군대면서도 급히 파발을 띄워 제방의 복구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그동안 양주 근처에 뿌려지던 비는 그 기세를 점점 크게 키워, 청나라 서부와 북부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내내 청국 서부와 티벳에 내렸던 폭설이 녹으며 수위가 올라가 있던 황하는, 폭우까지 더해지자 상류에서부터 어마어마한양의 토사를 끌어와 맹렬하게 내려오기 시작했고, 이 묵직하고 무거운 황톳물은 제방을 다시 복구하기 위해 임시로 마련한 나무와 흙가마니 복합 구조물따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재난이었는데, 태풍까지 비구름을 몰고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황하가 허물어진 둑을 더 비집어 열었고, 태풍이 이 물에 많은 비를 뿌리며 힘을 더해주었다.


북쪽과 동쪽으로 넓게 펼쳐진 평야는 곧 황하의 토사가 밀려들어 논과 밭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고,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던 운하와 운하를 이어주던 호수들을 따라 황하의 격류가 흙과 물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피해를 입은 곳만 하더라도 강소성, 안휘성, 산동성 일부, 그리고 하북성까지였으니, 사실상 북경 코앞까지 홍수 피해가 난 것이었다. 제방이 터진 곳에서부터 직선 거리로만 따져도 수천여 킬로미터에, 집과 농토를 잃고 당장 나앉게 된 사람만 해도 지금 행정력으로 파악한 것만 천만 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피해가 난 것이었다.


그 홍수의 규모가 얼마나 컸었는지, 상해 위쪽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던 황하는 그 물줄기를 크게 틀어 하남성에서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향했고, 산동성 북쪽에서 황해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황하 물줄기가 수천여 킬로미터가 넘게 옮겨갔고, 이재민만 천만 명이 넘는 난리가 났으니, 운하건 도로건 박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물자가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는 거대한 청나라는 말 그대로 심장마비에 걸린 것과 다름이 없었다. 황제가 보낸 전령 또한 제 때 도착하지 못했고, 복구는 어림도 없었다.


마침내 그 실상이 담긴 보고가 한달하고도 보름만에 황제에게 올라갔다.


“아..안돼!”


대약진운동때 황하에 어마어마한 관심과 노력을 쏟아 본 적이 있는 황제는, 그 보고를 받자 떠오르는 악몽들이 있었다. 치수 정책의 대실패, 이어지는 기근과 전염병의 발병, 그리고 이어지는...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경제가 무너지고...”


그 결과, 자신은 실권을 잃고 2선으로 물러났어야만 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 때와는 달리, 자신을 뒷방으로 물러나게 할 만큼 위협적인 후계자나 2인자는 없었으나 대신, 그 때보다 훨씬 강력한 외적들이 그를 노리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청국을 노리는 것이었으나 황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그거였으니..


그리고 황제가 두려워하던 대로, 대홍수에 따르는 재앙이 차례대로 오고 있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더 강하게.


이번 홍수에서 피해를 입은 면적은, 넓디 넓은 청나라 전체 면적에 비하면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작은 구역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피해를 입은 지역 대부분이 강의 퇴적물을 받아 비옥한 곳에, 지리적으로도 넓은 평야였으며, 수운과 해운을 둘 다 쓸 수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어마어마한 양의 쌀과 식량이 재배되는 평야가 날아간 것이다.


물이 빠지고 난 후, 논과 밭에는 두터운 흙이 농사지었던 모든 것을 덮고 있었고, 그것을 힘겹게 걷어 내더라도 이미 작물들은 죽어 썩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도로와 농지의 구획도 날아간 곳이 대부분이었으니 농민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신의 땅인지를 두고 다투는데 많은 힘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측량을 할 줄 알거나 농지의 기록에 대해 아는 지방 관료, 또는 지주들은 이미 여러 번 이루어 졌던 대숙청으로 살아남은 자가 없었기에 농지 구획 정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땅과 관련된 송사 또한 제대로 이루어 질 수가 없었다. 유능하고 청렴한 자는 이미 굶어죽었고, 무능하고 청렴한 자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으며, 유능하고 부패한 자와 무능하고 부패한 자들은 역시 대숙청의 와중에 다 죽은 때문이었다.


“뭐? 토지 경계가 무너져 토지의 소유권을 두고 송사와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황제는 깔끔하게 이 문제를 정리했다.


“이렇게 된 이상, 답은 집단농장이다. 모든 토지는 짐의 것. 다시 모두 거두어들이고 마을 단위로 공동 경작, 공동 소유, 공동 분배하게 하라.”


간단하게 모든 토지를 몰수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농업국가에서 농업이 망하면 다 망하는 것이었기에, 황제는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모자라는 식량의 배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집에 곡식을 쌓아두거나 음식을 저장하는 행위를 엄금했다.


식당, 객잔 등등은 모두 폐쇄되었고, 이곳은 집단농장의 급식소로 바뀌었다. 물류가 거의 마비되어 식량의 장거리 운송이 불가능했던 때문에, 인민들은 정부가 계산하는 식량 생산량에 맞추어 마을별로 재배치가 이루어졌다.


개개인의 집에 있던 조리도구와 소금, 곡식등은 모두 정부에서 수거한 후, 공동 취사와 취식에 필요한 양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긴급 재건에 필요한 재료로 투입되었다.


"오늘 거리를 걷다가 붉은 완장을 찬 사람들이 집집마다 들락날락하며 솥과 밥그릇, 쌀, 간장, 식초, 소금까지 가져가는 걸 봤다구. 이틀이나 갈까 싶었는데, 우리 집에도 와서 싹 가져가버렸어.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앞으로는 어느 집이든 밥을 할 수 없다는 거야.


전부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야 한다더군. 우선 우리 생사 공장에 하나, 천령사에 하나. 그 절간이 식당으로 바뀌었다구. 중들이 전부 머리에 흰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주방장이 됐어.“ -허삼관 매혈기-


그렇게 홍수 피해를 이겨낸다는 명목으로 불만은 폭력을 동원해 진압해 가며 공동 식사, 공동 복구, 공동 생산을 하면서 재건에 힘을 쏟으려던 찰나,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홍수가 난 지역에는 홍수 후 흔한 각종 수인성 전염병들이 집단 농장과 급식소를 통해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물난리가 난 지역이라면 흔한 것이었으나, 문제는 북경과 그 이북이었다.


흑사병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 보고까지 들은 황제는 다시 줄담배를 피우며 고민에 빠져들고 있었다.


작가의말

내일부터 다음주 수요일까지는 처가를 모시고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다음주 목요일부터 다시 쓰겠습니다.


홍수 피해 없으시길 바라면서, 다음주 목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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