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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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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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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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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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6개월차 -4-

DUMMY

“거 추진제로 쓰는 화약이 뭡니까?”


엘리엇은 사영에게 바로 용건만 물어보었다. 정치인 생활을 꽤나 오래 하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 외교관이기도 한 그였으나, 이제 사영과 일한지도 꽤나 되어 그의 성격을 알게 된 때문이었다.


그는, 혹은 ‘그것’은 외교적 수사나 수식어를 싫어하는 편이었다.


“니트로셀룰로스와 다이니트로톨루엔을 배합하고 적절한 사이즈로 과립을 만든 후, 표면ㅇ 탄소막을 형성하게 만든 것이지요.”

“Pardon?”


그러나 이렇게까지 즉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그였기에, 다시 한번 물어야했다.


“니트로셀룰로스와 다이니트로톨루엔이요.”

“어...그렇군요.”

“무연화약(smokelsss powder)이 필요합니까?”

“무연화약...무연화약이라고 하는군요. 사실 저 기관총과 QF를 제대로 쏘려면 흑색화약을 쓰는 탄약으로는 무리가 있어서 말입니다.”

“그렇겠군요.”


“그래서 말인데, 저것의 시험이 끝나는대로 저기에 쓸 탄약도 발주를 하고 싶으나, 현재 이 곳의 상황도 엄청나게 바쁘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래서 그 제법을 알려준다면, 본토와 인도의 공장등에서 탄약을 생산할테니 서로 공유해서 쓰는 것은 어떻습니까?”

“제법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실상 기술을 날로 먹겠다는 제안이지만, 사영이 벌여둔 일도 워낙 많았던 때문에 탄약까지 생산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자동화기가 보급되게 되면 지금처럼 개인당 수십발 정도 탄약을 휴대하던 것에서 벗어나 탄약 소요량만도 각 기관총당 최소 수백여발에서 수만 발씩, 그리고 속사포에도 수천발씩은 재고를 가져야 할 것인데 그것을 다 따지자니 사영도 아질한 기분이 들었다.


“제법을 알려주면 탄약을 생산해줄테니 탄약을 공유해서 쓰자... 그런데 제법을 알려드린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실험실 수준의 단계라 이것을 공장 단위로 늘리자면 사고가 제법 많이 일어날텐데 말입니다?”

“폭약 제조를 하면서 사고를 감수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폭발력이 흑색화약은 흑색화약 ‘따위’로 만들 수준이라서 그렇습니다.”

“...그 정도로 많이 위험합니까?”

“소량으로 산탄을 월 천여발 정도 만드는 것이야 이 배 안에서도 가능하고, 이 배의 방호능력은 상당한데다 자동화도 되어 있으니까 사고가 나더라도 사람이 상할 일은 없습니다만..”

“그렇다 한들 결국 탄약과 포탄의 소요량은 지금보다 크게 늘게 될 것이 명확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럼 생산하는 탄약을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저희 쪽에서도 기술을 몇 가지 넘겨드리겠습니다.”

“어떤 것들을 말입니까?”

“강선파는 법이나 강선을 적용하는 방법 등등은 어떻습니까?”

“강선이요?”


강선이라면 사영도 알고 있기는 했다. 다른 것들에 우선순위가 밀린데다 쌍열 산탄총도 이 시대에 쓰기에는 충분히 훌륭해서 추가로 무기를 개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자세한 사항을 문서로 남겨볼까요?”


그렇게 사영은 니트로셀룰로스와 디니트로톨루엔이 조합된 무연 화약의 제법을 주고, 강선 기술을 받는 동시에 탄약의 생산을 영국군에게 맡기고 그 일부를 무료로 받기로 했다.


그동안 옆에서 여러 가지를 보고 들으며 빠르게 지식을 흡수한 박규수와 정약용이 우려를 표하기는 했다.


“기술을 너무 쉽게 전수하는 것 아닙니까?”

“어차피 톨루엔은 여기서 배양해서 추출해주는는 것으로 사다 써야 할 테니, 공급량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을겁니다.”

“아 그 요상한 냄새가 나는 액체 말이로군요.”

“우리쪽에서도 석탄을 액화시키는 과정에서 나오기는 하는데, 그것을 개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 어려울겁니다.”

“그래도 주성분은 면화약 아닙니까?”

“면화약이라면 영국은 어마어마하게 면직물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라고 들었는데, 톨루엔의 공급만 조절해서 괜찮겠습니까?”

“면화약만 가지고 무연화약으로 만들어 쓰려면...당장 쓰는 것은 몰라도 쌓아두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잘 터지거든요. 에탄올에 담가두는 것 아니면 장기 보관은 어려울텐데, 고체로 뽑는 순간 안정제를 섞지 않으면 정전기 한방에 대량 폭발이 일어날 것입니다.”

“...아 그래서 이 배 안에서만 만들고 있는 것입니까?”

“이 배야 어지간한 폭발은 견디게 설계되어 있으니까요.”


그렇게 공충도 마량진에서는 선비들을 잡아다 연구개발에 투입될 인재로 바꾸고, 새로운 기술과 무기체계를 실험하고 연구하며, 온갖 물건들이 발명되고 있었다. 그것을 모두 조율해가면서 일해야 하는 사영 입장에서는 진짜 시간이 부족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고,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몸이 아니었다면 이미 쓰러졌으리라.


어지간한 기술은 공개해버리거나 생산을 외주화하고, 그것을 제어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술 한두가지만 잡고 다 풀어버리는 것은 그런 이유였다.


또 다른 이유는...


“이제 그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는 환자한테 가보겠습니다.”


청국으로 출동했던 영국군 환자들 중에서도 흑사병 증상을 나타내는 자들이 몇몇 있었는데, 이들은 격리용으로 새로 만들어진 작은 목선을 통해 영국군 함선으로 예인되어 온 후, 다른 사람들은 쓰지 않는 후측 갑판 크레인으로 끌어올려졌다. 배는 소각되었고, 환자들은 입고 있던 옷과 손에 닿은 모든 것 또한 소각처리되고, 소독약으로 샤워시킨 후 배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으음...으...”

“.......”


환자는 둘이었다. 나머지는 현지에서 죽었거나, 오는 길에 죽었기에 버려지거나 배와 함께 불태워졌다고 했다. 그나마도 한 명은 신음소리라도 내고 있었으나, 다른 한 명은 의식도 없는 듯 보였다.


스트렙토마이신이 듣지 않는 것은 명백해 보였다. 각각 손 끝과 발끝, 혹은 귀 끝등 말단부위로 오는 혈관이 막힌 때문인지 검보랏빛으로 괴사가 일어나고 있었고, 열도 39도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 쓸 수 있는 항생제는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 딱 두 가지였다.


“페니실린은 흑사병균에 잘 듣지 않지...”


결국 그들에게는 경구 수액을 주고, 스트렙토마이신을 좀 더 고용량으로 주면서 스스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사영은 대신, 그들의 분비물을 채취해 스트렙토마이신이 여러 농도로 들어간 배양액에 넣고 배양을 시도해보았다.


“내성균의 출현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페니실린을 쓴 지는 2년도 되지 않았고, 스트렙토마이신은 그보다 쓴 기간이 더더욱 짧았다. 게다가 환자들을 소독하고, 환자로부터 나온 물품과 의료폐기물은 최대한 소각하였으며, 소변조차 회수할 정도로 내성균의 출현에 신경쓴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보통 전세계적으로 항생제를 수십 년은 써야 나오는 것이 내성균 아니던가. 기존에 내성균이 따로 있어서 그놈들이 항생제 내성 플라스미드라도 뿌려댄 것이 아니라면 돌연변이로 나오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박테리오파지라도 잘 나타나는 세균별로 개발해야하나...”


새로운 항생제를 뽑아낼 수 있는 세균이나 진균류는 아직 몇 가지가 더 있었으나, 내성균이 이렇게 빠르게 나타난다면 새로운 항생제를 투입한다고 한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기본적인 위생상태를 개선시키고, 비누와 락스의 보급을 늘려 세균 감염의 기회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여긴 사영은, 해야 할 일의 목록에 생각한 바를 추가했다.


“새로운 항생제 균주의 배양 및 항생제 추출,

비누와 락스의 증산,

위생교육 추가로 실시,

그리고..빨간약?”


머큐로크롬이나 포비돈 아이오딘의 합성법을 알아보기로 한 것이었다. 최소한 외상을 소독약으로 대체하고 초기에 감염을 잡을 수만 있더라도 항생제를 쓸 일이 확 줄 테니 말이다.


지금도 70%에탄올이 일부 소독용으로 쓰이고 있긴 하지만, 그 통증과 함께 출혈을 악화시키고 멀쩡한 세포 조직들도 죽이는 때문에 사용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머큐로크롬이나 포비돈 아이오다인은 일단 합성만 가능하다면 에탄올따위보다는 훨씬 강력한 소독력을 보이면서도 통증이 덜하니 널리 쓰일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좆같네.“


배양액 모두가 뿌옇게 변해있었다. 스트렙토마이신의 농도가 높은 것이 좀 덜 뿌옇기는 했으나, 결국 내성균의 출현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었다.


기술 수준이 지금보다 좀 더 올라가 있다면, 세균들로부터 DNA를 추출하여 어느 부위에 어떤 돌연변이가 생겨 내성을 획득한 것인지 알 수도 있겠으나, 아직 염기 서열 분석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차례로 하자...하나씩 차례대로....“


그렇게 빨간약이 공충도 마량진을 시작으로 보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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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1년 11개월차 -3- +2 22.07.25 928 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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